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자 인터뷰]따로 또 함께, 출판편집자의 길


따로 또 함께 걸어가는 길, 프리랜서 출판편집자 김은화 님을 만나다

글, 사진 / 어효은(lovewill333@naver.com)

출판사 편집자에서 프리랜서 편집자가 되기까지,
작가이자 1인 출판을 준비 중인 그녀와 함께한 인터뷰

출판 프리랜서 편집자 김은화님을 만나다.

출판 프리랜서 편집자 김은화님을 만나다.

최근 은유 작가의 『출판하는 마음』을 읽으며 책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책은 지팡이를 휘두르면 마법처럼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책 한 권이 세상에 빛을 보기까지 글을 쓰는 저자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필요하다. 저자, 번역가, 디자이너, 제작자, 판매담당자, 서점 MD 등의 입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 사이에서 조율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편집자는 기획부터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모든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며 이를 둘러싼 이해관계를 조율한다.

연극은 무대 위에 있는 배우가 박수갈채를 받는다. 그 때문에 보이지 않는 역할들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연극 한 편이 만들어지기까지 수많은 스텝이 함께 다양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오롯이 작가만의 역량으로 책이 만들어지는 줄 알았는데 오늘의 인터뷰로 책의 연출 격인 편집자를 만나 출판 과정과 편집자의 역할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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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자 및 직업 소개&직업 동기]

Q. 안녕하세요.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네, 안녕하세요. 저는 출판 프리랜서이자 작가로 일하고 있는 김은화라고 합니다.

Q. 간단히 업무에 대한 소개 부탁드릴게요.

A. 출판사 편집자 일을 했었고요. 지금은 외주 출판 프리랜서 일을 주로 하고 있어요. 기존 출판사에서 소화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일들을 건별로 진행해요. 전자책 검수도 하고 교정, 교열도 보고 인터뷰 녹취 푸는 일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요. 현재 작가로 활동하며 독립출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출판 업계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기자 시험을 3년 동안 준비했었어요. 언론고시가 워낙 경쟁률이 높다 보니 플랜B로 출판사나 홍보마케팅 쪽도 생각했었는데요. 덜컥 시험에 붙어서 입사하게 되었어요.

Q. 출판 쪽 일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요?

A. 책을 좋아했어요. 특정 장르 가리지 않고 만화책, 소설책, 논픽션 등을 읽어왔어요. 어렸을 때 엄마가 출판 유통 회사에 다니셔서 활자가 많은 환경에서 지냈어요. 동네가 시골이라 친구는 없고 막연히 책을 좋아했던 게 ‘나중에 편집 일을 할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던 것 같아요.

Q. 책과 친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네요. 그럼 편집자가 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셨나요?

A. 두 가지 루트가 있었어요. 첫 번째로 sbi(seoul book institute)라고 한국출판인의회의 부설 출판 전문 교육기관이 있는데 이곳에서 운영하는 출판편집자 양성 과정이 있어요. 편집의 기초와 실무과정까지 배울 수 있어요. 당시 경쟁률이 치열해서 떨어졌어요. 두 번째 루트로 ‘북 에디터’라는 편집자 구인공고가 올라오는 사이트가 있는데, 여기에 뜬 공고를 보고 지원해서 붙었어요.

Q. 두 번째 루트도 경쟁이 만만치 않았을 텐데, 어떤 이유로 붙었다고 생각하세요?

A. 면접 보기 전에 필기시험을 먼저 봤어요. 맞춤법 문제를 풀고, 간단한 기획안을 작성했어요. 사실 필기점수는 별로 안 좋았는데 면접 때 적극적인 태도를 어필해서 붙지 않았나 싶어요.

‘나를 왜 뽑았을까?’ 오랫동안 생각해봤어요. 기자 준비를 오래 했다는 것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논픽션 분야에서는 교정, 교열도 중요하지만 기획하는 능력도 중요하거든요. 기획하는 게 취재하는 과정과도 비슷한 것 같아요. 관심사도 넓어야 하고, 그중에서 이슈를 찾아내서 책을 기획하고 만들어내는 거거든요.

