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자 인터뷰] 독자와 진심으로 소통하는 출판 브랜드 ‘자기만의 방’ 편집자 이야기

2020-12-21T13:32:09+00:002020. 12. 21.|

“선물 같은 책을 만들고 싶어요”

취재, 글/ 김소영(bonnygirlksy@naver.com)
취재, 사진/ 정은주(silverj66@naver.com)

 

책 한 권이 만들어지기까지 무수히 많은 출판인의 손길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조율의 핵심에 서서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 편집자다. 저자, 디자이너, 마케터 사이에서 소통의 창구가 되어 일하기도 하고 기획안을 쓰고 교정‧교열, 보도자료 작성 같은 홍보 업무까지 그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은 곳이 없다. 오늘은 한 사람의 행복한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책으로 펴내는 시리즈 브랜드 ‘자기만의 방’ 김보희 편집자님을 만나서 편집자의 모든 것에 관하여 들어 보았다. 출판사에 들어가고 싶은 예비 출판인들에게 필요한 꿀팁이 가득하니 어서 들어가 보자!

 

사진. 자기만의 방 김보희 편집자

사진. 자기만의 방 김보희 편집자

 

# 자기만의 방 소개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16년간 책을 만들고 있는 출판 편집자예요. 휴머니스트 출판사에서 자기만의 방이라는 시리즈를 준비하고 런칭해서 지금까지 계속 만들고 있어요.

Q. ‘자기만의 방’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그 스토리가 궁금해요.

A. 휴머니스트는 원래 인문, 역사, 청소년 책을 중심으로 만들고 있었어요. 회사의 캐치프레이즈는 독자들에게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모든 생애 주기별로 줄 수 있는 책을 만들자는 거였어요. 자기만의 방도 대표님이 지금의 2030 세대에게 필요한 책을 만들면 좋겠단 생각을 가지고 팀을 꾸려서 탄생하게 된 거예요.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책을 만들어 보자’ 이러면서 출발했지요.

 

001

사진. 자기만의 방 메이킹 북 (출처 : 자기만의 방)

사진. 자기만의 방 메이킹 북 (출처 : 자기만의 방)

 

Q. ‘책을 열면 어디나 자기만의 방’이라는 슬로건이나, 마치 입주할 수 있는 집처럼 책마다 Room 번호를 매기기도 하고, 독자를 주민이라고 칭하는 등 지금과 같은 ‘자기만의 방’ 특유의 컨셉은 편집자님이 만드신 건가요?

A. 저 혼자 한 건 아니에요. 저희 브랜드가 일 년 정도 책을 안 만들고 브랜딩만 했어요. 고객 연구하고, 페르소나 독자를 만들고 브랜딩 작업을 꽤 오래 했어요. 브랜딩 작업을 하고 그에 맞게 책을 준비하는 데 13개월 정도 걸렸어요. 팀이 만들어지고 첫 책이 14개월째에 나왔어요. 그 과정에서 하나하나 같이 만든 거죠.

Q. 그렇게 만들어진 책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길 바랐나요?

A. 지금은 시리즈 책이 많아졌는데, 그 당시 시리즈 하면 어떤 특정 분야에서만, 혹은 문고본처럼 형식을 중심에 둔 시리즈가 대부분이었어요. 고객을(독자를) 중심에 둔 시리즈는 없었죠. 저희 책은 한 사람을 위해서 만든 거예요. 가상의 독자 김시영 씨라고 있어요. 저희는 시영 씨라고 부르는데요. ‘시영 씨의 삶에 필요한 모든 책을 만든다’가 저희의 모토예요. 출발부터 약간 다른 시작이었죠. 보통 시리즈를 만들 때 주제로 접근하거나 컨셉으로 접근하거나 분야로 접근하는데 저희는 한 사람을 위한 것을 만드니까요. 이 한 사람은 그저 단순히 한 사람만을 의미하진 않아요. 세대일 수도 있고 한 집단일 수도 있어요. 이 사람들의 일과 인생에 필요한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들과 같이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었고요.

