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자 인터뷰] 거실에서도 경기장과 같이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어요


소준일 스포츠 아나운서 “거실에서도 경기장과 같이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어요.”

글 / 강봉구(bonggu91@naver.com)

전 세계 축구인의 축제 2018 러시아 월드컵이 한창인 이때, 거실에서 TV 혹은 방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중계를 시청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현장에서 들려오는 팬들의 함성, 선수들의 기합, 공 찰 때 나는 소리 외에 또 어떤 소리가 들리는가? 바로 캐스터와 해설의 목소리다. 이들 중 중저음에 멋진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 ‘스포츠 캐스터’는 평소 어떤 일을 할까?

소준일 캐스터를 직접 만나 그의 목소리를 통해 대답을 들어보았다.

중계 녹음 중인 소준일 캐스터

중계 녹음 중인 소준일 캐스터 (사진제공 : 소준일 캐스터)

#스포츠 아나운서란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프리랜서로 KBS N 스포츠에서 7년째 일하는 스포츠 캐스터 소준일입니다. 스포츠 중계 외에는 작은 콘텐츠나 외부 행사를 다니기도 하고 이번엔 야구 경기가 아니라 축구로 월드컵에서 여러분 앞에 설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Q. 스포츠 아나운서란 어떤 직업인가요?

A.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방송을 보셨겠지만, 어떤 종목이든 그 방송을 소개해주는 목소리들이 들리잖아요? 그 목소리 중 하나에요. 스포츠 캐스터로서 경기 현장을 계속해서 묘사하면서 지금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달해주고 최대한 현장감 있게 전달을 해주는 게 저희의 모토입니다.

Q. 아나운서님의 일과를 자세히 말해주세요.

A. 기본적으로는 그날 당일 어떤 방송을 하는지, 스케줄마다 시기마다 달라요. 현재 야구 시즌으로 말씀드리자면, 제가 주로 하고 있는 일은 프로야구 종료 이후 이어지는 아이러브베이스볼이란 방송인데요. 보통 평일 기준으로 9시 반에 방송을 시작해요. 4시~5시 사이 회사에 출근해서 스태프들과 하루 일과를 이야기하고 그날 경기들의 키워드나 주요 이슈를 점검합니다. 그리고 식사와 휴식 후에 6시 반부터 피디, 작가와 정리하며 경기를 보고 경기 종료 즉시 생방송을 들어가서 1시간 정도 방송을 합니다. 10시 반~ 12시쯤 방송을 끝내고 간단한 회의 후에 퇴근해요. 집 도착하면 항상 12시가 넘고 집에선 못 챙겼던 뉴스나 경기를 챙겨보고, 일찍 자면 새벽 2시, 늦게 자면 새벽 4~5시 정도에 취침합니다.

생활패턴이 많이 불규칙해요. 현장에 자주 나가는 편은 아닌데, 현장에 프로야구나 다른 종목 중계를 위해 나가면 그들 역시도 늦은 시간 출근, 늦은 시간 퇴근이고 각종 관계자와의 술자리에 참여해야 할 때가 많죠. 다음날 힘든 속을 부여잡고 점심쯤에 일어나서 해장하고 다시 출근하는 경우가 잦아요. 프리랜서가 아니라면 스포츠 중계가 없을 때, 일반 회사원과 같이 서류작업도 하고 사내 행사 준비도 하고 기타 등등 각종 잡무를 하게 되죠.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기까지

Q. 어떻게 아나운서를 하게 됐나요?

A. 저는 학창시절부터 스포츠를 되게 좋아했어요. 제 몸이 좋지는 않아요. 되게 말랐죠? 요즘 살이 좀 찐 건데…  저는 스포츠를 정말 못했어요. 고등학교 체육 시간에 주로 그늘에서 시간을 보내는 친구들이 있죠? 제가 그랬어요. 하지만 스포츠를 너무 좋아해서 축구, 배구, 야구, 프로레슬링 등 안 가리고 전부 다 봤어요. 어릴 때부터 스포츠와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있었어요. 신방과를 전공하며 군 전역 후에, 나는 뭘 하면 재밌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그때 당시 게임을 할 때, 특히 축구 게임을 하며 친구들과 떠드는 것이 재밌었거든요. 그럼 스포츠 아나운서를 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어요. 그날 바로 아나운서 학원을 등록했고, 그때가 2009년 가을 25살이었습니다.

Q.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하나요?

