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사이드

2019-03-12T13:52:39+00:002018. 10. 23.|

로사이드

글 / 최다엘 dael0706@naver.com
사진/ 이재희 bookbug0529@gmail.com

4년 전 우연히 본 드로잉 한 장이 나를 매료시켰다. 그 드로잉의 출처를 찾아간 곳이 바로 로사이드였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가진 창작자들이 모여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어가는 로사이드의 스튜디오에 들어가 그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로사이드’는 2008년, 자폐를 가진 한 청년의 노트에 주목한 소수의 아티스트들이 설립한 비영리예술단체로, 의미 없는 낙서 또는 장애에서 비롯된 증상으로 여겨져 버려지고 금지되던 예술 작업, 제도권 교육과 관계없이 지속되어온 독창적인 창작세계를 재조명하고 사회에 소개한다.

로사이드 실내공간

로사이드 실내공간

[로사이드의 시작과 방향]

Q.로사이드라는 이름을 지으신 배경이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로사이드 디렉터님(이하’로’로 표기): 로사이드라는 이름은 교육이나 활동이 훈련된 것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어떤 날것의 표현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raw(날것)’과 ‘side(주변부의 표현활동이라는 의미)’인의 합성어입니다.

Q.지금 멤버들은 초창기멤버와 동일한가요? 아니면 지속해서 충원이 되고 있는지요?

로: 시기에 따라서 멤버들이 조금씩 계속 바뀌고 있는데요, 초창기에 시작하셨던 분들은 제가 시작할 당시 다 계셨어요. 작가, 사회복지사, 애니메이션을 하시는 분들과 시작했었고, 자신의 소설을 계속 쓰고 싶다 던지,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현재는 각자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Q.로사이드의 내의 구체적인 직무와 직원 분들 소개 부탁드립니다.

:로사이드의 활동을 크게 ‘아트링크’와 ‘동그란 작업실’이란 프로그램으로 나눌 수 있어요. 동그란 작업실을 운영하는 매니저가 아트링크도 같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디자이너가 있습니다. 저희 정규 운영진은 세 명이고요, 지금 한 분이 프로젝트로 결합해서 콘텐츠디렉터라는 이름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로사이드가 활동을 시작한 지 10년차에 접어들었고 내실 있는 활동들을 하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사실은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요. 많이들 모르세요. 그래서 로사이드가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 시기에 맞춰서 그런 것들을 알리는 활동들을 해야 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콘텐츠 디렉터라는 이름으로 한 분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외에 공동창작자라는 이름으로 상근직은 아니지만 아트링크와 일대일로 결합해서 활동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동그란 작업실 소개
제도권 교육을 마친 이후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잃어버린 창작자들이 정기적으로 로사이드 작업실에 모여 자신의 창작을 이어갑니다. 공통의 커리큘럼을 따라가는 수업이 아닌, 자기 주도적으로 자신의 작업을 이어가고 함께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시간입니다.

정종필 창작자, 풍경, 2016

정종필 창작자, <동그란작업실> 풍경, 2016

*아트링크 소개
미술, 음악, 영화,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을 로사이드의 창작자와 1:1로 연결, 그들의 공동창작을 지원합니다. 로사이드 창작자와 공동창작자는 예술 작업으로 교감하고 영향을 주고받는,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시도합니다.
아트링크 일지 보러가기 > http://rawside.kr/?page_id=4926

아트링크

아트링크

[로사이드 멤버와 창작자]

Q.로사이드의 멤버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소양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로: 어떤 직무냐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긴 한데요, 저희가 창작자들과 함께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 사람에게 어떤 것을 가르쳐야 한다든지 개선이 되어야 한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미술교육 분야에서 굉장히 오래 일을 한 것이 분명 좋은 이력이지만, 기존에 해왔던 교육방식으로 저희 창작자들을 대하게 되면 오히려 좋지 않을 수 있어요. 그것보다는 어떤 형태의 작업이든 자신을 표현하는 활동을 함으로써 이게 어떤 활동인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저희한테 필요한 것 같아요.

Q.로사이드가 발현하고 지향하고자 하는 날것의 예술과 날것의 창작자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로: 저희 이름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로사이드를 처음 시작했던 분은 ‘아르브뤼’에 관심을 가졌던 분 들이였어요. 아르브뤼는 프랑스에서 시작한 미술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르부뤼 에서 부뤼도 생생한 날것에 어떤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라고 전 알고 있어요. 자폐성 장애든 정신장애든 교육이나 훈련을 통해서 할 수 있는 미술적 표현이나 또 다른 일이 있습니다.

곽규섭 창작자 또한 예술 교육을 따로 받지 않은 분이였어요. 인간으로서 표현하고 싶은 본능이나 이런 것들이 저희 창작자 분들에게 보였기 때문에 굉장히 집요하고 집중된 표현들이 크게 감동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가 소개를 할 때도 제도권 교육과는 상관없이 자신만의 독창적인 활동을 하는 창작자라고 소개합니다. 날것의 예술 역시 장애라는 카테고리 내에서 비춰지기보다 인간의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생하게 드러나는 예술이라는 것을 나타냅니다.