Q. 최근에 아크앤북이라는 서점에서 ‘자기만의 방’ 책들이 전시된 걸 봤어요. 거기 설명을 보니까 책이 6개의 테마관으로 나뉜다고 되어 있더라고요. 생활관, 여행관, 취미예술관, 심신 수련관, 문학관, 교양관으로요.

A. 네. 최근에는 7관이 신설됐어요. ‘작은 마을 자기만의 방’이라는 지도가 있는데요. 이건 1관부터 7관까지 있는 가상의 마을이에요. 페르소나 김시영 씨의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테마별로 나눴어요. 8관, 9관이 또 열릴 수도 있겠죠. 저희 내부에서는 책의 분야를 이런 식으로 나눠요. 이건 서점에서 분류하는 방법과 다르거든요. 이렇게 하는 이유는 저희는 주민님들이 독자이기도 하지만 우리와 많은 걸 공유하고 있는 공동체라고 생각하거든요. 취향이나 태도가 비슷하고 지향하는 바도 비슷한 사람들의 어떤 집단을 생각해 봤어요. 그래서 이런 마을을 떠올리게 되었고요.

사진. 아크앤북에서 진행한 '자기만의 방' 전시

사진. 아크앤북에서 진행한 ‘자기만의 방’ 전시

Q. ‘자기만의 방’은 인스타 공식계정을 통해 편집자들의 일상을 독자들에게 공유해주고 있는데요. 그 모습을 쭉 따라 지켜보다 보면 팀원들 간의 분위기가 참 다정하다고 느낍니다. 자방 팀원들 간의 특별한 소통 방식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A. 일단 모두 다정한 사람들이에요.(웃음) 저는 저희 팀 편집주간님의 역할이 크다고 늘 생각하는데요. 예를 들어 어떤 말도 안 되는 의견을 내더라도 자르거나 무시하지 않고, 그래서 이러이러한 것은? 그럼 이런 것은? 하고 디벨롭할 수 있게 해주세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많이 하고, 엉뚱하게 산으로 가는 이야기가 엄청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많이 웃고, 일로 이어지는 아이디어도 나오기도 하고요.

아, 소통에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매일 아침 스크럼을 하는데요. 각자 그날 무슨 일을 하는지 공유하는 쁘띠 업무미팅인데. 팀원들이 돌아가며 읽고 싶은 시를 한 편씩 읽어요. 저희끼리 리추얼인데, 시작하는 마음이 달라지긴 하더라고요. 그밖에는, 네에, 팀원분들이 다 다정한 사람들이에요.(웃음)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올 때까지 모든 일을 총괄하는 사람 ‘편집자’

Q. 사람들은 편집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지만, 뒤에서 무수히 많은 일을 하고 있잖아요. ‘자기만의 방’ 편집자는 어떤 업무를 하나요? 

A. 자기만의 방은 일이 많아요. 책만 만들어도 일이 많은데 그 밖에도 많은 일을 해요. 최근에는 손편지를 자방 주민들에게 몇백 통을 보내기도 했어요. 인스타그램도 저희가 운영하거든요. 저희 책 보시는 분들 다 태그 따라가서 좋아요라도 눌러 드리고 혹시 시간이 되면 댓글도 남기기도 해요. 때때로 아크앤북 같은 서점 전시 작업도 준비하고요. 한 권의 책과 관련된 모든 일을 하죠. 책 기획안 쓰는 것부터 교정 교열, 보도자료 작성, 카드 뉴스 만들기까지. 책을 만들고 그 책이 세상에 나와서 홍보될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담당하는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해요.

