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자인터뷰] 관심 분야에서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

2019-09-06T17:02:03+00:002019. 09. 6.|

[화장품 제품디자이너 남지은 님을 만나다]

글/ 이수언(zidwl12@gmail.com)
사진/ 손지윤(sonjy0504@naver.com)
사진/ 고나연(1nayeoni@naver.com)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보다 못하다.”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공자(논어 옹야편 제 18구)-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자신의 진정한 관심사를 추구하며 소통과 협업의 중요성을 경험 중인 남지은 님, 그녀가 말하는 직업 가치관과 제품 디자이너에 대해 알아보아요!

<현장 인터뷰 중 남지은 님>

[현직자 및 직무소개]

Q. 간단한 자기소개와 담당하고 있는 업무 소개 부탁해요!

A. 안녕하세요. 남지은입니다. 저희 회사는 한 화장품 브랜드의 런칭을 시작으로 화장품과 생활용품, 의류까지 브랜드 영역을 확장한 생활문화 기업이에요. 그리고 저는 화장품 쪽 제품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어요. 새로운 상품이 출시될 때 제품의 용기를 디자인하고 브랜드의 컨셉, 로고와 폰트 디자인 등과 같은 브랜딩 디자인 업무까지도 하고 있죠. 회사가 설립된 지 1년쯤 안 되었을 때 입사했고 그때 한 브랜드를 만들어 지금까지 담당하고 있어요. 4년째 근무 중이네요. (웃음)

 

Q. 화장품 제품디자이너로서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하나요?

A. 소비자들이 쉽게 만나는 화장품의 용기나 패키지와 같은 화장품과 관련된 디자인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또 디자인 회사마다 다르지만, 저희는 디자이너가 디자인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이나 마케팅까지 참여해요. 그래서 브랜딩 디자인 업무까지도 할 수 있는 거죠. 따라서 한 제품이 출시될 때 혼자서 업무를 맡는 것이 아니고 주로 화장품의 제형을 만드는 BM(Brand Manager)팀과 협업을 하고 마케팅팀과는 디자인의 방향성을 정해요.
또, 제품 테스트도 같이하며 의견을 나누기도 해요. 주 업무는 디자인이지만 모든 팀과 의견을 나누고 연구하는 등 협업하는 거예요. 기획자, BM과 마케팅팀, 자재구매를 담당하는 하는 구매팀, 제가 디자인한 제품을 영업하는 영업팀, 해외사업실 등 인사팀, 재무팀, 법무팀을 제외한 거의 모든 팀과 협업을 해요.

 

[직무 이야기]

Q.디자인할 때 자신이 좋아하는 디자인만 할 수 없잖아요. 회사에서 디자인할 때 가장 고려하는 요소가 무엇인가요?

A. 저는 디자인 전공을 했는데 아무래도 학교에서는 하고 싶은 디자인을 할 수 있지만, 기업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예를 들어 제품 하나가 출시될 때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컨셉과 자사의 방향이 잘 맞으면 일을 바로 진행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내부적으로 설득을 해야 해요. 최대한 제가 하고 싶은 방향으로 가져가려고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수정하고 타협을 하죠. 자기 고집만 부려서는 안 되고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고 분석해야 해요.

 

Q.디자인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에서 얻나요?

A.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따로 시간을 내서 무언가를 하지는 않고 생활 속에서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저는 심심할 때 올리브영이나 롭스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다른 제품들을 많이 봐요. 오프라인 매장 쪽은 신제품들이 시즌 별로 잘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제품들을 파악하기도 쉬워요. 또 화장품 디자이너라고 해서 아이디어를 화장품에서만 얻지 않아요. 여기저기서 다 얻어요. 평소에 핀터레스트나 비핸스 등과 같은 디자인 사이트를 자주 봐요.

 

Q. 제품 디자이너지만 다양한 업무를 하시네요. 4년 차로 근무 중이신데 직무의 장단점이 뚜렷하게 나뉠 것 같아요.

A. 처음엔 막연히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서 대기업 식품회사에서 패키지 디자이너로 일했었죠. 하지만 일이 너무 재미가 없었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 입사했지만 제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가 아니었던 거죠. 슬럼프 그 자체였어요. 그래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저의 관심사와 맞는 화장품 분야의 디자인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아요. 아! 그래서 생활 속에서 리서치가 가능한 것 같아요. 그냥 좋아하니까 생활 속에서 관심이 가는 거죠. 제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일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단점은…(웃음)… 디자인을 전공하신 분들은 공감이 갈 거예요. 아무리 생각을 하고 리서치를 해도 디자인이 안 나올 때가 있어요. 꾸역꾸역 뭐라도 하면 결과물이 나오는 일이 아니라서 머릿속이 백지상태면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결과물이 나올 수가 없어요. 정해진 기간 안에 결과물을 내야 하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안 나올 땐 조금 힘들어요.

 

Q. 그럼 아이디어가 안 떠오를 땐 어떻게 하세요?

A. 야근하고 주말 출근을 하며 어떻게든 해내야죠.(웃음) 정말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타사 브랜드에서 나온 제품들을 참고해요. 어떤 성분과 기능이 있는 제품에는 어떠한 디자인과 컬러를 사용했는지 관찰하다 보면 디자인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많아요.
 지금은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기니까 어떻게든 해내지만 처음 입사 1년 차 때까지는 많이 힘들었어요. 답이 정해진 업무가 아니고 스스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Q.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건 디자인을 혼자 하신다는 건가요?

