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자 인터뷰] 경찰은 어떤 직장일까?

2019-09-03T17:07:37+00:002019. 09. 3.|

경찰은 어떤 직장일까?

글, 취재 : 김주연(mid122jy@gmail.com)
취재 : 이수언(zidwl12@gmail.com)

현직자 제공

현직자 제공

 

*본 인터뷰는 현직자의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실명, 근무지, 정면 사진은 생략했음을 알려드립니다.

 

경찰은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이들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경찰을 직장인이 아닌,  당연한 사회의 구성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현직자 인터뷰는 경찰을 개인으로 마주할 수 있는 낯선 경험이었다. 동시에 경찰에 대한 막연한 모습들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 뜻깊은 자리이기도 했다. 

직장인으로서 경찰은 어떤 생각을 할까. 경찰 조직은 어떤 직장일까. 그 자세한 이야기를 현직자에게 들어보자.

 

[현직자 소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2015년에 경찰시험에 합격해서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습니다. 주로 파출소에서 근무했습니다.

경찰이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솔직히 안정적으로 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이 없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공무원 시험 자체가 합격하기 쉽지는 않지만, 경찰공무원은 합격하기까지 공부하는 기간이 평균 2년 정도로, 공무원 중에서는 준비 기간이 그나마 짧은 편에 속합니다.

그런 현실적인 이유와 함께 어려움에 부닥친 이를 보면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제 성품이 경찰과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의 경우, 경찰이 되기 전부터 평소에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거든요.

 

[생생한 현직자 경험]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서울 대부분의 파출소나 지구대는 이른바 ‘주야휴비’라는 형태로 4교대로 운영됩니다. ‘주야휴비’란 주간근무, 야간근무, 휴무, 비번을 의미합니다. 

교대 근무의 장단점이 궁금해요.

4교대로 근무하는 서울 지구대나 파출소 경찰의 경우, 연가를 이틀 연속으로 쓰면 6일 연속으로 쉴 수가 있어요. 반대로 다들 쉴 때 일해야 하는 때도 있죠. 일단 주말에 휴식을 보장받지 못해요. 4교대로 돌아가며 근무하다 보니 주말에도 일해야 할 때가 종종 있거든요. 그래서 일정한 시간에 주기적으로 참여하는 활동들, 이를테면 일반적인 동호회나 학원에 다니기는 어려워요.

일하면서 기억에 남거나 보람 있었던 경험이 있나요?

몇 년 지난 일인데요, 어떤 외국인 두 명이 피자가게에서 한국인 커플의 피자 한 조각을 뺏어서 달아난 적이 있었어요. 한국인 커플이 외국인들에게 따졌더니, 외국인들이 ‘요즘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장난이다’라며 사과를 안 했대요. 이 일로 신고가 들어와서 저희가 출동해 그 외국인들에게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외국인들이 신분증을 안 보여주는 거예요. 경찰이 신분증을 요구했을 때 제시를 안 하면 체포까지 가능해요. 그래서 저희가 외국인들을 체포했죠.

그랬더니 그 외국인들이 고작 피자 한 조각 때문에 왜 이러냐면서 쪼잔한 나라라고 투덜대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돈 때문에 화난 게 아니다. 너희들은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했고 우리 문화를 무시한 거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문화가 통용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말을 했죠. 그러니까 수긍하더라고요. 옆에서 한국인 커플이 저에게 되게 고마워했어요. 그때 보람을 느꼈죠.

반대로 힘든 점도 궁금합니다.

파출소 같은 경우는 밤 근무가 힘듭니다. 술 마신 분들을 상대하는 게 힘들어요. 아무리 이야기해도 말이 안 통하더라고요. 금요일 밤에 정말 난리 나요. (웃음) 파출소 앞에서 밤새 소리 지르는 분도 계시고… 파출소 바닥에 침 뱉는 사람들도 많고요.