Q. 편집자에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편집자가 되었을 때 어떤 부분에서 기대와 달라 실망할 수도 있어요. 책 만드는 일 말고도 해야 할 것이 너무 많거든요. 아주 작게 생각하자면 필자 미팅 장소를 물색하는 일도 편집자의 일이에요. 그랬을 때 딱 출판사에 들어가서 ‘내가 만들고 싶은 책을 만들 거야! 책만 만들 거야!’라고 한다면 어떤 부분에서는 생각과 다를 수 있어요. 특히 초창기 때요. 편집자가 주로 하는 일이 책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처리하는 거거든요. 책을 만드는 일도 주요 업무지만 일을 처리하고 사람을 만나고 연결하는 일이 많아요. 저는 어떻게 보면 사람들하고 같이 조율하고 협업하는 것을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편집자가 가만히 앉아 있을 거로 생각하지만 절대 안 그렇거든요. 어느 날은 오후 5시 돼서 자리에 앉는 날도 있어요. 미팅 있고 회의 있고 어디 제작처 갔다 오느라고요. 책 만드는 일 말고도 굉장히 다양한 일을 하게 돼요. 저는 이 일이 체스 말 하나를 앞에 갖다 놓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말이 한 칸 앞으로 나가야 그다음이 있잖아요. 두 칸 못 나가더라도 내가 오늘 한 칸 앞으로 전진시켜 놓는 것. 책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말이죠.

사진. '작은 마을 자기만의 방' 지도 (출처 : 자기만의 방)

사진. ‘작은 마을 자기만의 방’ 지도 (출처 : 자기만의 방)

 

Q. 편집자가 되기 위해선 전공이 중요하진 않은가요?

A. 출판사가 국문과나 인문대를 우대할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꽤 있으신데요. 아마도 90년대까지의 출판이 문학과 인문 중심이었고 그래서 관련 전공자들이 많이 유입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아무래도 전공 지식이 있으면 업무에 도움이 됐을 테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워낙 책이 다양하잖아요. 우리 회사만 해도 과학 쪽 전공하신 분도 있고 경제학 하신 분도 있고 다양해요. 그게 때에 따라서 굉장히 강점이 되죠. IT 출판사에 IT 관련 전공자가 오면 이미 업무 지식이 있잖아요. 어떻게 보면 전공이 중요하면서도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인문대 중심에서는 많이 벗어난 것 같아요.

Q. 업무 강도가 높은 편인 것 같은데, 야근도 많은가요?

A. 저희는 없는 편이긴 해요. 야근이 일상인 곳도 있어요. 그건 사내 문화의 영향이 있을 것 같아요. 저희는 진짜 칼퇴근하는 분위기이거든요. 게다가 5시 30분 칼퇴 8시 30분 출근이에요. 업무 시간 내에 집중해서 일해서 100m 달리기를 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어요. 저희도 브랜드 런칭 초기에는 일을 많이 하긴 했는데, 그 후로는 많이 줄었어요.

Q. 출판사가 보통 업무 강도는 높은 편인데 그에 비해 연봉이 적어서 예전에 퇴사율이 높은 편이라고 들었어요.

A. 지금도 높아요. 정확한 퇴사율이나 이직률은 모르지만, 체감하기에도 높은 편이에요. 이직해야 연봉이 오르는 경우도 있고, 만드는 책이 무엇인지가 편집자에게는 중요하기 때문에 이직을 많이 하죠.

 

#편집자가 되기까지

Q. 편집자가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사실 편집자 되려고 된 건 아니었어요. 졸업 후에 영화학교에 가고 싶었는데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니까 취직을 해야 했거든요. 제가 국문과 출신인데, 국문과에서 가장 접근 가능한 회사가 출판사였어요. 그래서 편집자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에서 3개월 정도 공부를 시작했죠. 딱 천만 원만 모으자는 마음으로 회사에 들어갔다가 지금까지 다닌 거죠.

