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자 인터뷰] 카페 리프레셔스의 노윤혁 대표를 만나다

2020-09-22T13:57:27+00:002020. 09. 9.|

단 한 잔으로 기쁨을 선사하는 즐거움

 

글, 사진/ 정은주(silverj66@naver.com)

 

나만의 공간에서 일하고자 바리스타가 되어 카페를 차렸다는 윤혁 님. 그는 자신의 리프레셔스(refreshus)를 찾는 이들이 이곳에서만큼은 리프레시(refresh)되길 바란다. 그의 취향이 담뿍 묻어나는 공간에서 대화를 나눴다.

 

작업 중인 노윤혁 님

작업 중인 노윤혁 님

 

[자기소개]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방배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노윤혁입니다. 바리스타로 일한 지는 7년 정도 됐어요.

Q. 운영 중인 리프레셔스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A. 리프레셔스는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은 분들이 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열게 된 작은 카페입니다. 사람 만나는 장소로 복작거리는 카페도 좋지만, 조용히 개인 시간을 가지며 기분 전환할 수 있는 차분한 장소가 됐으면 해서요.

 

[START, 바리스타]

Q. 바리스타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경영학을 전공해서 사기업에 입사했는데 회사 생활이 저랑 맞지 않았어요. 제 커리어를 잘 쌓을 수 있을 것 같지 않고 하루하루가 출근하기 괴롭고 이 일을 하면서 뭘 얻을 수 있나 계속 물음표만 남는 생활이었죠, 고작 사회 초년생이면서(웃음). 사회 생활한 지 1년밖에 안 됐는데도 이러면 10년, 20년 못하겠다 싶어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제가 내린 결론은 ‘내 공간을 갖고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였어요. 공간을 만들자는 주제를 정하니까 무슨 공간을 만들지에 대한 콘텐츠가 필요하잖아요? 그중에서 안정적이고 그다지 위험하지 않은 분야로 카페가 떠올랐어요. 그래서 카페를 열기 위해 먼저 커피 전문가부터 되어야겠다 싶어 바리스타가 되기로 했습니다. 바리스타로서 역량이 커지면 카페를 열 계획이었어요.

Q. 보통 커피가 좋아서 바리스타가 되어 카페를 차린 것과는 다르군요. 그럼 이전에는 어디서 일했어요?

A. 가구 회사에서 근무했어요. 고객의 공간에 맞춰 가구를 셀렉하는 가구 코디로 일했습니다. 그래서 공간이란 개념에 대해 좀 더 집중하고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회사에서는 경쟁이 치열하잖아요. 게다가 전 소비자들과 만나는 B2C*영업인데 제가 노력하고 고민한 크기와 소비자가 지불한 금액에 비해 고객들에게 만족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했어요. 소비자는 저랑 이야기하며 몇천만 원을 쓰는데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는 거예요, 아침에 해장국을 먹으면서 육천 원으로도 만족하는데. 이 모습을 보고, 제가 이 일을 오래 하기는 어렵다고 느꼈죠, 누구도 만족 못 하는 느낌이라.

*B2C : 기업이 제공하는 물품 및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제공되는 거래 형태

Q. 퇴사를 결심하고 새로운 직업을 준비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결단을 내릴 수 있었나요? 많은 사람이 출근길이 힘들고 커리어에 관한 걱정을 하지만 막상 사장님처럼 실천에 옮기긴 쉽지 않거든요.

A. 그때 내린 판단으로는 회사 생활 자체가 맞지 않아 다른 회사로 간다고 해도 다른 업종의 다른 스트레스를 받을 뿐이라 회사원 자체를 그만두겠다 결정했습니다. 당시 세웠던 계획에 확신도 있었기에 시원하게 그만뒀어요.

