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자 인터뷰] “화려한 게임 광고, 제 머릿속에서 나왔죠!” 게임 광고 기획자 이야기

2019-11-22T22:45:47+00:002019. 11. 19.|

새로움을 위해 항상 치열하게 고민하는 광고 기획자의 삶

글/ 박지훈 (jihoon9197@hanmail.net)
사진/ 제경민 (wpghkstmd@naver.com)
*본 인터뷰는 현직자의 요청으로 이름은 생략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설렘을 안고 들어선 게임 회사 사옥 카페에서 만난 게임 광고 기획자 A. 치열한 광고계에서 버텨온 걸 입증이라도 하듯 그는 ‘깡’이 있어 보였다. 대학 졸업 후 광고 제작사에서 경험을 쌓고 지금은 게임 회사에서 게임 광고 기획 업무를 맡고 있는 A 씨를 만나 그의 일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직자 A 씨(오른쪽)와의 인터뷰 사진>

[. 광고 기획 업무에 종사하기까지]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게임 회사에서 영상 기획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영상을 제작하는 담당자들과 소통하면서 게임이 출시되거나 업데이트되는 시점에 필요한 마케팅 소재를 기획하고 있어요. 저희는 마케팅 부서와 협업을 하고 창의적인 부분에 집중하면서 유저들이 영상을 어떻게 더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영상 전문 집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대학에서 처음 전공을 정할 때부터 마케팅과 광고에 관심이 있었나요?

A. 저는 원래 방송 PD가 꿈이었어요. 그래서 신문방송학과를 지망했는데 사실 합격하기엔 성적이 안 돼서 비슷하다고 생각한 광고홍보학과에 들어갔죠. 저는 홍보보다는 광고의 창의적인 점에 재미를 느껴서 광고 쪽을 골랐어요. 세부적으로는 광고 제작으로 전공을 정해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Q. 첫 직장으로 광고 대행사가 아닌 제작사*를 선택한 이유는?

A.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어요. 광고 대행사에서 일할 때의 장단점은, 내 이름을 단 결과물을 내놓는 거라 성취감이 더 크다는 장점이 있어요. 하지만 많은 광고주를 커버하기 힘들기 때문에 포트폴리오를 쌓거나 역량을 기르는 데에도 한계가 있는 게 단점이죠. 반면에 저는 제작사에서 4년간 일하면서 1년에 120개 정도의 브랜드를 담당했어요. 그 과정에서 대행사에서 일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 광고 대행사는 광고주에게 광고를 의뢰받아 기획‧집행 업무를 하고, 제작사(프로덕션)는 대행사에서 기획한 제작 아이디어를 가지고 실질적인 결과물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

Q. 이직했다고 하셨는데, 어떤 이유에서였나요?

A. 제가 이직한 이유는, 업무에 대한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싶었어요. 또 사적으로는 가정이 생기고 아기도 태어나면서 ‘워라밸’을 챙겨야 했죠. 제작사에서 4년을 일하고 나니 많은 사람이 지망하는 카피라이터의 길이 저는 좁아 보였어요. 광고 대행사를 가게 되면 카피라이터로서 CD(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같은 중역을 맡고 광고 캠페인을 이끌어나가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저는 그게 매력적으로 보이진 않았거든요. 승진하지 못하면 회사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고 직업의 장래를 볼 때 단순히 카피와 아이디어로만 경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광고주 쪽을 주목했고 마침 좋은 기회가 생긴 거죠. 마케팅과 브랜딩 능력을 발전시키고 싶어서 지금의 직무로 전향하게 됐습니다.
다른 이유로 전 직장에서는 일이 바쁘다 보니 ‘이 직업이 가정을 돌보면서 함께 일할 수 있는 직업일까?’ 하는 걱정도 있었죠. 그래서 제가 이직하는 데 ‘워라밸’ 같은 현실적인 고민까지 더해진 게 더 크게 작용했어요. 광고 쪽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워라밸에 대해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 게임 광고 기획자는 이렇게 일한다]

Q. 앞서 ‘워라밸’ 등의 이유로 이직하셨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런 부분에서 힘든 점은 없나요?

A. 포괄임금제가 폐지되면서 업계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거든요. 우리 회사도 예전에는 힘들고 야근 많은 곳이라는 말이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여기에 입사해서 보니 전반적인 분위기가 전보다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최근에는 제도적으로 근무 여건이 개선되면서 야근은 거의 안 하는 추세고 저 역시 업무 시간 안에 업무를 끝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주변 사람들에게도 ‘퇴근하고 넷플릭스를 보고 있다.’ 같은 얘기가 들리고 있더라고요. 좋은 변화죠.

