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자 인터뷰] 성(性)을 마주해서 얘기하는 사람들, 성 전문가


 자유롭고 주체적인 우리의 섹슈얼리티를 위해!

글 작성 및 편집 / 김두경 (libarte@naver.com)
사진 촬영 및 취재 보조 / 류으뜸 (frindb@naver.com),
전주엽 (maluyoung@naver.com)

 누구나 마음속에 성(, Sexuality)에 대한 궁금증 하나쯤은 가지고 있잖아요? 하지만 관심이나 고민이 있어도 말하기 쑥스럽고 불편할 수 있어요. 저도 그렇고요. 그러다 보면 생각이나 감정을 나누지 못해서 혼자 판단하고 오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안전하면서 자유롭게 성을 배우고 나눌 수 있을까요?
 그래서 여러 사람을 만나 성을 얘기하는 현직자! 성 전문가 김민영 님, 이석원 님을 만났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어떤 이야기인지 살펴볼까요?

 

[현직자 소개]

성 전문가 이석원 님(좌), 김민영 님(우)이 질문에 답하는 모습. 자주스쿨 공동대표

성 전문가 이석원 님(좌), 김민영 님(우)이 질문에 답하는 모습, 자주스쿨(JAJUSCHOOL) 공동대표

Q.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와 하시는 일 소개 부탁드려요.
김민영(이하 으로 표기): 자주스쿨(JAJUSCHOOL) 대표, 성 전문가 김민영입니다.
저는 성 상담, 성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자주스쿨 밖에서는 일반 심리상담과 상담학 관련 강의도 하고 있고요.
이석원(이하 로 표기): 머리는 차가우나 가슴은 따뜻한 남자! 자주스쿨 대표이자 성교육 전문가 이석원이고요.
저는 성교육 강의를 합니다. 요즘에는 진로 교육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구보건복지협회 강사로 *인구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인구교육
 : ‘국민이 저출산 및 인구의 고령화 문제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결혼·출산 및 가족생활에 대한 합리적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저출산 고령사회기본법 제7조의2(인구교육)라는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시하고 있음.

 

Q. 자주스쿨을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 자유롭고 주체적인 나의 섹슈얼리티(Sexuality)를 위한 학교입니다. 섹슈얼리티에는 성 지식, 성 가치관, 행동, 태도 등 모든 것이 있죠. 성이든 진로든 나만의 색깔이나 주체성이 없으면 타인에게 물들어갈 수 있어요. 그래서 자주스쿨은 자신만의 주체성을 바로 세우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성은 전 생애에 걸쳐서 체화되어야 합니다. 즉, 사람에게 전 생애에 걸쳐 성교육을 진행해야 한다는 뜻이죠. 인간의 발달과정마다 다른, 각각의 발달과정에 맞는 성교육이 필요하죠. 그래서 자주스쿨은 유아부터 노년까지 전 생애에 걸친 성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과의 만남과 끌림

Q. 김민영 대표님은 청소년학, 복지학을 전공하셨어요. 성에 유독 끌렸던 계기가 궁금해요.
: 저는 어릴 때부터 성에 관심이 있었고 성 에너지가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2003년에 대학에서 청소년 성교육이라는 과목을 수강했죠. 그때 저의 인생에서 좋지 않았던 기억과 사건들, 저에게 영향을 주었던 것들이 교육 내용과 딱! 매칭(matching)됐어요. 그래서 ‘아, 이게 내가 가야 할 길이다.’라고 생각하게 됐죠.
이후 제가 복지관에서 청소년지도사로서 청소년을 만나면서 더욱 그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복지관에서 일할 때 부모의 이혼으로 아빠와 둘이 사는 여자아이를 만났어요. 유심히 보니까 그 여자아이가 생리할 때마다 계속 옷이 젖더라고요. 알고 보니 아이가 생리대를 잘못된 방법으로 썼던 거예요.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랐고 주위에 물어볼 사람이 없었던 거죠. 이런 걸 보면서 청소년 중에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을 모르는 아이도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러면서 ‘내가 청소년지도사로 있는 것도 의미 있겠지만 더 적극적으로 행동해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사)푸른아우성 구성애 선생님을 찾아가서 성교육을 공부했어요.
지금 제가 10년 차거든요. 근데 지금 보면 ‘아, 모든 게 계획적이었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어릴 때 저에게 있었던 일, 우연한 전공 선택이 다 연결이 됐던 거죠. 2003년부터 제 꿈이 딱 하나였어요. 우리나라 최고의 성교육 강사!

