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자 인터뷰]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공간 만들기 : 공간 커뮤니케이터 이호진 인터뷰 #직탐

2017-01-06T22:10:15+00:002015. 10. 11.|

직접탐구하는 직업탐사 인터뷰 #직탐


 

취재  |  박준성  alter@baek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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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날, 숲에서 나지막한 음악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이끌려 가보니 사람들이 누워 있었고,
그 사이에 연주자와 노래 부르는 이가 있었다. 이 숲에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 공간을 그늘 아래서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한 사람이 있기에 쫓아가 대뜸 물어봤다.
당신 대체 하는 일이 뭐요?

 

1. 음악에 취한 듯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숲에서


 

Q : 혹시 직업이 최면술사인가?

……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방물단의 공간 커뮤니케이터 월리라고 한다. 본명은 이호진이다.

 

Q. 지금 이 숲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여기는 지금 양재 시민의 숲, 전신마취 음악축제의 현장이다.

 

Q. 방물단? 전신마취? 듣기만 해도 뭔가 무섭다.

아니다.  우리도 나름 예비 사회적 기업이다.  방물단에서는 주로 공간에서 벌어지는 여러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을 문화 예술로 풀어내는 일을 하고 있다전신마취 음악축제는 전기없이 신나게 마음으로 취하는 음악축제의 줄임말이다.

 

Q. 사람들이 전부 마취에 취한 듯 누워있다. 전신마취 음악회의 진짜 목적을 말해달라. (의심)

양재 시민의 숲은 비교적 최근에 조성된 공원이라 역사적 관점보다 생태적 다양성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게 확실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자연 친화적인 컨셉으로 만든 것이다전신마취 음악회는 사람과 양재 시민의 숲을 연결시키기 위한 시도, 즉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동식물, 공원도 함께하기 위한 공연이라고 할 수 있다공원과 사람이 함께 즐기려면 우선 자연스러운 소리가 관건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그래서 인위적인 소리를 줄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자연 친화적인 소재의 멍석을 깔아두어 그런지 다들 알아서 자연스럽게 누우시더라.

 

Q. 그렇다고 전기를 안 쓰면 음악이 잘 안 들릴텐데.

이것은 인간의 욕심에 맞춘 축제가 아니다. 양재 시민의 숲이라는 공간의 특수성에 적합한 숲 보호 캠페인이다그래서 한 공간에서 여러 개의 작은 공연이 진행되는데, 참여 팀의 수가 많아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실로 비효율적인 공연이라 할 수 있다그리고 오히려 헤드라이너가 있을 때 문제가 생기는 공연이기도 하다전기와 앰프를 안 쓰기 때문에 잘 듣기 위해서는 30명 정도의 관객이 적당하다. 지난 선유도 전신마취 음악축제의 경우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공연 때 200여명 정도 왔지만 그렇게 되면 사실 모두에게 잘 안 들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문자들의 평을 듣고 나면 주최 담당자들의 생각이 바뀐다. 그 감상은 직접 와서 보시길 바란다. 음악에 집중하기 위해서 시민들은 공연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공연자는 잘 들려주기 위해 시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간다. 이렇듯 공원이라는 공간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람과 공간이 연결되는 신선한 체험을 할 수 있다.

 

Q. 근데 뭔가 안 익숙해서 그런지 조금은 낯설다. 

물론 기자님처럼 낯설다거나 잘 안 들린다고 말씀하시는 있는 분들도 있다. 그럴 때는 충분히 설명을 한다. 그게 당연한 거고. 사실 그럴 때 재미있다. 어쩌면 그것 때문에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든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는 거니까. 목적이 그런 묘한 상황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유롭게 두면 알아서 자유롭게 축제를 즐기는 분들이 더 많다.

 

Q. 충분한 설명을 듣게 지금부터 누워서 인터뷰해도 되겠나.

……

 

이윽고 기자는 잠자는 숲 속의 금발 미녀와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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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간을 만들다.


 

Q. 공간 커뮤니케이터로서 어떠한 일을 주로 하는가.

우리는 공간 안에서 사람들이 뭘 원하고 뭘 깨야하고 어떤 행위를 하고 싶은지 그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서 해석하고 위트있는 방식으로 바꾸어내는 일을 한다. 환경, 문화, 사회, 역사 등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던져볼 수 있겠지만 그 중 하나에 집중하는 것, 그래서 전신마취 음악축제의 경우 사람들이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공간의 다양한 해석이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Q. 그렇다면 매번 다른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은데 어렵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작업이 다채롭고 다양할 수 밖에 없다. 공간에 따라 똑같은 사업이 하나도 없다그 자체에 집중하다보니 달라질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우리가 필요해진다. 우리 같은 팀이 없으니까 우리만 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요청이 들어오면 이런 방물단의 성격을 잘 설명해 드리고 그 공간에 맞게 새로운 판을 짠다. 그럼 대부분 더 좋아하시더라.

