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자 인터뷰] 언론사 늦깎이 신입사원이 기획하는 삶

2019-09-04T09:13:35+00:002019. 09. 3.|

언론사 늦깎이 신입사원이 기획하는 삶

글, 사진: 고나연(1nayeoni@naver.com)

청년들은 고민한다. ‘내가 남들보다 늦은 건 아닐까?’ ‘지금 하는 일들이 취업에 도움이 될까?’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자신의 방향과 속도를 찾아가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조금 헤맬 수도 있지만, 목적지를 잃지 않는다면 결국 그곳에 도착할 것이다. 수많은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언론사 마케팅부 기획팀에 입사한 늦깎이 신입사원 나그래(가명)씨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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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기획팀 #신입사원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1월 1일에 언론사에 입사한 나그래(가명)입니다.

마케팅부 기획팀에서 인터넷 신문 광고를 기획하고 제안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PD준비 3#논술학원 강사 2#언론사 마케팅부 입사까지

#전공 #스펙 #자기소개서 #생생한 면접 팁

Q.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시기 전에 하셨던 일이 있나요?

A. 원래는 피디 준비를 3년 정도 했어요. 면접에서 몇 번 떨어지고 나니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었고,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게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결국 다른 일을 찾기로 했는데 당시 PD 준비를 같이하던 친구가 자신의 지인이 하는 논술학원을 소개해주었어요. 토론, 독서, 논술은 제가 그동안 PD 준비하면서 자주 해오던 것이라 크게 걱정 없이 학원에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봤고 며칠 뒤에 학원으로 출근했었죠.

 

Q. 논술학원에서 경험이 취업에는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됐는지 궁금합니다.

A. 2년간 학원에서의 경험은 저를 더욱 성숙하게 했어요. 이직할 때 도움이 크게 된 것은 학부모 면담입니다. 한 분기 동안 어떻게 수업했고 아이가 무엇이 좋아졌는지를 브리핑하는 것인데, 지나 보니 그 시간이 일종의 면접 연습처럼 된 것 같아요. 2018년 10월에 학원을 그만두고 총 두 군데 언론사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한군데는 면접에서 떨어졌고 다른 한군데는 지금 다니는 회사입니다. 신입이라기엔 다소 많은 32살의 나이로 면접을 봤지만 크게 떨리진 않았습니다. 면접에서 편한 마음으로 제 생각과 저라는 사람에 대해 어필했었고 합격하게 되었어요.

 

Q. 언론사의 마케팅부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면 스펙은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할까요?

A. 저는 모 방송사에 지원할 때 토익점수가 없었는데 서류는 합격했었어요. 서류전형에서 특히 스펙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언론사는 특별한 자격증 없어도 서류 합격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크게 겁먹을 필요는 없어요. 물론 서류에서 스펙을 아예 안 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 당장 어찌할 수 없는 스펙을 신경 쓰기보다는 자기소개서를 더 신경 썼으면 좋겠어요. 또 몇몇 언론사에서는 블라인드 채용도 진행하고 있어요. 자신의 스펙이 낮다고 생각해서 떨어질까 봐 지레 겁먹지 말고 어떤 언론사든 거르지 않고 다 써봤으면 좋겠어요. 어떤 분들은 유명하고 큰 회사는 ‘난 저기는 안 될 거야’ 하면서 안 쓰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런데 큰 회사들은 오히려 사람을 많이 뽑기 때문에 그만큼 도전할 가치가 크다고 봐요.

 

Q. 자기소개서를 더 신경 썼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어떤 부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A. 예를 들어 역경을 극복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국토대장정을 정말 많이 쓰는데 나 말고 수많은 사람들이 국토 대장정을 쓰더라고요. 내가 생각하는 특별한 경험이 누군가가 보기에는 평범하고 뻔해 보일 수 있다는 말이에요. 너무 어깨에 힘줘가며 쓸 필요 없고, 내가 더 잘 드러날 수 있는 사소하지만 반박할 수 없는 내 얘기를 잘 어필해보는 건 어떨까요? 또, 에피소드를 적을 때 언제부터 언제까지 했었다는 구체적인 시간을 같이 적으면 좋습니다.