 

Q. 이석원 대표님은 체육학을 전공하셨어요. 이후 2014년부터 열정 대학에서 **섹스학과를 직접 개설해 운영하셨죠. 그때가 성교육과 첫 만남이었나요? 그때 성교육에 유독 끌렸던 계기가 궁금해요.
: 그렇죠. 2014년에 열정대학 섹스학과에서 사람들과 성에 관한 공부를 시작했어요. 이렇게 재미있고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저도 변했고 저를 만났던 사람들이 변하기 시작했어요. 저는 그 변화의 힘으로 강사까지 오게 된 것이죠. 제가 그때 섹스학과에서 김민영 대표님에게 인터뷰와 강의를 부탁드리기도 했어요. 그렇게 대표님을 만나 인연을 맺게 됐죠.
**섹스학과
: 토의와 발표로 ‘성을 배우고 나누며 자신만의 성 주체성을 위해 공부’하는 학과. 열정대학 인터뷰에 따르면 이석원 대표는 ‘성을 잘 모르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고, 성교육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라고 학과 개설 동기를 밝혔음. 학생 200여 명, 강의 100회 이상으로 12기까지 진행됐음.

 

Q. 그렇다면 만났던 사람들과의 경험이 좋았기 때문에, 성교육에 더 끌렸다는 말인가요?
: 그렇죠. 사람들의 변화가 힘이었죠! 저희는 강의하고 나면 강의 감사 후기를 자주 받아요. 그걸 보면 사람들의 변화가 있어요. 부모 성교육을 했다면 제가 오늘도 ‘강사님 덕분에 아이들과 원만하게 지내게 됐어요. 행복합니다.’라고 문자 피드백을 받았어요.
저번 주에 제가 부모 성교육 강의를 했는데요. 20대 젊은 여성분이 참가했어요. 아이들의 어머님이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셨는데, 양육하는 고모님이 대신 강의를 들으러 오신 거예요. 저는 진짜 그분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분은 강의 후에 카카오톡으로 제 강의 내용을 빼곡히 적은 내용과 함께 ‘덕분에 긍정적이고 건강한 성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라고 감사 후기를 보내주셨어요. 온몸에 감동과 행복이 솟구치는 순간이었죠. 저는 이런 감사 후기를 볼 때마다 참 뿌듯해요. 저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변화가 있었기에 제가 이 일을 하는 거예요.

 

[현직자 경험 및 조언] # 성 전문가로 지내며

Q.성교육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었나요?
: 성은 근원적이죠. 제가 철학 공부를 좋아해요. 우리가 항상 ‘나는 누구인가?’, ‘왜 나는 사는가?’라고 생각하죠. 삶은 자기가 선택한 게 아니라 주어진 거잖아요? 성도 부모님의 관계로 인해 나에게 주어진 거고요. 그렇다면 ‘이 삶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그게 바로 저의 가치관이자 성 가치관이에요. 성 가치관에 따라 어떻게 살 것인지 결정되는 것 같아요.
저는 항상 성교육 강사가 사람의 생명까지 살릴 수도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성은 자존감과 연결되어있기 때문이죠. 정말 한 명의 말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고 교육에 임하고 있습니다.
: 성이 없으면 인간이 존재할 수 없는 거잖아요? 저는 강의 때 ‘성은 인간 존재 자체다’라고 얘기해요. 성교육은 인간 존재 자체를 다루고 있어요. 인간의 존재와 관련된 성에 대해 많은 사람이 자유로워지고 주체적으로 되면 좋겠다고 많이 생각했어요. 그 방법이 성교육이라고 생각했고요.
실제로 저는 성 상담을 하면서 성에 대한 고민이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요. 그만큼 부부, 가족, 개인에게도 성은 빠뜨릴 수 없는 핵심 주제라고 생각해요. 그런 성을 어디에서 제대로 가르쳐 주지도 않아요. 어디에 가서 ‘나 성 고민 있어’라고 함부로 말할 수도 없죠. 이런 부분이 매력적인 거죠. ‘누구나 알고 싶지만,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는’ 학문이잖아요?

