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자인터뷰] 기자가 말하는 기자


한겨레 정환봉 기자를 만나다

글 : 류으뜸(frindb@naver.com)
사진 : 윤용(schubert11@naver.com)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라’는 속담이 있다. 마찬가지로 기자를 알기 위해서는 기자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지금부터 한겨레 정환봉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자가 무엇인지 들어보자.

바쁜 일정 속에서도 흔쾌히 청년 내일 취재단과 인터뷰해주신 정환봉 기자님

바쁜 일정 속에서도 흔쾌히 청년 내일 취재단과 인터뷰해주신 정환봉 기자님

Q.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입사는 2012년 7월에 했고요. 한겨레신문에서 8년 차로 일하고 있고 현재 속한 부서명이 특이하긴 한데, 24시 팀이라고 다른 신문사들의 경찰 팀, 사건 팀, 이 정도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Q.예전엔 ‘한겨레 21‘이라는 주간지 쪽에서 근무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인사교류를 해서 한 군데만 계속 있지 않기 때문에 왔다 갔다 하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주간지(한겨레21)는 제가 경찰청 오기 전에 올해 3월까지 있다가 그 이후론 아까 말씀드린 24시 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Q.과거엔 주간지를 쓰셨고 지금은 일간지를 쓰시는 데 이 둘의 차이점이 있나요?

기사 쓰는 기간의 차이가 있는데 어쨌든 주간지는 일주일에 한 번 마감하는 건데, 일간지는 매일 마감을 하고 호흡이 조금 더 빠르고 더 짧게 취재를 해서 써야 하는 부분이 확실히 있습니다. 매체에 따라서 생활 사이클이 됐든 업무 사이클이 됐든 차이가 있어요.

 

Q.일주일에 한 번 기사를 쓰는 주간지는 주제선정 기간도 길 것 같은데?

주제 선정 기간이 길진 않습니다. 다만 주간지는 대부분의 쟁점이 이미 소비가 된 상황에서 기사를 쓰게 되잖아요. 월요일에 큰 사건이 터졌으면 다음 주 월요일은 그 내용으로 기사를 쓰기 어렵습니다. 사실이 있었다는 것만 보도하기는 조금 부족한 거죠. 그래서 일주일 동안 그 사건이 가진 영향과 파장이 무엇일까 고민해보고,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쓸까 이런 부분들을 고민합니다.

 

Q.방금 말씀해 주신 부분에 대한 사례가 있다면 말씀해 주시겠어요?

예를 들면 작년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는 계속해서 새로운 뉴스가 쏟아지는 상황이잖아요. 그런 걸 어떻게 종합하고 어떻게 잘 큐레이션 해서 독자들한테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했었고 독자들이 시사와 드러난 사실에 대해 정리해서 볼 수 있는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했어요. 여기에 나름대로 취재를 해서 나온 내용도 종합하죠.
*큐레이션: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콘텐츠를 목적에 따라 분류하고 배포하는 일을 뜻하는 말이다

 

Q.한겨레 신문이 다른 신문사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저는 다른 곳을 다녀보지 않아서 다른 데랑 비교할 순 없는데요. 데스크가 됐건 부장이 됐건 기본적으로 선후배들 간의 논의가 잘 되고 취재들이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분위기는 확실한 거 같아요. 취재 이외에 크게 신경 써야 할 건 없어요. 사실 언론사도 기업이니까 다른 광고라든지 아니면 부수 확장 등이 기자 개인에게 부여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그런 부분들이 기자에게 압박을 준다거나 어떤 영역을 취재하지 못하는 건 아니에요.

 

Q.그 외에 한겨레 신문사의 조직문화를 말씀해 주신다면?

기자들 대부분이 외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내근을 하는 부서도 있습니다. 국제부나 편집부 그리고 디지털 관련 부서는 같이 모여서 근무하는 경우가 있지만, 저는 내근하는 부서는 가보질 못해서요. 조직 내 생활에 관해 말씀드릴게 많지 않습니다. 호칭 같은 경우는 선후배 간 ‘님’자 안 붙이고 부장은 부장이라고 부릅니다. 이건 한국 언론사 전체의 전통과 같은 거죠. 부서 내 회식은 자주 있진 않습니다.

 

Q.한겨레 신문이 직원들의 지분을 통해 만들어진 회사라고 알고 있는데?

직원들 지분만으로 만든 건 아니고요. 국민주를 모아서 만들어졌습니다. 또 다른 큰 덩이로 나중에 사주도 있었죠. 다만 이제 소유 구조 부분에서 기업이라든지 관공서가 절대적으로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아 자유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Q.일과가 어떻게 되세요?