Q. 출판사가 영화와는 다른 분야인데 적성에 잘 맞으셨나요?

A. 영화 찍을 때 제일 좋았던 것 중의 하나가 영화 한 편을 찍기 위해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힘을 모은다는 점이었어요. 딱 결과물이 나올 때 그 뿌듯함이 있거든요. 근데 책 만드는 것도 똑같더라고요. 게다가 너무 좋은 게 월급도 나오고 추울 때 밖에 안 있어도 되고요. (웃음)

Q. 아무래도 잘 맞으셨으니까 16년이나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A. 그랬겠죠. 늘 즐거운 건 아니었지만 좋아했던 것 같아요. 책 만드는 기쁨과 슬픔이 있거든요. 책 한 권이 나왔을 때 그 기쁨도 있고. 순간순간의 기쁨들이 있어요. 예를 들면 아크앤북 전시를 할 때 즐겁다던가. 같이 작업하고 싶었던 작가님들이랑 작업할 때의 기쁨 같은 게 이어져 왔던 것 같아요.

Q. 입사 준비과정은 어땠나요?

A. 편집자 교육 프로그램이 있어요. 지금의 *SBI(Seoul Book Institute)의 전신 같은 곳인데요. 저도 거기 통해서 시작했어요. 잘 모르겠으니까 무작정 가봤는데, 거기서 교육을 받고 편집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 처음 알게 됐어요. 그러다 채용 공고가 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어요. 지금 SBI도 그렇거든요. 졸업할 무렵이 되면 채용 관련 공지가 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응시를 했고 출판사에 들어오게 됐어요.

*출판 편집자, 출판 디자이너, 출판 마케터 같은 출판인을 양성하는 출판 종합학교이다.

Q. 출판사는 특히 신입 자리가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출판사에서 일할 수 있는지 그 경로나 방법에 대해 조언해주세요.

A. 제가 아는 선에서만 말씀드릴게요. 왜냐하면 출판사마다 다를 수 있거든요. 크게 보자면 첫 번째 교육기관을 거치는 방법이 있어요. 교육기관도 크게 두 군데가 있어요. SBI랑 한겨레 교육. SBI는 국가지원금을 받아서 운영하는 데라 처음 들어갈 때 경쟁률이 굉장히 세다고 들었어요. 시험도 보고 면접도 보고 그러더라고요. 거기를 졸업한 분들은 요즘은 거의 취업을 다 하는 것 같아요. 중간에 이탈자가 있을 순 있지만. 한겨레 같은 경우는 신입을 위한 과정이 있다고 들었고 꽤 오랫동안 진행되어 온 거로 알고 있어요. 재직자를 위한 강의도 있고 약간 컨셉 있는 강의들 있잖아요. 에세이 기획 관련 강의는 재직도 듣고 신입도 듣고 그렇거든요. 교정교열이나 외서 기획 같은 강의가 열리기도 하고요.

Q. 한겨레는 시험을 보지 않나요?

A. 네 시험은 없고, 다만 인원 제한이 있고요. 두 번째는 인턴직. 몇몇 출판사들은 인턴제를 잘 활용하는데 저희 팀 신입도 다른 회사 인턴 출신이거든요. 어떤 팀에 TO가 나면 인턴 중에 지원을 받아 비슷한 채용과정을 거쳐 한두 명 정도 정규직이 되기도 해요. 세 번째는 무작정이에요. 진짜 옛날에 만들어진 사이트인데 북에디터라고 있어요. 오래전에 만들어진 구인구직난이 아직도 움직이고 있어요. 거기를 통한 방법이에요. 상황마다 다 다르겠지만, 우연히 외주 일을 하다가 출판사랑 연결이 되는 사례도 봤고요. 아르바이트하다가 취업하는 사례도 봤고 잡지 쪽에 있다가 넘어오시는 사례도 있었어요. 다양한 사례가 있어요. 크게는 이렇게 세 가지가 있는 것 같아요.

Q. 서류전형에서 출판사마다 원하는 서류가 다 다르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출판사에서 요구하는 바를 명확하게 잘 쓸 수 있을지 막막한데요. 편집자님이 입사 준비할 때는 어떠셨나요?

