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2017-01-19T14:58:12+00:002016. 12. 30.|

[서울잡스:내일지도 제작팀 후기]

우리에겐, :일은 기대해도 좋을 동료가 필요합니다

글_서울잡스 내:일지도 제작팀

<서울잡스:내일지도>(이하 잡스 내일지도)는 청년유니온 조합원 6명이 3개월간 저녁있는 삶을 포기하고, 주말을 반납한 끝에 완성됐습니다.
요즘 신문지상에 떠도는 ‘청년들 중 56%가 한 직장에서 3년 미만 일을 한다.’는 통계에 우리가 있었습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수 많은 어려움과 통계로 해석될 수 없는 우리들의 고민이 존재합니다. <잡스:내일지도>는 오늘도 치열하게 하루를 보낸 우리들에게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안내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동안 자기 꿈을 못 찾는 사람들을 답답해하고 문제로 취급했던 거 같아요.

친한 후배가 하고 싶은 게 없다며 진로 고민할 때, ‘너가 좋아하는 거 찾아봐, 다른 거 해봐’라고 너무 쉽게 얘기했었죠. 막상 저도 진로탐색 기사를 쓰려는데 어떻게 찾아봐야 하는지,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하는 지 모르겠더라고요. 정말 그 친구가 힘들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잡스:내일지도>를 만들기 전에는 내 경험에 갇혀있었던 거 같아요.

갑자기 해고통보를 받았다면, 그 사람 잘못도 있을 거라고 은연중에 생각해왔던 게 있더라고요.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존재하더라고요.

다른 문제 역시 그랬어요. 자기 권리를 몰라서 당하고, 용기가 없어서 자기 것을 못 챙기는 게 아니라 그만큼 약자에게 모든 책임을 무는 일들이 만연해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처음 <잡스:내일지도>프로젝트는, 청년 구직자를 위한 ‘노동인권컨텐츠’를 만들자는 고민하에 청년들이 일터에서 겪게 되는 분쟁상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와 ‘일하면서 어려웠던 것이 무엇인지’ 고민을 나누고, 친구에게 ‘직업을 선택할 때 무엇을 고민했는지’ 질문을 하고, 취업준비생과 이직을 준비 중인 청년들과 집담회를 하면서 애초의 기획이 전면 수정되었습니다.

청년구직자들에게 필요한 노동인권컨텐츠는 ‘일할 때’뿐만 아니라, 진로탐색부터 퇴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몇 가지의 문제로 재단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집담회에서 가구디자인을 하다가 야근이 많아 일을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했다가 현재는 취업성공패키지를 하고 있다는 분을 만났어요. 그 분은 하고 싶은 일은 분명했는데 근무환경이 좋지 않아 몇 번이나 진로탐색과 구직을 반복했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분은 구직활동을 하다가 자신이 희망하는 직무나 근무 환경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진로탐색 중이라고 하셨고요. 청년들의 일 경험을 얘기할 때, 뭐가 옳다고 말하는 것도 어떤 순서가 있다고 얘기하기도 부적절하단 생각이 들었죠.”

“흔하게 일터에서 겪게되는 상황들을 나눌 때, 임금이나 퇴직금, 근무시간, 해고와 같은 문제들이 떠올랐던 거 같아요. 하지만 제가 막막했던 순간을 떠올려보면 그게 다는 아니었던 거 같아요. 가령, 직장 내 성희롱 문제가 생기거나 동료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말을 건네야 할지,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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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잡스:내일지도>는 첫 번째 코스일 뿐입니다.”

<잡스:내일지도>를 통해, 진로탐색부터 퇴사까지의 순서나 단계를 나타내고 싶었던 게 아닙니다. 진로탐색을 하지 않을 수도 있고, 퇴사 후에 진로탐색을 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제시한 코스이외에도 다른 코스가 추가될 수도 있고 잡스내일지도에 담긴 내용들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코스를 통해 우리가 전하고 싶었던 것은 진로탐색과 구직과정 그리고 쉼표 역시 우리사회가 고민해야 하는 지점이라는 부분이었습니다.

‘진로탐색을 할 수 있는 교육이나 지원을 받아본 적은 없지만 대학 졸업 후에도 진로탐색 중인 청년을 가리켜 ‘무능력하다’고 평가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구직활동기간이 길어지는 청년의 문제가 몇 가지 시혜적 정책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퇴사하고 다음 일을 고민할 때 필요한 건 취업하라는 재촉이 아니라, 충분히 다음 일을 고민해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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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내일지도>를 쓰면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퇴근 후에 모이고, 주말을 반납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머리를 싸매던 지난 3개월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것은, ‘너의 문제만이 아니야’  ‘너만 모르는 게 아니야’라는 말. 그리고 최소한의 보호 장치를 알려주는 것을 통해 당신의 어려움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손을 내밀고 싶었던 마음이 컸습니다.


“글을 쓰면서, 과거의 내가 이 글을 읽었을 때 위로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했던 거 같아요. 그러다보니 정말 많은 글을 읽기도 했고, 단어 하나도 고민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근로계약 잘 맺는 법 기사를 쓰면서 지난 제 노동경험이 해석돼서 좋았어요. 저도 근로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고, 일터에서 부당함을 만나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그 때 뭐가 문제였는지 알게 되니까 ‘내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게 하소연이나 불평이 아니라 나의 권리에 대한 정당한 주장이었다는 걸 알게 돼 정리가 되더라고요”


“우리에겐, 내:일은 기대해도 좋을 동료가 필요합니다.”


“<잡스:내일지도>를 만들면서, 저는 혼자하려는 습관을 벗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살아남아야만 한다고 생각하니까 나 혼자 어떻게든 해결해야겠구나 생각해왔던 거 같아요.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공부를 열심히 해서 학점을 잘 딴다고 취업을 잘하는 것도 아니었고, 내가 일을 잘한다고 일터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기사를 완성하면서 주위의 도움도,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법을 많이 배웠는데 우리들의 문제역시 혼자 해결할 수 없고, 우리에겐 함께 고민을 해결해갈 동료가 필요하다는 걸 전하고 싶었어요.”


<잡스:내일지도>가 어려움에 직면한 사람들의 문제를 쉽게 해결할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역시, 비슷한 문제를 겪었을 때 어려웠고 막막했던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일터에서 겪게 되는 문제들은 ‘안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거니와 ‘혼자 해결하기도 쉽지 않는 문제’가 대부분입니다. 그럴 때, 연락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걸 기억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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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하고 꿈꾸고 저항하는 청년들의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의 조합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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