그 외에 토익 점수도 있으면 좋아요. 외서 검토할 때 독해능력이 필요하니까요. 한국어 능력 시험 점수가 있으니까 맞춤법도 기본기는 되어 있고, 논술, 작문을 계속 해왔던 것도 나중에 보도자료 쓸 때 다 도움이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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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관련]

Q. 먼저, 과거 회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A. 저자 섭외부터 기획, 컨펌 등 모든 과정이 쉽지 않아요. 특히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힘들었어요. 제목과 표지를 만들어 보여줬는데 ‘맘에 안 든다.’는 피드백이 올 때가 있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디자인을 몽땅 뒤집은 적도 있어요. 편집자가 원하는 수정사항이 있을 때 저자에게 수정을 설득해 내는 과정 또한 쉽지만은 않아요. 제가 상사도 아닐뿐더러 저자가 고용된 사람도 아니니까요. 서로 더 나은 방안을 제안할 뿐이죠.

또 한 가지는 기존 출판 흐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은데 쉽지가 않아요. ‘기존 출판사에서 내놓지 않은 것들을 어떻게 설득해낼 것인가.’ 하는 것. 특히나 상사를 설득하는 것이 힘들죠.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서로 간의 소통과 협업이 필요한 일이에요.

Q. 출판사 편집자에서 프리랜서 편집자로 전향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질문지를 받았을 때 고민을 많이 한 질문이에요. ‘전향’이라고 하니 뭔가 거창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웃음) 어쩌다 보니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프리랜서로 일하게 되었어요. 이 정도로 기간이 길어질 줄 몰랐죠. 조금 쉬면서 충전하고 괜찮은 곳이 있으면 지원해야겠다 생각했어요.

결혼했는데 아직 아이가 없어요. ‘아이가 생겨서 1~2년 간 육아휴직을 쓴다고 하면 어떤 회사가 좋아할까.’라는 고민이 있었어요. 또 출판사는 매출 때문에 매해 정해진 할당량이 있어요. 그거에 맞춰서 책을 내야 하고 기획을 해야 하죠. ‘책을 내기 위해 책을 내는 것’에 지친 부분도 있었어요. 억지로 책을 내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내 안에서 뭔가 하고 싶어질 때까지 기다려보자.’라는 마음으로 벌써 2년째 있게 됐네요. 다시 기회가 되면 (회사에) 갈 수도 있어요. 당분간 3~4년 정도 더 프리랜서로 있지 않을까요?

Q. 프리랜서로 근무하면서 일하는 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A. 주로 마감이 닥치면 몰아서 저녁, 새벽에 일해요.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밤샘 작업을 할 때도 있고요. 낮에 2~3시간 정도 일하기도 해요.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활용하는 것은 좋지만 건강에 좋은 방식은 아닌 것 같네요. (웃음)

Q. 주로 집에서 작업하나요?

A. 사무실을 얻어서 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려면 일정 수입을 계속 보장해야 하죠. 그러다 보면 외주 일을 더 많이 해야 해요. 저 같은 경우 개인 프로젝트 할 시간이 줄어들게 되거든요. 새벽에는 집에서 작업해요. 낮에는 근처 도서관에 가기도 하고 주로 커피숍을 가요.

Q. 카페에서의 작업, 저의 로망이에요. (웃음) 편집자 업무가 다양한데 프리랜서로 일하며 특별히 즐거운 일이 있나요?

A. 출판사에 있으면 온갖 전화가 많이 와요. 그래서 일할 때는 교정, 교열하는 시간이 그렇게 좋았어요. 정해진 할당량을 정해진 시간 안에 딱 집중해서 작업할 수 있거든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도 교정, 교열하는 시간이 좋아요.