A. 제가 지금 SBI에서 강의하고 있거든요. 그때 학생들에게 얘기하는 경우와 제 경험을 말씀드릴게요. 저의 경우는 회사에서 요청했던 서류 중에서 제일 중요했던 게 자소서 이런 거 빼고 회사 도서 평가서였어요. 그 회사에서 출간된 책을 평가하는 서류죠. 또 하나는 기획안을 내라고 그랬어요. 대학 갓 졸업한 학생 때는 뭐가 뭔지 잘 모르잖아요. 교육기관도 3개월이라서 일주일에 한 번인가 두 번 갔거든요. 당시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는데 일단 서점에 갔어요. 그 출판사 책이 깔린 매대로 일주일 정도 매일 출근하듯이 가서 거기 있는 사람들을 관찰했어요. 제가 길벗출판사에서 시작했는데요. 대학 때 그 출판사 책으로 공부를 했어요. 그래서 그 출판사에 대한 신뢰가 있었어요. 그 매대에 가서 사람들 관찰하고 ‘나는 어땠지, 그 책 살 때 어땠지.’ 이런 거를 생각하면서 평가서를 실제 현장에서 보고 쓴 거예요.

영화를 하고 난 직후니까 사람들 중심으로 썼어요. 그때 정말 스릴 있었어요. 사람들이 책을 정말 안 사더라고요. 들기만 하고. 그걸 눈으로 목격해서 좀 놀랐거든요. 책 한 권이 팔리는 걸 보기가 굉장히 힘들더라고요. 누가 사 갔을 때 기쁘기도 하고 사람들이 무슨 얘기하는지도 듣고, 그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도 봤어요. 그렇게 관찰한 걸 가지고 책 평가서를 하나 썼고요. 기획안은 말도 안 되게 꿈을 펼쳐서 썼는데. 신입이니까 좀 다르잖아요. 어떻게 잘 봐주셔서 바로 입사를 하게 됐죠.

지금 SBI에서 강의할 때 말씀드리는 것은 자기 포트폴리오를 만들라는 거예요. 그 출판사를 타게팅해 만드는 자료도 있어야 하지만 자기 걸 갖고 있으면 그거는 언제든 추가해 나갈 수 있고, 이직하더라도 그걸 계속 갖고 움직이는 거거든요.

Q. 신입이면 포트폴리오를 만든다는 것에 대한 감이 없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혼자서 기획안을 작성해 본다거나 이런 게 포트폴리오가 되나요?

A. 맞아요.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는데 기획안 작성하는 것 중에 추천하는 건 역 기획안 쓰기예요. 역 기획안이란 이미 나온 책을 보고 내가 기획자라면 어떻게 다르게 만들 수 있을지 여러 가지 방향으로 기획안을 써보는 걸 말해요. 왜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라고 하냐면 신입의 경우에는 이분의 잠재력을 회사가 리스크를 안고 투자하는 걸 수도 있잖아요. 경력자라면 이런 책을 만들어 왔다는 것이 눈에 보이는데 신입은 그게 안 보이니까요. 그럼 이 사람은 어떤 태도로 책을 대하고 있고 어떤 준비를 했을까를 볼 수밖에 없는데요. 평소 이런 기획안을 써봤다고 하면 도움이 되겠죠. 요즘은 다들 원하는 분야가 확실히 있으시더라고요. 에세이가 제일 많고 인문, 실용일 수도 있고요. 그런 주력 분야의 책 기획안을 써보는 거예요.

그리고 또 하나 추천해 드리는 거는 카피 모음 만들기예요. 좋은 카피들을 엑셀에 DB처럼 쌓아놓으면 카피는 패턴이기 때문에 정말 활용할 일도 많고 보이진 않지만 그게 쌓이거든요. 책뿐만 아니라 세상에 있는 좋은 카피는 다 모아두면 좋아요. 캐치프레이즈 같은 것들. 또 하나 동료가 있을 때는 동아리 활동도 하라고 추천해 드리고 있어요. 베스트셀러 분석 같은 거 혼자 하면 안 하게 되거든요. 누군가랑 같이하면 좋아요. 그게 지금 코로나 때문에 어렵긴 한데, 이번 SBI 기수 학생들도 편집자들끼리의 연대라던가 네트워크 커뮤니티를 고민하더라고요. 내 주변에서 모아서 시작할 수도 있고 한 명이라도 있으면 다르거든요.