 

Q. 일하면서 보람이나 뿌듯함을 느낀 적이 있을까요?
: 저는 부모 성교육을 하면서 보람이나 뿌듯함을 많이 느꼈어요.
저는 아기를 어떻게 가지게 되느냐를 세 가지로 얘기합니다. 성관계, 인공수정, 입양이죠.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입양이에요. 그래서 입양을 반드시 성교육에서 설명해요. 얼마 전에 부모성교육을 했어요. 그 강연에 참석한 학부모님께서 제 강의를 듣기 얼마 전에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아신 거예요. 제가 강의에서 ‘입양 당한 아이가 버려진 아이가 아니라 지켜진 아이죠. 살아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소중해요.’라고 얘기했거든요. 나중에 학부모님이 ‘강의 듣기 전까지 자존감이 굉장히 낮았다. 근데 강의를 듣고 내가 버려진 게 아니라 지켜진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라고 하셨어요. 그날 강의 듣고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셨죠. 자신의 두 아이에게 그 얘기를 해주겠다고 하셨죠. 정말 이렇게 감동하는 사례가 많아요.
어르신 대상 성교육에서 섹스토이 강의를 했어요. 한 남성 어르신이 86살 넘게 몰랐던 성에 대한 만족감을 알게 됐다고 큰 깨달음을 줘서 고맙다고 하셨어요. 지금도 그분은 건강하게 발기도 되고 성관계하실 수도 있거든요. 우리는 어르신들이 성관계를 못 할 거라는 큰 착각을 하잖아요? 전혀 아니라는 거죠.

 어르신 성교육 활동 현장(2017. 10. 11, 18), 이석원 님 (출처: 자주스쿨 공식 블로그)

어르신 성교육 활동 현장(2017. 10. 11, 18), 이석원 님 (출처: 자주스쿨 공식 블로그)

: 저도 어르신들이 많이 기억나요. 70·80대 여성분은 억압도 많이 받고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에 노출된 경험이 많았어요. 예를 들면, 남편이 하자고 하면 아파도 참고했었던 이야기, 좋은지도 모르고 그냥 의무적으로 했던 이야기를 주로 하셨어요. 제가 ‘그건 사실 폭력이었다.’라고 얘기했죠. 어르신들은 죽기 전에 이런 이야기들을 누구한테 할 수 있을 거라고 상상도 안 해봤는데 교육을 통해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고 나니 가슴이 시원해졌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어르신들의 인생 얘기, 성에 대한 고민을 들으면서 여러 가지 감정을 느꼈죠. 안타깝고 마음 아팠지만, 마지막엔 이 일을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청소년들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앞으로 노력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을 때 뿌듯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또, 한 명 기억나는 사람은 고등학생이었어요. 공공화장실 불법 촬영 가해자였죠. 학생의 아버지가 오셔서 도와달라고 하셨어요. 아이의 아버지께서 울면서, ‘어느 곳에서도 우리 아이를 도와주려는 곳이 없었습니다. 가해자는 상담해줄 수 없다고 말하며 거절했어요. 우리 아이가 잘못한 건 인정합니다. 잘못에 대한 대가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전문기관에서 도와주고 기회를 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명확히 말하지만 저는 성범죄자를 옹호하지 않아요.
그러나 인권의 측면에서 봤을 때 가해자들이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새롭게 살도록 한 번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해자 개인을 비난하면서 벼랑 끝까지 밀어버리고 사회에서 격리해서 다시는 적응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제일 나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가해 학생에게 개인상담과 성교육을 진행했어요. 학생은 상담과 교육을 통해서 자신이 피해자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었는지, 잘못된 성 가치관을 가졌는지 알게 됐다고 했고요. 저는 사회에서 손가락질 받는 분들을 만났을 때 더 사명감이 생겨요. 이 사람들 한 명 한 명을 만나고 이 사람들이 교육과 상담을 받고 다시는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새로운 삶을 살도록 하고 싶어요. 잘못한 사람이 대가를 치를 수 있게 처벌의 시간과 자신의 잘못을 생각할 시간을 주고 피해자에게 잘못에 대한 인정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피해자의 마음도 조금이나마 해소되고 힘이 생겨요. 잘못한 사람이 사과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거잖아요. 그리고 이런 방법이 더 나아가 사회구조가 변하는 거로 생각합니다. 저희가 도울 수 있다면 관련된 활동도 하고 싶습니다.