부서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오전에 경찰청에 출근해서 그날 기사 쓸거리를 찾습니다. 보통 이걸 ‘발제’라고 해요. 우선제가 기사 쓸 걸 대강 정리하고 다른 기자분과 매체에서 쓴 보도와 단독보도 그리고 의미 있는 기획 보도가 나온 걸 정리합니다. 그런 내용을 참고하여 9시까지 팀장에게 보고하죠. 기사가 잡히면 그날 쓸 기사들을 취재합니다. 만약 기사가 안 잡히면 준비하고 있던 기획취재를 시작한다거나 시간이 나면 취재하려고 했던 걸 준비하죠. 그다음 기사를 씁니다. 인터넷 기사 같은 경우, 시점 맞춰서 기사를 내고 지면 기사는 4~5시까지 마감을 해서 올립니다.

 

Q.일과가 끝난 뒤에도 늦게까지 취재를 하시나요?

사람마다 다릅니다. 점심 때 주로 취재원을 만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보통 신문은 갈이라고 표현하는데요. 오후 6~7시 정도에 초판이 나오고 오후 8~9시 정도에 3판이 나와요. 그다음에 5판이 나오거든요. 사실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5시에 모든 일이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가령 화재 사건이 발생했으면 사망자 집계가 덜 됐을 수도 있고 그런 사람들은 늘 상황을 업데이트해 줘야 하죠. 이럴 땐 근무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거고, 그게 아니라면 취재원을 만나러 가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판: 기자들이 취재한 내용을 편집국에서 편집 한 후 신문을 만드는 데 맨 처음 나오는 걸 보통  ‘초판’이라 한다. 초판이 발행된 이후에도 편집 및 수정 작업이 계속되므로 ‘2판’ ‘3판’ 등이 나올 수 있다.

 

Q.왜 기자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셨나요?

기자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없고요. 모든 취업이 그렇지 않나요? 죽어도 여길 가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저 같은 경우는 그런 생각은 했죠. 어차피 제 나이도 많았고 입사했을 때가 33살이었으니까. 사실 언론사가 그나마 나이를 적게 보는 직군이기고 하고 약간 틀에 매여서 일하고 싶기보단 개인적으론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할 수 있는 직업을 찾게 된 거 같아요. 개인의 자발성이라든지 자율성이 높은 분야를 선택하고 싶었죠. 또 사회에 변화를 일으키거나 바꿔낼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싶단 생각을 했었어요. 그중 하나가 기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준비했다고 말씀드리면 될 것 같네요.

 

Q.기자를 준비하셨던 과정을 말해주신다면?

저는 제대하고 2011년 1월부터 2달 넘게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기자입사 수업을 들었고요. 그다음에 스터디 꾸려서 논술이랑 작문, 상식 스터디와 독서모임을 했습니다.

 

Q.많은 분이 언론사 입사를 스터디로 준비하는 데 그런 분들에게 할 조언이 있다면?

사실 스터디는 붙으면 거의 다 같이 붙어요. 저희도 5명이 스터디를 했는데 4명이 붙었어요. 반대로 떨어지면 다 같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의견이 잘 맞아야 해요. 서로가 자신이 글을 잘 쓰고 잘한다고 하는 순간 스터디가 망해요. 오히려 되게 글을 잘 쓰거나 잘하는 사람 한 명이 있는 게 좋아요. 시험을 평가하는 사람이나 어느 정도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보면 이게 판단이 되거든요. 합격선이 어느 정도인지를 아니까. 사실 정작 수험생들은 그걸 잘 모를 수 있죠. 나는 되게 잘 썼는데 저 친구가 나를 음해하는 거다. 이렇게 되면 좋은 조언을 못 해주는 거죠. 스터디의 가장 큰 목적은 서로의 글에 대한 좋은 조언을 받고 글이 좀 더 나아지게 하는 것이잖아요. 일단 좋은 글이 어떤 건지에 대한 기준을 세워놓고 이 기준과 합의에 맞춰서 잘 평가를 하고 자기들이 만든 평가 기준에 맞춰서 서로 잘 받아들이고 이런 과정들이 중요한 거 같아요.

 

Q.그렇다면 현직자로 계신 기자분께서 보시기에 잘 쓴 글은 어떤 글일까요?

그건 다 다르죠. 논술을 잘 쓴다고 기사를 잘 쓰는 건 아니고요. 작문을 잘 한다고 해서 기사를 잘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문장을 잘 만드는 능력이 있으면 좋지만, 사실 언론입사용 논술과 사설이 다르거든요. 물론 비슷한 카테고리로 묶이긴 하지만 종류가 다르고 중요한 지점이 다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럼 일관적으로 어느 글이 좋은 글이라고 하긴 어려운 것 같아요. 작문에서는 상상력이 뛰어난 글이 좋은 글일 수 있잖아요. 그런데 기사가 상상력이 뛰어나면 오버하는 글이거나 사실관계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글일 수 있는 거죠.