Q. 요즘에는 나만의 책 만들기도 되게 많이 하잖아요. 독립출판물로 책을 만들어본 경험도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을까요?

A. 그쵸. 하지만 이게 출판사마다 다르고 그 내부에서 어떤 역할을 찾느냐에 따라서 다를 텐데 꼭 책과 관련된 경험만이 중요하진 않은 것 같아요. 완전히 다른 경력들도 큰 도움이 돼요. 저희 팀 같은 경우에는 팀원들을 모집할 때 다른 경험 많이 하신 분들에게 더 마음이 갔다고 그래야 하나. 저희가 워낙 하는 일이 다양하고 전시 준비부터 도서전 이런 데서 책을 직접 팔기도 하고 그러니까요. 그래서 그런 여러 경험이 편집자한테는 도움이 된다 주의인데. 이거는 만드는 책과 출판사마다 굉장히 달라요. 점점 더 다양한 경험을 중요시하는 분위기인 것 같기는 해요.

Q. 신입 때는 어떤 편집자가 되고 싶으셨어요?

A. 처음 실용서에서 출발했는데 사실 처음엔 잘 몰랐어요. 편집자라는 인식이 약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에디터십이라고 하는 것이 생긴 것 같기는 해요. 그래도 신입 때부터 지금까지 동일한 건 이 책이 ‘진짜’인가에 대한 생각을 계속해왔다는 거예요. 특히 영어 실용서를 만들 때 ‘몇 주 완성’이라고 광고한다면 내가 그거에 맞게 책을 만들었는지 일종의 자기검증을 계속했어요. 책 사는 사람이 어떤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서점에서 본 그 사람들이거든요. 그 사람들이 받았을 때 이 책이 진짜로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팔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요. 지금은 제가 선물 같은 책을 만들고 싶다고 말을 하는데 그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책 만드는 기쁨과 슬픔

Q. 원래는 책을 좋아했는데 편집자가 되고 나니 책을 안 읽게 된다거나 그러진 않으세요?

A. 있어요. 오르락내리락하는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첫 회사에 들어갔을 때 ‘부속’이란 말을 배웠어요. 부속이 뭐냐면 책의 본문 말고 앞이나 뒤에 들어가는 프롤로그, 차례, 사용법 같은 걸 부속이라고 불러요. 회사마다 용어도 다 다르거든요. 아무튼 업계용어를 알게 된 게 기분이 좋은 거예요. 그때부터 갑자기 간판에 쓰여있는 부속 고기 이런 것들이 잘 보이는 거예요. 부속이라는 말이 세상에 있었구나. 잘 안 쓰는 말이잖아요. 메뉴판 보고 오탈자 찾는 것도 하고 그렇게 재밌게 시작하다가 서점에 들어가기 싫을 때가 와요. 세상에 이 수많은 책이 있는데 내가 굳이 책을 만들어야 하나 생각이 들 때도 있고요. 저 중에 우리가 만든 책이 이렇게 꽂혀 있으면 ‘아,이거 어떻게 하지’ 너무 안타까워서 서점 가기 힘든 시기도 있어요. 지금은 그게 거리 두기가 가능해졌어요. 어떤 모임에 갔더니 한 편집자님은 넷플릭스 자막 보는 것도 싫다고 하더라고요. 글자 읽기 싫어서요. 그런 걸 겪기도 하죠. 편집자 된 걸 제일 후회할 때가 언제인가 생각해 보면 책이 옛날처럼 책으로 보이지 않을 때인 것 같아요. 그런 때가 있죠.

