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이른 2020년 결산] 우리가 버린 것들은 어디로 갈까?

2020-11-18T12:02:17+00:002020. 11. 18.|

배달 앱 VIP. 쓰레기 봉투 사다가 현타가 왔다.
무언가 잘못되었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다.

글, 사진/ 윤지현(necessaryda@naver.com)

 

오래 고심해서 만족스러운 한 끼를 먹으면 하루가 뿌듯했다. 오늘 뭐 먹지? 행복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던지던 질문은 코로나 19시대를 맞아 하루에서 가장 중요한 일과로 부상했다.

즐거운 삶을 위한 다양한 메뉴. 돈가스, 쌀국수, 피자, 냉면, 곱창, 족발. 직접 요리하기에는 너무 어렵고 번거로운 음식들. 돈이 부족해서 만들어 먹는 날이면 솜씨가 좋지 않아 불만족스러웠고, 같은 반찬을 3번씩 돌려먹으며 쌓이는 설거지에는 장사가 없었다.

우주의 기운이 휴대폰을 쥐게 했다. 핑계도 좋았다. 지역 사회 상인들의 어려운 사정을 쓴 기사들. 나는 배달, 포장을 통해 만족스러운 식사와 즐거운 하루를 얻고 그들은 매출을 올리며 서로의 삶에 기여하는 윈-윈(win-win)의 시대라는 자기위로적 생각도 한적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도둑질도 하면 는다고 했던가. 배달을 자주 시키니 몇 끼씩 쪼개서 변주해 먹는 기술이 생겼다. 맛집을 고르는 능력은 일취월장했고 플라스틱 분리수거의 고수가 되었다. 약간의 금전적 출혈을 감수하면 이렇게 편해도 되나 싶을 정도의 생활이었다. 편의와 편리가 주는 안온한 둥지에서 스스로 빠져나오게 된 것은 비정상적으로 쌓이는 플라스틱 용기 개수를 확인하면서부터이다.

 

냉면 2개에 따라 오는 플라스틱 용기. 사진에 다 담지 못했다..

냉면 2개를 주문하면 따라 오는 플라스틱 용기들. 사진에 다 담지 못했다.

 

배달을 시키면 음식을 담은 플라스틱 용기가 서비스처럼 따라왔다. 혼자 주문할 용기를 낸 게 기특한 걸까. 1인 기준으로 두 끼를 주문하면 하루에 최소 6개 이상의 플라스틱 그릇이 쌓였다. 때 되면 버리던 플라스틱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모으자 벽 한편을 차지하던 재활용 봉투가 일주일도 안 되어서 통로를 가로막았다.  평소에는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며 살았는데 이상하다.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만 살면 집이 좁게 느껴지나 했다. 아니었다. 집구석에 쌓이는 재활용 봉투가 부담스러워진 건 음식을 주문해 먹는 생활을 시작하면서였다.

용기를 세어 보았다. 혼자 먹는 날에는 그나마 적었다. 둘이서 먹으면 한 끼에 재활용 봉투 절반이 차올랐다. 어디까지 쌓이나 두고 보려다가 잔소리와 함께 플라스틱 용기가 담긴 봉투를 내놓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나 쌓인 플라스틱 용기들은 어디로 갈까?

 

쓰레기는 어떤 과정을 통해 어디로 가는가?

서울 쓰레기의 대부분은 인천에 있는 쓰레기 처리장으로 간다. 그러나 재활용 쓰레기는 다르다. 재활용 쓰레기는 재활용 센터에서 거둬들여 간다. 재활용 센터는 시에서 운영하지 않는다. 민간업체이다. 그들은 재활용 쓰레기를 거둬가서 집화장에 내려놓는다. 사람의 손으로 봉투를 열어 재활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을 하나하나 선별한다. 음식물이 묻었거나 깨끗하지 못한 플라스틱은 모두 폐기물 행이다. 처리 비용은 민간업체에서 부담한다. 뉴스를 본 적 있을 것이다. 재활용 업체들 파업. 처리 비용 때문에 재활용으로 민간업체가 얻는 이득이 줄어든다. 재활용 업체들이 재활용 쓰레기를 더는 다루지 않겠다고 우는소리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재활용되지 못하고 폐기된 쓰레기는 일반 쓰레기와 같이 소각된다.

다행히 선별작업에서 살아남아 재활용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은 플라스틱과 캔은 종류에 따라 나누어 압축한 뒤 업자에게 판매된다. 그럼 이 플라스틱과 캔은 분쇄-세척을 거쳐 새로운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도록 원료가 되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 화석 연료가 되어 한 몸을 불사른다. 끝이 보이는 여정이지만 재활용하면 원래의 목적대로 다시 한번 쓰일 수 있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플라스틱의 여정이다.

그런데, 정말 이것이 플라스틱이 태어난 뒤 갖는 여정의 끝일까?

 

유기영(2016), 폐기물 재활용 정책,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역할에서 발췌

유기영(2016), 폐기물 재활용 정책,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역할

 

 

플라스틱은 우리에게 무슨 영향을 미치는가?

모두 알다시피 플라스틱은 아무 처리 없이 버려지면 약 500년 동안 썩지 않고 보존된다. 바다거북의 코에 꽂힌 플라스틱 빨대와 물범의 목을 조르는 플라스틱 올가미는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이미지는 힘을 갖고 분리수거를 의식적으로 열심히 하게 된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철저한 분리수거는 플라스틱을 사용한다는 죄책감을 줄이는 면죄부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아는가? 플라스틱은 종류가 다양하다. 의식하지 못하고 일반 쓰레기에 섞어 버린 플라스틱은 그대로 소각장에 가서 태워지며 미세 입자로 변하고 탄소*와 프탈레이트*, 다이옥신*과 같은 인체에 해로운 화학물질을 만든다. 재활용되지 못해 태워지는 플라스틱들은 해로운 화학물질이 되어 대기에 퍼진다. 처리 과정도 안전하지 않다. 플라스틱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 플라스틱은 인체에 흡수될 시 크기에 따라 작게는 피부염, 심하면 면역기능 자체를 무력하게 만들고 아이에게는 더 심각하게 작용해서 생식계 발달장애, 기형, 심혈관계질환, 비만까지 야기한다.