또 가장 즐거운 과정은 역시 기획할 때에요. ‘독자들에게 어떤 식으로 메시지를 잘 전달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담아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해내는 작업이죠. 기획부터 표지 구상, 제목, 컨셉 잡는 것 하나하나 계획해요. 영감이 올 때, 미친 듯이 기획안을 쓰고 나면 마음으로는 이미 베스트셀러 편집자가 된 것만 같아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즐겁기도 해요. (웃음)

Q. 그렇다면 프리랜서 일을 하면서 힘들었던 부분은 뭐가 있었나요?

A. 아무래도 마감이 있어야 움직이게 돼요. 마음먹은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나가기가 어렵더라고요. 회사에서는 컨펌을 받아야 하는 부분이 힘들었는데 막상 프리랜서가 되고 나니 특정한 마감이 없는 것이 한편으로는 단점이기도 해요. 스스로 과제를 주고 기간을 정해서 완수를 해야 해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공표하죠. ‘난 올해 안에 이런 책을 낼 거야!’라고. 1년째 이야기하고 있어요. 금연결심처럼.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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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에 필요한 노하우 및 역량]

Q. 그렇게 공표를 사람들 앞에 하게 되면 아무래도 더 책임감이 생기게 되고 확실히 효과가 있을 것 같아요. (웃음) 편집자로 일하면서 본인만의 작업 노하우가 있나요?

A. 감각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거요. ‘이 문장은 자연스러운가?’, ‘독자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 기획할 때 저의 노하우는 감이 왔을 때 뭐라도 메모하는 거예요. 어디에라도.

커뮤니케이션 부분에서는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해요. 물론 스스로 원하는 것이 뭔지도 알아야 하고요. 작업 도중 찝찝한 것이 있다면 상대에게 물어봐요. ‘혹시 이런 점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말 한 의도는 이러한데 제가 오해하는 점이 있나요?’ 작은 부분이라도 교감하며 서로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좋아요.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은 양보해요. 설득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근거를 정리해서 명확히 이야기하고 조율하는 연습이 필요해요.

Q. 말씀해주신 내용 모두 빠짐없이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편집자로서 필요한 역량이 있다면요?

A. 책을 만드는 디렉터,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상대방을 잘 설득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거죠. 협업자와 호흡을 잘 맞춰가며 의도하고자 하는 바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해요. 끊임없이 연습해야 하죠. 연습할수록 늘어요. 처음부터 실수 없이 잘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또 하나는 시대에 대한 통찰력이에요. 책은 시대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이 10년 전에 나왔으면 어땠을까요? 페미니즘이 부상하고 있었고 ‘나의 이야기가 곧 너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보편적인 서사가 될 수 있다.’라는 공감대를 형성해 시대 흐름을 잘 맞춘 것 같아요. 마치 제가 이 책을 편집한 사람처럼 이야기하네요. 아니고요. (웃음)

Q. 82년생이 아닌 저도 무척 공감하며 읽은 책이에요. 프리랜서로 일을 구할 때 어떤 방식을 활용하면 좋을까요?

A. 제 경우, 아무래도 인맥이 컸던 것 같아요. 아는 사람을 통해서 출판사 쪽 일을 했어요. 제가 하는 일을 알고 지인을 통해 먼저 의뢰가 오기도 해요.

또 하나는 관심 있는 새로운 모임에 나가는 거예요. ‘말과 활 아카데미’란 곳에서 ‘구술생애사’ 강좌를 들은 적이 있었어요. 함께 프로젝트를 하면서 관계가 가까워졌죠. 책을 만들기도 하고 강연도 하게 됐어요. 지금까지도 그 인연이 계속 이어져 오고 있어요.

또 하나, 개인 홈페이지에 자기 홍보를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페이스북, 인스타, 트위터 등 하는 일들을 꾸준히 알리는 거죠. SNS 홍보 활동을 통해 의뢰를 받는 경우도 꽤 많다고 들었어요.

Q. ‘새로운 모임에 나가라’는 말씀이 인상 깊어요. 참여하신 모임의 ‘구술생애사’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A. 네. 보통 어떤 대상에 대한 인터뷰라고 하면 특정사건이나 특정 시기에 관해 이야기를 듣잖아요. ‘구술생애사’ 의 경우 살아온 전체 생애의 이야기를 들어요. 사람마다 다소 차이가 있죠. 여러 차례 나눠서 한 번 할 때마다 최소 6~7시간 정도 걸리는 작업이에요.