Q. 이래서 책과 글이 좋아서 편집자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그냥 독자로 남으라는 말이 떠도는 거군요.

A. 맞아요. 그럴 수도 있어요. 근데 내가 좋아하는 걸 만드는 기쁨도 있잖아요. 누군가의 머릿속에, 마음속에 있던 무형의 것들이 책으로 만들어진다는 게 너무 신기해요. 사실 지금도 신기해요. 세상에 있던 이야기나 생각들이 물성이 돼서 내가 모르는 저 멀리 전라남도에 있는 시영 씨가 볼 수도 있는 거고요. 그걸로 우리가 통하는 거잖아요. 그런 것들이 너무 신기해요. 그게 기쁨인 것 같아요.

Q. 업무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업무와 가장 힘들다고 느끼는 업무는 무엇인가요?

A. 다 힘들고요. (웃음) 좋아하는 업무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어떤 사람이나 콘텐츠에서 뭔가 팟 하고 발견될 때가 있어요. ‘어?’ 하고는 이렇게 하면 좋겠다 하는 첫 아이디어, 가설이 떠오를 때. 그건 기획은 아니고요. 가설이에요. 아이디어가 뾱 떠올라요. 즉각적으로 발견하는 그 순간이 되게 좋고요. 그리고 편집업무에서 제일 좋아하는 건 저희 책들이 흐름을 중요시해요. 저희끼리는 ‘플로우’라고 부르는데. 독자가 책 표지를 열고 마지막 표지를 닫을 때까지의 경험을 설계한다고 우리는 생각하거든요. 어떤 글이 1장에 있는 거랑 5장에 있는 거랑은 매우 큰 차이가 나요. 이거 영화랑 되게 비슷하거든요. 영화의 어떤 장면이 처음에 있냐 뒤에 있냐에 따라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지잖아요. 누군가의 감정 흐름을 만들어가는 그 작업이 진짜 재밌어요. 이게 목차 구성이랑은 또 다르거든요.

Q. 그럼 확실히 책을 많이 읽는 게 중요할 수 있겠네요?

A. 책을 무조건 많이 읽는 게 좋다고 말하는 편은 아니에요. 편집자가 책을 보는 눈이랑, 그냥 책을 읽는 눈이랑은 달라요. 책을 읽는 거는 독자로서 읽는 거거든요. 편집자의 눈으로 책을 보는 건 이 책의 목차, 구성,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플로우 등이 어떻게 짜여 있는지 분석하면서 보는 일이에요. 저는 신입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목차 분석하시라고 많이 얘기하거든요. 편집자들이 목차를 엄청 신경 써서 만들어요. 책의 전체 전개도를 보여주기 때문이에요. 책을 많이 읽으면 좋은 점은 문장을 보는 눈이 생긴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이런 문장들 있잖아요. 완전히 틀린 건 아닌데 뭔가 이상한. 그런 것은 감각적으로 알아야 하는데, 문장력은 어떻게 교육으로 안 되더라고요. 교정교열의 기술적인 면들은 교육으로 가능하지만, 문장을 보는 능력은 책을 많이 읽어본 시간이 있어야 유리한 게 있더라고요.

Q. 책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 아까 말씀드린 ‘플로우’요. 표지를 열어서 표지를 닫을 때까지의 흐름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어요.

Q. 기획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으시나요?

A. 예전에 선배가 알려준 방법으로 하고 있는데요. 한약방에 있는 서랍이 많은 약장을 머릿속에 들여놓아요. 예를 들면, 오늘 사이드 프로젝트라는 단어를 알게 됐어요. 그러면 서랍을 열고요, 거기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넣어요. 그 장면을 꼭 이미지로 떠올리는데요. 그렇게 하면 각인되더라고요. 그러고 그 이후에 사이드프로젝트와 연관된 걸 보면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와 매칭을 할 수 있어요. 이렇게 관심 있는 키워드나 사람, 메시지를 서랍에 일단 넣어둡니다. 서랍이 되게 많이 있겠죠. 서랍 속에 있는 것들과 제가 경험하는 것들이 매칭되는 순간 기획이 만들어지기도 해요. 이건 아이템 중심으로 볼 경우예요. 다른 하나는 고객 중심의 기획인데요. 페르소나가 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자방뿐만 아니라 다른 책 기획할 때도 고객을 중심에 두고 이 사람에게 필요한 책을 찾는 기획을 했었어요. 제가 에세이 출판사에 있다 하면 그럼 우리 회사에서 만든 책을 보는 주 타깃층이 있잖아요. ‘그분들이 어떤 책을 보지?’라고 하는 데서 출발하기도 해요. 출발점은 되게 다양해요. 가장 일반적인 건 아이템이나 컨셉에서 출발하는 기획과 고객에서 출발하는 기획. 크게 두 가지인 것 같아요.

