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자인터뷰]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확신, 서울 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지킴이

2017-07-27T10:18:58+00:002017. 07. 10.|

 노동자의 고충을 해결해주는 노동자, 송승현

저는 그저 상담을 하고, 상담을 받은 사람은 제게 아이고, 감사합니다.” 할 뿐이에요. 저는 그게 너무 좋아요. 그리고,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잖아요. 그는 대체로 단출하게 대답했지만, 노동자, 그리고 노동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자못 반짝거렸다. 서대문구 근로자복지센터에서 일하고 있다는 송승현 씨를 만나보았다.

글. 김지애(jiaedotcom@gmail.com)

믿지 못하실까 봐 가져왔어요.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나타난 그는 주섬주섬 목걸이를 꺼내 보였다.

믿지 못하실까 봐 가져왔어요.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나타난 그는 주섬주섬 목걸이를 꺼내 보였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어떻게 살아오셨나요?
― 송승현이라고 합니다. 이냥저냥 살아왔어요. 인생의 전환점은 늘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생각보다는 아귀가 맞게 살고 있는 편이에요.

현재 어디에서 근무하고 계시나요? 직장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 근로계약서상의 갑은 서대문구청장이고요, 파견 나가는 곳은 서대문구 근로자복지센터에요. 뭉뚱그려 말하자면 주로 일하는 사람들이 겪는 고충과 걱정들을 해결해 주고 있습니다.

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지킴이라는 직업이 조금 생소해요. 하시는 일을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 문의를 해 오시는 노동자에게 필요한 제도를 소개시켜드리고 그 제도를 적용받기 위해서 연락할 곳, 어떤 절차를 밟으면 되는지를 상담하는 일을 합니다. 예를 들자면 주휴수당을 받지 못한 아르바이트에게 그것을 받는 절차를 알려드려요. 아르바이트를 대상으로 할 때가 많고, 가끔 직장인 분이 퇴직금이나 휴가,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관해서도 물어 오실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관련한 근로기준법을 답해 드립니다.

승현 씨는 2주에 한 번씩 노동청으로 출장을 가서 오프라인 상담 또한 도맡고 있다. Wel◆상♣담창§구오픈♧♠coMe☆

승현 씨는 2주에 한 번씩 노동청으로 출장을 가서 오프라인 상담 또한 도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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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보니 이 업무는 법에 관한 전문성이 필요할 듯해요. 이런 점은 따로 공부를 하시거나, 센터 내에서 교육을 받으시는 건가요?
― 기본적인 교육을 받습니다. 그런데 전문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노동자의 편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노동법에 관한 지식뿐만 아니라 노동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감각이 있어야 하는 거죠.

그렇다면 이 일은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에게 맞을까요?
― 노동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있는 사람이 이 일을 하면 좋겠죠. 그리고 관련한 지식이 갖춰진 사람이라면 더욱 좋고요.

노동인권에 관한 감수성 이야기를 하셨어요. 승현 씨는 그런 감각을 타고나신 건가요?
― 어릴 때부터 대중가요보다는 마이너한 가수들의 노래를 들었어요. 고등학생이 되었는데 머리도 굵었겠다, 나도 이제 공연장에서 그들의 라이브를 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라이브클럽에서 공연을 보면서 학교 밖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곳에서 청소년운동이라는 것을 처음 접하게 되었어요. 그것이 결국에는 다 이어지게 되더라고요. 소수자는 뭉쳐야 한다는 마인드가 있잖아요. 그때부터 철거 현장, 젠트리피케이션, 아르바이트의 주휴수당, 시급에 관련한 것 등 이런저런 운동판을 돌아다녔죠.

청소년운동을 가장 먼저 접했다고 하셨어요, 단어의 조합이 가장 궁금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지는데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 제가 학교를 다닌, 그 때가 학생인권조례가 등장하는 시점이거든요. 지금은 좀 덜해졌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중고등학생들의 두발은 무조건 똑단발이나 반삭발이었잖아요, 이밖에 무조건 0교시를 들어야 한다거나 야간자율학습에 필참해야 했고요. 이런 점에 반대하는 것이었어요. 지금 한창 이슈인 페미니즘과 같은 맥락으로 보면 돼요. 페미니즘은 여성을 왜 인간으로 보아주지 않느냐, 라고 이야기하잖아요. 왜 학생을 인간으로 보지 않느냐에 관한 이야기라고 이해하면 쉬우실 거예요.

 

근로계약서상의 갑은 서대문구청장이에요. 직장에 관한 설명을 부탁했을 때 그가 가장 처음 꺼낸 말이다. 먼저 든 생각은 ‘색다른 화법을 구사하시는 분이네.’ 였다. 인터뷰가 차차 진행되면서 승현 씨가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직업을 가졌다는 것을, 그리고 그러한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다시금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왜, 소수자는 뭉쳐야 한다는 마인드가 있잖아요. 짧은 문장임에도 꽤 인상적이어서 며칠 동안 머릿속에 ‘뭉치다’라는 단어가 떠다녔다. 서로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수월하게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상담 업무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온라인 상담이나 유선 상담도 가능한가요?
― 저는 주로 온라인 상담을 하고 있어요. 센터 홈페이지에서도 상담이 가능하고요, 트위터도 운영 중이에요. 트위터 계정을 통해 주휴수당이나 해고예고수당에 관한 정보를 올리면 DM(트위터 내의 1:1대화)이 정말 많이 와요. 방문 상담이나 전화 상담도 언제든 열려 있어요. 이쪽은 사무실 내의 노무사 분이 주로 도맡고 계십니다. 물론 서대문구민이 아닌 모든 분들의 상담 요청이 가능합니다! 제 경우 많을 때는 하루에 일곱 건의 상담을 맡은 적도 있어요.

