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자 인터뷰] 청년의 목소리를 담아내다, 고함20

2017-07-14T15:34:39+00:002017. 07. 14.|

청년의 목소리를 담아내다, 고함20

우리의 일상은 수많은 글자로 이루어져 있다. 핸드폰의 시계와 밀린 메시지들, 세수 후 바르는 화장품들의 성분표, 길거리에서 스쳐 가는 가게 간판들. 하지만 이를 보고는 있어도, 읽지는 않는다. 생활 속에는 수억 개의 글자들이 교차하지만, 우리는 이를 지나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수많은 글 중 몇 개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이내 마음마저 빼앗는다. 오늘은 이렇게 사람들의 상처를 다독여주기도 하고 분노에 힘을 실어주기도 하는 고함20의 기고가, 정서인씨를 만나보았다.

글/사진: 김한지(hanji20@naver.com)

goham20interview

<사진1> 즐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된 서인씨와의 인터뷰

Q.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좀 해주시겠어요?
A.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고함20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서인이라고 합니다.

Q. 고함20은 어떤 플랫폼이며, 어떤 성격을 띠고 있나요?
A. 고함 20은 20대의 목소리를 담은 독립언론이에요. 기자들 역시 20대고, 20대의 고충과 생각들을 담은 글들을 써요. 세대론에 구애받지 않고 청년문제 및 청년담론들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고, 하나의 언론사이자 동시에 공론장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어요[1]. 기업이라기보다는 자치단체의 성향이 강해서 후원회원과 활동회원들의 회비로 운영이 되고, 프로젝트 사업들을 진행하기도 하면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어요. 기사가 한 건 작성되면 웹사이트에 이를 업로드하고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하고 있어요. 페이스북에는 현재 약 만 칠천 명 정도가 팔로우하고 글을 읽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2].

goham20homepage

<사진2> 고함20 단체 소개 (홈페이지 발췌)

Q. 어떻게 해야 고함 20과 같은 독립 언론에 들어갈 수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A. 저는 페이스북에서 친구들이 ‘좋아요’를 하거나 공유한 글들을 꼼꼼히 읽어보는 편인데 그러다 고함20을 알게 됐어요. 페이지를 팔로우해놓고 글들을 쭉 읽기 시작했는데 글들이 다 너무 제 취향이더라구요. 지원을 하기에는 스스로가 많이 부족한 건 아닐까 고민을 하면서 망설이고 있었는데, 초-중-고를 같이 나온 친한 친구가 먼저 고함20에 들어가게 된 거예요. 그 친구가 어떤 스타일의 글을 쓰는지 잘 아니까 그걸 보고 용기를 얻고 나도 해보고 싶다고 느끼게 됐어요.

Q. 고함20은 비영리단체이다 보니까 수입이 고정적이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러면 모든 글은 전부 무상으로 작성되는 건가요?
A. 아니요 고료는 있어요. 원고 하나 당 만 원씩 받아요. 하지만 고함20 활동을 하면 매 달 만 오천원을 내야하는 규정도 있어요. 고함20에 들어가면 한 달에 최소 한 개 이상은 글을 써야 하기 때문에 결국 글을 열심히 쓰면 더 많이 받아갈 수도 있고, 기사를 많이 작성하는 분들은 한 달에 네다섯 개씩도 쓰는 걸로 알고 있어요.

Q.수익구조가 개선이 되면 기자분들이 얻어가는 수입도 올라갈 수 있나요?
A. 제가 알기로는 다른 대안매체 경우에도 고료가 넉넉치는 않다고 들었어요. 요즘에 고함20에서는 만 오천원 정도로 고료를 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가 나오고는 있어요. 고함20은 처음 시작할 때는 정말 구성원들 사비로만 운영이 되었었는데, 이제서야 서울시나 시흥시 같은 곳에서 사업을 받아와서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식으로 수익구조를 조금 올리고 있어요. 물론 그게 안정적이게 많은 것도 아니고, 이번에도 프로젝트가 중간에 엎어지기도 해서 장기적으로 계속 진행될거라는 확신이 아직 없어서 섣불리 고료를 올리기는 조금 어려운 것 같아요.

Q.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8년부터 고함20이 활동을 해온 걸 보면, 거의 햇수로 10년째 진행되는 만큼 열정있는 분들이 활동을 해주시는 거겠죠?
A. 제가 활동을 시작한지 6개월밖에 안 돼서 긴 역사를 정확히 알고 있지는 못하지만, 언시를 준비하면서 글을 쓰시는 분들이 많이 있으세요. 서로 글을 첨삭해주고 팀 회의를 진행하는 것, 그리고 내가 쓰고 싶은 주제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끼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이게 발행되면 내 글이 정말 많은 사람들한테 읽힐 수 있는 플랫폼이 된다는 거잖아요, 저는 낙관하는 편이에요. 재밌잖아요.