 

Q. 성교육이나 성 상담 일을 하는 데 있어 어떤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 저의 장점은 세 가지예요.
첫 번째, 재미가 있습니다. 재미가 있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어려웠던 성을 친근하고 쉽게 설명해요. 두 번째, 흥미가 있습니다. 재밌으니까 청중들이 점점 흥미가 생겨 점점 몰입합니다. 100명이든 1,000명이든 사람을 제 강의에 집중하게 하죠. 세 번째, 의미를 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강의를 하는 이유는 성교육을 통해 ‘의미’를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특히 성(性)을 사랑, 생명, 기쁨이라는 관점에서 유익하고 긍정적으로 설명합니다.
: 저의 장점은 두 가지예요.
 첫 번째, 전문성입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인간 자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스스로 깊이를 더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상담을 공부했어요. 성에는 심리적인 측면이 많기 때문이죠. 상담학을 공부하고 상담사로 일하면서 쌓인 실제 상담사례 덕분에 그전보다 강의에서 더 풍성하게 소통할 수 있었어요. 성교육을 들으러 온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사례를 들으며 더 집중하고요.
두 번째, 중립성입니다. 저는 어떤 상황이나 사람을 볼 때 양쪽 이야기를 다 들으려고 노력해요. 섣불리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충분히 지켜보고 꼭 필요할 때 말하려고 노력해요. 하고 싶은 말을 참고 상황을 지켜본 후에 꼭 필요할 때 말하는 것도 전문가가 가져야 할 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Q. 실무 중에 구체적으로 어려웠던 부분이 있을까요?
: 모르는 사람에게 ‘섹스하자’, ‘섹스 몇 번이나 해봤느냐?’ 등 성희롱을 많이 듣습니다. 톡과 전화로 ‘왜 내 연락을 안 받아주느냐’고 협박하는 분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강의에서 맥락적 사고 없이 본인이 불편하다고 SNS에 함부로 올리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저를 보면서는 대 놓고 못 하고 꼭 뒤에서 혐오 발언을 하는 분도 있었죠. 처음에는 밉고 속상했지만, 이제는 이런 사람들과 ‘어떻게 서로 소통할 수 있을지’도 강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결과적으로 성교육 강사가 되면서 인간관계 맺기가 어렵다고 느껴요. 때로는 사람들 만나기가 무서워요. 강사로서 굉장히 모범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걸 지키기 무척 힘든 것 같아요. 우리 강사도 똑같은 사람이라 때로는 실수와 잘못을 할 수도 있거든요. 남한테 뭐라고 하기 이전에, 항상 저부터 잘하고 있는지 반성하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 강사라는 직업은 긴장하고 살아야 하는 직업이에요. 왜냐면 강사는 매번 다른 대상들, 꽤 많은 사람과 약속이 있는 거기 때문에 성실해야 하거든요. 특히 지방 강의 갈 때는 거의 전날 잠을 못 자요. 늦잠을 잤거나 기차를 놓치게 됐다면 정말 아찔하죠. 매일 직장 출근하는 사람은 어쩌다 한 번 늦잠 자서 지각할 수 있잖아요? 그러면 ‘사람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이해할 수 있죠. 하지만 강사는 그렇게 이해받을 수가 없어요.
그리고 공부와 강의를 하려면 체력도 좋아야 해요.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자기관리를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이죠.

 

Q. 그렇다면,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요?
: 저와 함께하시는 김민영 대표님과 문성은 선생님의 따뜻한 격려와 조언, 저를 통해 변했던 사람들의 응원 덕분에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게 됐습니다. 이 사람들이 저에게 가장 큰 힘이 돼요. 정말 제가 잘했던 일이 김민영, 문성은 선생님과 함께한 거예요. 서로의 어려움을 속 시원하게  얘기할 수 있는 선생님들 덕분에 행복합니다. 항상 제 부족감과 든든함을 느끼며 공부하게 되고요.