Q. 저자 발굴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A. 그거는 정말 여러 가지인데 투고를 받기도 하고요. SNS를 찾거나 기존에 책을 내신 분 중에서 다른 걸로 제안을 하고 싶은 것들이 있을 수도 있고요. 추천이나 소개를 받기도 하고요.

Q. 자기만의 방은 전업 작가가 아닌 분들이 꽤 많은 것 같더라고요.

A. 맞아요. 전업 작가가 아닌 자기 직업이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그게 저희가 실용이 베이스인 책이라 그래요. 인테리어 전문가라던가 편집장님이신데 미술관 애호가라던가 그런 분들이 있어요. 아이템을 쌓아 놨는데 이걸 가장 잘할 분이 누구일까를 고민하다가 신문에서든 매거진에서든 적합한 분을 발견하면 그분에게 연락해서 진행하기도 해요.

Q. 서점에서 책을 볼 때 유의 깊게 보는 것이 있나요?

A. 우리 책이 어디 있나. 우리 책의 안부를 묻는 게 늘 일 번이고요. 책 하나하나보다는 전체 흐름을 많이 봐요. 트렌드를 살피고요. 서점들의 매대 배치가 판매량과 매우 큰 연관이 있어서요. 특집을 하는 특별한 매대가 있으면 ‘아, 이게 요즘 관심 가는 키워드구나’ 생각하고요. 동네서점 같은 경우에는 그 서점에서 처음 발견한 책을 꼭 사거든요. 그 서점만이 알려준 책. 그런 책들 중심으로 보고. 제일 중요한 건 우리 책이 들어와 있나 봐요. (웃음)

 

(출처: 자기만의 방)

(출처: 자기만의 방)

 

#인터뷰를 마치며

Q. 앞으로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로 어떤 사람을 바라는지 궁금해요.

A. 어떤 일을 할 때, 문제가 생겼을 때 함께 풀어나갈 수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는 사람이요. 어떤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사람마다 태도가 다 다르잖아요. 허황된 긍정주의가 아니라 같이 해결해 나가자, 잘 만들어나가자고 하는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좋아요.

Q. 마지막으로 편집자가 되고 싶은 분들을 위한 한 마디 부탁드려요.

A. 면접을 많이들 보시잖아요. 그리고 많이들 떨어지잖아요. 이런 일이 반복되면 지치게 되고 나를 자책하게 되고요. 그럴 때 내가 부족해서 떨어졌다고만 생각 안 했으면 좋겠어요. 실무면접에 들어가서 보면 역량이 좋은 분들이 정말 많아요. 하지만, 지금 팀에서 필요한 역할이 있고, 그 부분을 채워줄 사람을 찾는 것이기에 그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해요. 연차가 많은 한 영화배우분의 인터뷰에서 본 이야기인데요. 오디션에서 떨어지는 이유가 연기를 못해서만이 아니라고. 지금 그 영화에 필요한 역할은 시멘트를 바르는 사람인데, 너는 목수여서 떨어진 것뿐이라고. 목수가 필요한 영화가 꼭 올 거라고요. 그 이야기에 굉장히 공감했어요. 면접도 마찬가지 같아요. 지금은 그저 다른 역할이 필요했던 것뿐이랍니다. 너무 좌절하지 않으셨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