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자 인터뷰] 문화재단은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난다

2019-07-31T09:31:20+00:002019. 07. 31.|

성북문화재단 지역문화팀 이설 님을 만나다

글: 김다영(floweroct@naver.com)
사진: 이수언(zidwl12@gmail.com)

“한 마디로 일의 시작부터 끝까지 사람과 함께 하는 일이에요.”

평일, 주말, 휴일을 가리지 않고 외부에서 다양한 파트너들과 미팅을 하신다는 이설 님. 사람들과 협업하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솔직히 답변한 그에게 문화재단에서는 어떤 일을 하는지 자세히 알아보았다.

 

인터뷰 중인 이설 님

인터뷰 중인 이설 님

 

Q.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이설입니다. 어릴 때부터 축제를 기획하는 일을 했고 현재는 성북문화재단 지역문화팀에서 문화예술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일을 서포트하고 있습니다.

 

문화재단에서 일하기까지

Q. 전부터 축제 관련 일을 하셨는데 문화재단에 들어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셨나요?

A. 중학생 때부터 지역의 청소년 축제를 기획하는 일을 했어요. 그때 함께한 친구들과 축제로 세상을 바꾸자는 생각으로 함께 여러 활동들을 했고요. 축제를 기획하다 보면 지역의 예술가 등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그러다 자연스럽게 같이 일해보자고 제안을 받기도 해요. 저는 지역의 커뮤니티 아트 작가분과 함께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작가는 아니었지만, 작업과 관련된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면서 프로젝트를 돕기도 했어요. 그런데 경험에만 의존해 활동하다 보니, 스스로 공부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Q. 그럼 그 후에 대학에서 관련된 공부를 하신 건가요?

A. 네. 제 전공은 물리학과였는데 대학에 복학해서 다양한 교양과목을 수강하고 책도 많이 읽었어요. ‘내가 외부에서 했던 활동들이 이런 것들과 연결이 되는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Q. 졸업 후에는 어떤 일들을 하셨나요?

A. 졸업 후 전공을 살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고 지역에서 활동을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와중에 대안학교에서 수업할 기회가 있었는데 1년 동안 그 일을 하면서 이 일이 적성에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공부하고 토론하고 아이들과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요. 그래서 이후에 교육대학원 물리교육과에 진학했고 대학원에서는 행정조교 일을 했습니다. 졸업을 준비하면서 임용고시를 보려고 했는데 고민하던 찰나에 성북문화재단에 공고를 보고 지원해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문화재단에서는 무엇을 할까?

Q. 문화재단에서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A. 재단은 행정적인 지원과 동시에 매개하는 역할을 하는 중간 지원조직, 매개조직이에요. 지역주민들의 네트워크가 잘 굴러갈 수 있도록 돕고 예산 운용을 합니다. 대표적으로 대학교와 지역을 연결하는 ‘지역 대학 연계 수업’이라는 사업이 있는데요, 성북구에 있는 대학 수업을, 지역을 이해하고 돌아볼 수 있는 지역형 수업으로 바꾸는 거예요. 교수님들과 협력해 외부에서 강사를 모시거나 현장으로 나가는 프로그램을 구성합니다. 학생들은 학기가 끝난 후에도 마을 활동을 이어감으로써 네트워킹을 지속해요. 이를 통해 청년들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더 나아가 청년들의 일자리까지 해결하는 지역문화 생태계를 추구합니다.

또 지역 기반으로 예술 활동을 하고 싶은 청년들을 지원하는 ‘지역형 청년예술단 사업’도 있어요. 지역에서 청년들이 예술 활동을 안정적으로 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청년예술가들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교류하고 연결해주는 것이 이 사업의 지향점입니다. 제 담당 업무는 공탁이지만 사실상 이러한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어요.

 

Q. 담당 업무인 ‘공탁’이라는 단어가 생소한데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A. ‘공탁’은 공유성북원탁회의를 뜻해요. 이 네트워크에서는 예술가나 활동가 등이 모여 함께 놀기도 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합니다. 공탁에서는 지역의 문화생태계에 대해 활동을 하는데요, 그 예로 공탁에서 생겨난 그룹이 지역의 우범지역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성화한 사례가 있습니다.

저는 이 네트워크의 재단 측 담당자로서 행정적인 지원을 주로 하며 함께 지역에 대해 논의도 합니다. 공탁에서 이야기하다 보면 재단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일의 강도가 높아 지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씀해주세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그분들이 친구처럼 느껴지면서 힘이 납니다. 일과 관련되어 시작한 공탁이지만, 덕분에 그 이상의 의미를 두고 활동한다고 생각해요.

