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자 인터뷰] 나만의 전문성을 찾아서, 8년 차 법무팀 현직자를 만나다

2019-11-20T16:28:02+00:002019. 11. 19.|

나만의 전문성을 찾아서, 8년 차 법무팀 현직자를 만나다

글 / 김지은(tunniy3014@naver.com)
사진 / 한서원(hsw06666@naver.com)
*본 인터뷰는 현직자의 요청으로 이름과 회사 명은 생략했음을 알려드립니다.

바야흐로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보다는 스페셜리스트(specialist)가 우대받는 시대다.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년들을 대표하여,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묻기 위해 법무팀 현직자를 만나 보았다.

<퇴근 후에도 취재단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어주신 현직자 분>

[법무팀에서 일하기까지: 이직 또 이직]

Q. 안녕하세요. 우선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 법무팀에서 근무 중인 OOO입니다. 총 경력은 8년이고, 지금의 회사에서 근무한 지는 2년 차입니다.

 

Q. 법무팀에서는 어떤 일들을 하나요?

A. 크게 법무 서비스, 송무, 준법 지원의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어요. 먼저 법무 서비스는 타 부서의 의뢰를 받아 계약 내용을 검토하거나, 법률 자문을 제공하거나, 분쟁을 처리하는 업무예요. 두 번째로 송무는 분쟁이 잘 처리되지 않은 경우, 즉 소송을 당하거나 우리 측에서 소송을 제기할 경우 맡게 되는 업무이고요. 마지막으로 준법 지원은 법에 저촉되는 경영활동을 사전 탐색해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Q. 현재 회사에서는 2년 차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이곳 법무팀에서 일하게 되셨나요?

A. 저는 두 번의 이직을 거쳐 이곳에서 근무하게 됐어요. 대학 때 법학을 전공했고, 첫 회사에서는 일반적인 사무 행정 업무를 맡았습니다. 그러다 ‘전공을 살려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중소기업의 경영지원팀으로 이직했습니다. 당시 경영지원팀 내 법무 담당자가 저밖에 없었기 때문에 일이 주어지면 스스로 찾으면서 실무를 많이 배웠어요. 그렇게 한번 경력을 쌓고 나니 법무 분야로의 이직이 수월해졌고, 보다 전문적으로 일하고 싶어서 독립된 법무팀이 있는 지금의 회사로 옮겨왔습니다.

 

Q. 법학의 어떤 매력 때문에 더 전문적으로 파고들고 싶다고 생각하셨나요?

A. 가장 큰 이유는 전문성이에요. 아무래도 법무는 전공자가 아니다 보면 진입 자체가 쉽지 않고, 아무나 할 수 없는 나만의 영역을 만들어 가기 때문이죠. 또 제가 하는 업무가 회사 전체에 영향력을 끼친다는 점도 매력적이에요. 영향력이 큰 만큼 책임감도 막중하지만, 그만큼 일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죠.

 

Q. 어떨 때 일하는 보람을 많이 느끼세요?

A. 높은 소가(訴價)*의 소송에 승소하는 등 큰 성과를 이뤘을 때 보람을 많이 느끼죠. 저는 퇴근길에도 시간을 쪼개 관련 법령이나 판례를 찾아보곤 하는데,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던 결정적 자료를 찾아내 승소로 이끌 때 뿌듯함을 느낍니다.

*소가(訴價): 원고가 소(訴)를 통하여 주장하는 권리나 법률관계로 인하여 가지는 이익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금액으로 표시한 것. 소송 물가액(物價額)이라고도 한다.

 

 

[법무팀의 일과: 일(事)과 사람(人)]

Q. 평상시에도 업무를 위한 노력을 굉장히 많이 하시는군요. 회사에서의 하루는 어떻게 돌아가나요?

A. 인사나 총무 같은 경영지원의 타 부서는 반복적인 업무를 많이 하지만, 법무팀은 정해진 업무 패턴이 없어요. 계약을 검토하거나, 분쟁을 처리하거나, 소송에 대응하는 일들은 수시로 일어나기 때문이에요. 때문에 계약 검토‧법률 자문‧소송 등의 의뢰가 접수되면 그때그때 업무를 처리합니다.

 

Q. 담당 업무는 연차에 따라 달라지나요?

A. 회사마다 다른 것 같아요. 회사 규모가 클수록 업무가 세분되고 신입은 반복적 업무를 맡는 경우가 많아요. 법무를 예로 들자면 소송기록 열람, 기초 사실 정리, 소송 서류 정리 같은 일들이죠. 그런데 우리 회사는 직급 체계가 없고 수평적 관계라서, 업무 구분은 있지만 연차에 따라 담당 업무가 달라지진 않아요.

 

Q. 일하면서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A. 95%가 내부 직원이죠. 나머지 5%는 외부 법률사무소나 분쟁 상대방이 있겠네요. 법무뿐만 아니라 모든 경영지원본부의 주 고객은 내부 직원이라고 할 수 있어요.