 

Q. 하지만 안 좋아하는 파트너도 간혹 계실 것 같은데. (또 의심)

효율성을 따지면 우리한테 돈 주지 말라고 한다. 우리는 비효율적인 방법 안에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핵심적인 본질을 놓치지 않으려는 파트너, 시민들과 함께 일을 한다.

 

  노래 부르는 이의 아름다운 모습에 점점 시선이 빼앗긴다. 아, 인터뷰해야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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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너무 배짱이 두둑하신 것 아닙니까. (부럽)

공간 커뮤니케이터로서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 문제란 우선 사람들이 서로 터놓고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옛날 장터의 경우 마을의 중심에 장터가 있었고 장터 중심으로 주거지가 형성되었다. 엄마랑 아이랑 장보러 갔는데 광대가 공연하기도 했고, 그 곳에서 사람에 대한 예절을 배우고, 경제 교육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게 없다. 지금 아이들에게 마을다운 마을이란 게 없다그것을 지금 우리 사회가 지니고 있는 모든 문제의 시작점이라고 보는 것이다. 마을이 없다는 것의 핵심은 우리라는 개념이 없어진 사회, 자기자신 말고는 생각하지 않는 상황이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킨다는 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사람들이 모이기 위한 공간의 개념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람들이 그 공간을 통해 함께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길 바란다.

 

Q. 듣다보니 하시는 일이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간 만들기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공동체 교육을 위해서 시장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겠지만 옛날에는 공동체적인 삶의 방식 때문에 시장이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다 보니 예전에 이런 게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그런데 장터가 그런 역할을 했었구나, 그래서 지금 다시 끄집어낼까? 물론 효율적인 관점에서 이게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닐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대안이 딱히 있을까? 라고 생각했을 때 그 당시 장터의 역할을 현대에 다시 되살리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저희는 그래서 달시장이라는 야시장도 직접 만든다.

 

Q. 이 일은 어떤 가치나 성향성격을 가진 사람이 잘 맞을지?

이런 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부터 많지 않다호기심에 해보고 싶어도 일도 힘들고 토론하는 것도 너무 힘들어서 관두는 경우도 많다하지만 우리는 내부적으로도 재미있게 잘 싸운다왜 이렇게 해야 하며이게 가장 좋은 답인가스스로를 설득시키기 위한 싸움을 한다.

 

Q. 팀원끼리 서로 가장 부딪히는 지점이 무엇인가.

부딪히지 않는 지점이 하나도 없다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한 달을 싸운다대출을 받을까말까이걸 왜 해야되지왜 음악이야우리가 음악을 할 수 있겠어내년에도 또 고민하겠지만 이건 잘하냐 못하냐의 싸움이 아니라하느냐 마느냐의 싸움이다오래가는 싸움이지 잘 해야되는 싸움이 아닌 것이다크게 화제가 되어도 좋겠지만그건 상대적인 개념이고 우리의 활동에는 비교의 대상이 없기 때문에 그건 중요하지 않다그저 이런 활동이 사회에 필요하다고 판단되고 그렇게 하면 된 거다우리는 사회적 기업으로서 이런 일을 하는 팀이다대체 불가능한 영역이 있어야 하는 팀이다는 지점을 만들기 위해서 싸우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Q. 저랑도 한번 싸워보시겠는가.

지금은 축제 진행 중이라서 바쁘다.

 

Q. ……..

 

 

숲 속에서 추는 춤이 이렇게 아름답다니. 숲이 나인지 내가 숲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기자는 점점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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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공간의 이름을 공간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간다.


 

Q. 그간의 작업들을 보면 달시장, 별무리, 떨장, 꽃길장터, 갈무리 잔치, 허튼 꿈과 같이 토속적이고 감성적인 네이밍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김유정, 김시습이 생각나는데 시와 소설을 많이 읽는지? (아는 척)

문학 때문이라기 보다는, 사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우리가 세련되지 못해서 그렇다.

 

Q. 너무 솔직한 답변 감사합니다.

네….

 

Q. 이번에 진행 중인 전신마취 음악축제는 이름의 느낌이 다르다.

 축제 참여한 시민들의 공모작이다. 상품은 팀원 중 팝아트 화가가 있어서 자신의 작품을 보내주었다. 30명 넘게 신청했고, 그 중 전신마취(전기없이 신나게 마음으로 취하는)라는 이름이 신선해서 표를 가장 많이 받았다.

 

마이크 따위 없어도 진심을 다해 부르는 노래는 역시 심금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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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름짓기, 조사, 기획, 운영하는 것을 보았을 때 전자정보공학 전공이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방물단을 처음 시작할 때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사실 2012년에 졸업 작품을 준비하면서 적정기술로 캄보디아에 가려는 계획을 세웠다. 당시 아는 선배가 방물단을 하고 있었고 같이 놀아보자고 하셔서 3개월 정도만 하고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점점 내가 꼭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더라. 초창기에 멤버 이탈도 잦았지만, 나에게는 방물단 일 자체가 워낙 좋은 일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해 나갈 수 있었다.

