근로계약 잘 맺는 법

2017-11-21T14:46:23+00:002016. 12. 23.|

나를 지켜주는 울타리, 근로계약서

김민정(mistyluna@gmail.com)

 

일을 시작하는 그대에게

진로탐색과 구직활동을 할 땐 주문처럼 ‘취직하면 좋겠다.’를 반복하는데 막상 입사를 하게 되면 전혀 생각해 본 적 없는 어려움과 마주하게 된다. 구직활동을 할 때 회사의 정보를 꼼꼼히 확인하고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일할 때 마주하게 되는 어려움은 수 만 가지다. 그 도 그럴 것이 내게 업무지시를 하는 상사의 성격은 알 길이 없을뿐더러, 업무량이나 야근을 얼마나 하는 지 세세하게 알 길은 없다. 그렇기에, 일을 시작할 때 사장님과 나와 ‘일에 대한 협의’를 잘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노동법에서는 이를 ‘근로계약을 맺는다.’고 말한다.

근로계약-16

  1. 나는 노예계약을 맺은 게 아니에요

“집에 강아지 키우니? 우리가족이 3주간 유럽여행 가는데 우리 집 강아지 좀 돌봐줘 ^-^”
“너희 집 앞에 백화점 있지? 거기 남편 옷이 있는데 좀 찾아오면 안 될까? ^-^”
나를 자기 딸 삼고 싶다고 했던 사장님은 웃으며 이런 부탁을 아무렇지 않게 하곤 했다.
“딸 같아서 그래, 뭐 어려운 일 아닌데 해줄 수 있지?”
혹여 내가 거절할까봐 친절하게 사족을 달아주는 센스까지.

나는 가“족 같은”회사에서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몇 달을 일했었다.

‘사장님은 우리 엄마가 아니잖아요. 개인적인 용무는 알아서 하시죠!’ 라고 단호히 거절하지 못하고 요청을 들어주거나 핑계를 대기 바빴다. 그 당시엔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던 것도 문제였지만, 썼다고 해도 노동법에 준수된 일하는 나의 권리를 잘 챙길 수 없었을 것 같다.

그런데 이건 국한 나만의 문제일까? 주위를 잘 살펴보자.

인턴이라고 들어갔는데 배우려는 일은 안 가르쳐주고, 커피, 복사만 시키질 않나. 자기 딸 과제를 나보고 대신 하라고 하지 않나.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나는 ‘잡(job)’을 구한 건지, ‘잡일’을 구한건지 괴로움을 갖게 된다는 친구들의 토로는 익숙하다.

일을 시작하며 우리가 잊지 말아야하는 건 근로자는 사업주에게 임금을 받고 계약된 장소에서 계약된 업무내용을 바탕으로 노동력을 제공하는 자라는 것이다.

사업주는 임금을 주고 나는 노동력을 제공하기로 양자 간에 합의한 동등한 관계일 뿐이다. 그 노동력엔 약속하지 않은 업무지시나 내 감정까지 포함시킬 수 없다.

우리 헌법에서 보장하는 평등, 자유의 가치는 일터에서도 똑같이 보장받아야 한다.
근로자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근로기준법. 그런 근로기준법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계약서가 바로 근로계약서다.

“나는 약속한 돈을 받고 약속한 일만 하고 싶어요. 나는 사장님이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하는 노예가 아니란 말이에요.”

근로계약서는 나와 사업주의 관계가 동등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종이인 것이다.(호적에 없는 딸과 임금 주는 사장 엄마/ 또는 노예와 사장과의 관계가 아니라!)이미지1-표준계약서

  1. 일할 때 이건 꼭 확인해야 돼요

근로계약서는 2012년부터 사업주와 근로자가 함께 작성해 사인해서 나눠 갖도록 의무화됐다.

작성하지 않거나 1장씩 나눠 갖지 않으면 사업주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된다. 위와 같은 조치가 만들어진 것은 일터에서 사업주와 근로자 관계가 동등하지 않기 때문에 근로조건을 제대로 합의하지 못해 생길 수 있는 불이익을 막기 위해서다.

근로계약서에 포함해야하는 각각의 항목은 근로의 대가로 사업주가 꼭 지급해야하는 임금과 관련된 내용부터 각 사업장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을 추가한 것이기 때문에 세세하게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근로계약서 한눈에 보려면? → 근로계약서 해석기 바로가기


근로계약-13

  1. 근로계약서 쓸 때, 이건 안 돼요!”

세상에는 좋은 사업주도 많지만 나쁜 사업주도 많고, 근로자들에게 마땅히 보장해야 하는 사업주들의 역할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마찬가지로 근로자들 역시 자신이 보호받을 수 있는 경우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보니, 근로계약을 맺을 때 근로자들이 불이익을 겪을 수 있는 내용들이 포함되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근로계약-14

위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근로계약을 했다면, 과연 합리적일까?  답은 아니다.