A. 스포츠 캐스터는 매우 좁은 영역이에요. 방송 진행자(아나운서)가 더 큰 영역이겠죠? 아나운서를 독학으로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요. 학원에 다니며 아나운서의 기본을 배우는 것도 있고, 처음부터 지상파 SBS, MBC, KBS 같은 지상파 시험을 쳐서 붙는 게 흔치 않아요. 그럴 땐 작은 지방방송이나 케이블에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해요. 작은 방송국은 공채가 안 나고 추천을 받아서 간단한 시험을 보고 뽑기도 하는데, 그 추천 루트를 학원에서 받아요. 그래서 아나운서 준비를 하며 학원을 2~3개 정도를 다니는 준비생도 많아요. 그만큼 경제적 부담이 심하고, 그렇다고 자신의 목표까지 가는 분들도 많지 않아요. 건강한 시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Q. 학원에서는 무엇을 배우나요?

A. 아나운서 학원에서는 기본적인 발성, 발음, 톤을 잡고, 내가 가지고 있는 음색과 가장 맞는 방식을 찾아서 고민하는 등 기술적인 것들을 배워요.

Q. 아나운서님의 취업 준비 과정은 어땠나요?

A. 저는 취업 준비를 3년 했는데요. 아나운서 취업 준비 1년 반, 그리고 일반 회사라든지 다른 방송 직군 지원, 인터넷 방송 축구 중계를 하며 1년 반 정도 보냈어요. 실제로 아나운서 학원에 다닌 기간은 1년이었고 학원 3개를 다녔어요. 스포츠 아나운서를 준비하며 몇 군데 지원한 회사에서 모두 떨어져서 거의 포기 상태였는데,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KBS N 스포츠에 붙어서 지금의 스포츠 아나운서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어요.

 

#스포츠 아나운서를 하며

Q. 일을 시작하고 보람을 느낀 적 있나요?

A. TV 속에서 봤던 사람들과 일단 같이 일하는 것 자체가 되게 뿌듯한 일이죠.

Q. 연예인이요?

A. 연예인 말고요.(웃음) 스포츠 방송이기 때문에 연예인들은 거의 오지 않고요. 대신 저는 스포츠 방송 팬이었기 때문에 TV를 통해 봤던 아나운서, 해설자, 선수들과 함께 일하고 방송하며 대화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저는 성공한 덕후라고 생각해요.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 하고 싶었던 것 중에서 가장 큰 것이 엘 클라시코(스페인 명문 클럽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축구 경기로, 전 세계 10억 명 이상 시청) 경기 중계였어요. 엘 클라시코를 중계하고 이 일을 시작하며 하나 정도는 내 이름을 남길 것이 생겼구나 생각을 했을 때 뿌듯했어요.

Q. 일하며 힘들었던 것이 있나요? 있다면 어떻게 극복했나요?

A. 야구 방송을 하면 1주일 중 6일을 일하고, 쉬는 날도 월요일이에요. 평범한 일을 하는 사람들과 쉬는 시간이 너무 달라요. 매일 같이 똑같은 일상의 반복인데, 사람들을 볼 수 없으니 외부 생활과 단절된 기분이에요. 몇십만 명이 보는 방송에서 제 목소리로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방송이 끝나면 정작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은 없는 거예요. 이게 되게 슬픈 거거든요. 막차 타고 집에 갈 때, 사람들 다 피곤해서 뻗어있는데 혼자 깨어있으면 가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올 때가 있어요. 항상 그럴 때가 중간중간 있었는데, 지금은 무뎌진 느낌도 있고, 극복하는 방법은 별것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 같아요. 집 가서 음악 듣고 게임을 하며 스트레스 풀고, 일이 별로 없을 때는 여행 가는 것을 좋아해서 여행 가며 스트레스를 풀어요.

Q. 이렇게 힘든데 이 일을 계속하고 싶나요?

A. 네. 저는 하고 싶어요.

Q. 계속하고 싶은 이유는요?

A. 저를 시청해주시는 분들의 응원과 관심 때문인 것 같아요. 방송을 잘 했을 때 좋은 반응이 오고, 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글을 써주고 성원이 오면 그때가 가장 짜릿해요. 일하면서 힘든 점들이 많은데 사실 이런 관심과 응원들이 힘 나게 해줘요. 일 자체가 저에겐 너무 재밌고 놀이 같은데 거기다 사람들이 좋아해 주니까 더 힘이 나요.

Q. 연봉은 얼마인가요?

A.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제가 하는 방송의 수, 시간, 기간에 따라서 일정하지 않아요. 수입을 특정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것 같고, 못 벌 때는 생계가 걱정될 정도로 못 벌고, 잘 벌 때는 이 돈을 어떻게 쓰지? 싶을 정도로 많이 받아요. 이 정도로 답변이 됐으면 좋겠네요.