A. 네. 저희 회사가 디자이너로서 좋은 점이 한 제품을 가지고 여러 디자이너가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한 제품을 혼자 담당한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제한이 많이 없는 편이에요. 담당하고 있는 브랜드의 팀 내에서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기는 하지만 그래도 단독 디자이너인 거죠.

 

Q. 회사가 설립된 이후로 크게 성장했잖아요. 입사 후 가장 기억에 남거나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있나요?

A. SNS를 통해 주로 광고를 하는 회사다 보니 댓글에 ‘디자인이 너무 예쁘다’라는 칭찬이 있을 때 많은 보람을 느껴요. 화장품 제형이나 제품력에 관한 칭찬도 물론 좋지만 제가 한 디자인에 대한 칭찬을 봤을 때 디자이너로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죠. 그리고 제가 디자인한 제품이 오프라인 매장에 진열된 모습을 보거나 주변에서 그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을 볼 때 기분이 묘해요. 그 아이가 만들어지기까지 과정이 생각나면서 되게 반가워요. 그 제품한테 저 혼자 아는 척을 하는 거죠.(웃음)

 

Q. 반대로 일하면서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으신가요?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A. 저희 회사에서는 제품디자이너가 생각보다 회사 밖에서도 많은 사람과 소통을 해요. 초반에는 제품 생산을 위한 용기, 포장박스, 라벨 등의 업체들과 소통을 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었죠. 일정은 급한데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어요. 원하는 일정과 디자인으로 생산하기 위해 업체와 서로 기분 상하지 않게 소통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데 1년 정도 걸린 것 같네요. 처음 입사했을 때는 사수도 없었기 때문에 제가 직접 연락하고 찾아가며 외부 미팅도 맡아서 스스로 해결해야 했죠. 계속 직접 부딪혀가며 극복했던 것 같아요.

 

[구직자를 위한 조언]

Q. 이 직무를 수행하려면 어떤 성향과 가치관을 지닌 사람이 적합할까요?

A. 긍정적이고 소통이 잘되는 사람을 선호해요. 어느 조직에서나 소통은 중요한 것 같아요. 같은 디자인이어도 어떤 디자이너가 담당하고 어떻게 소통하느냐에 따라 업무의 효율성이 달라져요. 내부적인 소통뿐만 아니라 외부업체와도 협업하기 때문에 소통이 잘되면 일 처리가 빨라지죠. 또 제품디자이너가 만진 데이터를 공장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데이터에 실수가 있다면 회사의 재정에도 영향이 가요. 꼼꼼해야 하고 책임감도 중요해요. 그리고 실수를 하더라도 빠른 해결책을 가져오는 것도 중요하죠. 또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면 좋아요.

 

Q. 제품디자이너 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A. 분야마다 준비해야 할 것이 달라요. 화장품 제품디자인 같은 경우에는 주로 일러스트나 포토샵 같은 프로그램으로 작업을 해요. 또 관련 경험이 있다면 좋아요. 회사에 지원한다면 포트폴리오와 과제가 중요해요. 포트폴리오는 자신의 직무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자료이고 과제는 서류 통과 후에 포트폴리오에 나와 있는 직무 역량을 한 번 더 시험하고 진위를 선별하기 위한 과정인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프로그램 자격증이 따로 있으신가요?

A. 아니요. 없어요. 포트폴리오와 과제에서 자신의 프로그램 사용능력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자격증보다는 툴을 다루는 능력만 있다면 실무에서 배우는 것이 훨씬 많아요.

 

Q. 지원하고자 하는 분야에 관한 관련 경험이 없는 사람은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A. 저는 화장품 디자인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포트폴리오는 해당 분야에 맞게 준비해야 하죠. 그래서 저는 과제한다는 생각으로 혼자 화장품 디자인을 해서 제가 해봤던 다른 제품 디자인과 함께 포트폴리오를 완성했었죠. 디자인을 잘해야 하는 건 기본이고 그 능력이 해당 회사에 적용될 수 있는지가 중요해요.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면서 그 분야의 디자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을 포트폴리오를 통해 회사에 보여줘야 해요.

 

Q. 마지막으로 이 직무에 관심 있어 하는 이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신다면?

A. 앞에서 다 말씀드렸던 내용이지만 중요한 것은 애정이에요.(웃음) 화장품 업계가 워낙 트렌드 변화도 빠르고 화장품에 대한 이해와 트렌드를 바탕으로 본인의 개성을 작은 패키지에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관심이 없으면 생각하지 않게 되고 보지도 않게 돼서 아이디어도 잘 안 나오고 놔버리기 쉬워요. 그래서 관심이 있고 적성에 맞아야 버틸 수 있는 거죠. 제가 그것을 경험했고요. 진로를 결정할 때 단순히 디자이너라는 직무가 아닌 어떤 분야에서 디자인하고 싶은지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디자이너는 혼자 디자인을 하지 않기 때문에 소통이 중요해요. 협업하는 팀의 사람들이 내 디자인을 평가하고 그들을 설득해야 하는 직업이기에 소통에 문제가 있다면 업무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거예요. 타인의 의견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내 의견 또한 잘 어필하는 능력이 있다면 문제없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