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자 인터뷰] 문화의 힘으로 사회적 가치를 꽃피우는 성북문화재단 이영현 기획자를 만나다.

2019-11-18T09:18:39+00:002019. 11. 15.|

모두가 함께하는 문화 활동으로 더 행복한 지역사회를 만듭니다.

글·취재·사진 : 이승현(dysme1324@gmail.com)
취재·사진 : 김주현(juhyun_kim5033@naver.com)

 축제를 만들고, 공동체를 위한 터전을 가꾸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문화 기획자들은 문화가 가진 특별한 힘으로 즐거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활력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문화 기획자들은 사람들의 행복을 기획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축제의 향기가 가득한 10월, 문화 기획자들은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성북문화재단 이영현 기획자 님 - 출처: 이승현 기자

성북문화재단 이영현 기획자 님 – 출처: 이승현 기자

Q. 안녕하세요. 성북문화재단 이영현 기획자님을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업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이영현이라고 합니다. 목소리와 사투리 덕분에 동네나 회사에서는 ‘쌈디’라는 닉네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현재 성북문화재단에서 후원업무를 중점적으로 맡아서 진행하고 있고, 그 외에도 다양한 문화사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문화정책 팀의 서무 역할을 맡아 회계 관련 업무, 각 지역 문화재단과의 대외협력 업무 역시 도맡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포괄적으로 이야기하면, 문화산업의 영역과 행정 영역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주세요.

 

# 업무에 대하여

Q. 성북문화재단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A. 성북구의 문화예술과 관련된 전반적인 일을 맡아서 진행하는 곳입니다. 대표적으로 축제나 행사와 관련된 일들이 잘 알려져 있는 것 같아요. 성북구에 거주하시는 분들, 또는 성북구를 찾아오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행사와 축제를 열고 있습니다. 또한 성북구 도서관 사업 운영, 지역문화 공동체 운영, 문화 복지 운영 등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도 다양한 문화예술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성북문화재단에서 진행했던 문화예술 행사나 축제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A. 가장 대표적으로 ‘누리마실’이라는 세계음식 축제를 매년 진행합니다. 음식을 매개로 세계의 문화 다양성을 경험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행사입니다. 또 ‘성북문화바캉스’라고 해서 성북구에 있는 초등학교를 개방해 풀장을 설치하고, 시민들에게 시원한 물놀이와 함께 즐길 거리가 가득한 문화공간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현재 10월에는 ‘성북진경’이라고 해서 성북구의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를 성북구 일대 곳곳에서 즐길 수 있는 행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는 12월에는 ‘문인사기획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매년 성북에 기반을 둔 문인을 선정해서 다양한 예술작품으로 작가를 생각해보는 전시를 진행하고 있어요. 작년에는 박완서 작가님을 주제로 기획전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어요. 올해는 신동엽 작가님을 주제로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누리마실_전체_포스터

크기조정_포스터_최종

성북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문화 행사들 – 사진 출처: 성북문화재단 블로그

Q. 정말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편 도서관 사업 역시 말씀하셨는데, 어떤 사업인가요?

A. 성북문화재단에서는 13개의 구립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문화공간으로써 수요가 가장 많은 곳이 도서관이에요. 따라서 성북구의 도서관들을 단순히 책을 읽기만 하는 공간을 넘어서, 사람들이 함께 모이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Q. 후원업무를 중점적으로 맡아서 진행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일들이 포함되나요?

