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_생존보고서⑤] 자가격리로 ‘집순이’가 되다

2020-05-08T16:05:48+00:002020. 05. 7.|

글 : 권송연(songyeonkwon3@gmail.com)

자가격리로 ‘집순이’가 되다

미국에서 항공편을 예약할 때는 혹시 한국에 못 가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되었고, 예약 후엔 비행기 탑승 전 체온을 재는 과정에서 ‘혹시나 체온이 높아 탑승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이 있었다. 또 코로나에 감염되진 않을까 불안했다. 그렇게 불안과 걱정 속에서 비행기에 탑승을 하게 되었고 한국에 무사히 입국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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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입국하면 끝인 줄 알았는데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입국 후 바로 공항 직원들과 공무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움직였다. 해외입국자들은 자가용을 이용하거나 정해진 버스, 택시로 각 구의 보건소로 이동하게 되었다. 오후 3시에 입국하였는데 보건소에 도착하니 밤 9시가 되어 있었다. 보건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은 후 감염 예방을 위해 한 사람씩 구급차를 타고 집으로 이동했다. 집에 도착하고 이제부터 자가격리가 시작되었다.

 

자가격리 1일차-컴백홈

밤 10시경 집 도착. 가족들이 방에 세면도구, 수건 및 각종 생활 용품들을 가져다 놓았다. 개인용 세안 용품들을 들고 화장실을 이용했고 이용 후 소독을 했다. 자가격리 기간 동안 엄마와 아빠는 외부시설에서 지내기로 하였고 나는 언니와 둘이 생활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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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 2일차-언니가 나간 후에

하루만에 코로나 진단 결과가 나왔다. 다행히 음성으로 나왔고 결과를 가족에게 알리고 진짜 자가격리가 시작되었다. 시차 때문인지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언니가 출근하기 전까지 최대한 방에 있었다. 방에 구비해둔 계란을 아침으로 먹으며 언니가 나가길 기다렸다. 언니가 출근을 한 후에 씻고 방에서 벗어나 거실 생활을 할 수 있었다. 혼자 점심을 해 먹고 넷플릭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다가 오래 전에 사둔 퍼즐들을 구석에서 꺼냈다. 몇 년 전 유행할 때 사둔 나노 퍼즐을 맞추면서 시간을 보냈다. 설명서를 잃어버려 박스에 나와있는 그림을 보며 맞추니 한참 시간이 걸렸다.

나노 퍼즐

 

자가격리 3일차-확찐자[1]의 쿠키굽기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 하는 나는 집에서 할 일을 열심히 찾았다. 매일 아침 커피 머신으로 커피를 뽑아 마셨고 열심히 음식을 해 먹었다. 3일차 아침에는 집에 있는 땅콩버터와 핫케이크 가루를 이용해 쿠키를 구워 먹었다. 생각보다 양이 많이 들어가서 반만 먹고 남기려고 했지만 앉은 자리에서 다 먹어 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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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 4일차-방구석에서 혼자 놀기

점점 자가격리에 익숙해져 갔다. 왜 집에서 벗어나기 싫어하는 ‘집순이’ ’집돌이’들이 있는지 이해가 갔다. 이날은 보건소 직원 분이 체온계와 소독 스프레이 등 자가격리 키트들을 주고 가셨다. 이후부터는 매일 오전 오후로 체온을 측정하여 자가격리 어플에 기록하였다. 4일차에는 ‘클로버 필드’라는 영화를 보고 받았던 퍼즐을 맞췄다. 이번 퍼즐은 색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아서 맞추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2일 동안 열심히 맞추다가 결국엔 포기하였다.

퍼즐

 

자가격리 5일차-취미 찾기

4일차에 맞추던 퍼즐을 마저 맞추다가 포기하고 그림을 그렸다. 고등학교 졸업 후 그림 그릴 일이 없었는데 코로나로 오랜만에 그림을 그렸다. 친구도 집에서 그림을 그렸다고 보내줬는데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새로운 취미를 찾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았다.

 

자가격리 7일차-화분 키우기

벌써 자가격리를 한 지 반이 되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주문한 화분이 도착하여 키우기 시작했다. 콩나물이나 파를 키워볼까 하다가 바질 씨앗을 주문하였다. 7일차부터는 그래도 집안 일을 찾아서 했다. 그 전에는 혹시 모를 불안감에 웬만해서 방에서 나오지 않았는데 일주일이 지나니 마음이 조금씩 놓였다. 그리고 다음 날인 15일은 선거일로 보건소 직원에게 신청을 하면 투표가 가능하다고 하여 투표를 하러 가기로 하였다.

