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자 인터뷰] 한번 더 호텔

2017-07-17T10:37:56+00:002017. 07. 14.|

돌아온 호텔업계, 행복한 천윤화씨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나희덕, 푸른 밤 中

그녀가 호텔리어를 그만두던 날, 함께 일하던 사람들에게 나누던 안녕의 작별인사가 사실은 호텔에 대한 작별인사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작별인사도, 지친 마음을 안고 더블린으로 떠나던 길도 실은 다시 호텔로 향한 것이었다. 일기장에 나희덕 시인의 <푸른 밤> 시 구절을 새기던 밤이 있을 것만 같은 사람이 여기 있다. 사실은 아예 진로를 바꾸려고 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점점 내가 호텔을 좋아한다는 확신이 강해지는 거예요.” 하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내내 호텔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왔다. 호텔을 사랑해서, 결국 다시 호텔로 돌아간 천윤화씨를 만나보았다.

글,사진. 조영은(y0ung_12un@naver.com)

ⓒ천윤화씨 제공

ⓒ천윤화씨 제공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천윤화라고 합니다. 현재는 호텔업계 쪽에서 일하고 있고요, 사회적인 활동에도 관심이 있어 주말에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요.

지금 현재 근무하시고 계신 곳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저희 회사의 본사는 일본이에요. 일본에 호텔이 약 20개가 있는데, 그 일본의 호텔을 한국 여행사에게 세일즈하고 마케팅하는 한국 사무소에서 일하고 있어요.

하시는 업무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가장 메인 업무는 예약 핸들링이에요. 일본에 있는 저희 호텔과, 이 호텔들을 고객에게 판매하는 한국 여행사들 사이에서 제가 예약을 전달하는 업무를 해요. B2B 업무라고 생각하시면 되어요. 한국 여행사 쪽에서 제게 저희 일본 호텔 쪽 예약 가능 여부를 물어오면, 제가 저희 호텔 상황을 체크하여 예약 가능 여부 전달을 해줘요. 이런 예약문의 응대와 그 후 예약 관련 업무를 맡아서 하고 있어요. 또, 일본 호텔을 홍보할 수 있는 자료도 제작하고, 한국어 버전이 없는 일본 호텔의 홈페이지 제작 관련 업무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호텔의 입장에서 여행사를 상대하는 서비스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서비스직에 대해 관심이 있으셨던 건가요?
─예, 맞아요. 사실 처음 꿈은 호텔리어였어요. 제가 일본어 전공이었는데 1년 정도 일본으로 어학연수를 갔을 때 호텔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어요. 그때 서비스직에 대해서 동경하는 마음이 생긴 것 같아요. 서비스직에 대한 관심이 호텔업으로, 호텔리어로 명확해졌죠. 호텔리어를 3년쯤 하다가 그만두고 현재의 일을 하게 되었어요.

꿈꾸던 호텔리어가 되셨는데 왜 일을 그만두시게 되었나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을 느꼈어요. 내 서비스로 더 행복하셨으면 좋겠다는 꿈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늘 화난 목소리로 제게 불만만을 이야기하더라고요. 말도 안 되는 것을 요구하기도 하고요. 호텔리어 직업 자체에 회의감이 들었어요. 그래서 더 일하기가 힘들어서 더블린으로 어학연수 겸 휴식을 취하러 떠났어요.

진저리가 나서 호텔리어 일을 그만두셨는데, 다시 호텔업 쪽으로 돌아오셨어요.
─사실 더블린에 갈 때는 진로를 바꾸려고 했어요. 아예 호텔 쪽이 저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이상하게 거기서 휴식을 취하고 있으니까 내가 호텔업에 관심이 있고 정말 좋아한다는 확신이 강해지는 거예요. 신기하죠. 그러던 와중에 지금 회사와 인연이 닿아 일을 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일할수록 제가 이 업계의 일을 좋아하고 있는 것이 느껴져요. 지금은 정말로 일을 사랑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고요.

ⓒ영화 ‘브루클린(2016)’/ 그녀에게는 호텔이 사랑이고 그 곳이 삶이다.

ⓒ영화 ‘브루클린(2016)’/ 그녀에게는 호텔이 사랑이고 그 곳이 삶이다.