Q. 전에 했던 일과 바리스타와의 연계점, 혹은 공통점이 있나요?        

A. 음,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점이 공통점일 수 있겠네요. 가구 상담을 하는 것도 제가 카페를 운영하는 것도 결국 공간과 관련이 있으니까요. 만족스러운 공간을 소비자가 영원히 갖는 것과 일시적으로 갖는 것에 차이가 있지만.

Q. 고객을 응대하는 점은 비슷하다고 생각하세요?

A. 아뇨. 그건 매우 달라요. 가구 상담은 고객과 길게 대화를 해야 하거든요. 최소 2시간에서 길면 6시간 고객과 상담하면서 고객이 어떤 취향인지 완벽하게 파악해 결과물을 증명해줘야 하는데 카페는 그리팅(greeting)의 개념이에요. 반갑게 인사하고 여길 오면 한순간에 기분을 싹 바뀔 수 있게 해주죠. 응대에 깊이가 다르고 대해야 하는 관점도 아주 다릅니다. 어떻게 보면 손님에게 맞추느냐, 손님이 여기 와서 변하게 하느냐 차이랄까요.

Q. 바리스타 커리어에 관해 설명 부탁드려요.

A. 커피 전문가가 되겠다고 결정한 후 우선 한국에서 제일 큰 커피 회사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규모가 크면 시스템이 갖춰져 있을 테고 많은 매뉴얼을 배울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A에 입사했습니다. 커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그곳에서 처음부터 배웠습니다. 이전 직장과는 상반된 점 때문인지 너무 재밌었어요. 전에는 이천만 원으로도 손님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는데 여긴 몇천 원짜리 아메리카노로 손님을 만족시키는 거예요. 그리고 간단한 응대로도 고객의 기분을 확확 바꿀 수 있는 게 너무 매력적이었습니다.

A사에서 4년을 일한 후 이직을 고민했어요. 여기서 본질적인 커피에 관해 더 배우기엔 한계를 느꼈거든요. 왜냐하면 엄청난 매장 수를 가진 프랜차이즈이기에 개개인의 커피에 관한 공부에 집중해줄 수 없으니까요. 게다가 아무래도 지켜야 할 내부규정이 많다 보니 그 부분도 버거웠죠. 그래서 A사를 퇴사하고 성수동에 위치한 꽤 이름 있는 개인 카페 B로 들어가 2년을 일했어요. 그 뒤 2018년 10월에 리프레셔스를 오픈했습니다.

Q. B는 공간으로 유명한 카페잖아요.

A. 그래서 카페를 열 때 큰 도움이 됐어요. 대표님들이 조명 전문가라 공간에 따라 조명을 어떻게 바꿀지, 음악은 어떤 식으로 구성할지 등에 대해 많이 배웠습니다.

Q. 커피 공부를 위해 A사를 퇴사했는데 커피를 배우기엔 어땠나요?

A. 배울 만한 스승이 따로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책을 보고 익힌 이론을 직접 실험하면서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그리고 동료 바리스타들끼리 커피를 연구하고 경쟁하며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냉정하게 서로의 커피를 평가하고 직원들끼리 커피 맛으로 신경전이 오갈 정도로 노력했죠. 나도, 동료도, 소비자도 만족하는 커피를 고민하면서 개인적으로 많이 성장했습니다. 그래서 전 커피를 처음 하는 사람은 팀끼리 움직이는 걸 추천해요.

 

골목에 자리한 리프레셔스

골목에 자리한 리프레셔스

 

[리프레셔스의 주인장]

Q. 리프레셔스의 대표로 일과가 궁금해요.

A. 오픈 3, 4시간 전에 출근해요. 시기가 시기인 만큼 신경 써서 매장을 소독하고 청소해요. 자리에 앉아 아침 식사를 준비하면서 커피를 세팅합니다. 그날그날 날씨에 따라 커피 세팅을 바꿔줘야 해요. 그리고 신선도가 중요한 베이커리는 당일에 제가 굽고 숙성이 필요한 베이커리는 집에서 준비해와요. 그러다 보면 영업시간이 다가와 영업을 하고 끝나는 시간에 맞춰 장비 정리하고 청소를 하며 마감 준비를 해 영업시간이 끝나자마자 퇴근해요. 신혼이거든요(웃음).