그리고 쉬는 시간이 없어요. 특히 파출소는 모든 시간이 다 대기시간입니다. 신고가 들어오는 대로 바로 출동해야 하므로, 밥도 빨리 먹어야 하고 제대로 쉴 수도 없습니다. 밤을 새워야 할 때도 꽤 있어요. 주말에도 근무해야 하고요.

이 외에도 언론의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물론 경찰 중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거든요. 그런데 언론에 나오는 기사를 보면 경찰 집단 모두가 그런 것처럼 비쳐서 가끔 억울할 때도 있어요.

 

[경찰 조직은 어떤 곳일까?]

경찰의 다양한 업무를 소개해주세요.

경찰서마다 다를 텐데, 제가 근무했던 곳은 약 11개 부서가 있었습니다. 경무과, 교통, 지능팀(사기범 담당), 생활질서계(분실물, 단속 등) 등 다양한 부서가 있습니다.

여러 부서가 있는데, 가고 싶은 부서를 선택할 수 있나요? 

부서마다 다릅니다. 수사과는 조서*를 써야 하는 특수한 부서이기 때문에, 내부적인 선발 절차를 거쳐 뽑습니다. 그리고 부서를 배정받은 이후에도 근무지를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경찰 내부 소통망이 있는데, 거기에 종종 근무지 모집 공고가 올라옵니다. 공고가 뜨면 담당자에게 자기소개서를 보내거나 해당 업무에 맞는 자격증 등을 준비해서 제출하고, 합격하면 근무지 이동을 할 수 있는 거죠. 

*조서 : 수사기관이 사건 내용을 묻고 그 답변 내용을 기록한 종이 

조직 분위기는 어떤가요?

주변에 중소기업, 대기업 등 여러 직장을 다니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 친구들 얘기를 종합해보면 경찰이 비교적 평등한 조직 같아요. 우리나라 안에서는 경찰조직이 그나마 민주적인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국과 비교하면 또 모르겠지만요. 하지만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고, 도시와 지방의 분위기도 다르다고 알고 있습니다. 

외국 경찰과 한국 경찰을 비교할 때 어떤 점이 다른가요?

일단 외국 경찰은 공권력이 셉니다. 예를 들어 집회가 격해지면 외국에서는 공권력으로 어느 정도 제압이 가능한데, 한국에서는 경찰이 시민 안전을 위해 조금만 제지해도 비판 여론이 생깁니다. 어떤 분들은 경찰에게 욕하는 경우도 있어요. 물론 옛날보다 세상이 좋아진 것으로 생각하지만, 경찰 업무에 지장이 생길 때도 있습니다. 사실 경찰이 옛 정권에서 공권력을 잘못 휘두른 경우도 많았잖아요. 지금은 그에 대한 부메랑을 맞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다른 공무원 조직에서는 볼 수 없는 경찰 조직만의 독특한 점이 궁금합니다.

교대근무를 하는 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가령 학교 교사분들은 50분 수업하고 10분 쉬고 이런 식으로 정해진 업무 시간이 있는데, 경찰은 쉬는 시간이 정해진 게 아니라 계속 대기 상태예요. 

그리고 경찰은 승진 과정이 다양합니다. 연차가 많이 쌓여서 승진하는 것뿐만 아니라 시험을 보거나 심사를 통해서 승진하기도 하고, 공로를 세우면 특진하는 경우도 있어요. 다른 행정직 같은 경우 계급이 9개지만 경찰은 11개 계급이 있다 보니, 경찰이 된 이후에 다들 승진을 위해 많이 노력하는 분위기예요. 꼭 승진을 위해서는 아니지만, 저도 인터넷 강의를 꾸준히 듣고 있어요.

어떤 강의를 들으시나요?

