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자 인터뷰] 책에게 옷을 선물해주는 북 디자이너 김진영 님을 만나다.

2019-11-21T15:57:25+00:002019. 11. 19.|

보이지 않는 열정과 노력으로 책을 완성하는 북 디자이너

글/정다예 (dayae0424@gmail.com)
사진/신주연(3460shin@naver.com)
사진/이예슬(dkqkxk424@naver.com)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상대에 대한 호감도를 결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초이다. 사람들에게 첫인상이 중요한 만큼 책을 구매할 때도 책의 표지가 중요하다. 북 디자이너는 표지만으로 독자들에게 책의 흥미와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어쩌면, 독자는 작가가 쓴 글보다 더 먼저 북 디자이너의 그림을 접한다.

<작업하신 책들을 설명중인 북 디자이너 김진영 님과의 인터뷰 사진>

Q1.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먼저 간략하게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민음사 출판그룹에서 7년째 북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는 김진영입니다. 회사에서 제가 맡은 일은 주로 책 표지를 디자인하는 것이에요. 표지만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책 안에 들어가는 모든 이미지를 작업하고 있어요. 이외에 서점에서 볼 수 있는 온라인 배너라든가, SNS 홍보용 이미지, 홍보용 책자도 작업하며 홍보와 관련된 업무도 많이 합니다.

Q2. 북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는 대학교에서 시각 디자인과를 전공했어요. 시각 디자인과에서도 분야가 세부적으로 나뉘는데요. 저 같은 경우 학교에서 웹이나 웹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디자인을 많이 배웠습니다. 하지만, 저는 종이를 기반으로 하는 ‘프린트 디자인’이라고 불리는 전통적인 작업에 더 관심이 있었어요. 취업을 준비할 때 출판사, 잡지사 그리고 신문사 등 쪽으로 지원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현재 다니는 회사에 입사하게 되어서 지금까지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북 디자이너의 업무>

Q3. 북 디자이너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책에 관련된 모든 디자인을 결정 짓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처음에는 편집자가 책에 대한 설명을 간략하게 해줘요. 그 후에 직접 글을 읽고 분석을 하고 난 후, 글의 컨셉에 맞는 이미지를 선택한 후에 디자인 시안을 작업해요. 이러한 작업이 다 결정된 이후에는 책의 *물성을 고민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표지 그리고 내지의 종이 종류를 고민하고 책의 볼륨 그리고 사이즈를 고민해야 합니다. 어떤 종이에 어떻게 인쇄하느냐에 책의 느낌이 많이 달라지거든요. 또한, 독자들이 책을 가볍게 느낄지 무겁게 느낄지도 고려해야 해요.
*물성: 책의 촉감과 시각적 효과를 정하는 작업.

Q4. 하루 일과가 어떠한가요?

작업 중인 책이 어떤 과정에 있는지에 따라 달라요. 책 표지 작업을 진행 중일 때는 시안을 여러 가지 만들어 봐요. 시안이 잘 안 나올 때는 서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지금 작업하고 있는 책과 비슷하거나 같은 장르의 책들을 참고하여 톤과 콘셉트를 생각해봐요. 또한, 편집자에게 찾아가 현재하는 작업에 대해 점검을 받기도 합니다. 회사에 같이 디자인 작업하는 분들이 10명 정도 있어요. 그분들에게 저의 작업을 공유하여 서로 의견을 나누기도 해요.
종종 제가 홍보용 배너 이미지를 만들거나 사진 촬영 작업을 직접 할 때도 있습니다. 출판사가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한 디자이너가 책 촬영 그리고 SNS 홍보용 사진 보정 등 다양한 업무를 보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디자인업계가 굉장히 힘들다고 알려져 있지만, 다행히 현재 다니는 회사는 야근이 별로 없답니다. (웃음)

Q5. 책을 읽고 디자인 작업을 하나요? 편집자에게 설명을 듣고 작업하나요?

소설 같은 경우는 대부분 직접 다 읽고 작업을 해요. 쉬운 논픽션 같은 경우도 읽어보고 작업을 해요. 하지만, 어려운 논픽션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편집자가 책의 내용과 콘셉트에 대하여 훨씬 잘 파악하고 있어서 편집자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는 편이에요. 가끔은 디자이너의 책 해석이 반영된 시안이 좋으면 그 시안이 통과될 때도 있어요. (웃음) 물론 시안이 통과되지 못하여 다시 하는 경우가 더 많아요. 한마디로 디자이너의 해석이 중요하지만, 작가의 의도 그리고 독자 또한 중요한 요소라고 정리하고 싶네요.
그래서 저는 주로 세 가지 시선으로 시안을 작업합니다. 디자이너가 추구하는 시안, 편집자가 원하는 시안, 대중이 좋아할 만한 시안의 방향을 잡고 작업을 합니다.

Q6. 표지 시안 작업을 할 때 회의를 많이 하나요?