Q. 제일 좋아하는 업무는 무엇인가요?

A. 커피 세팅으로 그날의 에스프레소의 레시피를 결정하는 작업입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커피를 몇 초 동안 얼마나 뽑아낼지 정하는 게 제일 재미있어요. 매일 원두의 신선도와 온도, 습도 등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시간으로 추출하면 다른 맛이 나와요. 초 단위로 맛이 확확 바뀌니 제 기준에 가장 맛있는 맛을 맞추기 위해 그날그날 세팅이 달라져요.

Q. 업무 중, 언제 기분전환이 되세요? 리프레시되는 본인만의 의식이 있나요?

A. 날씨나 카페를 점유하고 있는 손님에 따라 음악을 바꿀 때! 조용한 손님이 왔는데 ‘뿜빠뿜빠’를 틀 수 없잖아요? 플레이리스트를 매일 직접 짤 만큼 음악에 신경 써요.

Q. 일이 늦게 끝나는 편인데, 카페 마감 후 어떻게 시간을 보내세요?

A. 집에 가서 배우자와 대화를 많이 해요. 집에서는 커피를 생각하지 않으려 하고 가급적 가족과의 시간에 집중해요. 퇴근이 늦다 보니 나름 워라밸을 지키는 방법입니다.

Q. 직원으로 일할 때의 장단점과 대표로 일할 때의 장단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A. 직원으로 일할 때 장점은 카페 경영과 재정적인 스트레스에 전혀 관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죠. 손님이 없어도 행복하잖아요(웃음). 단점은 아무래도 대표가 있고 동료가 있으니까 인간관계를 계속 관리해야 하는 점이요.

혼자 일할 때 장점은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고 제 아이덴티티를 손님에게 확실히 전달할 수 있어요. 단점은 불안 요소가 너무 많죠. 손님과 한 번이라도 트러블이 생기면 휘청거리잖아요? 단순히 에피소드로 끝나지 않아요. 직원일 땐 작은 오해라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도 대표일 땐 어떻게든 풀어야 해요.

Q. 재정적 스트레스는 많이 안 받으세요?

A. 창업 초창기 때 좀 심하게 받았는데 이제 제가 해결할 수 없는 스트레스와 해결할 수 있는 스트레스를 구분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해결할 수 없는 건 24시간 생각한다 해도 해결되지 않으니까 많이 내려놓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지금 코로나19 같은 상황이랄까.

Q. 창업 이래 지금까지 직원 없이 혼자 운영하는 건가요? 이유가 있나요?

A. 일단 재정적인 문제가 크고 아직은 카페 수용 인원을 혼자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이 되어서 하고 있습니다.

Q. 유독 기억에 남는 고객과의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A. 비가 오는 날이었어요. 날씨에 맞춰서 무거운 클래식을 틀어놨었죠. 어떤 여자분이 들어오셨는데 매우 조용한 분이었어요. 주문하는 목소리도 거의 안 들릴 정도였고 커피도 조용히 드셨어요. 반응이 너무 없으니까 이분이 커피를 만족스러워하는지 불만족스러워하는지도 제가 신경이 쓰일 정도였어요. 그런데 30분 정도 지난 후에 저에게 한마디 하셨어요. “여기 되게 꿈꾸는 것 같아요.” 여기 들어온 순간부터 꿈꾸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이 제게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비가 와 손님이 별로 없고 한층 쓸쓸한 분위기에 무덤덤한 반응이 걱정되던 손님한테 들으니 큰 울림이 있었죠. 어떻게 보면 여기를 차린 목적에 부합하는 고객이었네요.

