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자 인터뷰] 기타리스트 정영호

2019-03-12T13:52:04+00:002019. 03. 4.|

일상의 감정을 표현하는 기타리스트

메인 | 전주엽 (maluyoung@nave.com)
보조 | 이단비 (danbi361@gmail.com)

기타리스트는 어떤 직업일까요?
‘기타 잘 치는 사람이 하는 일’ 또는 ‘기타 쳐서 돈 버는 직업’ 이렇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기타에 어떤 매력이 있어서 연주를 직업으로 삼게 되었을까’ 궁금하지 않으세요? 많은 사람이 각자의 직업을 갖게 된 과정이 있듯, 오늘 소개해 드릴 분 역시 기타리스트가 되기까지 긴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 싶습니다. 일상의 감정을 기타 선율로 표현하는 ‘핑거스타일(Fingerstyle) 기타리스트’ 정영호 님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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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호님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기타리스트 정영호입니다. 기타를 처음 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5년째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자작곡(연주곡)들로 이루어진 정규 앨범 두 장을 발표하였습니다.

우선 핑거스타일을 모르는 사람도 많을 거 같아요.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핑거스타일은 보컬 없이 음악의 3요소인 리듬, 멜로디, 화음을 오직 기타 한 대로 표현하는 원 맨 밴드(One-man-band)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뮤지션으로는 정성하 군이 있습니다.

백문이불여일청, 한번 들어보면 어떤 음악인지 알 수 있다.

그렇군요. 다양한 기타 연주방법이 있는데 핑거스타일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일단 연주자와 청자가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매력은 ‘소리’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잘 모르는 사람에게 핑거스타일 연주를 들려주면 “이게 기타 한 대로 연주하는 거야?” 라며 그 풍성한 음악에 다들 깜짝 놀라죠. 특히 저는 이 연주를 가장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는데, 스스로도 행복을 느낄 만큼 매력적인 소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기타를 언제 처음 접하셨나요?
저는 대학교 전자공학과에 입학하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기 때문에 학교 밴드 동아리에 들어갔죠.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없어서 처음엔 스태프를 하다가 기타치는 선배들이 멋있어 보이기도 했고 소리가 마음에 들어서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아 그럼 실용음악을 전공하신 게 아니고 일반대학을 나와 음악을 시작하셨군요?
아뇨. 수업도 안 들어가고 기타연습만 하다 보니 학교를 중간에 그만뒀어요ㅎㅎ

그럼 음악을 진지하게 시작한 때가 언제인가요?
제대할 즈음 결심했어요. 실력이 그리 뛰어나진 않았지만, 그냥 기타를 만지고 있는 것 자체로도 신기하고 좋아서 ‘이건 내 길이다’ 는 운명적인 느낌을 받았어요. 연습하는 시간이 너무 즐거워서 복학하지 않고 자퇴를 하였습니다.

이십 대에 진로를 바꾸셨다니,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을 것 같아요.
사실 아버지가 기타연주자로 활동하셨고, 어머니도 피아노학원을 하셔서 저만큼은 공부를 열심히 하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음악을 하겠다고 하니 반대하셨죠.

그럼에도 결심을 굽히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공부해서 취업하는 것보다 기타를 연주하는 일이 내 직업이 된다면 정말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모님은 걱정이 앞서다 보니 반대하셨지만 내심 기대도 하셨던 거 같아요. 지금은 정말 좋아하시거든요.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늦었다는 불안감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렇죠. 또래의 친구들은 제가 기타를 배우기 시작한 시기에 이미 프로 연주자가 되어 세션 활동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내가 저들과 경쟁해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걱정을 했지만 시작이 늦어도 열심히 하면 길이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묵묵히 노력했어요.
*세션-연주자와 가수가 협력하여 공연하는 일을 일컫는다.

그럼 기타리스트가 되기까지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재즈아카데미에서 1년 정규과정을 마쳤고, 장르 별로 유명한 선생님들을 찾아가 1~2년씩 지도를 받았어요. 그중 클래식 기타리스트 이명선 교수님을 3년간 사사했어요. 그렇게 연주력을 키워 나감과 동시에 수많은 곡들을 만들었고 앨범을 낼 방법을 알아보았습니다.