사업주와 근로자의 관계는 평등에 기초한다. 근로자에게만 불리하다면 아무리 근로자가 동의하고, 사인을 했다 하더라도 법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계약내용은 무효가 된다.

독소조항케이스

근로계약서 쓸 때는 없던 내용이었는데, 나중에 읽어보면 내가 맺은 계약내용과 사업주가 가지고 있는 계약내용이 다른 경우도 있다. 치사하게 이렇게까지 하는 사업주를 안 만나야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만약을 위해 준비한 깨알 팁을 소개한다.

깨알팁

  1. 근로계약서가 지켜지지 않았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방법들

근로계약서 잘 쓸 줄 몰랐던 과거의 와 같은 사람들에게

근로계약서를 꼼꼼히 보면서 고민하게 된다. ‘나는 노예였던 걸까.’ 계약서에는 명시되어 있지만 실제로 지켜지지 않는 항목들은 왜 이리 많은지, 나의 한숨과 주름은 늘어만 간다. 나는 사장님과 동등한 사람이라는데 왜 계약서의 나는 한없이 작은 ‘을’로 일방적으로 휘둘리기만 하며 이런 내가 답답하고, 사장님한테 화도 난다. 그러나 이건 내가 부족하고 용기가 없어서 그런것이 아니다.

벼룩시장 구인구직의 통계에 따르면, 서면근로계약서 작성과 교부가 의무임을 알고있는 사람은 84%이지만 실제로 작성하고 교부받은 사람은 62.7%뿐이다. 만약 근로계약서를 안 써준다고 했을 때도 48%의 사람들은 혹시 나에게 불이익이 오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쉽사리 써 달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용기를 낼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는 근로계약서가 지켜지지 않았을 때 문제해결을 도울 수 있는 몇 가지 방법들이 있기 때문이다.

(1)만약, 근로계약서를 요청해도 작성하지 않거나 근로조건을 지키지 않았을 때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관할 노동관서 진정서 접수 or 노동부홈페이지에서 전자민원 제출 (고용노동부 민원마당 바로가기)
→ 근로감독관이 조사 후에 시행 (3자도 근로계약서 미 작성 신고 가능)

(2)입사 후에 근로계약서 상 근로조건이 지켜지지 않아 그만두고 싶은데 내가 원할 때 그만 둘 수 있을까?
그렇다. 실제 근로조건이 계약서와 다르면 손해배상을 책임지지 않고 회사를 자유롭게 그만 둘 수 있다.

5. 그 외, 자주 묻는 질문 10

(1)근로계약서는 처음 일할 때만 쓰는거야?
그렇지 않다, 근로계약서는 근로조건이 변경될 때마다 재 작성한다.

(2)연봉계약서도 꼭 작성해야 하는 거야?
아니다, 근로계약서와 별개로 연봉계약서를 꼭 써야 할 필욘 없다. 연봉제라는 것은 개인별 연봉금액을 1년마다 새롭게 정한다는 뜻이지, 근로계약을 1년마다 새로 쓴다는 뜻은 아니다. 또한, 근로계약서에 임금에 대한 내용에서 이미 연봉에 대한 내용이 있기에 다시 쓸 필요는 없다.

(3)연봉계약은 매년 써야하는 거야?
아니다, 연봉 ·임금에 대해서 변경된 사항이 없다면 매년 쓸 필요가 없다. 삭감된 연봉으로 연봉계약서를 다시 작성하자고 했을 때, 거부하면 기존 연봉이 그대로 유지된다.

내 임금에 대해 궁금하면 → 임금계산 기사 바로가기

(4)우리는 일하면서 회사의 많은 비밀들을 알게 되지, 그런데 그 많은 비밀 중에 어떤 비밀을 지켜야 하는거야?
떡볶이 가게를 운영하는 할머니가 ‘고추장 맛은 며느리도 몰라’ 라는 CF광고를 찍은 적이 있다. 회사가 운영되기 위한 특급비밀을 영업비밀이라고 한다. 영업비밀은 다음과 같다.이미지3-영업비밀의 요건

⓵경제유용성: 노하우, 판매전략, 영업매뉴얼, 고객 명부등 경제적으로 가치가 있는 정보.
⓶비밀관리성: “극비”,“대외비”라는 표시가 되어있는 정보, 문서관리규정, 비밀관리규칙 등 특별히 지정된 자 이외에는 열람, 복사 금지 등 배부 처를 제한한 정보.문서 보관 장소에 잠금장치나 카드키 설치, 컴퓨터 파일에 비밀번호가 걸려있는 정보.
⓷비공지성: 학회지, 간행물에 실리는 등 불특정 다수가 알고 있지 않고, 보유자를 통해서 알 수 있는 정보.