 '찐한 수다회 성인특강'(2017.12.22)에 이석원 님, 문성은 대표 강사님, 김민영 님(왼쪽부터)

‘찐한 수다회 성인특강'(2017.12.22) 활동 현장. 이석원 님, 문성은 님, 김민영 님(왼쪽부터) (출처: 자주스쿨 공식 블로그)

 '제4회 커플런 행사 부스 활동'(2018.04.07.)에 문성은 님, 이석원 님, 김민영 님(왼쪽부터)

‘제4회 커플런 행사 활동'(2018.04.07.) 현장. 문성은 님, 이석원 님, 김민영 님(왼쪽부터) (출처: 자주스쿨 공식 블로그)

: 강사로서 일하면서 고민이 생기고 소진이 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같이 얘기해요. 예를 들어, 저희가 워크숍을 하면 맛있는 거 사 먹으며 충전하고 근처 호텔에서 셋이 밤새 대화를 많이 해요. 강사로서의 정체성이나 한계점, 사회적 이슈, 자주스쿨의 성장 논의뿐 아니라 사적인 고민 얘기도 많이 하죠.

 

Q. 활동하는 한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가치가 있을까요?
: 제 생활이나 가치관과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들이 일치할 때 정말 좋더라고요. 그래야 편하고 만족스러워요. 그래서 저부터 자유롭고 주체적인 사람이 되어서 그 가치를 사람들에게 온전히 전해주고 싶어요.
: 남들에게 말하기 전에 저부터 ‘언행일치하고 있는가?’를 돌아봐요. 100% 일치하는 사람은 없죠. 그래서 무엇보다 ‘내가 노력을 하고 있는가?’가 정말 중요해요.
결론적으로 왜 성교육을 하느냐고 묻는다면? 단 1%라도 세상과 주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전하기 위해서예요.  제 핵심가치가 즐거움이거든요. ‘정말 좋은 가치관을 전하고 있는가?’ 어떤 일보다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이 가치관이 맞기 때문에 성교육을 하는 것이지 맞지 않았으면 견딜 수 없었을 거예요.

 

# 성 전문가의 준비

Q. 자주스쿨 블로그 성교육강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글에 우리나라에 성교육 강사를 하는 데 필요한 국가 자격증은 없다.’라는 글을 봤어요. 성교육 강사가 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 저 같은 경우는 맨땅의 헤딩이었어요. 성교육 강사가 되려면 어떻게 할지 몰랐거든요. 그래서 저는 열정대학에서 섹스학과를 만들어 1년 동안 함께 공부하고 열 명 넘게 전문가 인터뷰를 했죠. 그리고 열정대학 안에서 직접 섹스학개론이라는 성교육 강의를 열었어요. 사람들이 강의를 잘 들었어요. 이것이 계속 연결되어 지금과 같이 강의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알려진 성교육 기관 서너 곳에 들러, 강사 과정을 공부했습니다. 성교육 활동을 SNS에 꾸준히 작성하고 알리다 보니 입소문이 많이 났어요. 그래서 강사 활동을 하게 되었죠. 그렇게 저는 꾸준히 성장하며 나아갔어요.

 

Q. 요즘 인터넷에 잘못된 성 정보가 많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성교육에서 신뢰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성교육을 공부하셨을 때, 신뢰할만한 자료를 어떻게 찾았나요?
: 저는 성 관련 최신 논문이나 책에서 많은 정보를 얻었어요. 예를 들면, 처음엔 경향신문사의 ‘인간의 성’(Human Sexuality)이라는 오래된 책에서 많은 도움을 얻었죠. 근데 공부하다 보면 외국 자료가 많은데 우리나라 자료는 거의 없는 게 안타까웠어요.
: 우리나라에 성에 대한 신뢰할 만한 자료가 부족해요. 그래서 저는 성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배우는 과정을 만들려고 해요. 진짜 믿을 수 있는 성 전문가 과정을 만들고 싶어요. 뭐,  토익은 해ΟΟ 토익이 유명하잖아요? (웃음)

 

Q. 아, ‘성교육은 자주스쿨!’ 같은 건가요?
: 네, 그렇게 하고 싶어요. 믿을 만한 전문가, 기관이 되어서 여기에서 배우는 성교육은 믿을 만하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왜냐하면, 훈련이 덜 된 강사가 생각보다 많거든요. 근데 안타까운 건 믿을만한 강사인지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는 거예요. 구분하려면 국가자격증이나 믿을만한 소수의 전문 기관에서 발급하는 민간자격증이 있어야 해요. 자격이 있는 사람이 믿을 만한 성교육 강의를 해야 하는 거잖아요? 잘못된 정보나 협박하는 식으로 강의하는 분들도 있거든요. 그럴 땐 저희는 같은 전문 강사로서 자존심이 상해요.