A. 어떻게 후원금을 조성할지를 계획하고, 또한 이렇게 조성된 후원금을 어떻게 사용할지 기획합니다. 예를 들어 시민들을 통해 형성된 후원금을 이용해서 특수학급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문화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기도 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회 우선 보호 어린이들을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구성해 연주회를 열기도 합니다. 행사나 축제 운영에 사용되기도 하고요. 소중하고 귀한 뜻으로 조성된 후원금인 만큼 어떻게 사용할지 기획하는 과정에서 많이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Q. 후원은 단순히 기금을 조성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A. 물론입니다. 저희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이 정기적으로 소액 후원해주시는 시민분들입니다. 적게는 300명에서 많게는 320명 정도의 시민분들께서 5천 원씩 만 원씩 정기적으로 후원을 해주고 계십니다. 담당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런 소액 후원이 늘어나는 것이 성북문화재단의 활동을 응원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거액의 후원금을 받는 것에 앞서서, 저희의 활동을 지지해주시는 소액 후원자의 수를 늘려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후원금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 투명하게 밝혀서 후원자들이 보람을 느끼게 하고, 유튜브 채널에 후원자 인터뷰를 게시해서 그분들의 역할을 더 돋보이게 하기도 합니다.

Q. 문화예술 산업을 도맡는 성북문화재단에서 이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모습이 인상 깊습니다. 사업의 내용을 살펴보면 문화예술 산업과 사회적 경제 산업 영역이 연관이 깊은 것 같습니다. 문화산업이 사회적 경제의 영역에도 도움을 주는 것일까요?

A. 그렇죠. 두 분야를 서로 구분하자면 구분할 수는 있지만, 그 경계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둘의 경계가 모호하기도 하고, 구분할 필요가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긴밀한 관계에요. 또 사회적 경제의 영역은 어떤 분야와도 엮여 있어야 빛을 발하는 분야이기도 하고요. 사회적 경제가 현재 주류 경제의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 경제라 생각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성장이 필요한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 일과 나

Q. 지금까지의 커리어를 보면 지역사회, 사회적 가치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해당 영역에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가 무엇일까요?

A. 원래부터 지역사회, 문화 산업과 같은 것에 대단히 큰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닙니다. 예전에는 성북구라는 지역도 잘 몰랐어요. (웃음) 취업 시기가 다가와서 다양한 일들을 찾다 보니 사회적 경제를 주제로 하는 기업에서 일하게 됐어요. 그곳에서 장터 운영을 주 역할로 맡았었는데,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그렇게 이후에도 관련된 문화 사업에 종사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와 사회적 가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런 업무들에서 큰 보람을 느껴서 지금까지 일을 이어온 것 같습니다.

Q. 문화 기획자로서 일하시면서 기쁘거나 뿌듯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A. 뿌듯한 순간은 아주 많아요. 문화예술산업은 기본적으로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무언가를 보여주는 산업이잖아요. 특히 제가 후원사업을 맡고 있어서 누군가를 돕고 나의 역량을 나누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피부로 다가옵니다. 내가 하는 일이 남들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점이 문화기획자로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또 행사나 축제에서 지역 주민분들과 대면하면서 인사 나누고, 그분들께서 좋아하시는 모습들 볼 때 기쁨을 느끼죠.

Q. 반대로 힘든 순간도 있을 것 같아요.

A. 축제나 행사 같은 가시적인 기획물들은 많은 분이 알아주시곤 하지만, 대외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는 기획들도 많아요. 열심히 일하지만 그런 활동들이 있었는지 잘 몰라주실 때 조금 서운하기도 하죠. 또 업무 특성상 남들이 쉬는 날에 일하는 때도 많고, 5월, 10월처럼 축제가 많을 때에는 야근할 때도 더러 있어요. 그래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잃을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제 일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만족스럽게 생각해요.

Q.문화기획자로서 지향하시는 목표가 있으신가요?

A. 회사 차원에서 짧게 이야기하면, 누구나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고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문화 소외계층이 없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 차원에서는, 내가 미래에 언제까지 이 일에 보람을 느끼고 흥미를 느끼면서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저희 회사에도 직급은 있지만, 높은 직급을 목표로 열심히 일하는 시스템은 아닌 것 같아요. 영리적 목적을 지닌 기업들과 성격이 달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문화기획자들은 자기 일에서 스스로 보람을 느끼고 재미를 찾아야 해요. 이 부분에서 직업적 목표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 질문하게 되는 것 같아요.

