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자 인터뷰] 스타트업은 함께 커나가는 즐거움이 있어요


(주)아그레아블 김범준 개발팀장

글/김민정 (capu1004@gmail.com)
사진제공/김범준

“대기업이 주는 안정적인 환경에 너무 익숙해지지 마세요.”
연봉 높고 복지 좋은 대기업 S에서 스스로 나온 사람이 있다. 그는 오히려 스타트업 회사가 더 맞는다고 했다.
입사할 때 5명이던 회사가 현재 18명이 되었다. 이 회사는 앞으로 더 성장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는 회사가 커나가는 만큼 자신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다고 말한다.
그는 어떤 이유로 대기업을 나와 스타트업을 선택한 것일까?
(주)아그레아블 김범준 개발 팀장님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주)아그레아블 김범준 개발팀장님

(주)아그레아블 김범준 개발팀장님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주식회사 아그레아블에서 개발팀장을 맡고 있는 김범준입니다. 근무한 지 1년 반 정도 되었어요. 앱과 서버 전반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습니다.

Q.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가요?
 *<윙 잇>이라는 식품 커머스 사업을 하고 있어요. 혼밥이나 간편하게 한 끼를 원하시는 분들이 대상이에요. 30대 여성, 특히 아이가 있는 워킹맘이 주된 고객층이에요. 상품 유통뿐 아니라 개발도 함께하면서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어요. 얼마 전 나온 우유 백설기가 저희가 만든 상품인데, 이게 반응이 좋아요. 온라인 마켓뿐 아니라 오프라인 물류까지 맡고 있는 건 <윙 잇>의 강점이에요.
* 윙 잇 : www.wingeat.com

Q. 규모에 비해 하는 일이 많은 곳 같아요. 그러면 담당 업무 범위가 넓어지지 않나요?
 메인 업무는 물론 개발이에요. 팀장이다 보니 팀장 회의에 참여하고 *PM[피엠] 역할도 하고 있어요. 각 팀의 주장이나 의견을 취합해서 조율하고 있어요. 개발팀의 경우는 현재 3명이에요. 확실히 인력이 부족해요.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뽑을 수는 없고 저희와 같이 커갈 수 있는 사람을 신중하게 뽑으려고 하고 있어요. 그리고 가끔 물류 팀에서 지원 요청이 오면 서포트 하기도 하죠.
* PM : Project Manager, 개발이 잘 진행되도록 전반적인 관리 업무를 함

Q. 주로 사용하시는 언어는 무엇인가요?
 *Javascript[자바스크립트]를 100% 사용하고 있어요. 앱은 **Swift[스위프트]와 ***Kotlin[코틀린]. 그런데 맡아왔던 업무가 정해진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이것저것 다뤘어야 했기 때문에 프론트엔드 개발도 많이 했었어요.
* Javascript : 웹 개발에 주로 사용되는 스크립트 프로그래밍 언어
** Swift : iOS 앱 개발에 사용되는 프로그래밍 언어
*** Kotlin : Android 앱 개발에 사용되는 프로그래밍 언어

Q. 어떤 계기로 개발자의 길을 걷게 되셨나요?
 어릴 때부터 개발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고등학교 때 게임을 좋아해서 점수에 맞는 학과를 찾다 보니 ‘게임공학과’를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개발을 처음 배우기 시작했죠. ‘와 엄청 재미있다’ 정도는 아니었지만 내가 만든 게 잘 돌아갈 때 보람을 느꼈어요. 졸업 후에는 게임회사를 가려고 했는데 방향을 바꾸었어요. 역시 게임은 만드는 것보다 하는 게 재미있더라구요. 그리고 클라이언트 개발보다는 백그라운드 로직을 개발하고 싶었어요. 당시 담당 교수님이 IPTV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를 소개해주셔서 인턴으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Q.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개발자가 되고 싶다기보다는 친구들이 다 가는 대기업을 가야 할 것 같았어요. 졸업할 때 토익점수가 없어서 3, 4개월 정도 준비 기간을 가졌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별로 소용이 없었던 것 같은데 당시에는 간절했죠. 그리고 또 하나는 졸업작품 했을 때 만들었던 IPTV 용 게임을 포트폴리오로 제출했어요. 이것 또한 마찬가지로 큰 역할을 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니 면접이 좀 더 중요하지 않았나 싶어요. 면접에서 자기를 거짓스럽게 꾸며내시는 분들 있거든요. 그것보다는 솔직 담백하게 자기 의견을 얘기하는 것에 대해 더 큰 점수를 주신 것 같아요. 저는 그런 편이었어요. 요즘은 좀 거짓스럽게 오버해서 얘기하면 역효과 나는 것 같아요.

