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자 인터뷰] 우리 주변의 아픈 이를 더 잘 보살필 수 있도록, 병원 사무직이 하는 일

2019-12-05T16:18:46+00:002019. 12. 5.|

우리 주변의 아픈 이를 더 잘 보살필 수 있도록, 병원 사무직이 하는 일

글 / 김지은 (tunniy3014@naver.com)
사진 / 강민지 (po_podo@naver.com)

병원에는 의사, 간호사, 약사, 물리치료사처럼 직접 환자를 치료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의료행위가 원활히 수행되도록 후방에서 든든한 뒷받침을 제공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병원의 숨은 조력자, 병원 사무직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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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인터뷰에 차분히 응해주시는 모습

[초반: 병원과 사무직에 대하여]

Q. 안녕하세요. 우선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경기도 소재 공공병원 인사팀에서 6개월 정도 근무하다 퇴사했습니다. 현직자가 아니라서 인터뷰를 망설이기도 했는데, 어떻게 보면 더 솔직히 말씀드릴 수도 있겠네요(웃음).

 

Q. 공공병원에 입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아무래도 공공병원은 사익을 좇기보다는 국민 건강을 추구하는 기관이다보니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또 개인적인 이유로는 워라밸이나 안정성이 보장된다는 이유도 있었어요.

 

Q. 공공병원과 사립병원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A. 공공병원의 설립 목적이자 수행업무는 크게 3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의료 원가 분석입니다. 사립병원의 경우 수익창출이 목적이기 때문에 의료 원가를 계산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공공병원은 의료 원가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적정 수가를 책정할 수 있도록 합니다. 두 번째는 저렴한 의료비로 국민 건강에 이바지합니다. 세 번째로는 국가적 의료정책을 시범적으로 수행하여 추이를 살필 수 있도록 하는 공익성을 띠고 있습니다.

 

Q. 병원 사무직은 다양한 직무를 포함한다고 알고 있는데, 정확히 어떤 직무들이 있나요?

A. 우선 병원마다 홈페이지에 조직도가 자세히 나와 있으니 그걸 참고하시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통상적인 타 기업에도 있는 부서들은 기획예산팀, 인사팀, 총무팀 등이 있고요. 병원의 특수성에 따른 부서들은 원무팀, 의료기획팀, 의료원가분석팀 등이 있어요.

 

Q. 처음부터 인사팀을 희망하셨나요?

A. 사실 저는 홍보팀이나 원무팀에 관심이 있었어요. 대학생 홍보대사나 마케팅 분야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지원할 때는 홍보 쪽 역량을 많이 강조했어요. 그리고 입사 후에는 필기점수, 인성결과, 경력, 본인의 흥미 등을 고려해서 부서가 결정되는데, 그때는 원무팀을 희망했어요. 사람을 대하는 일을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인사팀에 티오가 있었고, 제가 인사 쪽으로 경력이 많았기 때문에 인사팀으로 배치가 됐어요.

 

Q. 병원 사무직은 직무 순환을 한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그런가요?

A. 네. 제가 다녔던 병원은 2~3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직무 순환을 했어요. 옮기게 되는 부서는 정말 무작위예요. 다만 기획예산팀이나 인사팀은 실수가 나면 안 되는 중요한 부서라서 업무능력이 부족하거나 성향상 맞지 않는 직원은 다른 팀으로 보내곤 하죠. 또 일을 잘하는 직원은 일부러 중요 부서로 발령내기도 해요. 그런 분들은 능력을 인정받아서 2~3년이 넘도록 한 부서에서 일하시기도 하죠.

 

Q. 그렇게 정기적으로 직무 순환을 하는 이유가 있나요?

A.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한 팀에서만 계속 근무하면 그 업무는 잘하게 되겠지만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는 시야는 좁아지잖아요. 자기 팀의 관점에서만 보는 거죠. 예를 들어 기획예산팀에서만 오래 근무한 사람은 의료개선팀에서 ‘A를 시행할 때 공익적 효과가 크니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할 때 ‘예산을 초과한다.’는 이유만으로 반대할 수도 있고요. 두루두루 경험함으로써 조직에 대한 이해나 견문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또, 어떤 일을 한 사람만 전담한다면 그 사람이 퇴사했을 때 그 일을 수행하기 어려워져요. 단점도 있겠지만 이런 여러 가지 장점 때문에 병원에서는 순환근무를 시행하는 것 같아요.

 

Q. 다른 팀으로 옮겨가면 처음부터 업무를 다시 배워야 하나요?

A. 신입 대우를 받지는 않지만, 일은 새로 배워야죠. 본인이 아무리 병원에서 오래 근무했더라도 새로운 일을 맡으면 전임자에게 인수인계를 받아야 해요. 아무리 선배라도 해보지 않은 일은 모르거든요. 항상 새로운 것들을 배울 일이 많은 것 같아요. 공공병원은 인사 관련 규정, 총무 관련 규정 등등 직무마다 규정이 있거든요.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배워야죠.