 

# 청년들에게

Q. 문화기획에 대해 실무적인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A. 많은 청년이 문화기획을 머리와 입으로 하는 일, 멋진 기획서를 쓰는 일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실제로는 디테일 하게 1부터 10까지 모두 할 수 있어야 하는 일이에요. 행사 기획을 예로 들자면 장소를 섭외하고, 그 장소에서 구조물 구상하고, 설치하고, 홍보해서 사람들 모으고, 제대로 운영하고, 끝나고 나면 뒷정리까지 해야 하는 일이에요. 겉으로 보았을 때 뒤에서 감독하고 지시하는 역할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훨씬 다양한 부분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하는 역할입니다.
그리고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기획은 복합적인 업무이기 때문에 결코 혼자서 할 수 없어요. 계속해서 타인과 협상하고, 함께 일할 사람을 모으고, 의견을 모아야 합니다. 원활한 소통 능력이 이럴 때 중요하게 작용하겠죠. 또한 문화산업 영역에서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관계가 유기적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것 같아요.

Q. 어떻게 하면 문화기획자가 될 수 있을까요?

A. 한때 뉴딜 일자리 사업 매니저 역할을 맡은 적 있기 때문에 실제로 문화기획의 영역을 목표로 하는 청년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신입채용이나 정규채용의 숫자는 많지 않고, 이쪽 산업과 관련한 뚜렷한 커리어 루트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답답하기 쉽죠.
저는 문화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의 경우를 말씀드리면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뉴딜 일자리를 지원했었어요. 그곳에 지원하면 센터에서 사회적 기업으로 지원자들을 보내주는 방식이었어요. 그래서 ‘자락당’이라는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그곳에서 반년 정도 사회적 장터를 운영하다 보니 이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정릉시장의 프로젝트 사업에 참여하게 됐어요. 그곳에서 ‘개울장’이라는 장터를 운영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저의 발자취가 다양한 인연으로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와 사회적 경제 영역의 문화산업 기획자로서 커리어를 쌓게 되었어요. 문화 기획자가 되기 위해서 너무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본인이 하고 싶어 하는 것들에 직접 부딪혀보는 것이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해요.

Q. 만약 문화 기획자를 직접 채용할 수 있다면 어떤 사람을 채용하시겠어요?

A. 업무 관련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격증이나 학력과 같은 요소도 고려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현직자의 입장에서 볼 때 그런 것들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훌륭한 학위가 현장에서는 쓸모를 잃기도 하고, 문화 관련 학교나 학과를 통해 교육받은 것도 실무와 대단히 큰 연관은 없다는 것을 실무자들은 다 알 거예요. 그보다는 자신이 문화 산업에 관심이 있고 관련된 업무를 해봤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거예요. 지금 서울시에서 많이 지원하고 있는 청년 활동들을 해보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강조하는 내용이지만, 소통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제가 사람을 뽑는다면 사람들과 함께 잘 협업할 수 있는지,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지를 볼 것 같아요. 모든 업무가 그렇겠지만, 특히 문화 기획의 영역에서는 소통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어요. 물론 그것을 면접장에서 볼 수 없긴 한데, 그래도 최대한 그런 느낌이 드는 사람을 뽑을 것 같아요.

Q. 문화기획자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또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A. 저도 당연히 구직을 했었죠. 1년 반에서 2년가량 구직을 했던 것 같은데 그때 200개가 넘는 기업에 지원했었어요. 물론 한 곳에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문과 전공의 불안정성 때문에 그럴 자신이 없었어요. 언론고시도 지원했다가 낙방해보기도 하고, 정말 많은 곳에 지원하면서 힘든 적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했던 것들은 일을 찾는 과정들이었던 것 같아요. 구직의 과정을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요. 제 경우를 생각해보면 2년의 시간이 아까워 보일 순 있지만, 그 시간을 겪지 않고 이 일을 하게 됐을 때 더 큰 성공이 있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저는 그 경험들이 다 바탕이 되어 지금의 저를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