보통 인터뷰를 하면 잘 알려진 공인들 위주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잖아요. 유명인들이 아닌, 주변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사람들의 삶 속에도 역사가 스며들어 있어요. 개인의 삶을 통해서 사회를 내다볼 수 있죠. ‘말과 활 아카데미’에서 망원시장 여성상인 아홉 분의 긴 인터뷰를 책으로 엮어내는 작업을 했어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이번 생은 망원시장』이라는 책이 세상 빛을 보게 되었어요.

왼 쪽부터 구술생애사 전문가 최현숙 작가, 김은화 편집자 /사진_스트리트H 정상현

왼 쪽부터 구술생애사 전문가 최현숙 작가, 김은화 편집자 /사진_스트리트H 정상현

[개인 프로젝트 및 직업 관련 조언]

Q. 생소하지만 개인의 삶을 통해 사회를 내다보는 ‘구술생애사’일이 참 매력적이네요. 현재 출판 프리랜서 일 뿐만 아니라 1인 출판을 계획 중이신데요. 현재 작업하고 있는 개인 프로젝트가 있나요?

A. 네. 직접 편집하고 작성해서 1인 출판을 하려고 개인 프로젝트를 기획 하고 있어요. 『이번 생은 망원시장』처럼 구술생애사 작업을 하며 저희 어머니를 인터뷰하게 됐어요. 정말 긴 작업이에요. 엄마가 이혼하시고 나서 혼자서 자식들 먹여 살리느라 고생을 많이 하셨거든요. 그런데 자신의 인생에 대해 자신 없어 하시는 거예요. 그걸 해소해드리고 싶었어요. 엄마 이야기를 들으며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노동하는 사람으로 정말 오랜 시간 살아오셨더라고요. 열대여섯 살 때부터 여공 생활, 한복 만들기, 출판 유통 관련 일, 요양보호사로도 일하셨어요. 정말 다양한 직업의 영역이 있죠. 중하위층 여성 노동자들이 대부분 거치는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또 생계부양자로서의 ‘엄마’의 역할이 많이 가려져요. 이런 이야기를 모아서 저희 어머니 삶을 통해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보여주고 싶어요. 전적으로 어머니의 시각으로.

Q. 얼른 읽어보고 싶어요.

A. 나올 수 있도록 해야죠. (웃음)

Q. 책이 시대의 흐름을 담고 있다면 시대에 따라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편집자님이 생각하시는 현시대에 우리 사회의 중심 키워드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A. 음, ‘복면을 쓴 일상의 민주주의’요. 노조 같은 결속력이 강한 단체를 만들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에는 부담스럽지요. 하지만 일상의 비합리적이고 권위적인 행태를 참을 수 없는 시민들이 인터넷상에서 익명으로, 언론에 대한 폭로로, 거리에서는 마스크와 가면으로 본인들의 의사를 나타내고 있어요. 이것들이 실제로 세상을 바꾸고 있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 흐름이 이어질 것 같아요.

목소리를 낼 때 신원을 노출할 경우, 당장은 권력이 움츠릴지라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법을 앞세워 역공하는 걸 지금껏 봐왔으니까요. 반대 목소리를 내도 신변이 위협받지 않는다는 확신이 생길 때까지는 ‘복면을 쓴 이들이 추구하는 일상의 민주주의’는 계속될 것 같아요.

Q. 편집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추천할만한 책이나 영화가 있을까요?

A. 『소설』이라는 책이 있어요. 책을 만들기 위해 이해관계자들이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 잘 보여줘요. 편집자가 왜 조율사의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는 책이에요. 국회에서 나온 『출판편집자가 말하는 편집자』는 현직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인터뷰해 엮은 책이에요. 실용적인 팁들이 많고 한국출판사의 지원에 대해서 알 수 있어요. 출판 관련하여 재미있게 본 드라마가 있어요. 『출판 중래』라는 일드(일본드라마)를 추천해요. 만화편집부에 입사한 신입사원의 이야기인데요. 한국에는 『중쇄를 찍자』는 만화책으로 나와 있어요. 처음에 나오는 책이 초판, 다음에 거듭해서 찍는 책을 중쇄라고 해요. 초판을 찍고 한 번 더 찍자는 거죠. 그렇게 해야 매출이 남거든요. 그게 목표인 출판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어요. 정말 재밌어요.