Q. 게임이 출시될 때 주로 일을 하시는 건가요?

A. 새로운 게임이 자주 나오는 건 아니기 때문에 평소에는 기존 게임의 업데이트 등의 운영 업무를 담당합니다. 만약 기존 게임의 마케팅을 위한 영상이 추가로 필요하면 같이 영상을 기획하죠. 저는 제 강점인 차별화 전략이 필요한 때가 이때라고 생각해요. 영상을 짤 때 기존의 문법과 편견을 깨고 싶고 또 그 점에 신경을 써야 유저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기존 게임 운영에도 관여한다고 언급했는데 어떤 업무인지 궁금합니다.

A. 사실 게임은 수명이 짧은 제품입니다. 기존 게임이 신규 유저를 모으는 건 어렵기 때문에 저희는 복귀 유저를 ‘어떤 새로운 콘텐츠와 메시지, 보상으로 다시 돌아오게 할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이에요. 여기서는 ‘잔존율’이라고 부르는데 잔존율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는지가 게임이 얼마나 장수하느냐를 결정합니다.
그래서 기존의 장수 게임들의 경우도 복귀 유저를 끌어들이기 위해 마케팅 상의 노력을 계속하고 있고 동시에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 등의 다각화 전략도 시도하고 있습니다.  또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해 전에 없던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해요. 그런 여러 노력이 기존 유저 복귀에 도움이 되는 거죠.

Q. 큰 프로젝트 하나를 끝내면 여유를 갖나요, 아니면 바로 다른 일에 들어가나요?

A. 제 경우는 영상 작업을 할 때 주로 작업 초반부에 기획을 위해 많은 힘을 쏟고 후반부로 갈수록 업무 비중을 조금씩 줄여나갑니다. 저희 부서 안에 영상 툴을 다루면서 전문적으로 작업하는 영상 제작자분들이 있으세요. 저는 영상 제작이나 디자인에 대해서는 그분들의 재량을 맡기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체로 작업 후반부에는 운영‧관리 업무를 하고 리더분들이 중간에서 작업을 조율해주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살 수 있는 거죠. (웃음)

Q. 회사 산하에 게임 개발 스튜디오(개발사)가 많은 거로 아는데, 마케팅팀과 스튜디오 간 협업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A. 최근에 있었던 협업 관련 에피소드가 생각나네요. 얼마전 저희 게임 중 하나가 큰 업데이트를 했어요. 업데이트 준비 과정에서 개발사로부터 ‘기존의 게임 리소스*로는 업데이트를 해도 시선을 끌기 쉽지 않으니까 보다 공격적인 기획을 준비하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았어요. 그래서 저희는 참신한 표현을 만들어내기 위한 새로운 게임 리소스를 확보해야 했죠. 예를 들어 게임 캐릭터가 달려가는 동작이 게임에서는 기존의 리소스대로만 구현되기 때문에 모습이 한정적이거든요. 그래서 그대로 영상을 만들면 캐릭터의 행동이 단조롭고 진부해요. 저희가 그걸 깨는 새로운 시도를 하려면 개발사에서 리소스 개발을 지원해줘야 가능해요. 그렇기 때문에 개발사와의 협업은 필수적입니다.
* 게임 리소스는 게임 콘텐츠를 구현하기 위해 사용되는 자원으로 그림, 영상, 배경음악, 효과음, 3D 모델링, 소스 코드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Q. 협업 과정이 흥미롭네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A. 그렇게 협업을 하려면, 먼저 제가 기획안을 갖고 개발사에 내려가서 ‘저희가 이러이러한 컨셉의 영상을 기획했고 이걸 통해서 이런 효과를 만들어내려고 합니다. 그러려면 이 캐릭터의 이런 동작들과 이런 상황들이 배치돼야 합니다. 그래서 개발사에서 그 부분에 대한 개발을 지원해주셔야 저희가 영상 작업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라는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합니다. 이후에 저희와 개발사가 일정을 조율해서 게임 요소를 확보해요. 그럼 확보된 요소를 가지고 저희가 마케팅팀으로 올라와서 영상 편집을 통해 콘텐츠로 만들죠. 그러려면 이 과정에서 개발사와의 협업이 필요하거든요.
개발사는 게임을 직접 만들었으니 게임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곳이에요. 그래서 저희는 항상 개발사와 커뮤니케이션을 주고받아요. 개발사 분들은 게임 업데이트 준비로 바쁜 와중에 저희가 만드는 영상에 대해 지원을 해 주시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중간에서 개발사와 잘 소통해야 하는 역할입니다. 그럴 때 결과물이 잘 나오면 그분들도 만족해하고 좋아하죠.