 

Q.기자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스펙과 역량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한국어 능력평가가 됐건 토익이 됐건 최소 수준 이상은 있어야 한다고 봐요. 그런데 간헐적으로 서류를 안 보는 곳도 있어요. 그건 회사마다 약간씩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곳은 토익 최저점수가 있는 데가 있고 또 어떤 곳은 한국어를 안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학점을 안 봤거든요. 그런 거에 따라서 다 다르기도 하죠. 스펙은 당연히 좋으면 좋을수록 좋은 거고 기본 이상은 해야지 서류합격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게 사실이니까요.

 

Q.입사 전후 느끼셨던 기자라는 직업이 가진 이상과 현실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어려운 건 취재가 안 되는 게 어려운 거죠. 사실 취재하는 과정이 그냥 다 정해진 답을 가지고 우리가 뭔가를 가는 게 아니라 찾아가야 하는 거고 말을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말을 하게끔 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사실과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뭔가 얘기하고 싶지 않은 사람 집 앞에서 가서 버텨야 하고 구하기 어려운 자료들을 구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마찰과 갈등이 있을 수 있고 이걸 확보했다고 바로 쓸 수 없어요. 그걸 쓸 수 있을지 없을지 판단해야 해요. 어떻게 취재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충이 있는 거죠.

 

Q.기사의 한 단어, 한 문장이 가진 파급력 때문에 갖고 계신 고충도 있으실 것 같다.

기사 자체가 어떤 사람에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 올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생각할 때 나쁘고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사람에 대해 함부로 비판하고 사실관계가 아닌 것을 가지고 기사를 쓰는 건 옳지 않겠죠. 그래서 기사를 쓸 땐 기본적으로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항상 신경을 쓰죠.

 

Q.사실관계가 정확히 파악되진 않았지만, 정황이 짙은 사건에 대한 기사를 쓰고 싶은 유혹은 없으셨나?

어떤 사건에 대해 3일 동안 밤새도록 취재를 했어요. 그런데 사실관계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기사가 안 됐죠. 그럼 저도 사람인지라 이제 이 부분을 이렇게 쓰면 기사가 될 것 같은 유혹이 있죠. 저는 사실 개인적으로 기사 안 되는 것을 뜯어내는 것도 실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희는 ‘킬’한다고 표현합니다. 기사로써 완결성과 사실관계 확인이 부족한 걸 킬 시킨다고 하는데 그것도 능력이라고 봐요. 빨리 빠져나와야지 잘못하면 수렁에 빠져서 망할 수 있어요.

 

Q.3일 동안 취재를 하셨는데 기삿거리가 되지 않으면 허무한 기분이 드시겠어요.

사실 기자 일이라는 게 실패가 더 많은 일입니다. 물론 여러 가지 정부 차원에서 수사를 하거나 기자회견을 하거나 그런 내용의 기사를 쓸 수 있고 그중에서 문제가 되는 걸 취재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많은 것들이 사실 확인이 안 되죠. 그럼 당연히 실패하는 경우가 많죠. 만나자마자 술술 얘기하는 거는 불가능한 일이죠.

로 한국 기자상을 수여한 정환봉 기자

<국가정보원 비선 민간여론조작 조직 실체>로 한국 기자상을 수상한 정환봉 기자

Q.예전 인터뷰 내용을 보니 ‘국정원 선거 개입’ 관련 기사를 쓰실 땐 한 달에 하루만 쉬면서 일을 하셨다고 들었다. 어떤 생각과 힘으로 버티시는지?

매일 그렇게 힘들 진 않고요. 그 해만 좀 힘들었어요. 어떤 힘으로 버티나. 글쎄요 이 일이 재밌고 뭔가 좀 더 많이 취재하고 알려지면 좋겠다는 생각들을 계속하고 있는 거? 저는 취재하는 게 제일 재밌습니다.

 

Q.기자를 준비하고 있는 청년들이 가져야 할 마인드가 있다면?

어쨌든 기자는 매력적인 직업이에요. 자기의 취재 여하에 따라서 제도 변화를 이끌어 내는 직업이 많지 않거든요. 민간 직업인으로서 제도 개선을 이끌어 내고 문제점을 알려내고 이렇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은 기자 정도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선 매력적인 직업이란 생각이 듭니다. 다만 잘하기 쉽지 않죠. 매체가 많아지면서 경쟁이 심해졌고 취재에 어려운 지점도 있어요. 그렇긴 하지만 보람이나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Q.앞으로 어떤 기자가 되고 싶으신가요?

중요한 건 성실하게 지내는 거라 생각합니다. 매일매일 필요한 기사들을 최대한 쓰려고 노력하는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