Q. 4차 산업이 도래하면서 로봇도 기사를 만들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요. 편집도 기계가 대체하게 될 날이 올 수도 있는데 편집자의 전망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A. 교정, 교열 부분은 AI가 상당 부분 가져가게 되지 않을까요. 기획까지도 어느 정도 대체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이와 관련된 기사를 봤는데요. 만약 브런치같은 플랫폼에서 쓴 글을 토대로 책을 낸다고 하면 AI가 어떤 성향의 사람들이 어떤 글을 많이 읽었는지 분석을 한다고 해요. 이런 식으로 책을 기획하는데 조언을 해주는 AI 시스템이 있어요. 외국에서는 이런 프로그램을 이용해 전자책을 냈는데 상당히 잘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렇지만 문단 전체를 수정해야 한다거나 흐름을 바꾸는 부분까지는 아직 어려울 것 같아요. 또 편집자에겐 직관의 영역이 있어요. 한 권의 텍스트를 가지고 열 명의 편집자에게 맡기면 열 권의 다른 책이 나온다고 해요. 때문에 AI가 추구할 수 있는 최적의 효율성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다양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편집자의 역할이 살아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인간이 가진 장점 중 하나가 비효율성이라고 생각해요. 오답을 많이 낼 수 있는 거요. 이 비효율성과 오답이라는 것이 결국에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 루트가 되기도 하니까요.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는 거죠.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어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여러 경험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드니까요.

Q. 자기만의 경험으로 고유한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 AI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겠죠. 끝으로 출판 쪽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A. 출판편집자로 일하고 있을 때 한겨레에서 운영하는 출판편집자 교육프로그램에 갔어요. 거기서 왜 편집자가 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책을 좋아해서 편집자가 됐다’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어요. 강사분이 책을 좋아하면 독자로 남으라고 하셨죠. 그때는 실망스러운 답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편집 일을 하다 보니 책을 정말 좋아한다면 독자로 남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편집자 일을 하면서 취미로는 독서를 안 하게 됐거든요. 서점에 가도 시장조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아요. ‘이 많은 경쟁작들 사이에서 어떻게 하면 내 책이 살아남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 부분이 좀 안타깝죠. 책을 좋아해서 읽는 것과 기획하고 편집해서 책을 내는 것은 확실히 다른 일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책을 통해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분들은 도전해보길 바래요.

또 중요한 건 체력이에요. 외부와 내부적으로 에너지가 많이 소요돼요. 끝으로 출판사도 회사 생활, 곧 조직생활이라는 걸 알아야 해요. 마냥 이상적이고 자율적인 환경을 생각했다면 실망할 수 있어요. 회사 돈으로 예술을 할 수는 없지요.

Q. 경험을 통해 느낀 조언에 진심이 느껴져요. 출판 업계에서 일하게 되는 분들께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긴 시간 동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A. 덕분에 편집자라는 직업에 대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인터뷰를 당하는(?) 건 처음인데 설레고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고맙습니다.

“합이 맞는 저자와 같이 노력하면서 콘텐츠를 만들어 갈 때, 디자이너와의 작업에서 딱 원하는 느낌의 결과물을 보고 소통이 잘 되었을 때 느끼는 협업의 즐거움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어요. 작업이 즐거울 때 독자도 반응하게 되는 것 같아요. 돈이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질리지 않는 과정이죠. 앞으로도 편집자의 길을 계속 걸어가게 될 것 같아요.”


따로 또 함께 소통과 협업의 과정을 통해 일구어나가야 하는 편집자의 길, 쉽지만은 않은 작업이지만 계속해서 걸어가고자 하는 힘이 그녀의 목소리에 담겨있다. 열정이 담긴 이야기는 나를 설레게 한다.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김은화 편집자, 그녀의 오늘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