일에 대한 애정이 크셔서 보람 있는 일도 많으실 것 같아요.
─많죠, 정말 많죠. 이전에는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일본 호텔들을 한국 사람들이 많이 알게 되었을 때 특히 기뻐요. 예를 들면 저희 호텔을 소개하는 SNS 게시물에 사람들이 ‘좋아요’를 많이 누른다든지, 저희 호텔이 박람회에서 소개가 되는 것이 있어요. 저는 이 일에 확신이 있고, 그 좋은 점들을 고객들이 많이 알아주고 있다는 점을 느낄 때 인정받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렇지만 반대로, 어려운 점도 있으셨나요?
─음, 어려운 점이라면 소통하는 점을 꼽을 수 있어요. 7, 8월이 일본 북해도 성수기거든요. 성수기인 경우, 호텔이 만실일 때가 많아서 여행사의 수요를 전부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럴 경우가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회사 입장도 여행사 입장도 모두 이해가 되고 제가 대변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윤화씨가 하시는 이 일은 어떤 가치나 성격을 가진 분에게 잘 어울릴까요?
─가치나 성격이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일본 분들과 일을 해야 하니까 전반적인 일본어 회화 능력은 필요하겠지만요.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호텔업계 쪽에 관심과 애정이 있는 사람이 일을 더 열정적으로 하는 것 같아요. 특정 가치관이나 성격보다는 호텔업계 쪽에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네요.

정말로 윤화씨만큼 애정이 있다면 누구든지 일을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웃음) 윤화씨는 이 일까지 돌아서 왔다고 할 수 있는데도, 이렇게 사랑하시는 것이 조금은 신기해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조금 돌아가는 과정도 나쁘지 않다는 거예요. 호텔리어가 되기 전에 이 업계와 관련이 없는 회사에서 잠깐 일을 했었어요. 얼핏 생각하면 무관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곳에서 배웠던 것 중에는 지금 일하면서도 활용하는 것들이 있거든요. 또한, 돌아가는 과정에서 점점 더 내가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일을 잘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천윤화씨 제공/ 조금 돌아가는 길에는 예쁜 풍경을 조금 더 오-래 볼 수 있을지도 몰라요!

ⓒ천윤화씨 제공/ 조금 돌아가는 길에는 예쁜 풍경을 조금 더 오-래 볼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녀는 혼자 행복을 느끼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작은 힘을 보태는 것이 세상을 더 아름답고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주말에는 서울랜드 내 아름다운 가게의 나눔 교육장에서 봉사를 한다. 세상이 어제보다 오늘 더 아름다워졌다고 생각한다면, 어쩌면 그것은 그녀의 이 작은 힘 덕분일지도 모른다.

ⓒy0ung_12un/ 아름다운 가게 서울랜드 나눔교육장

ⓒy0ung_12un/ 아름다운 가게 서울랜드 나눔교육장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회사를 다니시면서 주말에 봉사를 하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실 텐데요.
─직접적인 계기는, 저희 회사 호텔 중 한 곳이 사회적 기업인 아름다운 가게와 협업하는 일이 있었어요. 이때 제가 회사에서 자원봉사자로 참가를 했어요. 이전에도 봉사활동을 하고 싶었지만, 제가 지속해서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었거든요, 그런데 이 행사에 참여하고 나니 느낌이 너무 좋은 거예요! (웃음) 그래서 행사가 끝나고 따로 연락하여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어요. 서울랜드 내 나눔교육장에서 아이들에게 중고품이나 버려지는 물품을 활용하여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어요. 재미있어요, 정말로! 뭐랄까 저의 궁극적인 삶의 목표와도 맞닿아있고요.

궁극적인 삶의 목표라면 어떤 것인가요?
─저는 비영리단체나 NGO처럼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에도 관심이 많아요. 예전에 더블린에 가서 생각했을 때도 이쪽으로 진로를 바꾸려고 했던 거예요. 그런데 막상 제가 사회공헌 적인 일을 직업으로 했을 때와 제가 다른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장기적으로 제 일과 사회공헌 적인 일을 연관 지어 발현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이 있었어요. 지금은 후자를 택했고요. 최종적인 목표는 지금 제가 하고 있는 호텔 경력이나 경험을 살려서 그것을 사회적인 기업이나 사회적인 가치를 지니는 호텔로 만드는 것이에요.

사회적 가치를 지니는 호텔이라니 멋있어요. 정말로! 궁극적인 삶의 목표에 대해서 말씀해주셨는데요, 그렇다면 단기적인 이루어내고 싶은 목표도 있으신가요?
─음, 개인적으로 마라톤이요.(웃음) 버킷리스트라고 하나요? 꼭 해보고 싶은 것에 마라톤이 있어요. 내년 여름에 괌에서 열리는 5km 마라톤에 참여할 거예요.

괌이라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괌만큼 좋은 일본의 관광지가 있을까요?(웃음)
─북해도를 추천해드려요. 말씀드렸듯이 7, 8월 북해도가 여름이랑 겨울이 성수기에요. 겨울에는 눈 축제가 열리고, 여름에는 라벤더 꽃이 피거든요. 성수기라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정말 좋아요. 여름에 함-빡 핀 라벤더가 정말 예뻐요. 기회가 된다면 가족분들과 북해도에 함께 가보시는 것을 추천해요. 하지만 비싸다는 점을 기억하셔야 해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