정규앨범이 벌써 두 장이라 하셨는데, 앨범 제작 과정을 얘기해주세요.
일단 앨범 제작은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아요. 4~5년 정도 자작곡을 꾸준히 모아서 그중 앨범에 실을 곡들을 추려냅니다. 1집의 경우 ‘아름답거나 행복한 느낌으로 만든 곡’이란 콘셉트로 곡들을 선별했어요. 그리고 비용 마련이 중요한 부분인데 수중에 돈이 없다 보니, 방법을 알아보던 중 ‘경인방송 기타킹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부상이 앨범제작지원이라 하여 참가하였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됐나요?
사실 제가 참가한 2012년이 첫 대회라 쟁쟁한 분들이 많이 나오셨어요. 처음엔 연주에 자신이 없어서 수상할 거란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우승을 하면 꿈에 그리던 앨범을 낼 수 있단 생각에 최선을 다했고, ‘세상에 물들지 않기를’이란 곡을 좋게 평가받아서 우승을 했습니다.

! 그렇게 첫 앨범이 나온 것이군요.
그게…알고 보니 부상은 정규앨범이 아니라 싱글(1곡)을 내주는 것이었어요. 제가 잘못 알았던 거죠. 결국 첫 앨범은 대출을 받아 사비로 만들었어요.

그런 슬픈 이야기가 있었군요. 앨범이 나왔을 때 반응은 어땠나요?
제가 2008년부터 네이버 핑거스타일 카페 활동을 열심히 했어요. 커버 영상이나 자작곡을 꾸준히 올리다 보니 인지도가 생겨서 카페 내 개인 게시판도 개설되었고 앨범이 언제 발매되는지 기대해 주시는 분들도 생겼죠. 앨범이 나왔을 때 반응은 “드디어!” 였어요.  카페의 많은 분들이 기뻐해 주셨습니다.
*커버-다른 사람의 연주를 그대로 모방하는 것

저는 앨범 재킷에 그려진 새가 인상적이었어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제가 앨범을 내기까지 거의 8년 정도를 방구석 기타리스트로 살았어요. 연습실 창문 밖을 보면서 ‘나도 빨리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간절함을 오랜 시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비유적 표현을 앨범 재킷에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정영호 님의 1집 "Beautiful Things" 와 2집 "가시밭 길"

정영호 님의 1집 “Beautiful Things” 와 2집 “가시밭 길”

앨범 수록곡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곡 또는 핑거스타일을 처음 접하는 대중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있다면 어떤 곡인가요?
모든 곡에 애착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하나를 꼽으라면 ‘푸른 하늘’이에요. 저의 첫 자작곡이기도 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오로지 감각에 의존해 만든 곡이거든요.

‘푸른 하늘’이란 제목에 어떤 의미를 담았나요?
아까 말씀드린 ‘새’와 연관이 있어요, 새가 창문 밖으로 나가 날게 될 그 세상이 푸른 하늘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었어요. 그래서 네이버 핑거스타일 동호회에서 활동한 닉네임도 ‘푸른 하늘’이에요.

들어보니 곡의 제목과 멜로디 감성이 참 잘 맞는다고 느꼈어요. 사실 연주곡은 가사가 없다 보니 엉뚱한 제목을 붙여도 아무도 모르잖아요? 그런데 정영호 님의 곡은 그런 게 없어요.
저 역시 아무 생각 없이 많은 곡을 만들었고 그 곡에 잘 어울리는 느낌을 상상하여 제목을 정한 적이 있는데, 그런 곡들은 소중함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감정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곡을 만들다 우연히 나온 결과였죠. 그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창작 동기가 명확하고 그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곡은 작곡 과정에서 ‘음악이 무엇인지’ 다시금 배울 수 있었고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고픈 마음도 컸어요.

저는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게 전부인데 음악으로 표현한다는 게 참 대단해요. 정영호 님만의 작곡 비법이 있나요?
특별한 비법은 없지만, 굳이 꼽자면 하나는 ‘좋은 곡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남다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연습보다 작곡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그래야 좋은 곡이 써진다고 믿어요.
또 다른 하나는 ‘지금 상황에서 어떤 BGM이 나에게 어울릴까?’ 생각하는 거예요. 제가 드라마 속의 주인공이 된 것으로 가정하고 드라마 OST를 만드는 거죠. 가끔은 문득 멜로디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대부분 이런 식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작업하는 스타일이 궁금합니다.
몇 년에 한 번씩 앨범을 내다보니 작업을 안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은 다작을 해요. 단지 사람들에게 들려줄 만큼 마음에 드는 곡이 많지 않을 뿐이죠. 늘 무언가 만들 준비를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면 가끔 영감을 받는데, 마치 하늘에서 “그래 너 열심히 했으니까 이 곡 가져라. 멜로디 줄게” 이런 느낌으로 딱 꽂혀요. 그런 멜로디는 곡의 일부인데 거기에 살을 붙여서 곡을 만드는 거죠.