네, 회의를 정말 많이 해요. 소설 같은 경우는 디자이너 해석을 많이 반영해주는 편이에요. 제가 일하는 출판사에서는 장르 소설을 많이 다루는 곳인데 장르 소설의 표지로 재미있고 기발한 디자인을 좋아하기 때문에 디자이너 해석에 대해 제한을 많이 안 두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논픽션 같은 장르는 전달이 확실해야 하고 사실을 기반으로 해야 해서 회의를 많이 거치는 편이에요. 마케팅 면에서도 다른 장르의 책들보다 소비자층이 확실하게 정해져 있어서 확실하게 정해 놓고 작업을 합니다.

Q7. 책 표지를 만들 때 독자층을 염두하고 디자인을 구상하나요?

독자 층을 항상 염두하고 만듭니다. 디자인 작업을 할 때, 독자의 연령층을 고려해서 디자인해요. 예를 들어, 건강서는 어른들이 많이 보기 때문에 글자 크기와 본문 크기도 크게 해요. 반대로 장르 소설은 글자 크기가 좀 작아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거든요. 이런 책은 특히 독자들이 글을 빨리 읽을 수 있게 좁게 디자인합니다.

Q8. 작업을 했던 책 중에 자랑하고 싶은 책이나 만족하는 책이 있나요?

제가 회사를 들어와서 여러 번 작업한 책이 애거서 크리스티(Agatha Christie) 작가의 책입니다. 제가 학창 시절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을 직접 작업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너무 벅찼습니다.

<리뉴얼 작업하신 애거서 크리스티 (Agatha Christie) 작가의 작품의 디자인>

제가 1년 차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대표작 10권을 *리뉴얼하는 작업을 맡아서 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양장으로 나와 있던 시리즈를 *반 양장으로 디자인하여 대중의 관심을 받았어요. 이 시리즈의 나머지 69권 또한 제가 기획한 디자인으로 재 출간될 예정이어서 더 자랑스러웠습니다.
*리뉴얼: 기존의 것을 새롭게 하는 것.
*양장: 표지의 재질이 질긴 종이를 덧붙여 두꺼운 합지로 제작한 형태.
*반 양장: 표지의 재질을 부드러운 종이로 사용하는 제본 형태.

<직접 리뉴얼 작업하신 애거서 크리스티 (Agatha Christie) 작가 작품의 표지>

또한, 작년에 애거서 크리스티작가의 대표작 3권을 한 번 더 리뉴얼 작업을 했어요. 이 작가의 작품을 두 번이나 디자인한 걸 보면 저와 인연이 깊다고 생각해요. 리뉴얼한 애거서 크리스티 시리즈는 저의 대표작이라고 생각해서 기억에 남아요.

< 북 디자이너 김진영 님께서 직접 재료를 구하여 사진 작업한 표지 >

Q9. 한 권을 디자인하는 데 기간이 보통 얼마나 걸리나요?

픽션은 보통 한두 달, 논픽션은 두 달에서 길면 서너 달도 걸리는 것 같아요. 최근에 제가 작업했던 책 중에서 작업 기간이 길었던 책은 4월에 시작하여 10월에 마감한 책 『한 접시 건강법』 이에요. 책 표지와 띠지에 들어가는 사진까지 제가 다 찍어서 특히 기억에 남아요. 직접 마켓에서 재료를 사서 스튜디오에서 촬영하고 보정도 다 했답니다. 이렇게 작업을 오래 한 작품은 고생이 많았던 만큼 뜻 깊은 작품으로 기억에 남아요.

 

<북 디자이너의 삶>

Q10. 북 디자이너 일을 하면서 가장 행복하고 보람 있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책이 대중의 관심을 많이 받으면 기분이 좋습니다. (웃음) 책은 개인 작업이 아니고 단체로 작업한 상품이기 때문에 잘 팔려야지 그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해요. 서고에 안 팔리고 쌓여 있고, 반품이 들어오면 정말 속상해요. 판매 실적이 좋고, SNS에 책에 대한 긍정적인 후기가 있으면 기분이 너무 좋아요.

Q11. 반대로 일을 하면서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표지 시안이 통과가 안될 때 힘들어요. 표지가 확정되려면 총 다섯 번의 컨펌을 받아야 해요. 미술부 내에서 1차적으로 컨펌을 한번 받고,두 번째로 편집부에서 담당 편집자한테 한번, 편집부 장에게 한번 보여드리고 다음에 사장님에게 컨펌을 받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자의 컨펌을 받아요. 중간에 시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다시 처음부터 작업을 시작해야 해요. 한번에 일사천리로 시안이 통과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아요. 어떤 책은 몇 개월 동안 시안이 통과가 안돼서 힘들 때도 있었습니다.

Q12. 일 때문에 힘들 때 극복하는 방법이 있다면 어떤 방법인가요?