Q. 요즘 각종 게임 광고가 많은데, 광고 업무에서 어떤 점을 중점으로 두고 있나요?

A. 저는 진부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봅니다. 기존 게임 회사들은 몇 년 전부터 나오는 얘기를 답습하고 있고 그렇게 틀을 못 깨는 데에도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계속 창의적인 해법을 시도하고 있어요. 좌절된 경우도 많았지만요.
또 업무에 있어서 저희 부서만 의사결정을 내리는 게 아니거든요. 각 부서 간의 이견을 조율해서 저희가 ‘다른 부서의 의견을 어느 정도 수용하고 우리 것을 어느 정도 고수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도 중요해요.

[. 게임 광고 기획자의 솔직한 이야기]

Q. 일하면서 만족했거나 뿌듯했던 경험이 있으시다면?

A. 깊은 고민 끝에 내놓은 영상을 보고 사람들이 ‘재밌다’, ‘좋다’, ‘새롭다’ 같은 반응을 보일 때 뿌듯하죠. 영상 기획자로서 기획 의도에 맞춘 포인트가 기대한 효과가 있을 때 보람을 느껴요. 최근 우리 회사에서 새 모바일 게임을 출시했는데 제가 기획한 마케팅 소재의 효율이 잘 나와서 만족했어요. 유저들이 영상에서 제가 의도한 포인트를 잘 잡아냈다는 것과 게임 설치까지 이어졌다는 데서 효율을 확인할 수 있었거든요. ‘내가 기획한 것들이 전략적으로 맞았구나.’ 라는 점을 확인할 때 힘을 얻습니다.

Q. 그러면 업무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어떤 게 있나요?

A. 전에는 아이디어 내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 와서 느낀 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게 가장 어렵더군요. 제가 아무리 재미있게 콘셉트를 잡아도 그건 주관적일 수 있거든요. 공감을 잘 유도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 잘 내고 카피 잘 쓰기만으로는 어렵고 ‘어떻게 공감대를 만들고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것인가?’ 즉 ‘어떻게 대중의 기대를 충족하는 결과물을 내놓을 것인가?’라는 점을 고려해야 하죠. 그런 부분은 경험이 필요해요.

Q. 실패했을 때는 어떻게 극복하거나 대처하나요?

A. 실패했을 때는 그 원인을 분석하고 답을 찾아 보완하려고 해요. 그러면 실패도 제 자산이 되거든요. 새로운 시도를 했는데 효율이 잘 안 나왔다고 판단되는 경우, 수치상으로 분석하고 되짚어봐요. 예를 들어 영상의 크기에 관한 건데, 요즘에는 모바일로 유통이 많이 되니까 대체로 수직 사이즈로 만드는 게 효율적이에요. 분석이 끝나면 수직 사이즈에 특화된 소재를 고민하는 식으로 저는 실패를 되돌아보고 스스로 답을 찾아 보완하려고 합니다.

