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자 인터뷰] 방송작가, 그 이면을 파헤치다.

2019-08-12T11:46:41+00:002019. 08. 12.|

방송이라는 매체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다.

글, 사진 / 김진희(ejlee05200@naver.com)

*본 인터뷰는 현직자의 요청으로 이름은 생략했음을 알려드립니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 방송 작가 ‘A’ 씨를 만나 인터뷰해 보았다.

사진. 어려운 질문에도 자세히 답변해주시는 'A'작가님

사진. 어려운 질문에도 자세히 답변해주시는 ‘A’작가님

방송 구성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

Q. 간단한 자기소개와 어떤 업무를 하셨고 현재는 어떤 일을 하고 계신 지 구체적으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방송 구성작가를 하다가 현재는 그만두고 드라마 작가를 준비 중입니다. 방송작가는 예능이나 다큐멘터리 등을 구성하는 구성작가와 드라마 대본을 쓰는 드라마 작가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저는 방송 구성작가로 4년간 일하다가 그만두고 현재는 드라마 작가가 되기 위해 작가 지망생들과 스터디를 하며 공모전 준비를 하는 중입니다.

Q. 어떤 부분에 매력을 느껴 방송 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하시게 된 것인지 그 계기가 궁금합니다.
A. 대학을 다니던 중 글쓰기에 흥미를 느끼고 본격적으로 글 쓰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국어국문학과에서 문예창작과로 전과했어요. 처음에는 희곡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순수 창작 활동으로는 돈벌이가 어렵다는 벽에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돈도 벌면서 글도 쓸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다 방송 구성작가를 택하게 되었습니다.

Q. 방송작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과 과정이 필요한가요? 방송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알고 싶습니다.
A. 문예 창작과 졸업 후 MBC 방송 아카데미에 들어가 구성작가 3개월 코스를 수료했습니다. 아카데미에 들어오는 막내 작가 구인 문의와 KBS 구성작가협의회의 막내 방송작가 모집 등에 지원하였고 몇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A’라는 예능 프로그램의 막내 작가로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Q. 아카데미를 다니는 장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아무런 경력이 없는 신입 막내 작가를 뽑는 입장에서는 ‘아카데미’ 출신을 조금 더 선호합니다. 이는 방송 업계 특성상 빠르게 업무에 투입될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하므로 조금이라도 업무에 대해 배운 사람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카데미의 가장 큰 장점은 인맥을 늘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구성작가로 진출해 있는 선배들이 있으며 그들을 통해서 막내 작가를 구하는 모집 글이 많이 들어옵니다. 게다가 동기들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동기들에게 자신의 힘든 점을 털어놓고 위로받으며 공감받을 수 있으며,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 및 다른 프로그램의 업무 환경 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방송 구성작가의 업무와 생활 : 현실적인 이야기

Q. 한 회의 방송을 내보내기 위해서는 처음 구상하는 단계부터 편집하는 단계까지 매우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할 것 같습니다. 방송이 만들어지기까지 방송작가의 업무와 일과를 구체적으로 알고 싶습니다.
A. 방송의 특성마다 큰 틀은 비슷하나 세부적으로 조금씩 다릅니다. 제가 일했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경우 구성작가의 업무는 ‘아이템 조사, 자료조사, 인터뷰 진행, 촬영 구성안 작성, 편집 구성안 작성. 가편집, 종합편집’의 순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러한 다큐멘터리의 경우 한 회를 방송하기 위해서는 이 과정을 4주에서 6주 안으로 끝마쳐야 합니다.

Q.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경우 크게 자료조사, 인터뷰, 편집의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는 것이군요. 그렇다면 단계별로 자세하게 어떤 일들을 진행하시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A.  방송을 나가기 위해선 해당 프로그램에 맞는 아이템을 선정하게 됩니다. 휴먼 다큐멘터리의 경우 제작진의 회의를 통해 혹은 이미 조사된 자료를 통해 어떤 출연자가 나오면 좋을지 아이템 회의를 합니다. 제작진이 원하는 재미있는 출연자를 찾게 되는 경우엔, 작가들이 기사 검색, SNS 조사, 홈페이지 신청받기, 여러 기관에 전화 문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출연자를 서칭합니다. 여러 아이템이 세팅되면 제작진은 회의를 통해 출연자를 선정하게 됩니다.

그러고 나서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먼저 전화로 간단한 질문과 프로그램 특성에 관련된 질문들을 합니다. 그 후 제작진이 직접 출연자를 만나 현장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작가는 이 과정에서 인터뷰지를 작성하여 인터뷰하고, 인터뷰 후에는 자료를 정리해서 공유합니다. 출연이 확정되면 촬영구성안을 작성합니다.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촬영할 것인지에 대한 구성안으로 촬영 장소, 시간, 간단한 인터뷰 질문 등이 담긴 구성안입니다. 촬영은 이를 바탕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촬영이 촬영 구성안대로 진행되지는 않습니다.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으로 진행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촬영된 영상들을 취합해서 방송에 나갈 수 있도록 편집을 합니다. 전체 촬영 영상이 어떤 순서로 방송에 나갈 것인지에 대한 편집구성안을 작가가 작성합니다.  이것은 보통 메인 작가가 진행합니다. 편집구성안이란 영상의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장면이 앞에 나오고 뒤에 나올지를 결정하는 구성안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 편집구성안을 바탕으로 가편집 영상을 만들고 다른 제작팀과 가편 시사를 통해 의견을 주고받습니다. 그리고 최종 수정을 한 뒤 편집본을 완성합니다. 그 뒤 배경음악이나 자막 등 방송에 내보내기 위한 작업을 추가로 진행하면 완성본 영상이 나오게 됩니다.