Q. 스포츠 아나운서로서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나요?

A. 가장 기본은 시청자들에게 현장을 잘 묘사하고 전달하는 거죠. TV로 경기를 보는 사람들에게도 마치 경기장에서 보는 것처럼 현장감을 느끼게 해주고,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도록 다 설명해 주는 것이 스포츠 캐스터의 일차적인 책무라고 생각해요. 어떤 정보를 전달해준다든지, 선수, 팀의 가십, 역사 등은 당연히 말해줘야 하고 중요하지만 가장 기본은 현장과 화면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옆 해설자와 말을 많이 하며 편하게 해주고,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잘 끌어낼 수 있게 유도를 해줘야겠죠. 이것이 가장 좋은 캐스터라고 생각해요.

Q. 스포츠 캐스터와 잘 맞는 성향은 무엇인가요?

A. 일단 정신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힘들거든요. 진짜 힘들어요.

Q. 어떤 게 힘들어요?

A. 버티는 게 힘들어요. 불투명한 미래, 좀처럼 오지 않는 기회, 생각보다 적은 인지도와 수입 등등 힘든 것들이 정말 많은데, 이 모든 것들을 직시하고도 이 일이 재밌으니까 그래도 난 이 일을 할 거야 하는 사람이 좋을 것 같네요. 쉽게 지칠 수 있는 일이라 체력이 좋고 자기관리를 잘하는 사람이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모든 직장과 마찬가지겠지만 방송은 혼자 만들 수 없어요. 물론 유튜브 같은 1인 방송이 많아지긴 했지만, 그런 곳이 아니라면 피디, 작가와 많이 부딪히며 일을 해야 하므로 사교적이고 능동적인 사람들이 조금 더 유리할 것 같네요.

Q. 그럼 아나운서님과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 직업을 추천해주고 싶나요?

A. 분명 매력적인 직업이에요. 하지만 함부로 추천은 못 드리겠어요. 너무 힘드니까…  일단 되는 게 힘들어요. 예컨대 제가 어떤 지상파 방송국에 지원했을 때 남/여 아나운서 각각 1명씩 뽑는데, 남자 아나운서 500명 여자 아나운서 2000명이 지원했어요. 이만큼 좁아요. 빛나는 사람들은 분명 있지만 발도 못 담가 보는 사람도 엄청나게 많거든요. 함부로 하라고 말씀은 못 드리겠으되 재미있는 직업은 분명하고 꿈이 있다면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요. 다만 플랜 B는 가지고 준비를 했으면 좋겠어요.

Q. 스포츠 아나운서로 활동하면서 다른 계획이나 목표 있나요?

A. 어려운 질문이네요. 이번에 월드컵 프로젝트를 하기로 하면서 또 하나의 목표를 이룬 것이긴 해요. 물론 현지 중계가 아니라 아쉽지만. 월드컵이나 올림픽 중계를 어떤 분야로든 맡아 보고 싶은 생각은 있고요. 또 스포츠 말고 다른 방송이나 여행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긴 해요. 현재는 그냥 재밌게 살고 싶어요. 이것저것 하다 보면 재밌을 것 같고,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길이 풀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Q. 마지막으로 스포츠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A. 힘들 겁니다. 진짜 힘든 길이 될 거예요. 일반적인 아나운서와는 다르게 스포츠 아나운서는 TO가 아주 적어요. 스포츠 아나운서에 대한 꿈을 키우시되, ‘나는 스포츠 아나운서가 아니면 안 돼’라는 생각은 버리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어느 TV프로에서 ‘내가 예전에 만났던 사람이 있었는데, 열 개 중에서 아홉 개를 가진 사람이었다. 너무 완벽했는데 딱하나, 타이밍이 없었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생각나네요. 나는 너무 잘할 수 있고, 완성됐는데 뽑지를 않아서 나이가 점점 들고, 다른 젊은 경쟁자들이 생기며 나의 기회가 줄어드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요. 현실적인 부분을 충분히 고려하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마냥 희망만 드리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아요. 그러기엔 문이 너무 좁아요. 대신 궁금하신 것이 있거나 조언이 필요하다는 것들은 저에게 연락을 해주시면 개인적으로 얼마든 조언을 해드릴 수 있어요. 실제로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주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분들에게도 부족하나마 답변을 해드리고 만나서 차 한잔하면서 얘기해본 적도 있고요. 사실 선배들은 찾아오는 후배들을 거절하진 않아요. 근데 후배들이 선배를 찾아가는 것이 힘들잖아요. 저도 선배들 찾아가는 것 힘들거든요. 무슨 마음인지는 아는데, 용기를 내어서 말을 걸고 손을 내민다면, 거절하는 선배는 별로 없을 거예요. 어디서든 건투를 빌겠습니다.

*본 기사는 현직자로 구성된 멘토링 모임 ‘굿브라더’의 멤버를 인터뷰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