 

[중반: 인사팀에 대하여]

Q. 업무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주별, 월별, 분기별로 해야 하는 업무를 소개해 주세요.

A. 보통 병원은 업무 시작이 30분에서 1시간 정도 빠릅니다. 그래서 보통의 회사들은 9 to 6인데, 어떤 병원은 8 to 5로 근무하기도 해요. 하루를 좀 더 빨리 시작해서 부지런하게 살 수 있죠. 매주 하는 업무는 현황 점검이에요. 쉽게 말해 퇴직, 복직, 휴직자 명단을 파악하는 업무입니다. 또, 정기채용 외에 상시채용을 진행하는 경우 채용 사이트를 확인하면서 자격요건을 갖춘 지원자가 있는지를 검토합니다. Q&A 답변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로 했던 것 같아요. 달마다 하는 업무는 발령이 있어요. 주별로 파악했던 퇴직, 복직, 휴직자 현황을 바탕으로 발령을 냅니다. 또 수습기간이 끝난 직원에 대해서도 수습해제 발령을 내요. 그리고 보통 3~4개월에 한 번씩 채용이 진행되기 때문에, 분기마다는 채용업무를 수행해요. 그러기 위해서 채용계획을 세우고, 전형일정을 정하고, 시험 장소를 섭외하고, 문제를 출제하는 외주업체와 계약을 맺죠. 전형이 완료된 후에는 계획 대비 실제 채용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공시하는 업무까지 있어요.

 

Q. 같은 팀 내에서 연차에 따라 맡는 업무가 달라지나요? 달라진다면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평소에 수행하는 인사관리나 채용은 각자 담당하는 직군만 다르고 비슷하게 진행돼요. 다만 의사직은 좀 더 특수성이 있고 복잡하다 보니 주로 연차가 높은 분들이 맡곤 해요. 저희 팀은 의사직과 업무지원직을 담당하시는 분, 보건직과 사무직을 담당하시는 분이 한 분씩 계셨고 저는 간호직, 약무직, 연구직을 맡았습니다. 또, 공시나 계약 업무는 연차가 높은 분들이 주로 담당해요. 둘 다 실수하면 안 되는 업무다 보니 업무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연차가 쌓인 분들께 돌아가죠.

 

Q. 일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나요?

A. 인사팀은 유난히 갑작스러운 일들이 많았어요. 예를 들어 어떤 직원이 갑자기 퇴직하거나 휴직하게 되면 계획에 따라 수행하던 업무에 차질이 생깁니다. 퇴직자, 휴직자 명단을 파악하고 그에 맞춰서 발령도 준비하고 보고서도 작성해 뒀는데 변동사항이 생기면 재검토해야 하거든요. 제가 맡은 직군 중에는 아무래도 간호직이 다른 직무에 비해 수적으로도 많고 변동사항이 많은 직무여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Q. 야근도 많이 하셨겠어요.

A. 네. 흔히 인사직무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이 ‘사람만 뽑으면 끝이다.’라고 생각하시는데, 인사관리도 그렇고 채용도 그렇고 하나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준비해야 할 자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사기업에 계신 분들과도 얘기해 보면 다들 바쁘더라고요. 인사팀 자체가 일이 바쁜 부서인 건 맞는 것 같아요. 또 인사팀 업무는 정해진 기간에 맞춰서 수행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예를 들어 채용의 경우에 미리 고지한 계획대로 수행하지 않으면 차질도 생기고 지원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야근도 많았습니다.

 

Q. 업무를 하면서 생기는 습관이나 직업병 같은 게 있었나요?

A. 정말 ‘보고 또 보고’예요. 회사에는 워낙 직원이 많다 보니 발령을 낼 때도 동명이인이 아닌지 사번도 체크하고, 실수할까봐 계속해서 체크하죠. 그래서 평상시에도 불 껐는지, 수도꼭지 잠갔는지 등등을 확인하는 습관이 생기곤 했어요.

 

[후반: 취준생에 고하며]

Q. 병원 사무직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A. 장점은 업무 시작이 빠르다 보니 하루를 부지런하게 시작해서 길게 보낼 수 있어요. 또, 직무 순환을 하다 보니 여러 직무를 경험할 수 있고, 거기에 병원에 근무했다는 특수성까지 갖출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반면 단점은 아무래도 공공병원이다 보니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해요. 또,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돌발적인 일들이 자주 발생해서 계획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기 힘들었어요. 이건 다른 팀보다 인사팀이 유독 그런 것 같긴 해요.

 

Q. 병원 사무직 혹은 인사팀에 어울릴 만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A.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문화가 강하기 때문에 그런 분위기에 맞는 분이 어울릴 것 같아요. 인사팀의 경우에는 실수가 나지 않게 반복적으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세심하면서 겸손한 분이 어울리겠네요. 사람을 대하는 부서다 보니 소통 경험을 어필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또, 엑셀 등을 활용해서 하는 업무가 많으니 OA능력도 어필할 수 있겠네요.
*OA : 여러가지 복잡한 기존의 업무를 사무자동화 컴퓨터를 활용하여 간편하고 편리하게 정리하는 것

 

Q. 그렇다면 반대로 잘 맞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A. 창의적이고 개방적으로 사고하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은 안 맞을 것 같아요. 보수적인 분위기이기 때문에 원래의 방식에서 잘 바뀌지 않거든요. 그리고 감정적이거나 화를 잘 내시는 분들도 직원들을 대할 때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청년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A. 병원이라는 곳이 사람 목숨을 살리는 일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보수적이고 위계질서가 잡혀 있는 분위기가 있어요. 그런 부분이 성향에 맞으신다면 성취감이나 사명감은 크게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또, 사무직은 직무 순환을 하면서 다양한 일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직무를 경험하고 싶은 분들께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병원 사무직을 희망하는 분들만이 아니라 모든 취준생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본인에게 맞는 곳을 찬찬히 고민해보시길 바란다는 거예요. 만반의 준비를 해서 들어가도 잘 안 맞을 수 있는 게 회사니까요.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1~2년 늦어지는 것에 일희일비하는데, 결국 누구나 취업은 하거든요. 다 자기만의 속도가 있는 거니까, 조금 더 천천히 자신을 돌아보고 연구해서 스스로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