 

Q. 필기시험 준비는 어떻게 하셨는지요?

A. 언론사는 보통 논술, 작문, 시사상식 등을 필기시험에서 봅니다. 시사상식은 신문을 꾸준히 보거나 박문각 등의 전문적으로 상식을 정리한 교재의 도움을 받았어요. 논술과 작문은 계속 써보는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계속 쓰고 피드백 받고 퇴고하고 다시 써보고 하는 식의 훈련이 중요하죠. 또, 내가 잘 썼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글을 찾아서 읽고 왜 그 글이 잘 쓴 것 같은지 역으로 추적해봤어요. 이 사람이 쓴 글이 왜 설득력이 있을까 고민하고 그 설득력은 어디서 오는지, 내가 만약 이 주제로 글을 쓴다면 나는 어떻게 쓸지 생각해 봤습니다. 우선 잘 쓴 글을 흉내 내려고 노력했고 그러다 조금씩 나만의 글을 쓰는 연습을 했던 것 같아요.

 

Q. 면접 볼 때 구직자들이 알아두면 좋은 팁이 있을까요?

A. 사람이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이 하는 말보다 말을 할 때 보이는 비언어적인 표현에 더욱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어떤 질문이 나와도 당당한 태도와 나는 이 면접에 몰입하고 집중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해요. 그것으로 신뢰 여부가 결정되죠. 또, 면접관도 나를 보지만 나도 면접관을 본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나 또한 이 회사에 다닐지 안 다닐지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인데 보통 우리는 그것을 포기하고 ‘붙여주면 꼭 갈 거야’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반대로 나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나도 이 회사를 평가한다는 마인드로 면접장에 들어간다면 덜 긴장할 수 있을 겁니다.

 

#기획팀 신입사원의 하루 #영업팀에서 기획팀으로 인사이동 #업무

Q.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A. 출근해서 9시~9시 40분까지 매일 팀 회의를 해요. 제 업무는 디지털 광고를 제안하고, 관리하고, 운영하는 일입니다. 예를 들면 언론사 홈페이지의 인터넷 기사에 나와 있는 광고를 서버를 통해 올리고 노출량과 액션을 어떻게 할지 지정하고 관리하는 일을 하는데요. 루틴하게 하는 게 정해져 있진 않고 그때그때 들어오는 제안에 답변해주는 일, 선배들이 요청하는 일을 주로 담당해요. 점심시간은 12시~13시 30분입니다. 오후에는 주로 기업에 들고 갈 제안서를 피피티로 만들고, 기업에서 광고 노출 증빙자료를 요구하면 보고서 형태로 만들어서 주기도 합니다. 퇴근은 보통 6시 30분에 하고 부서별로 좀 다르지만, 야근이 필요할 때도 있어요.

 

Q. 실제로 느끼는 근무 강도나 분위기는 어떠한가요?

A.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언론사는 약간 군대 같은 분위기로 보는 거 같아요. 그런데 그것은 언론사여서라기보다는 어느 회사를 가도 그런 것 같습니다. 근무 강도는 언론사라서 특별히 더 세거나 더 약하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분위기는 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기획팀은 아무래도 매출을 담당하는 부서이기 때문에 월말에 바쁜 편입니다. 그래서 월말에 세금계산서를 끊을 때 다른 거래처에서 이걸 차일피일 미루면 분위기가 안 좋아질 때가 있어요. 대신 평소에는 선배님들께서 농담도 많이 해주시고 분위기가 화기애애한 편입니다.

 

Q. 업무를 하면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 첫 번째는 욕심내지 않는 것입니다. 신입사원은 패기도 중요하지만, 팀이 그동안 일을 해오던 절차나 맥락을 빠르게 익히는 게 중요합니다. 내가 일을 더 잘하고 싶다고 욕심을 내지 않고 처음엔 시키는 것만 실수 없이 잘 해내는 게 중요해요. 나에게 주어지는 일만 열심히 꾀부리지 않고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를 어필할 수 있어요.

두 번째로 보고를 잘해야 합니다. 신입사원으로서 잘하고 싶은 마음에 ‘이 정도는 내가 알아서 해야 하겠지?’라는 생각으로 혼자서 일을 처리하면 안 됩니다. 아무리 간단한 일이라도 회사의 룰과 선배들이 해오던 루틴이 정해져 있을 수 있으며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해요. 그 흐름을 깨는 모습을 보여주면 선배 입장에서는 무척 당황스러울 수 있죠. 예를 들어 메일이 왔을 때, 혼자서 생각하고 질문에 답을 하기 전에 ‘이런 문의가 와서 이렇게 보내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라고 여쭤봐야 해요. 일할 때 보고와 공유는 제일 중요합니다.