*아르 브뤼 [Art brut] 세련되지 않고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형태를 지닌 미술로 ‘원생 미술’ 이라고도 번역된다. 프랑스 화가 장 뷔페가 아마추어들의 작품에 나타나는 일종의 순수한 미술 형태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한 개념으로 처음에는 반교양주의적, 반회화적 입장을 가리켰지만 후에는 종말에 달한 서구의 지적 풍토를 재생시키기 위한 기폭제로 인정되었다.

*곽규섭 [Gwak Gyu Seop] 자폐성장애판정을 받았던 다섯 살 무렵부터 연필과 노트로 자신만의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만들어 왔다. 약초, 허브, 건강식품, 100년 지하철 노선도, 음악, 8비트 컴퓨터 게임, 명란젓 코난에 관심이 많으며, 2008년부터 로사이드와 만나 캐릭터 친구 200명을 창조하고 그들이 출현하는 애니메이션 <키티와 튤립>을 제작하고 있다. 자신을 멘넴(mennem)이라 칭하고, 로사이드를 로사이데루미라고 부른다.

 

[전시와 기획 관련]

Q.아트링크 중 날것의 창작자와 공동 창작자가 연결되는 과정과 새로운 관계 맺기를 통한 작업 결과물은 주로 어떤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로:일단 관계를 맺는 방식은 저희 주변이 다 자신이 작업하는 분들이 대다수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아티스트 네트워크로 되어있습니다. 그런 분 중에 이쪽 일에 관심이 있거나 창작자 중에서 그런 필요를 가지고 있으면, 저희가 매칭을 하는 데요 그랬을 때 서로가 맞을지를 먼저 고민하고 제안을 합니다. 처음에 다섯 번 정도 만나 보는 게 어떨지 먼저 제안을 드리고요. 그런 다음 계속 할지 여부를 그 이후에 결정하게 됩니다. 결과물은 꼭 무엇이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 그런 압박감을 가지지 말라고 일부러 말씀드리거든요, 예를 들어 저 같은 경우는 창작자 한 분과 함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어요. 이 작업은 결과로서 나온 예이지만요. 같이 여러 활동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같이 이런 활동을 해보면 좋겠다 해서 결정해요.

Q.서울시립북부병원 상설전의 타이틀인 동그란 작업실의 일상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 수 있을까요?

로: 네, 현재 곽규섭 창작자 분이 혼자 전시 중입니다. 서울시립북부병원은 저희가 4~5년째 함께해오고 있는데요, 저희 활동을 후원해주시고 저희는 정기적으로 가서 환자분들의 초상화를 그려 드려드리거나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창작자분들의 입장에서는 그 활동을 통해서 강사료를 받고 활동을 하고 계시고 그런 개념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는 창작을 일로써 연결하게 하는 활동을 계속하려고 하고 있거든요, 무엇보다 이분들이 자신이 뭔가를 기여할 수 있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기뻐할 수 있는 경험을 가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Q.지금 하고 계신 프로젝트는 서울시립북부병원에서 먼저 의뢰를 주신 건가요?

로:네. 처음에 북부병원에서 뭔가를 해볼까 이야기가 오가던 중에 저희가 여러 제안을 드렸는데 그중 한 가지가 앞에서 말씀드린 함께 그린 풍경과 초상화였고, 현재는 북부병원 외에도 푸르매 제일병원 과 넥슨 어린이병원 명동 지하 광장에 있는 매장에서도 정기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프로젝트 작업 중에 “튤립, 민들레 동산을 가다.”라는 영상은 인상 깊게 보았는데요,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시게 된 배경과 작업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싶습니다.

로: “튤립, 민들레 동산을 가다.”의 원작이 곽규섭 창작자가 만든 키티와 튤립이라는 애니메이션이었어요. 저희가 이 프로젝트를 하게 된 이유 중에 가장 컸던 것은 보통 예술가분들이 매칭해서 도와주고 협업하는 것들은 많이 있었지만. 이분들이 작가로서 해외에 예술가로서 협업할 기회가 없었고 그래서 이런 창작자들끼리 만나서 협업을 하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 애니메이션을 보면 자폐가 있으면 남들에게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서로의 채널이 다를 뿐 키티와 튤립인 캐릭터들은 서로 활발하게 대화하고 인사 나누고 그런 부분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규섭 씨 내면에는 이런 부분이 있지 않을까 알게 되면서 우리가 자폐인의 감정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선입견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Q.로사이드의 멤버와 아티스트들과 함께 지내오면서 그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스토리가 있을까요?

로: 저희가 처음 이곳에 와서 아무것도 없었을 때였어요. 몇몇의 예술과가들과 함께 바닥에 앉아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 하나씩 채워나가던 시기가 있었는데요, 비장애 소년과 침묵 속에서 유리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요. 그게 굉장히 평화롭고 좋고 자연스러운 풍경이란 생각을 했어요. 보통은 우리가 장애인 하면 나와는 관련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같은 공간 안에서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존중하며 조용히 소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래된 일이지만 굉장히 기억에 남아요.

로사이드 외관

로사이드 외관

오래전부터 로사이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기대가 있었기에, 많은 궁금증과 설렘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은 공간의 스튜디오였지만 운영자분들과 창작자들의 상상력과 열정은 그 공간을 넘어 깊이와 넓이를 가늠할 수 없는 곳이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갈 수 있는 아름다움을 착안해 따듯한 시선으로부터 시작된 10년의 발자취를 직접 들을 수 있게 되어 영광이었고 나의 마음 또한 따듯해졌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로사이드의 발걸음을 언제나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