Q. 어떤 동료와 함께 일을 하고 싶은지?

A.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이 좋아요. 즉, 다른 사람의 직무와 환경에 대해 관심을 두는 사람이죠. ‘내 직무는 이거야.’ 하고 자기 일만 하고 넘겨버리는 사람보다는 ‘이 직무를 맡은 다른 사람은 어떤 고민이 있을까’까지 생각하는 사람과 같이 일할 때 공감대가 잘 형성돼요. 그런 공감 가는 말 한마디를 전하는 사람이 저를 알아주는 사람이고 그런 사람과 함께하면 저도 더 열심히 일하게 되거든요. 공감대가 있으면 인간관계 역시 더 오래 갈 수 있고요.
전에 광고 프로덕션에서 일할 때도 4년 동안 일은 힘들었지만, 같이 일한 동료들과 무척 잘 맞았어요. 그들과는 서로 사적인 부분까지 다 공유해서 각자의 처지도 서로 공감해줬거든요. 제 이직 과정에서도 저는 그들과 상의하고 그들 역시 절 지지해줬어요. 그런 동료들과 일할 때의 분위기가 가장 좋았어요.

 

[. 앞으로의 목표와 전하고 싶은 말]

Q. 직무에 대한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A. ‘많이 보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해요. 영상 하나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각자의 시선과 해석이 다르거든요. 즉 영상을 많이 볼수록 영상에 대한 시야도 넓힐 수 있다는 말이죠. 영상을 어떻게 기획할지 더 생각하게 되고 자신의 견해를 잘 표현할 수도 있고요.
또 영상 기획 직무에서는 이해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해요. 회의 때 ‘레퍼런스 영상’을 많이 보는데 영상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사람은 ‘표절하자는 건가?’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반면 영상을 이해하는 사람은 ‘이런 포인트를 살려서 우리 영상에 새롭게 접목해 보자.’라고 생각하죠. 영상을 보면서 토의를 할 때도 ‘이 영상을 어떤 맥락에서 보여주는 거고, 우리가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를 피력하고 상대를 설득하려면 영상을 많이 보고 그와 관련된 정보를 꿰뚫고 있어야 합니다.

Q. 직무와 관련된 목표가 있다면?

A. 브랜딩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은 게 개략적인 생각이에요. 제가 지금 이 회사에 몸담고 있지만, 영역을 한정 짓고 싶지는 않아요. 제가 해오던 일이 업계 어디서든 다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여기서 콘티 쓰고 영상 기획을 하고 있지만, 마케팅, 사업 PM*들과 협업해서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기도 해요. 제가 ‘앞으로 10년 뒤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하면, 브랜딩 능력을 기르는 게 좀 더 전문성을 갖추는 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PM(Project Manager)은 제품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담당하고 관리하며 책임을 지는 사람을 일컫는다. (매일경제용어사전)

Q. 마지막으로 광고 담당자로서 후배들을 위한 조언이나 팁이 있다면 해주세요.

A.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많이 경험하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카피를 쓸 때도 ‘내 경험’에서 비롯된 카피와 그렇지 않은 카피는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요.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해 보면서 자신만의 기획 방식을 고민해보는 게 필요하죠. 그래서 광고인들이 직업병처럼 일상에서도 그런 부분을 항상 염두에 두거든요. 저 역시 일상에서 드라마나 웹툰을 볼 때도 단어 선택이나 관점이 좋은 포인트를 보면 수첩에 적어놓는 습관을 기른 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다른 한 가지는 ‘깡’이에요. 포괄임금제가 폐지되면서 제 주변에선 ‘워라밸’이 생겼다고 하더군요. 그렇다고 해도 제 경험상 본인이 업무 시간 이상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창의성이 늘기 힘들어요. 매일 밤새고 야근하라는 말은 아니지만요. 그런 ‘깡’을 가지고 본인이 ‘내가 정말 이걸 왜 하고 싶은지’를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광고 업무가 ‘그냥 재미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뛰어들기에는 힘든 곳이다, 그래서 ‘깡’이 필요하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