형법을 공부합니다. 경찰은 공권력을 행사할 때 신중하게, 그리고 법에 맞게 해야 하는데요. 경찰이 어떻게 서류를 작성하느냐에 따라 체포된 사람의 운명이 갈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누군가를 체포할 때 법적인 근거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체포된 사람이 경찰한테 소송을 거는 경우도 있어요. 불법체포라고 따지는 경우도 많고요. 이런 점들을 확실하게 알기 위해 공부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성비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비율로 따지면 남자가 8, 여자가 2 정도 됩니다. 채용 과정에서 남자와 여자를 따로 뽑는데, 여자 뽑는 인원이 적은 데 비해 지원자가 많아서 경쟁이 치열해요. 여자 순경 들어왔다고 하면 공부 진짜 잘하는 분인 거예요.

 

[경찰이 되려면]

경찰이 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요?

처음에는 행정직을 5개월 정도 공부하다가 힘들어서 그만두었어요. 그 이후에 1년 동안 경찰을 준비했습니다. 다행히 국어, 국사, 영어는 공무원 시험에서 공통으로 보는 과목들이라 원래 준비하던 직렬에서 다른 직렬로 바꿔도 공부에 큰 지장은 없었어요.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이 경찰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나요?

마음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필기시험이나 체력시험은 노력해서 바뀔 수가 있는데, 마음가짐 자체는 바뀌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사명감이 있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사람이 경찰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누군가를 제압할 신체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 업무를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되겠죠.  

경찰이 되고 싶어 하는 청년들에게 조언해준다면?

제가 경찰이 되었을 때만 해도 경찰이 공무원 중에서는 되기 쉬운 편이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경찰 시험이 많이 어려워졌다고 하더라고요. 예전에는 영어와 국사가 중요했지만, 곧 영어가 경찰시험에서 없어지고 법 관련 과목이 의무적으로 배정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바뀐 시험방식이 공식적으로 언제부터 실현될진 모르겠지만, 수험생분들은 본인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현명하게 파악해서 전략을 잘 짜시길 바랍니다.

경찰 시험은 누구나 노력만 하면 합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중고등학교 때 몸 쓰는 걸 잘 못 했는데 경찰에 합격했고요. 경찰이 되신 분들을 보면 전공도 다양하고 대학을 나오지 않은 분들도 많아요.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습니다. 하지만 단지 공무원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경찰을 하고 싶은 거라면 말리고 싶어요. 사명감이 없으면 경찰 근무를 버티기 힘들 겁니다.

 

[더 나아질 내일을 위해]

인터뷰 중에 ‘사명감’을 강조하셨는데요. 어떤 사명감이 있나요?

특별한 사명감은 없고요. (웃음) 저는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사람을 보았을 때 그냥 지나치지 않는 측은지심 정도를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뉴스를 보면 휴무일에 경찰관이나 소방관이 심정지 상태에 빠진 시민을 도왔다거나 하임리히법*으로 목에 사탕이 걸린 아이를 구조했다는 사례들이 나오잖아요. 그럴 때 ‘나라면 어떻게 해야겠다’고 자주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편입니다. 

*하임리히법 : 약물·음식 등이 목에 걸려 질식상태에 빠졌을 때 실시하는 응급처치법

경찰이 되고 난 후에 변화한 행동이나 생각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경찰이 되고 난 후에 ‘정의’가 무엇인지 늘 생각합니다. 파출소에서 근무하며 온갖 사람을 다 만나 보면서 예전과는 달리 다양한 관점에서 삶을 바라보게 되었거든요. 그리고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다른 사람들의 상황을 좀 더 세심하게 배려하게 된 것을 꼽을 수 있어요. 비번인 날에도 횡단보도를 가다가 걸음이 느린 어르신이 계시면 옆에서 보조해드리고 차가 못 오게 막는다거나, 외국인이 길을 못 찾아 헤매면 제가 먼저 다가가 도와드리곤 해요. 그 사람들이 얼마나 난처한 상황에 부닥쳤는지 충분히 공감하니까요. 

앞으로 어떤 경찰이 되고 싶나요?       

경찰은 친근한 모습과 엄격한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친절하고 귀여운 포돌이 같은 이미지로 국민에게 봉사함과 동시에, 나쁜 이들은 일벌백계하는 어벤져스 같은 경찰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