 성북구의 우범지역에서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모한 ‘미인도’ (사진제공: 문화일보)

성북구의 우범지역에서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모한 ‘미인도’ (사진제공: 문화일보)

 

문화재단의 근무환경과 특징

Q. 회사의 복지제도는 어떠한가요?

A. 육아휴직은 자유롭게 쓰는 편이에요. 남성 분들도 잘 써요. 또 개인의 능력개발을 위한 일들을 잘 지원해줘요. 저희 팀은 외부 협력이나 프로젝트 중심의 업무가 있기 때문에 자기개발을 위한 활동은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줍니다. 연차도 자유롭게 쓰는 편이에요. 협업해서 일하지만 내가 쉬고 돌아와도 그 일이 그대로 있어서 일을 처리할 수만 있으면 됩니다.

 

Q. 업무 강도는 어떠한가요?

A. 강도는 꽤 센 편이에요. 민간 파트너와 협업하다 보면 근무시간, 휴일 등을 가리지 않고 미팅, 행사 등이 이루어져서 컨디션 관리를 하기가 어려워요. 그리고 상대적으로 외근이 많은데도 행정 업무를 해야 하는 포지션이에요. 그래서 야근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회의도 많고요.

 

Q. 회의가 많으면 수평적인 분위기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주고받으실 것 같은데 분위기는 어떠한가요?

A. 분위기는 수평적이긴 하지만 조직은 팀장이 직원을 평가하는 체계 때문에라도 위계가 없을 수가 없어요. 그런데도 수평적이라고 하는 이유는 저희 팀이 다 같이 닉네임을 쓰기 때문이에요. 팀장님에게도 직급으로 부르지 않고 닉네임으로 불러요.

 

Q. 이 직무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A. 이 직무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 사람들을 계속 만나는 일이에요. 사람들과 협업하기 때문에 사는 맛이 있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또 반대로 이야기하면 그래서 일이 유동적이고 기준도 모호한 면이 있어요. 특정해서 재단하기 힘든 일이 많아요. 우리네 인생처럼. 사람에 많이 치이는 일이에요. 이 일을 하려면 건강하고 자존감이 높아야 해요. 이 직무를 떠나시는 분들은 사람에게 실망해서 떠나는 경우가 많아요. 일의 시작부터 끝까지 사람과 함께 하는 일이에요.

 

문화재단에 입사하고 싶은 구직자들에게

Q. 문화재단에 입사하기 위해서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까요?

A. 입사 전에 민간 활동을 많이 해봤으면 좋겠어요. 일의 시작부터 끝까지 수행하는 경험이 필요해요. 협업해서 일을 완성하는 경험이요. 특히 행정을 맡거나 돈을 다뤄보면 더 좋아요. 예산관리를 해야 하거든요. 예산관리에 필요한 룰들을 알고 있으면 훨씬 빠르게 일할 수 있어요. 또 지역사회 관련한 도서를 읽거나 관련 법령들을 알면 좋아요. 일할 때는 개인의 판단으로 하는 게 아니라 법령이나 시행규칙에 근거를 두고 일하거든요.

 

Q. 이 직무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은 무엇인가요?

A. 파트너십, 같이한다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좋아요. 문화재단뿐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있는 여러 기관은 주민들과 협업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곳들도 모두 이런 역량이 필요해요.

 

Q. 이 직무에 맞는 인재상은 무엇인가요?

A. 문화 행정에 대한 이해가 있으신 분들이 좋아요. 문화재단은 일을 주도적으로 하는 기획자는 아니에요. 문화 행정은 문화기획과 다르거든요. 재단은 그룹 간에 협업을 해서 모든 것들을 만들어내요. 사업의 담당자라고 해서 이 사업을 주도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지 않으면 이 사업의 본질을 흐리게 돼요. 행정가의 입장에서 기획에 관여하면 행정편의를 볼 수밖에 없거든요. 민간의 기획을 잘 서포트하고 그것들을 재해석하는 작업을 계속해야 합니다.

 

Q. 구직자들을 위해 한마디 하신다면?

A. 일을 일로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취업했다는 것에만 의의를 두고 끝나는 분들이 많아요. 이 일의 속성과 내가 맞는 것을 생각도 하지 않고요. 일을 오래 하고 싶다면 이 일이 나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와 일하는 동네에 대해서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