Q. 어떤 이유로 퇴사를 결심하게 되셨나요?
 입사하고 첫 1년은 정말 좋았어요. 매달 받는 달콤한 월급과 대기업의 어떤 자부심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 환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깨졌어요. 회사 특성상 개발 프로세스를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경험해보기 힘들었고 단기 프로젝트에 급히 투입된다던가 하는 식이었죠. 의미 없는 문서작업, 수직적인 분위기, 반복적인 업무 등에 치이다보니 개발자로서 성장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건 믿고 따를 수 있는 사수나 멘토 분이 없었어요. 그래서 결국은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이었구나, 얼른 옷을 갈아입자’는 판단을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때 제 나이가 20대 후반이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한 달에 월급 몇십만원 더 받는다고 내 삶이 엄청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겠더라구요.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고 마음먹고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Q.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를 고르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나도 같이 성장하는 느낌을 받고 싶다는 확실한 기준이 있었어요. 그 기준으로 지원하려는 회사를 걸러봤어요. 글로벌 서비스를 해서 영어를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랐고, 또 비즈니스 모델이 참신하고 괜찮은 회사에 지원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해서 이 전 회사를 선택했어요. 번역 관련 스타트업이었는데 존경하는 분들과 함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죠. 그렇게 2년 정도 그곳에서 일하다가 현재 회사의 대표님이 같이 일을 하자고 제안을 했고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서 합류하게 되었어요.

Q. 대표님과는 어떤 인연으로 만나게 되었나요?
 아그레아블은 독서 모임에서 비롯된 회사에요. 그래서 회사 이름보다는 독서 모임으로 더 유명해요. 저희 공동대표 두 분이 독서 모임에서 만나셨어요. 저는 이 모임에 2013년 가을부터 참가했는데 그때부터 대표님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Q. 도전적인 성향이신 것 같아요. 새로운 걸 배우고 학습하는 것도 좋아하시나요?
 사실 항상 스트레스에요. 새로운 걸 배우는 게 항상 즐거울 순 없으니까. 하지만 그 고통을 견디다 보면 과실을 얻게 돼요. 거기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만들 때는 죽을 것 같이 괴로워도 만들고 나면 고객들이 와서 결제하고, 서비스가 돌아가는 걸 보는게 재밌어요. 할 일은 많고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지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한데, 이 과정이 지나가고 나면 언젠가는 정리되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때가 기대돼요.

Q. 학습하면서 일을 하게 되면 업무시간이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야근을 하게 되지 않나요?
 많은 분들이 회사에서 공부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더라구요. 그런데 ‘왜 회사에서 공부하면 안 되지?’ 저는 그런 입장이에요. 이번에 *Node.js[노드 제이에스]와 **React[리액트]를 도입하기로 했거든요. 예상보다 배우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한 기술이었기 때문에 팀원들에게 충분히 학습할 것을 부탁했어요. 정확히 알고 사용해야지 모르고 사용할 수는 없잖아요? 당연히 학습에 시간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대표님도 개발자 출신이다 보니 이 부분에 대해서 공감하세요.
* Node.js : 네트워크 애플리케이션, 특히 서버 사이드 개발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 React :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개발한 오픈소스 자바스크립트 라이브러리

Q. 부서 간에 갈등은 없나요? 있다면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내부 사람이라서 칭찬을 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회사 분들이 성격이 좋으세요. 보통은 내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때 싸움이 생기거든요. 그런데 같이 일하시는 분들은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 의견을 잘 수용해주세요. 그래서 서로의 이견 조율이 잘 되는 것 같아요. 당연히 갈등은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 부분을 잘 해결할 수 있는 분들과 일할 수 있어서 그게 제일 행운인 것 같아요. 회사 전반적인 분위기도 수평적이에요.