여기까지 휴먼 다큐멘터리 방송의 대략적인 진행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방송마다, 상황마다 각자 다른 순서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Q. 와, 정말 한 회의 방송을 만들기까지 여러 단계의 과정이 필요하네요. 쉴 틈 없는 일정이 힘드시겠어요. 그렇다면 방송 후에는 잠시 휴식기를 가지시나요?
A. 모든 작업이 끝나면 바로 다음 회차의 준비를 시작해요. (웃음) 방송은 계속되어야 하니까요. 그리고 아이템 리스트업(방송 거리를 찾는 작업)을 위한 자료조사 작업은 다음 방송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늘 해두어야 합니다.

Q. 업무를 하는 데 있어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가장 힘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음, 제가 힘들게 조사하고 진행해온 일들이 허무하게 엎어지는 경우가 힘들다고 할 수 있습니다. 메인 작가와 PD의 마음에 들 때까지 자료조사가 필요하고 그렇게 열심히 준비해간다고 해도 중간에 엎어져서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허무하고 힘들기도 합니다. 또 다큐멘터리의 경우 일반인을 촬영하는 경우가 많아서 통제할 수 없는 다양한 상황이 생기거나 스케줄이 꼬이는 경우가 어렵습니다.

Q. 앞에서 말씀해주신 이야기로 유추해보면 근무 강도가 셀 것으로 생각되는데 추가 근무나 야간 근무가 잦은 편인가요?
A. 밤샘 근무와 추가 근무가 많아 개인 시간은 거의 보장되지 않습니다. 퇴근하고도 전화로 일을 시키는 메인 작가들이 대부분이며 업무의 강도 또한 굉장히 센 편입니다. 따라서 쉬는 날 또한 일정하지 않으며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경우는 4~6주의 준비 기간 후 한편씩 방송되므로 쉬는 날은 방송 준비가 끝난 후의 1~2일 정도뿐, 그 후에는 바로 다음 방송을 준비해야 합니다. 안타까운 점은 이렇게 야근이나 추가 근무를 빈번하게 하여도 보통 야근 수당이나 추가 수당 등을 챙겨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방송되지 않고 취소되는 경우에는 돈을 받지 못하는 때도 있습니다. 열정페이가 심한 직종이라고 할 수 있어요

Q. 이렇게 힘든 점이 많은데, 방송작가로 일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 있다면 언제였나요?
A. 60대 시니어 모델분을 전화로 인터뷰를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저에게 자신의 60년 인생을 전부 이야기해주시는 것을 듣고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생각보다 경계심이 많지 않으며 ‘남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쉽게 털어놓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타인의 인생에 대해 들을 수 있는 직업은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이 가장 따뜻하고 보람 있었습니다.

 

방송 구성작가에서 드라마 작가로의 변신

Q. 구성작가 일을 그만두신 이유는 어떤 이유 때문인가요?
A. 마지막으로 했던 프로그램인 ‘E’사의 한 프로그램에서 서브 작가로 일하면서 비교적 빠르게 진급하여 일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직업을 평생 한다고 생각했을 땐 어렵다고 느껴졌습니다. 잦은 야근과 수시로 바뀌는 일정 등 다양한 면에서 제가 오래 하고 싶은 직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전향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Q. 구성작가의 일을 그만두시고 드라마 작가를 준비 중이신데 드라마 작가로의 전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왜 다른 업계가 아닌 방송 업계에서 글을 쓰시는지도 궁금합니다.
A. 글을 쓰는 직업은 대게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데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빠르게 등단할 수도 있어요. 그런 시간 자체를 짐작할 수 없는 부분에 답답함을 느끼고 두려움도 느껴 바로 작가로서 활동할 수 있는 방송국을 선택하였던 것입니다. 드라마 작가를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는데요, 먼저 대학교 때 희곡을 공부하였습니다. 드라마와 희곡은 대본을 집필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또한 연극보다는 대중적인 드라마에 관심이 많아 드라마 작가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구성작가는 가진 재료를 가지고 구성을 하는 것이 특징이지만 드라마 작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창작해야 합니다. 창작에 대한 즐거움이 있어서 드라마 작가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꼭 드라마 작가가 아니더라도 평생 글을 쓰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Q. 작가님이 글을 쓰시는 이유와 글에 느끼는 매력은 무엇인가요?
A. 글을 쓸 때는 아주 괴롭습니다. 원하는 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도 많고 쓴 글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는 동안의 집중력을 좋아합니다. 잠시 다른 세계에 가 있는 것처럼, 세상에 혼자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 집중력에 매력을 느끼고, 스스로가 쓴 글에 새로움과 신기함을 느낍니다. 즉, 글 쓰는 행위 자체에 매력을 느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방송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전하는 말

Q. 방송작가의 길을 선택하고 들어가신 것을 후회하지는 않으신가요?
A. 너무 힘들 때는 후회도 했지만 일이 즐거울 땐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순간적인 기분에 따라 감정은 많이 변할 수 있으니까요. 인생에 후회 없는 선택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후회하던 일들도 잘했다고 생각이 변할 때도 많으니까요. 그리고 후회되는 선택을 하더라도 자신을 위해 합리화시킬 때도 있고요. 결론적으로 후회할 때도 많았지만 후회 없이 즐거울 때도 많았습니다. 힘들 때도 즐거울 때도 많았다는 말이 될 거 같네요.

Q. 마지막으로 방송작가가 갖추어야 할 소양에는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방송작가를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A.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반영해야 하는 방송의 특성상 그 변화를 읽고 적용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업무의 강도가 낮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이 일을 즐기는 사람만이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버틸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