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자 인터뷰] 공정함을 배우는 한국공정무역협의회 김영규 간사님을 만나다.

2019-08-07T14:48:48+00:002019. 08. 6.|

각자의 몫이 공정하게 돌아가는 세상을 꿈꾼다! 

              글, 사진/한정민(wnslaekf@naver.com)

누구나 한 번쯤은 ‘내가 사회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그 대답을 여러 가지로 찾을 수 있다. 회사에 들어가서 자기 몫을 하여 사회로 돌려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부를 기부를 통해 나누기도 한다. 다양한 방법 중에 공정무역을 삶 속에서 실천하고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한국공정무역협의회의 김영규 간사님을 만나보았다.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저는 한국공정무역협의회(이하 한공협)에서 간사로 일하고 있는 김영규라고 합니다.
*간사 : 단체나 기관의 사무를 담당하여 주도적으로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사람

 

Q: 공정무역은 한 번쯤은 들어봤을 용어이지만, 정확한 개념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 공정무역이 무엇인가요?

A: 공정무역이란, 국제무역 시스템의 공급사실 내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등하게 내지 못하는 생산자들과 지속 가능한 무역으로 거래하는 것을 말합니다. 공정무역은 기업의 이익만 생각하는 기존 거래의 한계를 극복하고 공평하고 윤리적인 무역 거래를 통하여서 저개발국 농민, 노동자, 생산자들의 겪고 있는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생겨났습니다. 지금의 공정무역은 빈곤 해결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환경, 인권, 난민, 불평등, 지속 가능한 개발 등의 현대 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에도 많이 도움이 되는 운동입니다.

 

Q: ‘한국공정무역협의회’는 어떤 단체인가요?

A: 매년 5월 둘째 주 토요일은 세계공정무역(WFTO)에서 지정한 ‘세계공정무역의 날’이에요. 축제에 참여하는 많은 기업, 단체들이 모이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통로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한국 공정무역의 발전을 위해 공동의 목소리를 내고 연대를 강화하는 일을 한공협이 하고 있습니다. 한공협 회원으로는 NGO인 ‘기아대책’, 패션 소품이나 가방 자수 쿠션 등을 파는 ‘더 페어 스토리’, 한국 공정무역 운동을 처음 개척한 단체인 ‘아름다운 커피’, 윤리적 소피를 실천하는 ‘아이쿱(iCOOP)’ 등이 있습니다.

 

Q: 한국공정무역협의회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으신가요?

A: 저는 공정무역을 알리는 행사를 기획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정책 지원이 필요로 할 때면, 국회에서 포럼을 열기도 해요. 또한 한공협 회원들이 특정 사업의 방향성을 정하는 자리를 만들고 그 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정리하여 구체화하는는 일을 하고 있어요. 저는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용역업체를 선정하고 소통하면서 관련 예산을 집행하고 관리하는 역할 등의 일을 하고 있어요.

2019 세계공정무역의 날 포스터 (출처: 한국공정무역협의회 블로그)

2019 세계공정무역의 날 포스터 (출처: 한국공정무역협의회 블로그)

Q: 한국공정무역협의회에서 ‘세계공정무역의 날’ 한국 페스티벌을 매해 개최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올해의 ‘세계공정무역의 날’을 마친 소감이 어떠신가요?

A: 올해 오신 분들의 반응이 좋아서 굉장히 잘 끝난 것 같습니다. 저희 축제가 다른 사회적경제 관련 축제와는 다른 점은 학생들의 참여가 많다는 것인데요. 이번 행사에 특히 학생들이 매우 만족한 것 같아요. 참가한 분들도 뿌듯해하셔서 저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만족합니다.

 

Q: ‘세계공정무역의 날’의 많은 프로그램 중 추천해주고 싶으신 프로그램이 있으신가요?

A: 한공협의 회원사 중에서  피티쿱(PTCoop)라는 단체가 있는데요. 세계공정무역의 날을 맞이하여 해외생산자들을 모시고 포럼을 하거든요. 해외에 있는 공정무역 생산자를 직접 만나는 기회가 많진 않잖아요. 생산자들의 진짜 공정무역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커뮤니티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알려주는 포럼이니, 공정무역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들어보면 좋은 프로그램일 것 같아요.

세계공정무역의 날 한국페스티벌 (출처: 한국공정무역협의회 블로그)

세계공정무역의 날 한국페스티벌 (출처: 한국공정무역협의회 블로그)

 

Q: 스펙은 어떤 것이 필요한가요?