 

자가격리 8일차-자가격리자도 투표할 수 있다!

15일 투표를 하는 날이다. 자가격리자는 일반 투표자 투표가 끝나는 시간인 18시부터 투표가 가능했으며 17시 반부터 19시까지의 시간이 주어졌다. 투표소 외 장소에는 절대 갈 수 없고 보건소 직원과 동행하지 않는다면 출발, 도착 시간을 모두 기재하며 움직여야 했다.

 

자가격리 9일차-봄을 맞을 준비 중

격리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조금씩 답답해져 왔다. 그래서 봄을 맞을 준비를 했다. 겨울에 입었던 패딩들을 손빨래로 때를 벗기고 잘 말려서 옷장에 넣어뒀다. 그리고 서랍 깊숙이 박혀 있던 봄, 여름 옷들을 꺼내어 예쁘게 접었다.

 

자가격리 10일차-집안 일의 재미

연어가 먹고 싶어서 엄마에게 연어를 사다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리고 엄마를 기다리며 집에 있던 마요네즈와 사과, 양파를 이용해 소스를 만들었고 잘 안 쓰던 그릇을 꺼내 깨끗이 씻어 예쁘게 세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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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 11일차-함께 먹는 밥

엄마가 주꾸미와 순두부를 사왔다. 나는 엄마를 기다리며 맛있게 계란찜을 만들고 반찬들을 옮겨 담았다. 열흘이 지나서 엄마, 언니와 함께 밥을 먹었다. 물론 거리를 띄우고 나는 개인 책상에 앉아서 먹었다. 떨어져서 먹긴 했지만 같이 밥을 먹으니 더 맛있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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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 12일차-오늘은 뭐 먹지?

자가격리 열흘이 지나니 집에서 할 게 넷플릭스 보고 먹는 것 밖에 없었다. 매일 SNS로 요리법을 검색하며 다음날 뭐 먹을까 고민하는 것이 하루의 일상이었다. 이 날은 점심으로 트러플오일 짜계치를 만들어 먹었다. 짜파게티를 끓여 트러플오일을 뿌리고 계란후라이와 치즈를 올려 먹는 것이다.

 

자가격리 14일차-자가격리의 끝

자가격리 마지막 날이다. 격리 기간 동안 밖에서 지냈던 아빠가 돌아왔다. 이제 몇시간 뒤면 밖에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설렜다. 친구들과 언제 만날지 약속을 잡았고 앞으로 할 일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 밖을 나가면 보건소에 가서 마지막 코로나 진단 검사를 하는데 결과가 음성이 나와야 진짜 격리가 해제되는 것이다.

 

자가격리 후

코로나 검사결과 음성이 나왔고 정식으로 자가격리가 끝났다. 자가격리를 하며 확진자를 줄이기 위한 공무원들과 그 관계자들의 노력이 느껴졌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보건소 직원의 고생과 수고에 감사함과 미안함을 느꼈다. 당연한 것이지만 그동안 열심히 격리한 스스로에 대해 뿌듯하기도 했다. 격리를 하며 밖에서 산책하고 가족, 친구들과 마주 앉아 얘기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전에 별 생각 없이 해오던 사소한 일상들의 소중함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또 자가격리를 하며 발견한 게 있다면 나의 ‘집순이’ 본능이다. 활동적인 성격으로 집보다 밖에 있는 시간이 길었던 나는 14일동안 어떻게 집에만 갇혀 있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처음에는 집에 있는 시간이 갑갑하고 우울했다. 그러나 실내에서 할 수 있는 활동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며 지내다 보니 실내 생활이 편하고 재미있었다. 격리가 끝나고 밖에 나갔을 때 어색할 정도였다. 막상 나가니 춥고 별로 할 게 없어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나와 비슷하게 자가격리를 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자가격리가 끝나갈 때쯤 자가격리를 더하고 싶다는 말을 할 정도로 집에 너무 적응됐다는 친구도 있었다. 14일동안 의무적으로 집에만 있으며 아무도 마주하지 않다 보니 내 자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었다. 그동안 돌보지 못했던 스스로를 돌보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생각하고 취미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코로나 이후로 많은 것들이 변화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사람의 소중함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1]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외출을 자제하면서 집안에서만 생활을 하다 보니 활동량이 급감해 살이 확 찐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신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