(주)아그레아블 개발팀

(주)아그레아블 개발팀

Q. 회사와 인생에 대한 만족도는 10점 중 몇 점 정도이신가요?
 회사에 대한 만족도는 8점. 높은 편이죠. 왜냐하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아서요. 나머지 2점은 앞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프로세스가 없다 보니 확실히 아쉬운 부분도 있거든요.
첫 출근했을 때 허접한 오피스텔에서 겨우 5명이 근무 했었는데, 지금은 18명정도로 규모가 커졌고 매출도 꾸준히 오르고 있어요. 또 앞으로 신규투자도 받으려고 하고요. 이렇게 회사가 커나가는 걸 볼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어요. 하루에 절반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는데 회사를 싫어한다면 정말 큰 불행일 것 같아요.
제 인생에 대한 만족도는 한 6점? 회사에 대한 만족도보다 낮은 편이에요. 욕심이 많아서 그런지… 올해가 절반 정도 지났는데 초반에 계획한 만큼 성취한 게 많지 않아서 그게 아쉬워요.

Q. 업무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시나요?
 여행을 좋아해서 그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져요. 주로 국외로 많이 나가는 편이에요. 작년에는 런던, 라오스, 대만, 후쿠오카에 갔었어요. 올해는 9박 10일 정도 별 보러 몽골로 갈 거예요. 맡은 업무를 잘 처리만 해두면 휴가 쓰는 것을 눈치 주지는 않아요. 1년에 기본 15일 휴가가 있고 2년 일할 때마다 하루씩 늘어나요.

여행을 좋아하는 김범준님

여행을 좋아하는 김범준님

Q. 개발자로서 구체적인 목표가 있으신가요?
 아직 내공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저는 팀장으로서 기술적인 리드도 하고 상황 판단도 적절히 해야 하는데 역량이 부족하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코딩하는 건 개발 업무의 큰 부분 중의 하나일 뿐이고 테스트, 배포, 인프라, 보안 등 전반적인 구조를 잘 잡아서 다른 팀원들이 고생하지 않게끔 환경을 구성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인데 아직은 경험이 부족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고 있어요. 개발 팀장으로서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는 것이 가장 큰 목표에요.

Q.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항상 자기 자신에 대해 고찰을 해야 돼요. 본인은 대기업에 맞는 사람일 수도 있거든요.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서 그 질문을 자기 자신에게 던져봐야죠. 그런데 이 말은 꼭 해주고 싶어요. ‘너무 익숙해지지 마라.’
많은 친구들이 입사하면 거기서 안도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2, 3년 정도 일하고 나면 그게 아니라는 걸 체감하게 될 거에요.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있는지, 또 어떤 걸 준비해야 하는지 꾸준히 그 고민을 해서 회사를 탈출할 수 있을 만한 능력을 갖춰놓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대기업은 점점 종속되거든요. 돈 나오지, 소속되어있지, 편하거든요. 그게 무서운 거예요. 대기업에서 6, 7년 일하고 나면 어디 못 가요. 딱 그 회사에서만 필요한 일을 하기 때문에 이직이 어렵죠. 그 부분을 깊게 한번 생각해보세요.

Q. 스타트업에 입사하려면 어떤 준비하는 게 좋을까요?
 스타트업 회사들은 확실히 개발 잘하는 사람 뽑고 싶을 거예요. 개발자는 소스로 얘기를 하는 거니까 포트폴리오가 있으면 좋아요. 자기가 지금 개발하고 있는 것들을 *GitHub[깃헙]이나 **Bitbucket[빗버킷]에 잘 정리해서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두면 좋아요. 그게 자소서를 잘 쓰는 것보다 훨씬 중요해요. 그리고 스타트업에 왜 오고 싶은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세요. 기대와 다를 수 있거든요. 스타트업이란 단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힙한 느낌이 있잖아요. 시키는 일만 하는 대기업과는 다르게 주도적일 수 있을 것 같고, 수평적인 문화와 즐거운 사람들, 의욕 넘치는 사람들과 함께 회사를 이끌어가는 상상을 하고 있을 수도 있겠죠. 그런데 현실은 다를 수 있어요.
* GitHub : 버전 관리 툴인 Git을 사용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웹호스팅 서비스
** Bitbucket : GitHub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무료 서비스

Q. 마지막으로 인터뷰 한 소감은 어떠신가요?
 요즘 업무적으로 고민이 많은 시기였는데 인터뷰를 하고 보니 제 마음속 생각을 정리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요. 결국은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제가 할 일을 묵묵히 꾸준히 하다 보면 바라던 일이 하나씩 성취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본 기사는 현직자로 구성된 멘토링 모임 ‘굿브라더’의 멤버를 인터뷰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