Q. 일하면서 어떤 부분이 제일 힘든가요?

A. 혼자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혼자 일하지만, 막상 혼자라 힘들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10명이 함께 와서 따뜻한 라테, 아이스 라테, 아이스 아메리카노 등을 시키면 무엇을 먼저 만들지부터 고민이에요. 에어컨이 나오는 상황에서 따뜻한 라테를 먼저 만들면 식을 테니까요. 빠르게 계산하고 움직여야 해요. 동료가 있다면 옆에서 도와줄 텐데 혼자 주문을 다 외우면서 동선을 짜야 하죠. 그러다 보면 조바심이 나면서 실수하고 짜증이 확 나요. 하지만 그 와중에 손님에겐 티 내면 안 되고(웃음).

Q. 그럼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예요?

A. ‘커피가 맛있어서 친구들도 데려왔다’는 말을 들을 때. 부담되기도 하지만 그것만큼 좋은 말이 없네요. 친구들에게도 소개해줄 수 있는 증명된 맛이라는 거잖아요. 사실 리프레셔스가 지나가는 길에 카페라며 들를만한 위치는 아니에요. 생긴 지 2년이 넘었는데도 이웃이면서 여기 카페가 있는 줄 몰랐다는 분들이 있어요. 그만큼 일부러 찾아와야 하는 곳에 친구들까지 데려온다는 건 정말 고맙죠.

Q. 일할 때 도움이 되는 본인만의 장점을 알려주세요.

A. 저는 남들보다 혀가 예민한 편이에요. 어머니가 반찬을 평소와 다르게 만들면 귀신같이 알아챕니다(웃음). 식당에서 요리가 나오면 어떤 재료를 썼는지도 다 파악하고요. 제 취미가 와인 마시는 건데 특정 지역과 품종을 공부해서 마실 정도랍니다. 이런 부분이 커피를 만들 때 많은 도움이 돼요.

Q. 카페를 운영하려면 어떤 역량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A. 카페를 운영하려면 커피와 재정적인 부분 이외에도 전반적인 모든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가거나 운영하다가도 빨리 접고 싶어져요, 예상치 못한 상황에 겁이 나니까. 예를 들어 멋있게 카페를 차렸어요. 그런데 일주일 뒤 기계가 고장이 난 거예요. 그럼 보통 사람들은 서비스 센터에 전화해 기사를 부르잖아요. 그럼 시간과 비용이 드는데, 대부분 그런 수준의 고장이라면 여기서 혼자 고칠 수 있거든요? 그럼 기사를 부르지 않아도 되고 부르고 영업에 차질도 없고. 사소한 기계 고장 정도는 해결할 수 있어야죠. 그리고 손님이 카페에 신용 카드를 두고 가면 어떻게 할 것인가? 카드 뒷면 대표 번호로 전화해서 ‘카페인데 신용카드를 습득했다’고 알리면 카드센터가 알아서 고객에게 전달합니다. 이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Q. 바리스타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요?

A. 적어도 바리스타라고 한다면 커피에 있어서 자기합리화를 하지 않아야 해요. ‘커피에 정답은 없다.’ 바리스타 사이에서 굉장히 유명하고 중요한 말인데, 정답이 없기 때문에 고객의 입맛을 끝까지 맞추려는 끈기와 겸손함이 필요하죠. 그런데 이 말을 잘못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내 커피를 다른 이들이 인정하지 않을 때 커피에 정답은 없다며 자기합리화를 하는데, 본인이 그 말을 먼저 하면 안 돼요.