 

Q.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A. 저는 인정욕구가 강한 것 같아요. 어떤 일이건 잘하고 인정받아야 직성이 풀리고 재미가 있어요.

제안서를 만들고 칭찬받았을 때가 보람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안서를 만드는 일은 제가 시간을 들여서 고민하고 수정한 만큼 그 결과를 보여줄 수 있어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자처해서 야근할 때도 있었고요. 제가 영업부에서 기획팀으로 올 수 있었던 것도 제가 공들인 제안서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입사한 지 얼마 안 돼서 지적받는 횟수가 더 많지만, 그 속에서 칭찬받았을 때 참 보람차요(웃음).

 

Q. 그럼 영업팀으로 입사하시고 나서 기획팀으로 인사이동을 하신건가요?

A. 네. 저는 처음 영업팀으로 입사했어요. 입사하고서 팀장님이 제안서를 만들어보라고 했어요. 간단한 제안서였는데 이왕 만드는 거 깔끔하고 가독성 좋게 만들고 싶었어요. 저는 대학 때 광고홍보학과를 전공해서 그런지 PPT를 통해 발표하는 수업이 많았어요. 그래서 좋은 PPT에 대한 레퍼런스가 머릿속에 있었고 그때 봤던 것들을 되새기며 최대한 잘 만들어 보려고 했어요. 당시 영업팀 팀장님이 PPT를 보시고 잘 만들었다고 해주셨죠. 그러면서 회사 선배들에게 ‘아 이 사람은 이런 걸 잘하는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 같아요. 그러던 차에 부서 내부적으로 인사이동이 있었어요. 올해 들어 부서에서 디지털 광고에 집중하게 됐고 일을 진행할 때 기업체에 들고 갈 광고 제안서 작업이 꼭 필요했어요. 그래서 제안서 PPT 작업을 전담한다는 목적으로 저는 영업팀에서 기획팀으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Q. 일을 시작하기 전의 기대와 실제 일하면서 느낀 점이 똑같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A. 어렸을 때는 막연하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일을 통해서 재미를 찾고 싶었던 것 같은데, 입사한 후에 일하면서 느낀 건 ‘일은 일’이라는 점입니다. 일하면서 자아를 실현하면 베스트이지만 그렇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상한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어쩌면 이게 더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죠. 일은 일대로 열심히 하고 다른 부분에서 삶의 재미나 나의 욕구, 나의 자아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Q. 이 일이 나에게 영향을 끼친 부분이 있나요?

A. 내가 어떨 때 기쁘고 어떨 때 슬픈지 알게 된 것 같아요. 직장에 다니기 전에는 내가 기분이 안 좋으면 그런가 보다 했는데, 직장에 다니면서 기분이 안 좋아지면 일에도 영향을 미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왜 기분이 안 좋은지 적극적으로 고민해보게 되었어요. 스트레스나 나에게 안 좋은 자극들은 적극적으로 해소하려고 노력해요.

 

Q.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 하고 싶나요?

A. 저는 현재 기획팀에 있어요. 기획팀은 새로운 사업을 제안하고 시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죠. 아직 신입인 저로서는 새로운 일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기획팀에서 일을 계속 배우고 싶어요. 언론사는 수익을 올리는 구조가 상당히 획일적으로 굳어있는데 이 틀을 깨서 새로운 수익구조를 창출해 보고 싶습니다. 물론 언론사가 가장 잘하는 것이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일이니까 더욱더 새롭고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이런 마음이 드는 한 저는 이 일을 즐겁게 앞으로도 해나갈 수 있을 겁니다.

 

#내 것 #‘모든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라

Q. 마지막으로 이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A. ‘저 신입사원치고 나이 많거든요(웃음). 근데 올해 취업했습니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그리고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진다고 해서 너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 수 있고 친구들은 다 취업하는데 나는 왜 이러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죠. 그런데 제가 겪어 보니 다 자기 때가 있는 거 같아요. 지금 힘들더라도 꾸준하게 노력하면 분명 나의 때가 올 것입니다. 그리고 ‘내 것’을 말하고 ‘내 것’을 쓰세요. 면접에서 말할 때, 자기소개서를 쓸 때 내가 했던 모든 경험에 의미를 부여해서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내 얘기를 해본다면 나란 사람을 더 잘 어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게 사소한 내용일지라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