Q. 그러면 대표 및 담당자는 같은 분들이 계속 운영하고 계신 건가요?
A. 아니요, 대표는 임기가 1년이고, 편집장은 6개월이에요.

Q. 임기가 꽤 짧은 편이네요. 그러면 민주적으로 잘 돌아갈 것 같기도 해요. 상하관계도 없을 것 같구요.
A. 맞아요, 그리고 그런 것들을 없애기 위해 많이 노력하는 것도 사실이에요. 이전 기수랑 신입 기수 사이에도 모든 호칭을 ‘님’으로 통일하는 식으로 위계질서를 없애려 하구요.

 


 

Q. 고함20은 20대만 참여가 가능한가요? 30대부터는 활동이 불가능한 건가요?

A. 원칙적으로는 그런데, 실제로 고함20 활동이 일과 병행하기는 어려워서 취준을 하시거나 취업을 하신 분들은 자연스럽게 활동을 마감하시는 거 같아요. 고함20의 필수 활동년수는 1년이고 그 이후로는 더 활동하는 것이 선택인데, 보통은 30대까지 활동을 하는 경우는 없는 거로 알고 있어요.

Q.그렇다면 서인씨는 1년을 채운 후에도 계속 활동을 하고 싶으신 건가요? 그리고 고함20이 아니더라도 글을 계속 쓰고 싶으신 의향은 있으신가요?
A. 저두 막학기니까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활동 자체는 너무 재미있고 주변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힘들지 않을까요? 글을 계속 쓸 수 있다면 너무 좋겠지만, 내가 앞으로 계속해서 글로 먹고 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에요. 기자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서 그냥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게 좋은데, 그걸 직업으로 삼을 수 있을 지 걱정이에요.

Q. 서인씨가 쓰신 글들은 개인의 경험, 그리고 감정이 많이 담겨있어요. 에너지 소모가 크지는 않으신가요?
A. 엄청 기빨리죠. 물론 누구나 글쓰는 사람이라면 자기 글에 대한 집착같은게 있겠지만, 저도 그 집착이 굉장히 심해요. 내 경험이고, 내 친구의 경험이니까 글을 쓸 때 더더욱 조심스러워져요. 첨삭도 두 세번씩 받고 자료조사도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이에요. 또, 썼다가 마음에 안 들면 그냥 엎어버리는 거도 많아요. 저는 기사 쓰는 거 자체가 그래서 많이 떨려요. 시간도 많이 걸리구요. 이번에도 ‘전남자친구와 페미니즘’[3]을 주제로 글을 썼었는데, 많이 힘들었었어요.

Q. 그 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던 거로 기억해요. 이런 소재 선정을 어떻게 하게 되셨는지도 궁금해요.
A. 저두 제가 좋아하는 페미니스트분이 제 글을 공유해주셔서 너무 좋았어요. 개인적으로 뿌듯하더라구요. 그리고 소재선정은, 고함20이 20대를 위한 언론이다보니 제 경험 하나하나를 소재로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개인적인 얘기로부터 시작을 하지만 이걸 풀어나가다보면 결국에는 사회적인 문제로 연결이 돼요.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을 봐도 공감이 가고, 나만 겪은 일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 얻게 되는 위안이 있어요. 그것과 비슷한 과정으로 소재를 선정하는 것 같아요. 저는 평소에도 페이스북에 일기형식으로 글을 쓰는 걸 좋아하는데, 여기에 사람들이 공감해주거나 좋아요를 해주면 용기가 생기더라구요.

Q “나만 겪은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주는 위안이 대단한 거 같고, 그게 대안언론의 힘인 거 같아요. 그러면 고함20은 20대의 목소리를 많이 담는다 하셨는데, 현재 고함20에서 중점적으로 담고 있는 목소리는 무엇인가요?
A. 고함20은 구성원들이 일정하게 고정된 게 아니다보니, 의견과 주제가 그만큼 다양해요. 시기별로 집중하는 의제도 조금씩 다르구요. 이전까지 고함20은 청년문제, 청년 정책 이야기를 많이 다루다가 최근에는 페미니즘 관련 글이 가장 많은 것 같아요.

Q. 혹시 그런 이야기를 불편해하거나 싫어하시는 구성원분들은 없나요? 글 방향성에 대한 대세라는 것은 따로 없나요?
A. 일단 고함20의 룰은 ‘내고 싶은 글은 최대한 낼 수 있다’예요. 물론 갑자기 완전히 엉뚱한 방향 (세월호를 비난한다던가 하는)의 글은 어려울 수 있지만, 팀 첨삭을 거쳐서 ‘너무 피해자를 공격하는 것 아닌가’, 혹은 이 글의 방향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논의를 거쳐요. 편집장도 웬만하면 모든 글들을 발행해주려고 노력하는 편이구요.

