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대처법

2017-01-19T11:32:03+00:002016. 12. 29.|

“출근하지 마”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최아름(rkgml5555@naver.com)


내일부터 출근하지마

‘사장님이 이런 톡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평소처럼 출근한 어느 날, 갑자기 사직서를 내라고 한다면?’


  1.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해고

2016년 10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한눈에 보는 사회’에 따르면, 한국인 10명 중 8명이 실직 혹은 실업 후 재취업 실패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었다. 이는 OECD 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미국, 독일, 스웨덴과 같이 순위가 낮은 나라들의 경우 실업에 대한 불안이 15-29세 청년층에게 더 큰 문제인 반면, 한국은 나이에 상관없이 80퍼센트에 가까운 사람들이 실업에 대한 불안을 토로했다. 이는 고용 불안이 한국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임을 보여준다.

실직불안에 시달리는 한국인

이렇게 수치로 확인하지 않아도, 주변과 자신을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와 그 속 각자의 삶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쉽게 체감할 수 있다. 어찌어찌 바늘구멍을 뚫고 취업은 했어도, 사람이 항상 잘할 수만은 없다는 게 문제다. 평소에는 잘하다 실수할 수도 있고, 처음 하는 일은 잘 못할 수도 있다. 직장에서 일을 하다 잘못하게 되면, 회사는 필요에 따라 근로자를 징계할 수 있다.

회사 징계 6가지

직장에서의 징계는 법에 정해진 절차와 방법에 맞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해고는 회사에서 쓰일 수 있는 최고 수준 징계다. 해고는 사용자(=사장)가 근로자(=)와의 근로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것이다. 아무리 사장이지만 일방적으로, 책임도 지지 않고, 법적 구속력을 가진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을까? 근로기준법에 제시된 답은 NO.

내가 들어올 땐 사장 맘이었을 수도 있지만, 나와 사장이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상, 사용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근로자를 자를 수 없다. 어떤 이유로 해고를 하든, 해고 전 30일의 해고예고기간을 두어야 한다. 30일 전 해고예고를 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30일분의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 해고예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
①천재・사변,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 또는 근로자가 고의로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여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경우
②일용근로자로서 3개월을 계속 근무하지 않는 자, 2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사용된 자, 계절적 업무에 6개월 이내 기간을 정하여 사용된 자, 수습 사용 중인 근로자(수습 사용한 날부터 3개월 이내인 경우)

또한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는 꼭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여기서 ?서면으로?라는 건 메시지나 전화로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문서로 직접 해고 의사를 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해고 체크리스트
2. “정당한 이유”
, 이런 경우 해고당할 수 있다. (쉽지 않다. 쫄지 말자)

말투 해고 청년 A

청년 A의 해고는 정당할까? 부당할까?”

해고가 정당한 때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 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 다. 여기서 사회통념상 중대한 잘못이라는 건, 근무 환경이나 조건 등 사안마다 판단의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한 마디로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내게 잘릴만한 잘못이 있는지는 일하는 내가 아니라, 사용자가 증명해야 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지각도 해고의 사유가 될 수 있을까?”

보통의 직장에서 지각은 큰 잘못이 아닐 수 있지만, 어떤 경우엔 해고의 사유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항공사는 운항 스케줄을 어기면 회사가 큰 불이익을 받게 된다. 그래서 비행기 조종사나 승무원이 지각을 하는 건 중대한 잘못에 해당할 수 있다. 이런 경우 회사는 근로자에게 징계를 내릴 수 있고, 여러 조치 후에도 개선되지 않으면 해고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해고의 정당성과 관계없이 사용자는 무조건 해고예고를 하거나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해고예고제도는 근로자에게 생계유지를 하면서 새 직장을 구할 최소한의 시간을 부여하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 어떤 행동이 해고의 사유가 되는지 궁금하다면, 근로계약서와 취업규칙에 정해진 해고 사유를 살펴볼 수 있다. 그 둘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참고가 될 수 있으니, 아래 기사도 읽어보자.

→근로계약서 잘맺는법 기사보러가기

청년 A의 “말투가 싸가지 없다” 는 게 사회통념상 중대한 잘못일까? 아니다. 많은 청년들이 A처럼 어이없는 이유로 갑자기 부당해고를 당한다. 혹 부당하게 해고를 당하게 된다면, 혼자 내 탓일까 괴로워하지 말고 전문가에게 노동 상담을 받자. 또 굳이 소송까지 가지 않아도,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는 걸 알아두자.부당해고-

3.  해고와 권고사직은 종이 한 장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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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이 없던 B는 그만두겠다고 말했지만 계속 출근을 하고 있다.
B는 사직서를 써야 할까?

사직서는 쓰면 안된다

사직서를 내는 건 내가 근로계약을 종료하고자 하는 의사를 표시하는 법적 행위다. 따라서 사직서를 회사에 내는 순간, 근로관계를 종료한 사람은 바로 나, 근로자가 된다. 그래서 법을 좀 아는 사장은 이렇게 얘기한다.