사실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안전하지 않다. 티백에서 나오는 미세플라스틱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신생아가 젖병으로 매일 미세 플라스틱 158만 개를 먹고 있다는 기사는 플라스틱이 주는 위협이 성별과 연령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일반 식품이나 음료에서 나오는 미세 플라스틱은 몸에 MSG만큼이나 익숙할지도 모른다.

*95도 온도의 물에 티백을 타면 무려 116억 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된다.

매번 생로병사 같은 프로에서 경고하는 플라스틱이 인체에 물리 화학적으로 미치는 영향의 위험은 과장이 아니다. 위생의 눈부신 발전과 의학에 지대한 공헌을 한 플라스틱. 그러나 편의와 편리를 위해 플라스틱을 남용하자  쓰레기봉투에 버려지지 못한 플라스틱은 500년 동안 지구에 남아 돌고래를 목 조르고 거북이를 질식시키며 쓰레기 봉투에 버려진 플라스틱은 무형의 무기가 되어 우리를 공격한다.

그러니 이젠 비밀도 아니지만 재활용되어 생을 마감한다는 플라스틱의 아름다운 일대기는 동화 속 해피엔딩과 같은 환상이다.

*탄소 : 태양 빛 반사를 막아 기온 상승과 대기 변화 초래
*프탈레이트 : 플라스틱에 유연성과 부드러움을 주기 위해 첨가되는 화학물질로 인체에 흡수될 경우 내분비계 장애와 출산 장애, 태아의 알레르기 및 천식을 유발한다.
*다이옥신 : 정자 수와 남성호르몬이 감소하고 기관지염과 폐 기능이 저하된 태아 출산을 촉진한다.

 

사회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플라스틱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떠오르면서 미래를 걱정하는 눈 뜨인 사람들은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최근 LG화학은 옥수수 성분을 활용한 생분해 신소재를 개발했고, 롯데케미칼은 식물에서 추출한 원료를 사용한 바이오 페트 개발에 성공했다고 한다. 이들이 상용화되지 않는 건 단가 한계가 극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정 조건이 아니면 썩지 않는 기술적인 한계도 가지고 있다.

플라스틱의 대안으로 사용하는 생분해성 수지 등 친환경 소재들도 일반 쓰레기와 섞어서 배출되니 매립이 아니라 소각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일부 사람들은 이것이 정부가 쓰레기 처리에 관한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탓이라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서울의 생활폐기물 재활용률은 그렇게 낮지 않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자료이긴 하지만 면적과 인구 비율을 따질 때 한국은 훌륭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유기영(2016), 폐기물 재활용 정책,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역할

유기영(2016), 폐기물 재활용 정책,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역할

 

우리는 바른 속도로 잘 성장하고 있었다. 다만 교통사고처럼 찾아온 재난에 대비되지 않았을 뿐이다. 이미 다가온 재난을 막을 수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우리가 버린 것들은 우리에게 돌아온다. 지금 읽기엔 멀게 느껴지는 이야기일 수 있다. 10년 전 물을 사서 먹게 될 거라는 사람들의 말에 코웃음을 치던 것과 같이 말이다. 그러니 썩기까지 500년이나 걸리는 플라스틱이 우리를 역습한다는 건 아득해 보이기도 한다.

 

코로나 19전 활발하던 플라스틱 다이어트 캠페인들

코로나 19전 활발하던 플라스틱 다이어트 캠페인들

 

상황이 좋지 않았다. 플라스틱 다이어트 캠페인도 당장 눈앞에 닥친 바이러스 때문에 유명무실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죽음의 위협 앞에서는 중요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2020년 한 해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차선책이 없는 외길이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제 우리는 2021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 해를 꿀꺽한 바이러스는 사그라들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무엇을 해야 할까. 그리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최근 SNS에서 성행하는 집에 있는 그릇으로 음식 포장해오기 운동을 본 적이 있다. 용기내 챌린지. 이 낯선 운동은 한 끼마다 플라스틱 용기 3개 이상을 줄이는 효과를 냈다. 집마다 하루에 내보낼 플라스틱 용기 3개를 줄인다면 한 달이면 플라스틱 산 하나를 덜 쌓이게 할 수도 있겠다. 티끌 모아 태산은 다른 때 쓸 게 아니다. 지금이다. 사회적 연대 의식을 발휘할 시점이다. 플라스틱을 전혀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면 플라스틱 용기를 깨끗하게 설거지해서 분리수거하는 것도 좋겠다. 플라스틱 다이어트 운동과 함께 정부를 독촉해 이산화탄소세처럼 플라스틱을 너무 많이 사용하는 곳에 플라스틱 세를 물리는 것은 어떨까.

 

SBS 스브스 뉴스 방영, 용기내 캠페인.

SBS 스브스 뉴스 방영, 유리 용기 사용을 격려하는 ‘용기내’ 캠페인.

 

우리는 거대한 도미노 판 위에 서 있다. 자연과 환경이라는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도미노를 문명과 기계, 편의와 편리의 힘으로 무너뜨리는 중이다.  도미노는 다 무너질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도미노를 멈추는 방법은 다음 도미노를 쓰러트릴 힘을 제거하는 것뿐이다.

조금 더 불편하게 생활해 보자. 우리가 버린 것들은 결국 우리에게 돌아오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