Q. 그러면 맨 처음에 기자를 뽑을 때 선별 과정에서 성향이나 방향성을 따지나요?
A. 네, 그런 편이에요. 하지만 고함20 구성원들이 하는 얘기가 ‘진입장벽이 높아보이지만, 실제로는 거의 없다’라는 거예요. 가치관이 맞으면 글솜씨 자체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받아요. 진보/보수라는 기준이 상당히 애매하긴 하지만, 고함20의 구성원들이 자정작용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질문을 하거나 가치관을 판단하는 행동을 하기는 해요. 고함20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람들을 뽑다보니 개인적인 실력이나 작문능력보다는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더 중요하게 보는 거 같아요. 그리고 다들 공통적으로 말하는 게, 처음 들어왔을 때보다 나갈 때 글쓰기 실력이 눈에 띄게 나아진다고 해요. 완성된 기자보다는 생각을 함께 키울 수 있는 20대를 뽑는 거라 볼 수 있겠네요.

 


 

Q. 본인의 글을 올렸을 때 부정적인 피드백이나, 태클을 거는 사람들은 없나요?
A. 막 이메일도 와요. 페미니즘 관련 글을 쓰고는 시비성 메일을 받기도 하고, 익명 댓글로 욕설을 하는 분도 있어요. 페미니즘은 정신병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구요.

Q. 상처받지는 않으시나요?
A. 별로 상처받지는 않아요. 저는 그게 욕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정신병이라는 단어를 욕으로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정신병에 대한 몰이해이자 무례함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런 건 대꾸할 가치가 없다 생각해요.

Q. 이런 식으로 자신의 경험과 함께 생각을 글로 풀어나가는 것을 있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서인씨가 격려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A. 원래 고함20이 지향하는 글쓰기가 에세이와 기사가 혼합된 형태예요. 저는 제가 고함에 들어가고 싶다 결심하게 된 계기가, 제가 제 경험을 풀어서 쓴 페이스북 게시글에 친구들이 공감댓글을 달아줘서였어요. 친구들과 하는 얘기는 어딜 가도 비슷한 주제고 20대 청춘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얘기가 많아요. 그런데 이걸 마음놓고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이걸 조금 더 넓은 곳에 이야기하면 다른 사람들도 내가 받았던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그래서 그렇게 내가 쓰는 글이 남에게 위안이 되길 바라기도 하지만, 동시에 쓰면서 제가 위안을 받는 경우도 정말 많아요.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러주고, 공유해주면 (요즘은 다 확인이 가능하니까요) 저한테도 위로가 돼요. 이렇게 서로를 다독여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건 좋은 것 같아요.

Q. 서인씨의 글을 읽고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A. 내 글이 한 사람의 생각이라도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하지만 저는 생각을 바꾸고 싶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 그냥 저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혹은 저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위안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내 경험이 나만의 경험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 연결된 느낌도 들어요.

“내가 운이 안 좋아서 이상한 사람을 만난 거구나”
“내가 마음이 약해서 이런 불합리함을 거절하지 못했어”

이런 식으로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는 순간들이 너무 많고, 저도 이를 많이 경험했어요. 그래서 그런 분들이 더욱 안심하고, 스스로를 자책하지 않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Q. 서인씨의 기사 중 가장 인기가 많았던 것은 어떤 것인가요?
A. 제가 썼던 기사 중에 인기가 많았던 거는, TV 프로그램 <신혼일기>에서 안재현 배우에 대한 고찰을 한 거였어요. 안재현이 살림을 열심히 한다고 칭찬을 받고 찬양받는 그게 저는 너무 불편했거든요. 누가 봐도 부부가 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 왜 안재현만 칭찬을 받고 대단한 사람이 되는지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 글을 쓰고 나니 공감을 많이 받더라구요. 내가 갖고 있던 불편함이 하나의 완성된 기사로 나오니까, 사람들이 공감을 해주고 이해를 해주는 게 너무 좋았어요. 나도 위로를 받고, 내 글을 읽은 사람들도 위로를 받는 게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Q. 목소리를 낸다는게 정말 힘들잖아요, 특히 주변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 모르는 만큼 내가 내 소신을 이야기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인데, 서인씨는 그걸 해주시고 계시다는게 대단하고 감사해요.
A. 글이 원래 그렇잖아요, 내가 항상 제 1의 독자가 되는 거. 내가 쓰는 글을 내가 읽으며 치료받는 느낌이기도 해요. 페미니즘 구호가 있잖아요,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라는. 저도 이런 글을 읽으며 서로의 용기가 되어줄 수 있고, 용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참 좋아요.

Q. 그렇다면 이렇게 글쓰는 것을 꿈으로 갖고 계신 분들에게 해주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가요?
A. 제가 이 인터뷰를 요청받았을 때도 이 질문이 가장 고민이었어요. 제가 이런 분들에게 조언을 해드릴 수 있을까? 싶어서요.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고함20 들어오세요!

 

[1] http://www.ddanzi.com/?mid=ddanziNews&document_srl=51779761
[이너뷰]퇴출 위기의 5인 미만 언론사, ‘고함20’을 만나다

[2] 2017년 6월 기준 17,942명

[3]  http://www.goham20.com/55249 [강남역, 그 후] 좋은 사람이 페미니스트가 아닐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