 '자주아카데미 1기 1주 차'(2018.07.07), 이석원 님

‘자주아카데미 1기 1주 차'(2018.07.07) 활동 현장. 이석원 님 (출처: 자주스쿨 공식 블로그)

 '자주아카데미 2기 2주 차'(2018.09.08.) 김민영 님과 참가자들의 소통

‘자주아카데미 2기 2주 차'(2018.09.08.) 활동 현장. 김민영 님 (출처: 자주스쿨 공식 블로그)

Q. 그렇다면 성 전문가가 되고 나서 강의 준비를 위해 어떻게 공부하세요?
: 최신 논문과 책을 많이 읽으면서 공부합니다. 그리고 자주스쿨 강사 단체 대화방에 성에 관해 업데이트된 연구와 정보, 사회적 이슈 변화, 기사, 관심 있는 책 등 어떤 주제를 공유하고 함께 공부하죠. 우리는 사람마다 관심 분야가 조금씩 달라요. 저는 성이나 인간 심리, 이석원 대표님은 성의 본질과 인성, 문성은 대표 강사님은 젠더(gender)예요. 그래서 꾸준히 공유하면서 공부해서 더욱 도움이 되죠.
강사의 말 한마디에는 진짜 무거운 책임이 따르거든요. 얼마나 자기계발과 준비를 많이 하느냐에 따라서 강사 경력이 오래갈 것인지, 아니면 반짝하고 없어질 것인지 결정되는 것 같아요.
: 그래서 저희는 매일 강사들끼리 어떤 주제에 관해 토론을 엄청나게 많이 해요. 주장에 대한 근거를 서로 대면서 토론하죠.

 

Q. 일주일에 어느 정도 일하세요? 일종의 노동시간이 궁금해요.
: 저희는 단순히 강의와 상담만 하지 않아요. 개인적인 공부도 해요. 예를 들면 저는 요즘 새벽에 5, 6시에 일어나서 공부해요. 공부와 강의를 다 합치면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이에요. 제가 강의를 많이 하는 경우엔 하루 6~8시간 하는데요. 올해 연말에는 주말까지도 쉼 없이 강의하고 있어요.
직장인들도 9시 출근해서 6시 이후 퇴근하거나 야근을 하잖아요? 강사들도 직장인처럼 살아남으려면 그 이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강사라는 직업을 강의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노동시간보다 돈을 많이 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강의를 준비하려면 몇 날 며칠 고민해야 할 때도 있어요. 노동 시간은 몇 시간 안 될 수 있지만, 그 노동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많죠. 수면 시간 빼고 거의 관련된 생각과 일을 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 성 전문가의 바람

Q. 소통하고 안전한 성문화에 관심이 있어요. 요즘 사회 속에 성 관련 갈등이나 폭력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우리가 공감과 이해의 방향으로 나갈 수 있을까요?
: 저희의 목표 중 하나는 ‘마주하고 얘기하자.’예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익명으로 치고받고 하기보다는 면대면으로 만나 진실한 소통을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직접 운영해본 결과 만족할만한 변화와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이렇게 건강하게 말하는 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요즘 여, 남 간의 혐오 문제가 심해지고 있잖아요. 앞으로 더 심해질 수도 있으므로 더 문제 제기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문제 해결을 위해 움직일 때입니다.

 자주스쿨 고품격 성 토크쇼 ‘섹‘s 포유’ 2회 현장(2018.05.19.) 토크쇼는 오프닝, 전문가 강연, 참가자 조별 토크, 전문가와 함께하는 자유 토론 등으로 구성.

자주스쿨 고품격 성 토크쇼 ‘섹‘s 포유’ 2회 활동 현장(2018.05.19.), 김민영 님, 문성은 님 (출처: 자주스쿨 공식 블로그)
토크쇼는 오프닝, 성 전문가 강연, 참가자 조별 토크, 전문가와 함께하는 자유 토론 등으로 구성됨

Q. 성교육의 배움이 언제나 행동으로 연결되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전과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성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 네, 앎이 삶으로 연결되기 어려울 수 있죠. 사실 그러니까 성교육이 더 중요해요. 실전이 중요하지만, 공부 없이 실전하면 안 되잖아요? 성 전문가의 역할은 다 바꾸자는 게 아니라 성교육을 통해 생각할 거리를 주는 거예요. 적어도 ‘내가 하는 게 안전한가?’ ‘내가 생각 없이 하는 건 아닌가?’ 생각하게 할 수 있죠.