 

Q. 요즘 사물 인터넷이 대세라고 한다. 공학을 이용한 프로젝트를 할 생각이 없는지.

 전공 기술을 활용하는 건 방물단의 일로는 되도록 안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놀거나 재미로 하는 프로젝트에 가끔씩 하기도 하지만, 사실 방물단 자체의 일하기도 바쁘니까. 그리고 공학을 포기한다고 해서 공학을 싫어한다는 건 아니다. 나는 그보다 내가 정확하게 무슨 일을 하고 있으며 누구를 통해 어떻게 경제활동을 하느냐의 기준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방물단은 공학을 기반으로 하는 활동이 아니기 때문에 몸을 움직이고 사람을 만나는 지금 일 자체에 충실하는 것뿐이다. 공간과 사람을 잇는 사회적 기업으로서 아날로그든 디지털이든 어쨌든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전동중학교 사물놀이패 달콤세로토닌드럼클럽의 공연 모습.
첫 공연이라며 긴장하던 아이들이 북을 치기 시작하자 눈빛이 달라졌다.
우연찮게 본 공연이 누군가에겐 첫 공연의 가슴뛰는 순간이었다. 북소리가 심장을 울려서 보다가 울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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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직도 채워야 할 빈 공간이 많다.


 

Q.  다음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어느 영구임대 아파트에서 할머니들이 친구 따라 연달아 투신자살을 한 사건이 있었다사실 그게 현실이기도 하다이러한 문제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시작점으로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30대 사망율 1위가 자살이지만청년들은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 문제에 대해 절박하지 않다. 내 옆에 누가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동작구청 공무원이 노량진 청년들이 너무 힘들다고 연락이 왔다혹시나 우리를 통해 함께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해결할 수 있다는 절박함이 생겨 요청을 한 것이다그래서 우리는 노량진에 가서 학원 끝나고 청년들이 뭘 하는지 뭘 먹는지 학원에 언제 들어가서 언제 나오는지 잠은 언제 자는지 직접 탐사하고 물어보면서 노량진의 현실과 청년들의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을 한다. 10월에 노량진에서 청년 페스티벌을 열 계획이다. 

 

Q. 거기서도 누울 자리를 마련할 건지.

하루종일 누워계실 수 있다면 준비해보겠다.

 

Q. 쿨럭, 지금까지 좋은 인터뷰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은?

노량진 놀다방 페스티벌을 10월 24일 오후2시에서 10시까지 동작구청 앞 주차장에서 진행한다. 많이들 오셔서 살아있는 노량진 청년들을 직접 느껴보시길 바란다.

 

[youtube http://www.youtube.com/watch?v=videoseries?list=PLF86135E621EB3AD1]

KBS 다큐멘터리 3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량진 고시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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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음악으로 숲과 소통하던 공간을 떠나며


 

공간 커뮤니케이터라는 아주 생소한 직업으로 직접탐구하는 직업탐사 인터뷰 #직탐의 첫 테이프를 끊어보았다. 서울잡스 구독자들에게 아주 냉철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주려고 마음을 먹고 시작했으나, 공간 커뮤니케이터의 덫에 빠져버린 기자는 숲의 마수에 빠진 채 실컷 힐링만 하고 돌아왔다. (음악으로 숲과 소통한다는 것은 글로는 미처 설명할 수 없는 분위기라 사진을 많이 찍었으니 진심이 잘 전달되길 바란다.)

하지만 의도만큼은 직업이 만든 결과물을 통해서 이 직업이 무슨 일을 하는지 진지하게 탐구하고자 했다. 결과를 놓고 본다면 단순히 축제 기획자로 보일 수 있겠지만, 업무의 진행을 봤을 때 기획 단계에서부터 전혀 다른 개념으로 접근을 하기 때문에 공간 커뮤니케이터라는 새로운 직업을 탐사한 것이라고 기자는 생각한다. 기사에는 미처 담지 못했지만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한계, 그리고 앞으로 다양하고 더 많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사회적 기업이 역설적으로 더 필요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사회적 기업에 대한 깊이 있는 직업 탐구를 추가적으로 해야할 필요성도 함께 느끼게 되었다. (많은 제보를 부탁드린다.)

어디까지나 부정적인 현실에서 긍정적인 전망을 찾고자 하는 바람에서 기획을 시작했다. 부족하겠지만 이 기사가 직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가지고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은 구독자들에게 기회와 용기가 되길 바라며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음 기사도 기대해주길 바란다. 더불어 인터뷰를 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 방물단의 이호진님과 전신마취 음악축제 공연팀들, 그리고 함께 참여해준 시민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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