“이런 식이면 서로 힘들어. 사직서 제출하게.”

이런 방식을  권고사직 이라고 한다. 실제 일하면서 더 자주 마주치는 상황은 해고보다 권고사직일 확률이 높다. 해고와 달리, 권고사직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을 권유하고, 근로자가 이를 수용함으로써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것이다. 사직서는 입사 시 작성하는 근로계약서와 달리, 퇴사를 한다고 무조건 써야 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당신이 퇴사할 생각이 없고, 해고 사유에 해당하는 잘못을 하지 않았다면, 사직 권유를 거부할 수 있다.

 종이 한 장이지만, 사직서를 쓰면 ‘해고’가 아닌 ‘사직’이 되므로, 사직 이유에 ‘권고사직’ 등을 적더라도 법에서 정한 권리들을 보장받을 수 없다. 사직서를 받으면 사용자는 정당한 해고 사유를 증명할 필요가 없음은 물론 해고예고기간 준수 또는 해고예고수당 지급의 법적인 의무도 없다. 그래서 흔히 회사는 협박을 하거나,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조건으로 권고사직을 회유하기도 한다. 그러나 해고예고수당, 실업급여, 퇴직금 등은 회사의 호의가 아니라, 원래 당연히 보장받아야 하는 근로자의 권리다.

해고와 권고사직의 차이점

B의 사례처럼 ‘갑’의 위치에 있는 사용자가 사직서 제출을 지시하고, 업무나 인간관계 등을 통해 퇴사를 강압한다면 꿋꿋이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건 법적으로 해고가 아닐지라도, 사실상의 해고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고용보험에서도 실업급여 수급조건에 권고사직을 인정하고 있다.

실업급여 수급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 현명하게 퇴사하러가기 기사보러가기

4.  권고사직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권고사직의 상황에서 이렇게 하길 권한다. 그만두라는 말을 들으면,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말고, 우선 ‘잠시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자리를 피하자. 시간을 두고 차분히 대응방법을 찾는 게 좋다.권고사직


맺으며: 나를 위한 용기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반복되는 단순한 일상인 것 같지만, 매일 일을 하다 보면 우리는 입사 전엔 상상도 못했던 다양한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처음 맡은 업무에 대한 막막함. 회사 동료와 상사, 고객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해도 해도 줄어들지 않는 업무. 매일같이 이어지는 야근. 우릴 고달프게 하는 것은 정말 많다. 하지만 청년들이 일을 하며 마주하게 되는 어려움 중 가장 당황스럽고 힘든 일은 아마 해고가 아닐까. 입학과 졸업의 반복, 그리고 취업. 정해진 길을 최선을 다해 경쟁하며 충실히 따라오던 청년들에게 해고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일이다.

최근 노동상담 사례들을 보면 해고나 권고사직이 청년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일하는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대비책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한 번 얼굴을 붉히며 해고나 사직이 운운된 일터에서 계속 일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청년이, 그리고 모든 근로자가 ‘자신의 권리를 몰라서’, ‘권리를 주장할 용기가 없어서’ 혹은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이 없어서’ 쫓겨나듯 일터를 떠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불편하고 귀찮아도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고, 법을 읽고, 도움을 청할 곳을 알아두면 좋겠다. 근로자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또 자기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부당한 것을 부당하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기 위해.


♣ 많이들 궁금해 하실 것 같아서! – 자주 묻는 질문(FAQ)

Q1)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은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해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해야 합니다.

Q2) 부당해고를 당하면 구제와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상당액을 받을 수 있나요?
네. 노동위원회가 사용자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정하여 구제명령을 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직장으로 복귀와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는 주문을 같이 합니다.

Q3) 퇴직금을 수령한 후, 해고 구제신청이 가능한가요?
가능은 하지만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해고된 근로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퇴직금을 수령하면 해고를 인정했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퇴직금이 계좌로 들어오면 가능한 빨리 반송하거나, 회사에 퇴직 의사가 없다는 내용증명을 보내세요.

Q4) 수습기간 중에 해고되었는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나요?
네. 수습기간 중의 근로자에 대한 본채용 거부도 해고로 볼 수 있고, 수습기간 중이라도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해고할 수 있습니다.

Q5)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을 하려면 근무하던 사업장의 상시 근로자수 제한이 있나요?
네. 상시 5 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무한 근로자만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등의 구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Q6) 부당하게 해고되었는데 복직을 원하는 건 아닙니다. 금전상 보상이나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한가요?
금전적인 보상은 가능하나, 형사처벌은 어렵습니다. 노동위원회는 구제명령을 할 때 근로자가 복직을 원하지 않으면, 대신 임금상당액 이상의 금전 보상을 명할 수 있습니다.


■ 도움말 = 전진희 청년유니온 노동상담팀장, 김류왕영 노무사
■ 참고자료=『직장인이 꼭 알아야 할 노동법 : 입사부터 퇴사까지』권정임(2012), <2016년 주제별 판례분석>중앙노동위원회(2016.10), Society at a Glance 2016』 OECD Social Indicators, OECD Publishing, Pa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