Q. 그럼 바리스타를 하기에 힘들 것 같은 성향은 어떤 게 있을까요?

A. 자신의 자존심, 에고(ego)가 세면 힘들어요. 커피는 많이 거절당해야 성장할 수 있는 요리거든요. 항상 칭찬만 받는 사람은 본 적도 없고 상처 많이 받고 자괴감도 많이 느끼고 그걸 극복해내겠다는 의지가 있을 때 성장할 수 있어요. 커피를 만드는 게 어떻게 보면 커피 믹스를 타듯이 단순한 작업이에요. 하지만 작은 차이로 맛이 완전히 달라지니까 집중하고 고민을 많이 해야 합니다. 자존심이 세면 귀를 닫고 나만을 위한 커피를 하거든요, 커피는 내 생각이 맞는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사람은 홈 바리스타 하면 돼요. 어쨌든 소비자랑 만나기 위한 직업이니까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게 목표고 소비자의 평가를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하죠.

Q. 바리스타의 매력을 알려주세요.

A. 단 한 잔으로 그 사람의 하루 기분을 완전히 바꿀 수 있어요. 정말 매력적이죠. 아침에 카페 갔는데 커피가 맛있으면 기분 좋잖아요. 엄청난 성취감을 바로 느낄 수 있어요.

 

[고유의 리프레셔스]

Q. 이곳(방배동)에 터를 잡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방배동 정도면 서울에서 이름 있는 동네이고 외국에서 살다 온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이니까 유연하게 내 커피를 받아줄 수 있을 거라 여겼어요. 하지만 워낙 임대료가 비싼 동네라 무조건 방배동만 고집한 건 아니었는데 다행히 조건이 좋은 곳이 생겨 지금의 위치에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진정 원했던 건 골목에 있는 카페였어요. 메인 상권은 재정적인 측면에서 부담이 되기도 하고 내 카페가 매력이 있다면 위치가 별로여도 사람들이 찾아올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래서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하고 골목에 들어가 있으면서 조용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곳을 찾았죠. 예전에 살던 동네가 후암동인데 집 근처에 있는 카페가 SNS에서 반응이 굉장히 뜨거웠어요. 언덕배기에 있어서 찾아오기가 참 힘든 위치인데 늘 사람들로 북적이거든요. 공간과 상권의 개념을 부쉈달까. 그곳을 보면서 공간 잘 만들어놓고 음료가 맛있고 환대가 좋으면 손님들이 알아서 찾아온다는 걸 깨달았어요.

Q. 카페에 작품들이 걸려 있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어떠한 방식으로 작가들과 접촉하나요?

A. 서초구의 가족정책과와 연계되어 있어요. 서초구가 저를 먼저 알아봐 줘서 구에서 진행하는 ‘청년 갤러리 카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어요. 제게 작가들을 소개해주고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면 카페와 어울리는 작가를 선택해 작품을 전시해요. 처음에는 공간대여 회사 ‘공쉘’에서 연락이 와 전시를 진행했고, 예술가로 활동 중인 지인의 작품을 걸기도 했어요. 그 뒤에 서초구와 같이하게 됐죠. 전시를 시작하면 한두 달 걸어놔요.

Q. 현재 카페에 전시된 작품의 작가님에 대해 간단히 설명 부탁드려요.

A. 배수경 작가님이고 서초구에 거주하세요. 주변에 반려견, 반려묘 위주로 많이 작업하고 어린이 미술 교육도 진행한다고 합니다.

 

현재 배수경 작가의 작품을 걸어 놓은 카페 내부. 마치 작은 갤러리 같다.

현재 배수경 작가의 작품을 걸어 놓은 카페 내부. 마치 작은 갤러리 같다.

 

Q. 카페 운영에 그치지 않고 리프레셔스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 같아요. 작품 전시 외에 다른 활동도 알려주세요.

A. 클래스를 운영합니다. 라테 아트와 홈 바리스타 수업으로, 홈 바리스타는 전문 지식 없이 집에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커피를 만드는 게 주목적이고 라테 아트는 이미 바리스타가 된 분들이 많이 수강해요. 요즘엔 실내에서 일회용품 대신 머그잔에 음료를 제공해야 하는데, 일회용 컵은 뚜껑에 가려 음료의 윗부분이 보이지 않지만, 머그잔은 바로 보이잖아요? 손님에게 작은 그림이라도 그려드리고 싶어서인지 최근 라테 아트 수업 수요가 늘었습니다.