하루에 일곱 건씩이나요? 그런 경우가 잦은가요?
― 이랜드 임금체불 건이 터졌을 때 서울시에서 집중신고 기간을 운영했어요. 그때가 많이 바빴죠. 상담을 하면 데이터베이스에 입력을 해요. 작성된 DB를 서울시에 넘기면 시에서 그것을 취합해 사례집을 만들고, 노동자권익센터에서 배포하죠. 제 2의 피해를 줄이자는 취지인 거예요.

보람 있거나 기쁜 순간이 정말 많을 것 같아요.
― 많죠. 저는 여태까지 식당, 카페, 세트장 설치 같은 여러 가지 알바들을 해봤어요. 그런데 그 일들은 끝나고 나면 결국 공허하잖아요. 하지만 이 일에는 그런 게 없더라고요. 사실 저는 그저 상담을 하고, 상담을 받은 사람은 제게 “아이고, 감사합니다.” 라고 할 뿐이에요. 저는 그게 너무 좋아요. 그리고,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잖아요.

일에 대한 만족도가 뿜어져 나오는 게 보여요.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 3개월 내내 일주일에 60시간을 넘게 일하고선 월급을 120만 원밖에 받지 못한 분에게 원래 월급을 찾아다 주는 일이 있었어요. 당시 기준으로도 적정 급여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었거든요. 또 다른 사례도 있어요. 수습기간 중에는 최저임금을 그의 90퍼센트만 줘도 되는데, 사실 거기에는 조건이 있거든요. 알고 봤더니 그 조건이 충족이 되지 않았던 거죠. 그 10퍼센트씩을 몇 개월 동안 돌려받은 사례도 있고요. 실제로 이런 사례를 담당하고 만들어가는 일을 하니까 뿌듯하죠. 상담을 했던 사람들에게 따로 감사하다는 연락도 와요. 그저께도 왔고요.

서대문구 근로자복지센터의 트위터 계정(@sdmlwc). 노동자에게 유용한 트윗 타래가 올라온다(가끔 아무말을 한다).

서대문구 근로자복지센터의 트위터 계정(@sdmlwc). 노동자에게 유용한 트윗 타래가 올라온다(가끔 아무말을 한다).

노동에 관련한 일을 하고 계시잖아요. 자신의 노동권은 보장받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 제가 그래도 근로자복지센터에서 일하고 있는데..(웃음) 네. 야근도 안 하잖아요. 노동자로서 겪는 어려움은 없다고 해도 괜찮은 정도에요.

이 일을 통해서 어떤 것을 배울 수 있나요?
― 근로기준법을 배울 수 있어요. 정말 알아야 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중등교육 과정에 근로기준법이나 노동법에 관련한 내용이 일정 부분 들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말 동의해요. 그렇다면 기업이 현재의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면 노동자들이 충분히 만족하고, 괜찮은 노동의 질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근로기준법에 사각(死角)이 정말 많거든요. 대표적인 것은 업무 강도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거예요. 업무 강도가 아무리 높아도 그걸 규제할 수단이 없어요. 근무지 내 언어폭력도 애매하긴 마찬가지죠. 단 둘이 있는 상황에서 언어폭력을 당했다면 죄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요. 다른 사항들은 위반을 했다손 쳐도 징계나 벌칙이 약하고요.
전태일 열사가 살아 계실 당시의 근로기준법이 지금보다 더 노동자의 손을 들어주는 근로기준법이었다고 해요. 그때는 지키지 않아서 문제였지만 현재는 법 자체가 후퇴한 상황인 거죠.

그렇다면 승현 씨가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 생각했던 것과 지금 일하고 있는 현실에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 저는 일하고 있는 사람을 실제로 찾아간다거나 할 줄 알았거든요. 일을 시작해 보니 그런 식의 밀접한 만남은 없고, 찾아오는 사람을 상대한다는 것 정도의 간극이 있네요. 물론 저희도 활동적인 일을 해요. 영화제를 연다든지, 대학교 교내에서 근로기준법에 이러한 항목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캠페인을 나가기도 하고요. 고등학생을 상대로 하는 캠페인도 지금 기획 중이어서 2학기 중에는 할 수 있지 싶어요. 노동자를 직접 찾아가는 일도 충분히 제의해 볼 수 있는 사항이죠.

Po♧빠른♠Wer상담∽∇※★ 앞으로 이런 부스는 지나치지 맙시다. ~승현 씨~를 마주칠 수도 있거든요.

Po♧빠른♠Wer상담∽∇※★ 앞으로 이런 부스는 지나치지 맙시다. *승현 씨*를 마주칠 수도 있거든요.

그는 ‘뿌듯하다’는 말을 여러 차례 힘주어 말했다. 뿌듯해요 라니! 교과서에서 눈으로만 읽어보는 단어 아닌가. 귀를 통해 몇 년 만에 그 말을 들으니 이상하게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자신의 분야에 확신이 있는 사람을 만나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마지막으로 상담을 하러 온 사람들, 첫 출근 하는 인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있으세요?
― 아까 말한, 수습기간에 최저임금의 90퍼센트를 주는 조건을 이야기해드릴게요. 1년 이상 근무할 경우에만 최대 3개월까지 적용할 수 있어요. 근로계약서에 1년 이상 계약을 하겠다, 최저임금의 90퍼센트만 주겠다는 명시가 되어 있어야 해요. 상호 동의는 물론이고요. 이 점을 이용하려고 아르바이트를 할 때에도 일단 일 년 이상으로 계약서를 작성해 버리는 경우가 있죠. 그러니까 근로계약서는 꼼꼼히 쓰고, 두 부 작성해서, 한 부씩 나눠 가지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