(5)내가 아르바이트하면서 배웠던 청소기술이나 사무실에서 혼나면서 익힌 엑셀스킬도 영업비밀이 될 수 있을까?
될 수 없다, 일반적으로 회사에서 습득할 수 있는 기술은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

(6)나도 모르게 영업비밀을 유출한 건 아닐까?
영업기밀을 유출했다고 보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첫째, 영업비밀을 다른 기업에 팔아버리는 경우와 같은 부당한 이익을 얻는 경우다. 근로자가 영업적으로 중요한 내용을 도청한다든지 퇴직 후에 무단으로 일했던 회사의 영업비밀을 이용해 라이벌이 되는 회사를 설립한다든지 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둘째, 라이벌 회사가 퇴직자에 의해 부정하게 반출된 영업비밀을 알면서도 취득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7)그런데 내가 지금 다니는 회사를 그만두고 경쟁하는 다른 회사에 취업할 수 없는 법이 있다는 게 사실이야?
있다, ‘경업금지법’이라는 법은 사용자의 영업이익 보호를 위해 경쟁업체에 취직해 발생한 손해배상의 책임을 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다른회사에 취직이 제한된 기간, 근로자의 퇴직경위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겸업금지와 헷갈릴 수 있는데, ‘겸업금지’는 이중취업을 말하는 것이고 ‘경업금지’는 퇴사 후에 경쟁기업 혹은 경쟁업체를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8)근로계약서에 연봉은 ‘회사내규에 따름’이라고 되어 있는데 회사내규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회사내규, 사칙, 취업규칙은 모두 같은 말이다. 취업규칙은 근로계약서에 다 설명하지 못한 기업 전반 근로자의 공통된 근로조건에 대한 사항을 정한 것으로, 사업주가 작성한 모든 규정과 규칙을 말한다. 상시근로자가 10인 이상 사업장에는 의무적으로 고용노동부에 신고하고 게시하거나 비치하여야 한다. 취업규칙에 들어가는 내용은 육아휴직, 복직, 근로조건, 임금, 휴일, 생리휴가, 퇴직, 해고, 징계 등이 있다. 근로자가 요청하면 언제든 열람할 수 있어야 한다.

(9)취업규칙에 부당한 내용이 있으면 어떻게 할까?
회사가 임의적으로 근로기준법에도 미치지 못하는 내용을 취업규칙에 규정해 놓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근로기준법에 위배되는 취업규칙 내용은 무효이기 때문에 법적 권리를 요구할 수 있다.
또한 사업주가 기존 취업규칙 내용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바꿀 때는, 근로자들의 의견을 듣도록 되어있다.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한다. 만약, 근로자의 동의가 없이 취업규칙을 변경했을 경우에는 변경내용은 무효가 되고 불리하게 변경되기 전 취업 규칙이 적용된다.

(10)취업규칙에는 시급이 7,530원으로 되어있는데, 근로계약서에 8,000원으로 명시되어 있다면 취업규칙을 따라 7,530원을 받아야 하나?
아니다, 근로계약서에 있는 조건이 취업규칙보다 근로자에게 유리한 조건이라면 근로계약서의 조건을 따르게 되어있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하면서 근로자의 근로조건은 법률,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이라는 4가지 규범에 따라 정해진다. 각 규범마다 성격과 내용이 다르고, 당신의 근로조건을 결정함에 있어 중요하므로 규범 간의 관계를 잘 살펴보는 게 좋다.

이미지4-당신과 회사가 지켜야할 4가지

  • 모든 근로자의 권리를 위해 모든 사업주와 근로자가 지켜야 할 근로기준법
  • (노조가 있는 경우)근로자를 대표하는 노동조합과 사업주가 체결한 단체협약
  • (노조가 없는 경우)사업주가 만들고 사업주와 사내근로자가 지키는 취업규칙
  • 사업주와 근로자가 1:1로 체결하는 근로계약서

근로기준법이 가장 힘이 세서 어떤 협약이나 규칙, 계약도 법에 어긋나면 무효가 된다그렇지만 아래에 있는 계약이나 규칙도 근로자에게 더 유리한 조건이라면 우선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도움말 = 전진희 청년유니온 노동상담팀장,김왕영 노무사

■참고자료 =『대한민국에서 반드시 알아야할 노동법 150』김동재 · 김응수 (2007)
『근로자의 비밀유지의무와 영업비밀』이달휴 (2009),
『영업비밀 판례동향 발표자료』다래/민현아 변호사(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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