A: 공정무역 업계를 통틀어 말하자면, 한 회사가 수입부터 판매까지 다 해야 하기 때문에 소통이 중요해요. 언어는 중요한 요소이고, 영업 관련 경험이 있다거나 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Q: 한국공정무역협의회의 근무환경은 어떤가요?

A: 다른 기업과 비교하여 볼 때 급여나 복지가 좋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공정무역 및 사회적경제의 연대체로서 업계의 흐름과 동향을 가장 먼저 파악할 수 있고 해외 연수와 같은 기회가 많이 마련됩니다. 실제로 1년에 한 번 정도 해외에 나가는 기회가 생겨 생산자나, 국제 공정무역 관련 포럼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Q: 공정무역은 어떻게 참여하면 되나요?

A: 소비자 참여 운동은 보이콧(boycott)과 바이콧(boycott)으로 나뉘어요. 보이콧은 안 사는 운동이에요. 이 운동은 행동 변화를 위한 충격을 주는 방법으로 가능하지만, 길게 유지하기가 힘들어요. 하지만 바이콧은 그런 운동이 아니에요. 사면서 즐거운 운동이고, 참여가 쉬운 운동이에요. ‘맛있는 커피를 사 먹으면서 공정무역이기까지 하니 좋다’ 하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좋을 것 같아요.

 

Q.: 간사님은 어떻게 공정무역 운동을 참여하나요?

A: 저는 집에 생활용품 제품들이 많아요. 공정무역 상품들은 보는 사람마다 다를 순 있지만, 진짜 독특해요. 도마, 바구니, 테이블 매트 등 다 수공예 상품들이니 가격은 조금 더 나가지만, 모양이 독특하고 재질도 좋아서 쓰고 있어요. 대단한 무언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상품 자체가 좋아요. 이러한 접근이 좋은 거 같아요.

 

세계공정무역의 날 한국 페스티벌 (출처: 한국공정무역협의회 블로그)

세계공정무역의 날 한국 페스티벌 (출처: 한국공정무역협의회 블로그)

Q: 공정무역에 대해 어떻게 관심을 두게 되셨어요?

A: 저는 ‘죽음의 밥상’을 통해 처음으로 공정무역을 접했어요. ‘피터 싱어’라는 철학자가 쓴 책이에요. 식사 초대를 받아서 간 집의 식탁 위에 올라온 모든 음식이 어떻게 왔는지 추적하는 내용이에요. 발상이 참 재밌죠? 피터 싱어는 항상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은 멀리 있지 않고 자기 실천에 달려 있다’라고 말하는 철학자예요. 공정무역도 그 생각을 발전 시켜 접근하더라고요. 예를 들면, 한쪽에서는 6억 명의 아이들이 가난 때문에 기아로 굶어 죽어 가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비만으로 아이들이 아픈 이 부조리를 어떻게 해결할 방법을 피터 싱어는 개인의 실천에서 해답을 찾더라고요. 그래서 그게 마음에 와닿아서 지금까지 공정무역 일을 하고 있어요.

 

Q: 이 회사에 오시게 된 경위는 어떻게 되나요?

A: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아서 공정무역 동아리를 2년 반에서 3년 정도 했어요. 그 뒤로, 아시아공정네트워크라는 공정무역회사에 들어가서 3년 정도 일하다가 지금은 한국공정무역협의회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Q: 일을 하시면서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으신가요?

A: 작년 6월쯤에 네팔에 생산자들을 만나러 다녀왔어요. 한 분이 30년째 커피를 키우는 분이었어요.. 그분이 초대를 해주셔서 식사를 같이 했죠. 네팔에는 손님이 밥을 남길 때까지 밥을 주는 문화가 있어요. 네팔은 사실 통계상 최빈국이거든요. 그런데도 그 나라는 그런 문화가 남아있어요. 우리가 생각하는 최빈국은 쓰레기 산에 살면서 쓰레기를 주워서 생계를 유지하는 곳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자본주의적 시각에서 그들을 삶을 빈곤하다고 할 뿐이죠. 또한, 농촌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네팔도 1년에 2번 농사를 짓고 마을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이 나온다는 것은 수치로 여기기 때문이죠. 그래서 우리는 그들이 농촌을 떠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네팔의 농부들과 대화를 하면서 생각했어요. 지금까지 일하면서 제일 마음에 와 닿는 일이었어요.