각각 원데이, 3주 차, 5주 차 과정이 있어요. 원데이는 하루 체험하는 데 의의가 있고 3주 차, 5주차 수업은 매주 과제를 부여하면서 수강생이 특정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도와주는 역할이에요.

Q. 클래스 운영이 커피와 디저트 판매 외에 수익을 올리는 창구가 되겠군요. 맛만큼이나 인테리어도 중요한 시대인데 리프레셔스 내부를 보면 사장님의 감각이 남달라요.

A. 원래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패션 룩북을 많이 보고 매거진도 읽다 보니 감각이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웃음). 저는 색 조합을 신경을 많이 써요. 카페든 집이든 대부분 인테리어가 색 조합이 예쁘지 않아 별로인 경우가 많거든요. 리프레셔스에서 메인으로 잡은 컬러는 주황색이에요. 이유는 제가 원하는 커피의 맛이 저런 색이에요. 커피는 주스라고 생각하는 데다 열매에서 나온 거니까 과즙 느낌을 살리는 걸 좋아하거든요. 산미가 있고 쥬시한. 그 맛을 표현할 수 있는 컬러가 주황색이라 여겼어요. 그래서 톤 다운된 주황색으로 커튼을 설치하고 거기에 맞춰 테이블과 바닥도 무거운 색상으로 골랐어요. 이렇게 큰 그림을 그리면 디테일은 거기에 맞춰서 가면 돼요. 제가 좋아하는 말이 코코 샤넬의 ‘맨 마지막에 고르는 액세서리는 포기하라’입니다. 디테일에 집착하다 보면 전체를 망치는 경우가 많아서 큰 그림 하에 하나가 되도록 움직이는 디테일이 중요하다 생각하고 그림 고를 때도 이 부분이 제일 고려해요.

저는 ‘카페의 인테리어는 이력서, 커피가 선보이는 건 잡(job) 인터뷰’라고 봐요. 이력서를 통과해야 커피 맛을 보여줄 수 있으니 인테리어는 돈을 많이 투자할수록 좋긴 해요. 하지만 한정된 예산으로 움직여야 하니까 정해진 범위 내에서 최대한 좋은 것을 고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죠.

 

작품을 고를 때마다 인테리어와의 조화를 염두에 둔다.

작품을 고를 때마다 인테리어와의 조화를 염두에 둔다.

 

Q. 비유가 찰떡이네요. 커피 맛이 좋기로도 호평이 자자한데요.

A. 공부를 열심히 해요. 커피는 트렌드가 자주 바뀌고 새로운 기술이 많이 도입되다 보니 능동적으로 공부하지 않으면 금방 도태됩니다. 재미도 있지만, 필요성을 느껴서 공부하죠. 자주 참고하는 사이트는 ‘블랙워터이슈’인데 커피 전문가들이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토론을 하기도 해요. 이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습득한 후 반드시 직접 실험해봅니다.

Q. 그렇군요. 대표님 생각에 리프레셔스가 타 카페와 차별화된 점은 뭘까요?

A. 제 단골을 100% 기억해요. 텀이 길어도 일단 2번 이상 오면 다 기억합니다. 그래서 고객 개개인에게 맞춤 서비스를 할 수 있는 편이죠. 전 제 가게를 나가는 모든 손님이 기분 좋게 나가길 원해요. 안 그러면 속이 쓰려요. ‘사장님이 사교적이고 친절한데 친한 척을 적절한 지점에서 끊어요.’ 어느 맘카페에 달린 댓글이라며 손님이 알려준 건데 굉장히 좋았어요. 제가 원하는 바거든요.

Q.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A. 아무래도 자본이 제일 어렵죠. 제가 원하는 만큼 준비를 하려면 언제나 자본이 타이트해요. 예상하지 못한 지출도 생기고.

