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_생존보고서①] 코로나 시대, 당신은 안녕하신가요?

2020-05-06T15:42:04+00:002020. 04. 29.|

글, 사진 : 김은화(orogio@naver.com)


요즘 부산 동성초등학교 온라인 개학식 동영상이 화제다. 겨울왕국의 엘사로 분한 교장 선생님이 비장한 표정으로 텅 빈 운동장에 나타나서는 “어딨어~ 어딨어~ 학교가 너무 쓸쓸해~”라고 노래하며 아이들을 찾아 헤맨다. 그 뒤로 두 명의 선생님이 눈 스프레이를 뿌리며 따라붙는다. 당근을 물고 올라프 흉내를 내는 교감 선생님까지 등장하면, 비로소 겨울왕국 패러디가 완성된다.

사진. 동성 초등학교 온라인 개학식 동영상(출처: http://bitly.kr/dQGw8edyW)

사진. 동성 초등학교 온라인 개학식 동영상(출처: http://bitly.kr/dQGw8edyW)

혼신의 힘을 다한 선생님들의 연기에 웃다가, 엔딩 크레딧을 보며 뭉클해졌다. 아이들을 기다리는 선생님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안부를 묻는 행위가 이토록 귀한 일인지 미처 몰랐다. 24시간 돌봄 체제로 지친 학부모와 집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아이들에게 적잖은 위로가 되었으리라. 코로나 사태로 인해 집 안에 물리적으로 ‘고립’된 이들에게, 이 영상은 우리가 사회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상기시키는 노크와도 같았다.

보이지 않는 상실

우리는 지금까지 공적인 공간을 토대로 일상을 꾸려왔다. 코로나는 이 풍경을 바꾸어 놓았다. 사람들로 북적이던 어린이집, 학교, 회사가 모두 텅텅 비어버렸다. 연일 뉴스에는 이런 공간을 배경으로 뭔가를 확실하게 잃어버린 사람들의 사연이 오르내린다. 한산한 공항을 배경으로 항공업계 종사자의 어려움이, 썰렁한 번화가 뒤로 자영업자의 걱정이 전해진다. 애초에 점유한 공간 자체가 없었던 이들의 이야기는 언론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형체가 없는 불행은 조명되기 어렵다.

코로나는 소속이 없는 사람들에게 치명적이다. 학교를 막 졸업한 사람,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 채용 공고를 기다리는 사람, 알바를 구하는 사람, 퇴사하고 이직 준비하는 사람, 일감을 기다리는 프리랜서까지 이들은 시작도 하기 전에 기회를 박탈당했다.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기에 사라진 것이 무엇인지도 명확치 않다. 이 안개 같은 상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취업 준비생들이 머무는 공간은 대게 임시적이다. 도서관도, 카페도, 학원도 온전히 그들만의 공간이라 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들은 분명 거기에 있었다. 이제는 백색소음이라는 사회적 배경마저 잃어버린 이들이 하루하루를 어떻게 꾸려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코로나시대 생존 일기」를 기획하며

그래서 서울잡스 상시취재단이 모였다. 원래 이 모임은 기업 측에서 의뢰한 채용 기사를 소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4월이 다 가도록 취재 요청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현직자 인터뷰를 하려고 해도 얼굴을 마주할 수 없으니 한계가 있었다. 개점휴업 상태이기는 상시취재단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이대로 상반기를 날릴 수는 없어 긴급 기획회의를 열었다. 코로나로 인해 변화한 서로의 일상을 토대로 글을 써보자는 취지였다. 열 명 남짓한 취재단은 작심한 듯 자기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취미 자랑 대회라도 온 줄 알았다. 이번 코로나를 계기로 달리기, 레진아트, 드로잉, 요가 등 새로운 취미에 도전했다는 이들이 많았다. (나도 난생처음 오일파스텔로 그림을 그려봤다.) 유튜브 채널, 온라인클래스 등을 비롯해 취미 생활을 돕는 각종 어플 제보도 쏟아졌다. 한참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 밑에 도사린 불안과 우울이 보였다. 일단 경제활동을 할 기회가 없고, 뭔가 하긴 해야 할 것 같은데 시험이고 채용이고 모든 일정이 연기되었으니, 어떻게든 스스로 동기부여 하며 매일을 살아낼 힘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사진. 마스크 없이 자전거를 신나게 타고 싶은 마음을 담아 그려보았다. 밥 로스 아저씨는 그림이 쉽다고 그랬는데…….

사진. 마스크 없이 자전거를 신나게 타고 싶은 마음을 담아 그려보았다. 밥 로스 아저씨는 그림이 쉽다고 그랬는데…….

자가 격리를 하며 자기도 몰랐던 ‘집순이’ 본능을 발견한 이도 있다. 처음에는 갑갑하고 우울했는데 실내 생활에 너무나 훌륭하게 적응한 나머지, 격리 기간이 끝나고 밖에 나갔더니 약간 출소(?)한 느낌이었다고 한다. 자유롭고 좋긴 한데, 날씨도 춥고 막상 나오니 별게 없고 집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었다나……. 외부 자극이 사라지면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게 된다. 이는 자신을 육체적으로, 정서적으로 돌보는 과정이기도 하다.

재난지원금을 받는 이가 있는가 하면, 재난지원금을 주는 이도 있다. 프리랜서A는 동사무소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상담해주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주로 어르신들을 상대로 행정 절차에 필요한 서류나 용어를 설명해주는 데 그게 쉽지 않단다. 신세한탄 들어주는 건 이제 예삿일이 되어버렸다. 신용카드 개념도 모르는 분을 붙잡고 A부터 Z까지 알려드려야 하고, 매일 찾아오는 인지증 환자 분까지 안내해야 한다. 그는 젊은 세대와 노년 세대의 정보 격차를 실감하며, 매일 자신의 편협함과 마주하고 있다고 한다. 세대와 계층의 경계에 선 그의 극한 알바 분투기가 기대된다.

이외에도 기획회의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이를 토대로 「코로나 시대, 청년들의 생존 일기」라는 코너에서 총 9회에 걸쳐 에세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당신은 안녕하신가요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 요즘, 취재단의 얼굴을 보니 무척 반가웠다. 비록 마스크를 쓰고 있어 표정은 알 수 없었지만,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어 좋았다. 외로움을 잊은 시간이었다.

이 글을 읽을 청년들에게 안부를 묻고 싶다. 코로나가 점령한 시간들을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하다. 밥은 잘 챙겨 먹었는지, 몸이 상하지는 않았는지, 하루하루 어떤 기분으로 보냈는지, 무엇에 기대어 일상을 꾸려나갔는지 알고 싶다. 그 이야기들을 모아, 형체가 없는 듯 보였던 그 시간들에 의미와 맥락을 함께 찾고 싶다.

이 기획에 동참할 분들을 모집한다. 「코로나 시대, 청년 생존 일기」에 들어갈 원고를 보내 달라. 선정된 글은 서울잡스 플랫폼에 게재될 예정이다. (물론 소정의 원고료도 지급한다.) 내세울 만한 경험이 없어도 괜찮다. 엉뚱하고 이상한 이야기도, 지구 내핵을 뚫어버릴 정도로 우울한 이야기도 좋다. 자기 경험을 성실하게 표현한 글이라면 전부 오케이다. 청년이라면 누구든 투고를 환영한다.

 

투고메일: seouljobs1@gmail.com
주제: 코로나19와 나
형식: 인터뷰/에세이/취재기사 등 텍스트 콘텐츠
분량: A4 용지 1매 이상
문의전화: 02-6358-0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