 

Q: 가장 힘드신 점은 무엇인가요?

A: 아무래도 다른 회사들보다 결과물이 단기간에 나오는 일이 아니다 보니, 지칠 때가 있어요. 또, 친구들의 회사의 워라벨(Work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을 일컫는 신조어)등을 비교해보면 조금 마음이 힘든 거 같아요. 내가 항상 공정무역에 대한 열정으로 충만하다면, 그런 생각이 안 들 테지만, 솔직하게 매 순간 충만한 삶을 살기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한국에서 공정무역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기도 합니다. 매 순간은 변화도 없는 것 같고 지지부진한 것 같죠. 하지만 당장 1~2년, 길게는 5년 전을 생각해보면 또 이 공정무역 업계가 엄청난 양적, 질적 성장을 이룬 것도 사실입니다. 저 자신도 마찬가지에요. 하루하루는 전혀 성장하지 않고 있는 것 같지만 초보 활동가 일 때의 저를 생각해보면 지금은 여러모로 많은 성장을 이뤘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가장 힘든 점이 뭐냐고 물으시면 사회혁신이라는 거창한 영역에서 변한 것 같지 않은 하루하루가 아닐까 합니다.

 

Q: 이 일을 지속해서 할 수 있는 원동력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A: 시민 사회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더 나은 세상을 꿈꾸기 때문에 일하죠. 저는 포럼이나 산지 방문 출장을 통해서 생산자들을 만날 때 힘이 나요. 공정무역을 할 때 그들에겐 직접적인 변화가 생기니까요. 그 모습을 보고 오늘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껴서 더욱 열심히 일하게 됩니다. 어쩌면 한국에서는 저희가 공정무역에 최전방이나 다름이 없지만, 그 힘을 점점 커지고 연대하는 기업들과 단체가 많아지는 것을 보면 더 열심히 일하게 돼요.

 

Q: 최근에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나요? 있다면 무엇인가요?

A: 하반기에는 정확한 명칭을 정하진 않았지만, 2주 동안 공정무역 상품을 판매 촉진하는 행사를 계획하고 있어요. 지역단체, 커뮤니티센터, 학교, 교회, 공정무역 매장들, 생협 매장들에 캠페인을 할 수 있게 하는 캠페인 도구나 액션 가이드를 제작해서 공유할 계획이에요. 그래서 좀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캠페인 방안을 고민하고 있어요.

 

Q: 외국 농부들을 위한 운동을 왜 해야 하는지 의문을 품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에게 해주실 말씀이 있는가요?

A: 맞죠, 맞기는 하는데, 공정무역으로 들여오는 상품 중 식재료만 봐도 설탕, 커피, 초콜릿, 카카오 등은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것들이에요. 의류들도 있지만, 디자인이 전혀 다르고요. 전혀 겹치는 시장이 아니에요. 해외의 사람들만 도와주냐는 말을 많이 듣지만, 국내 농부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사회 운동이에요. 저마다 다른 사명이 있어요. 저에게 맞는 사명이 공정무역이듯이 말이죠. 서로서로 존중하면서 하는 거죠. 공정무역은 원조가 아니에요. 저개발국에서 나오고 있는 1차 상품들의 가격이 너무 낮게 측정이 되어 있는 문제의식에서 공정무역은 시작하고 있거든요. 맹목적인 원조가 아니라 무역 정의 운동이에요.

 

Q: 간사님이 생각하는 ‘공정함’은 무엇인가요?

A: 제가 생각하는 ‘공정함’은 각자의 몫이 각자에게 돌아가는 거예요. 각자가 이바지한 바만큼 가져가는 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해요.

 

Q: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A: 제가 아무리 공정무역 운동을 열심히 해도, 그 결과는 예측할 수 없어요. 다른 양상으로도 변화할 수 있고요. ‘굶어 죽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하기엔 너무 추상적인 얘기 같아요. 저는 그냥 오랫동안 열정을 잃지 않고 공정무역에서 일했으면 좋겠어요.

 

Q: 이쪽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청년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A: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아야 해요. 좋은 뜻으로 시작한다 해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연봉도 적고, 일하다 보면 마음이 공정무역에서 돌아서게 하는 요소들이 분명 있어요. 그렇지만 돈이 아닌 가치를 쫓는 사람이라면 공정무역 업계는 일할 만한 곳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