 

Q. 그렇다면 주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직원들과의 관계에서 곤란한 점은 없었나요?

A. 사실 법무팀이 속해있는 경영지원본부는 경영진과 근로자들 사이의 중간자적 위치에 있어요. 말 그대로 경영을 ‘지원’하기 위해 경영진의 의도를 사내 정책에 반영하고 회사 운영에 관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죠. 그러다 보니 가끔은 회사에는 이익이 되나 근로자에게는 불이익한 일을 하는 것이 본인의 성과가 되기도 해요.

 

Q. 중간자적 입장으로서 난처한 경우가 꽤 있겠네요.

A.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입장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승진에 대한 열망이 큰 사람은 경영진 편에 설 수도 있고, 반대로 약자를 대변하고자 하는 사람은 근로자의 편을 더 들기도 하고,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추는 사람도 있죠.

 

Q. 어느 쪽에 더 가치를 두시나요?

A. 제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저는 균형을 잘 지킨 것 같아요(웃음). 경영진에 쓴소리하길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저는 근로기준법을 기준으로 ‘이건 정말 부당하다.’ 싶은 일에 대해서는 말하거든요. 법학을 전공하고 법무팀에서 일하다 보니 더 그런 것 같아요.

 

Q. 대인관계 외에 업무적으로 힘든 점이 있나요?

A. 업무량은 많은데 기한이 촉박할 때 스트레스를 받죠. 사실 모든 업무가 시간만 충분하다면 해낼 수 있는 것들이거든요. 시간적 압박이 대인관계와 더불어서 모든 직장인이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일 것 같아요. 그리고 법무 분야는 워낙 법이 광범위하고 다양하다 보니 변호사들도 본인의 전문 분야 외에는 어려워하는 게 사실이에요. 그러니 저는 오죽하겠어요. 법무는 일을 하면서 일을 배우는 측면이 있어서, 의뢰받은 내용이 한 번도 검토해본 적 없는 분야라면 어려움을 겪죠.

 

Q.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해소하는 OO님만의 방법이 있나요?

A. 저는 운동이나 독서를 통해서 풀어요. 달리기를 즐기고, 자기계발서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어요. 그리고 힘든 일이 있어도 항상 내가 가진 것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해요.

 

Q. 커리어를 쌓아서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A. 사실 저는 변호사 자격증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 업무에서 한계를 느낄 때가 있고, 최근에는 로스쿨 졸업자들도 많이 쏟아져 나오잖아요. 그래서 제 사수는 항상 ‘너만의 강점을 가져라’는 이야기를 해요. 실무 경험을 많이 쌓으면 자격증 소지자보다도 더 뛰어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들이 있거든요. 대리점이나 가맹사업을 운영하는 회사를 예로 들자면 공정거래법의 전문가가 될 수 있겠죠.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언젠가 내 사업을 해서 사회에 더 많은 영향력을 끼치고 공헌하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법무 일의 장점은 회사의 모든 경영상 이슈를 간접 경험할 수 있다는 거거든요. 모든 계약과 분쟁은 제 손을 거치기 때문에 일을 하면서도 미래에 창업했을 때의 리스크 관리법이나 계약 조건들에 대해 배우고 고민합니다.

 

[이 길을 걷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Q. 이 일을 할 때 중요한 역량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A. ‘리걸 마인드’*라고 생각해요. 사실 법학 학사 학위를 따더라도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지식은 별로 없어요. 리걸 마인드는 법학 지식이라기보다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어떠한 사건을 법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사건의 쟁점이나 적용해야 할 법률 등을 파악하는 능력이죠. 리걸 마인드만 갖추고 있다면 생소한 사건을 맡게 되더라도 법령이나 판례를 검토하는 데 어려움은 없는 것 같아요.

*리걸 마인드(legal mind): 법학 교육을 통해 잘 훈련된 법률가가 문제된 사안에 접근하는 차별화된 사고방식을 이르는 말.

 

Q. 직속 후배가 들어온다면, 어떤 가치관과 강점을 지닌 사람이면 좋을까요?

A. 법학이 워낙에 그 범위가 방대하고 깊은 학문이기 때문에, ‘배움’과 ‘전문성’을 중시하는 사람이면 좋겠네요. 강점으로는 ‘판단력’과 ‘분석력’에 더불어 ‘꼼꼼함’을 지닌 사람이 법무 일에 잘 맞을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이 직무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한마디만 부탁드립니다.

A. 법무팀이 속해있는 경영지원본부는 회사의 전반적 운영을 지원하는 팀이기 때문에 인재를 뽑을 때도 좀 더 신중한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게 느껴질 수 있는데, 대신 이 분야에서 경력을 쌓으면 이직은 쉬워져요. 저 역시 학벌이 뛰어나지도,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지도 않지만 경력을 바탕으로 이 회사에 입사할 수 있었거든요.
덧붙여서, 경영지원본부에 대해서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이 많을 거예요. 단순히 멋져 보인다는 생각만으로 직무를 정할 수 있는데 현실은 다를 수 있습니다. 인사팀이나 총무팀은 시기별로 반복적 업무가 많으니 지루할 수도 있고, 또 야근하는 날이 많아서 지칠 수도 있어요. 겉모습만으로 희망직무를 결정하지 말고, 현실적 정보를 바탕으로 본인의 가치관이나 궁극적 목표에 부합하는 선택을 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