살을 붙이는 작업은 어려울 것 같아요
인내와의 싸움이죠. 다행히 저는 그 과정을 즐기는 편이에요. 곡에 따라 한 시간 만에 금방 만드는 곡도 있고, 막히는 경우도 있어요. 막힐 땐 억지로 하기보다 한동안 내버려 두고 악상이 떠오르면 다시 시작해요.

사람들이 취미는 취미로 남겨두라고 하잖아요? 취미를 직업으로 하셨는데 여전히 창작활동이 즐거운지 궁금합니다.
물론이에요. ‘시간이 더 있으면…’ 하는 아쉬움이 느껴질 정도로 음악은 늘 설레고 재미있어요. 작곡에만 몰두하고 싶은데 레슨도 있고 다른 작업도 있다보니 시간이 많이 부족하죠. 공연이 잡힐 경우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연주를 들려주고자  창작이고 뭐고 아무것도 못한 채 공연 준비에만 에너지를 쏟게 되는데 이런 이유로 저는 공연 제의를 거절하는 편이에요. 무대에 서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만 창작 활동이 저에겐 훨씬 더 즐겁고 행복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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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 기타리스트의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것, 언제든 연주하고 싶을 때 기타를 옆에 두고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지요.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음악과 함께 삶을 살아 나간다는 기쁨도 큽니다.

반대로 어려운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어떤 분야든지 전문가가 되려면 정말 노력을 많이 해야 하잖아요? 아무리 연습을 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소질이 없는 건가?’ 싶기도 하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느껴요.

그럴 때 후회는 안 하셨는지 궁금해요.
네 후회는 한 번도 안 했어요. 두려운 마음이 생기지만 기타를 치는 게 정말 행복해서 다른 일을 했을 때 이보다 나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아요, 음악으로 수입이 생기지 않더라도 선택에 후회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시작했거든요.

앞으로의 활동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올해부터는 핑거스타일 기타리스트이자 대중음악 작곡가로 활동할 계획입니다. 그 시작으로 현재 tvN에서 방영 중인 월화드라마 ‘왕이 된 남자’의 OST  part 1 ‘오연준 – 다시 볼 수 있다면’ 을 통해 작곡/작사가로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어요.
계속 커리어를 쌓아 나중엔 영화음악도 해보고 싶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3~4년 공부하면 영화음악에 발을 담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대표적인 기타리스트 출신 영화음악 감독으로는 이병우 님이 있다. 그는 <장화, 홍련>, <왕의 남자>, <호로비츠를 위하여>, <괴물>, <마더> 등의 인지도 높은 국내 영화음악을 맡았다.

기타리스트로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을까요?
평생 만들어온 음악을 들으면서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한 곡 한 곡 듣고 있으면 그 곡을 만든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거죠. 그러면 ‘아 맞아. 그때 그런 일도 있었지’ 하면서 마지막 순간까지도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동시에 남겨진 이들에겐 제 음악이 좋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상상을 합니다.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일이든 진심으로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일단 도전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결과와 상관없이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한다면 적어도 도전조차 하지 않고 후회할 일은 없을 거예요. 제가 음악에 뛰어들어 무언가 이루었다 할 만한 것은 없지만, 선택을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힘든 것보다 음악을 할 수 있다는 행복이 더 컸기 때문이에요. 책임감과 간절함을 가지고 매일매일 노력한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꿈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꿈’이라는 매력적인 단어가 희망고문처럼 느껴질 때도 있겠지만 스스로를 믿고 끝까지 힘내세요. 화이팅입니다.

정영호 님의 공연사진.

정영호 님의 공연사진.

*정영호 공식 홈페이지 : https://www.jungyoungho.com/
*정영호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YHJGM
*정영호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user/acousticrain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