Q. 리프레셔스를 열고 얼마 후에 안정적인 수익이 유지될 수 있었나요?

A. 1년 정도 걸렸습니다. 이제 창업한 지 만 2년이 다 되어 가네요.

 

[대표님이 꿈꾸는 미래]

Q. 최근 코로나19로 고민이 많을 것 같아요.

A. 맞아요. 손님이 많이 줄긴 했는데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집착하다 보면 마음이 견디기 힘들 거예요. 그래서 최대한 마음을 비우고 조용히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Q. 향후 리프레셔스의 새로운 계획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A. 구체적인 계획은 아니지만 조금 더 큰 공간으로 가고 싶어요. 주말 같은 경우 손님이 몰리는 시간이 있어요. 그런데 카페 사이즈가 작다 보니 여기까지 와서 돌아가는 손님들을 보면 마음이 안 좋아요. 하지만 이력서를 통과하려면 많은 자본이 들어가야 하니까 아직 실천에 옮기기엔 조심스럽네요.

Q. 바리스타의 전망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A. 바리스타가 트렌디하고 뜨는 직업이라고 하지만 지금도 전망이 별로 좋은 것 같진 않아요. 바리스타가 어려운 점은 급여가 1년 차랑 5년 차가 크게 다르지 않아요. 한국은 커피 산업의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고 대회에서 입상하는 바리스타도 많아졌지만 외국과 비교해보면 커피는 그들에게 생필품, 우리에겐 아직 기호식품이라고 생각해요. 애초에 시장 풀이 다르기에 짧은 시간 내 대우가 크게 좋아질 것 같진 않아요. 그래서 커피에 관해 끈기를 가지고 열정을 가져야만 할 만해요. 그리고 5년 이내에 카페를 차리겠다 혹은 7년 뒤에 대회에 입상하겠다 같은 뚜렷한 목표도 있어야 하고요.

Q.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께 한 마디 부탁드려요.

A. 처음부터 어느 정도 이슈가 돼야 해요. 요즘 소규모 상점의 사이클 자체가 처음에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 위로 올라가는 게 힘들어요. 예전에는 일단 가게를 차린 후 꾸준히 운영하면서 단골이 생겨 입소문을 타고 점점 장사가 잘되는 경우였다면 지금은 처음부터 유명하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다고 봐요. 성실함만으로는 성공하기가 어렵고 자신만의 특색, 무기가 필요해요.

심적으로는 오히려 절박하면 안 돼요. 디테일보다는 전체를 봐야 한다고 했잖아요? 너무 절박하면 사소한 데 집착하게 되거든요. 거시적으로 보면서 냉정하게 자신의 사업을 봐야 운영이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집착과 집중이 과하면 오히려 자신을 갉아먹으니 마음을 비우는 게 중요해요. 고객은 나의 여유에 편안함을 느낄 테니까, 망하면 다른 거 할 생각으로 한 발짝 떨어지는 게 필요해요.

Q. 이제 마지막 질문이에요. 대표님이 그리는 미래는?

A. 이게 진짜 어려운 질문인 거죠? (웃음) 저는 이 카페가 진정한 제 생업이 됐으면 좋겠어요, 평생 먹고살 수 있는. 아버지가 농부인데 벼를 기르는 게 5년, 10년 해서 끝이 아니잖아요. 농사꾼이 벼를 뿌리듯, 저는 카페를 계속 운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불안한 세상에서.

 

마지막 답변을 들은 후 녹음을 끝내려는데, “와 이거 언제 다 녹취해서 편집해요 흐흐허” 하며 털털하게 웃던 윤혁 님. 방문객이 기뻐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그의 따뜻한 마음이 인터뷰 내내 전해졌다. 오늘도 자만하지 않고 커피 맛을 향해 정진하는 윤혁 님이 평생 카페의 대표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