혼자서만 고민하면 답이 안 나와요. 주변 디자이너들에게 현재 하고 있는 작업을 보여주면서 조언을 구하는 편이에요. 편집자에게 정확하게 무엇을 원하는지 다시 물어보기도 해요. 혼자서 갇혀서 힘들어하는 게 아니라 동료들에게 이야기를 하며 극복하는 것 같아요.

 

<북 디자이너의 미래>

Q13. 개인적으로 해보고 싶은 책 작업이 있으신가요?

<처음으로 개인 작업을 했던 작품의 디자인>

올해 한 작품이 굉장히 뜻 깊었어요. 김은화 작가의 『나는 엄마가 먹여 살렸는데』 작품을 제가 작업하였습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저는 정말 많은 반성의 시간을 가졌어요. 회사에서 출판하는 것과 독립해서 출판하는 것은 굉장히 다르더라고요. 개인 작업을 통해서 다시 한번 책 작업 전반에 대해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공부가 되었습니다. 이번 작업을 통해 작은 결정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독립출판 작업을 더 경험해보고 싶어서 꼭 다른 작업도 해보고 싶습니다.

Q14. 관심 있는 다른 디자인 분야가 있나요?

책 디자인 외에는 그래픽 디자인 분야에 관심 있어요. 영화에도 관심이 많아서 작업할 때 영화 포스터를 많이 찾아보기도 해요. 제품 디자인도 많이 구경하고, 작업을 할 때 참고하기도 해요. 사진에 관심이 생겨서 작년에는 카메라를 배웠어요. 요즘에는 사진 작업도 많이 하고 있어요.

 

<북 디자이너의 목표>

Q15. 앞으로 어떤 북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가요?

우선 시안 통과를 잘 받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네요. (웃음) 텍스트를 잘 분석해서 디자인 작업을 잘하는 능력을 갖추고 싶네요. 가끔 책 표지가 너무 예뻐서 샀는데 책을 다 읽고 ‘어? 이 책은 이 표지가 아니어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라는 느낌을 주는 책들이 있고, 반면에 책을 읽고 나서 ‘아! 표지와 내용이 너무 잘 어울린다’ 라는 느낌을 주는 책들이 있습니다. 이때 저는 후자 느낌을 주는 책들을 디자인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Q16. 마지막으로 앞으로 인생 (직업)에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북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서 작업하는 직업이다 보니까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체력을 키우고 싶어요. 아무래도 건강을 챙기지 못하면 이 직업을 오랫동안 하지 못하더라고요.
저의 꿈은 좋은 디자이너로 오래 일하는 거예요. 회사에 오래 다니는 것보다 디자이너로서 작업을 오래 하고 싶어요. 제가 이번에 영화제에서 일본 디자이너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이분의 연세가 70대인데 아직도 현직에서 일하고 계시더라고요. 저 또한 이분처럼 디자인 감각을 계속 유지하며 일하고 싶어요. 한 분야에서만 일하기보다는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싶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것들을 배우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북 디자이너를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Q17. 북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요?

저 같은 경우를 말씀드리면 대학교에서 미술 전공을 하며 디자인을 배우고 이 분야의 직업을 가지게 되었어요. 많은 분이 본인은 순수 미술이 전공인데 책 디자인을 할 수 있냐고 묻더라고요. 제가 아는 분 중에는 디자인 전공을 하지 않고 작업을 하시는 분도 있어요. 물론 프리랜서로 일을 바로 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만약에 책 디자인에 관심이 많다면 전공 때문에 고민하기보다는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제가 다니는 출판사는 지원자를 뽑을 때 이력서도 보지만 일차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우선으로 봐요. 지원자가 책 작업을 얼마나 했는가, 출판사가 작업하는 책 디자인 성향과 맞는가를 중심적으로 봐요. 만약에 지원하고 싶은 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에서 출간한 책의 디자인을 직접 해보면서 포트폴리오를 준비한다면 좋을 것 같아요.

Q18. 북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우선 이미지를 잘 다루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표지에 들어가는 문구를 가독성 있게 만들어야 해요. 독자들에게 책을 이목을 집중시키려면 제목이나 들어가는 문구에 대한 재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또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사람들과 협력하는 능력도 있으면 좋아요. 디자인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알면 좀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일러스트레이터, *캘리그라피, *포토샵 그리고 *인디자인 등을 익혀 두면 편하게 일할 수 있기 때문에 배우면 좋을 것 같아요.
*일러스트레이터: 삽화를 그리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캘리그라피: 손글씨, 서체.
*포토샵: 컴퓨터용 사진 편집 프로그램.
*인디자인: 정교한 텍스트 처리가 가능한 편집 프로그램.

Q19. 북 디자이너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이 직업에 관심 있다면 계속 책을 자주 보는 게 좋아요. 책을 읽으면서 기존 디자인의 요소 하나하나에 의문을 품고 개인적으로 다시 디자인 작업을 해보는 것도 좋고요. 디자이너 자리가 언제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그때를 대비하고 스스로 과제를 하면서 책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준비한다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