 

Q. 앎이 삶으로 이어지도록 자주스쿨에서 실제로 구상하는 교육이 있나요?
: 그래서 제가 갈급한 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성교육이었어요. 열정대학 섹스학과 때도 실제적인 교육이 많았어요. 무엇보다 발표와 토의식 성교육을 했죠. 모두 과제를 하고요. 예를 들면, 자신의 성기 관찰하기, 콘돔·피임약·생리대·임신테스트기 사기, 병원에서 성 건강검진 받기, 성 역할극 하기, 성인용품점 다녀오기, 섹스토이 사용해보기, 우리만의 책 만들기 등이 있었어요. 단순히 말만 하지 않고 실질적인 교육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자주스쿨은 이런 실질적인 경험과 공감의 교육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자주 아카데미 2기 2주 차'(2018.09.08.) 이석원 님(왼쪽 끝), 김민영 님(오른쪽 끝).

‘자주 아카데미 2기 2주 차'(2018.09.08.) 활동 현장. 이석원 님(왼쪽 끝), 김민영 님(오른쪽 끝) (출처: 자주스쿨 공식 블로그)

Q. 성 전문가로서 앞으로 목표나 계획이 있을까요?
: 성 전문가 과정을 체계화하고 싶어요. 성 전문가는 상담, 교육, 치료를 다 할 수 있는 사람이거든요. 그렇게 따지면 우리나라에는 성 전문가라는 개념이 없어요. 그래서 저는 성 전문교육 강사, 성 전문상담사와 이 두 가지를 다 하는 성 전문가까지 만들 거예요! 누군가 원하면 과정을 선택해서 배우고 훈련을 받도록 하는 거죠. 훈련감독관급의 성 전문가에게 지도받을 수도 있고요. 이렇게 해서 정말, 이 직업이 사회에 이바지하고 그 가치를 인정받았으면 좋겠어요.
현재 교수직 준비도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적어도 한 학기에 성교육 교양 과목을 필수 이수하도록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고요. 동시에 자주스쿨이 기업으로서 사회공헌활동을 하면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관이 되도록 노력해야죠. 그래서 파급력 있는 기관대표로서 정부에 시스템 제안을 넣고 싶어요.

 

# 성 전문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Q. 이 업무를 원하는 분들에게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 저는 성교육을 인성교육이라고 말해요. 영화 ‘킹스맨’의 ‘매너(Manners)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명대사를 성에 접목해서, 저는 ‘성교육(Sexuality)이 사람을 만든다’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선 자신부터 좋은 인성을 갖추는 게 중요합니다. 스스로 이런 질문을 자주 했으면 좋겠어요. ‘나는 좋은 사람인가?’, ‘좋은 인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나?’ 좋은 인성과 실력을 갖추고 있으면 무엇이든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갑니다. 누구나 성에 재미나 흥미를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이 분야에 문을 두드릴 수 있죠. 하지만 그전에 좋은 인성을 갖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저부터 좋은 인성을 가지려고 노력하겠습니다.
: 이 일은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자기가 이 일을 ‘왜 하고 싶은가?’, ‘왜 해야만 하는가?’ 이런 질문에 고민을 많이 해야 해요. 그리고 열심히 훈련해야 해요. 누군가 얘기를 들어주거나 내 생각을 전달하려면 내가 먼저 훈련이 돼야 하거든요. 혹시라도 쉬운 길이라고 생각한다면 다른 길을 알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내가 이 일을 하고 싶고 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못 갈 길은 아니에요. 그렇다면 다른 어떤 직업보다도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성 전문가는 지식 전달이 아닌 사람과의 만남에서 인성, 가치관, 마음의 변화를 전하는 직업 같습니다. 나와 함께한 사람이 행복하게 변하거나 그 사람이 더 아프지 않을 때 뿌듯함을 느끼고요. 그리고 여러 사람과 함께 공부하고 대중과 상호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집으로 가며 생각했습니다. ‘처음부터 잘할 수 없고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부담 갖지 말고 배워보자. 오늘 만났던 유쾌하고 따뜻한 동료 같은 사람들이 있다면 외롭지 않게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기사가 성 전문가에 도전하는 분, 자유롭고 주체적인 성문화를 원하는 분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