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자 인터뷰] 사람을 위한 문화정책을 설계하는 문화정책연구원을 만나다.

2019-11-21T16:01:01+00:002019. 11. 21.|

사람을 위한 문화정책을 설계하는 문화다움의 손진영 님을 만나다.

취재, 글/오효영(lisa4397@naver.com)
취재/이주현(jenny454@naver.com), 이승현(dysme1324@gmail.com)

‘문화다움’은 한국문화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문화정책을 연구, 개발하고 우리 문화의 참된 가치를 실현하는 문화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비영리법인이다. 이곳에서 문화정책을 연구하는 손진영 연구원님을 만났다. 앞으로 문화계에서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성북구의 한 카페에서 손진영 님과의 인터뷰 중

성북구의 한 카페에서 손진영 님과의 인터뷰 중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문화다움’에서 문화정책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손진영입니다. 이 회사에 다닌 지는 2년차이고, 문화 계통에서 일한 경력은 약 7년 정도입니다. 담당 업무는 문화정책연구이지만 ‘문화다움’이 문화기획 단체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하고 있는 기획 사업들에 참여하고 운영도 하고 있습니다.

 

Q. 문화다움이 업계에서의 위치나 평판은 어떤가요?

A.  ‘문화다움’은 ‘다움아카데미’라는 교육단체에서 시작되어 교육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요. 문화기획자라는 단어가 없을 때 기획자라는 단어를 만들고 해당 직업군을 양성하는 교육을 했던 곳이었어요. 현장의 유명한 기획자들이 저희 아카데미 출신이랍니다. 그러다가 10년을 기점으로 ‘다움아카데미’를 모티브로 해서 관련 커리큘럼을 가진 대학원들이 많이 생겼어요. 그래서 이제 교육 기관으로서의 역할보다는 연구에 집중해서 문화 정책의 방향성을 잡아주는 데 일조하고 있어요.

 

[업무에 관하여]

Q. 문화정책연구란 어떤 일이고 어떠한 관점에서 기획하고 계신가요?

A.  문화에 관련된 정책이 만들어지기 전 필요한 연구들을 하는 일입니다. 공공기관이나 각각의 지자체에서 할 사업의 방향성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그리고 정책연구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람을 중심으로 놓고 정책이 만들어지는지, 정책이 현장에서 실천성을 가질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고민을 합니다. 물론 현실적인 한계로 100% 반영이 어렵긴 하지만 이러한 가치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을 많이 합니다.

 

Q. 실제적으로 일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A.  사업이 발주되면 처음에는 이 주제에 대한 제안서 작업을 합니다. 연구원들끼리 모여서 스터디를 하며 방향을 잡아요. 일종의 목차를 잡는다고 보시면 돼요. 이후 각자 역할을 나눠서 작업을 시작해요. 제안서를 완성해서 제출하고, 입찰이 되면 본격적으로 연구에 들어가는 거죠.

 

Q. 엄청난 공부량이 필요할 것 같아요. 업무 스트레스와 그에 대한 해소법은 무엇인가요?

A.  글을 써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하루 종일 글 한 줄이 안 나올 때는 정말 스트레스가 커요. 수많은 자료를 펼쳐놓고 방향에 맞는 문장을 만들어 책자까지 만들기 때문에 활자가 싫어질 때도 있답니다. 그래서 단순한 활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저는 요즘 무협지를 읽어요. 아무 생각 없이 쉽게 읽혀서 머리를 식혀 준답니다. 또는 잠만 자거나 게임을 하기도 해요.

 

Q. 요즘은 어떤 업무를 하고 계신가요?

A.  현재는 문화예술 교육을 하는 사람들을 교육하는 문화분야의 사업을 평가하고 있어요. 또한 올해는 문화도시 조성 계획을 짜거나 문화재단의 중장기 발전 계획을 짜고 있어요. 동시에 처리되는 연구가 보통 2-3개 이상입니다.

 

[문화정책연구원이 되기까지]

Q. 문화 계통의 일은 어떻게 시작하신 건가요?

A.  문화연구원이 되기 위해서 일을 해왔던 건 아니에요. 항상 나의 ‘업’은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했어요. 어떤 일을 하고 살 것인지 중심을 잡고 살다보면 어딘가에 가 있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축제로 문화 일에 뛰어 들었어요. 울산에서 한글문화예술제를 기획하고 운영했는데 공부가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그 일이 재밌었지만 방향을 잡기가 어려웠죠. 결국 이 분야에서 일을 하려면 문화 콘텐츠를 보는 ‘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문화콘텐츠학과 대학원을 지원했고 공부와 일을 병행하게 되었어요.

 

Q. 기억나는 문화 계통의 일과 그것이 본인에게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A.  두 가지 정도가 기억에 남아요. 첫 번째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교육 콘텐츠를 기획하고 운영한 경험이에요. 이때 대상을 이해하는 것을 배우면서 단순히 축제가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문화예술교육이 많이 시행되고 있지만 시민 대다수는 이런 프로그램을 모르는 거예요. 그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좀 더 거시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도시 차원에서 사업을 하면 좀 더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두 번째는 울산에서 했던 ‘아트프리마켓’입니다. 보통 아트프리마켓 기획운영은 예술가들이 판매할 수 있는 마켓을 여는 역할에 그친다면, 저희는 예술가커뮤니티의 역할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서로 독려하고 지역 주민과 재미있게 놀아 보자라는 생각으로 장을 열었어요. 예술이 지역에 주는 가치를 예술가들과 공유하고, 예술가들이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것에 의미가 있었어요. 이 과정에서 예술가들이 콘텐츠를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여 기획자로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했어요. 그러다 보니 대상을 이해하는 방법, 성과보다는 과정의 가치를 보는 역량도 많이 강화되었던 것 같습니다.

 

Q. 정말 다양한 일을 하셨네요. 그렇다면 문화다움에는 어떻게 입사하게 되신 건가요?

A.  개인으로 활동하다 보니깐 한계가 있었어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젊은 사람이 개인으로 활동해서 뭔가를 이뤄내기가 어려워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에 나는 톱니바퀴 중에 하나가 되는 느낌이었어요. 차라리 이럴 바에는 조직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했죠.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통찰력과 넓게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났고, 서울에 올라왔습니다. 마침 ‘문화다움’의 공고가 떴고요. 회사에서는 제가 현장경험과 연구경험을 모두 가지고 있고, 하는 일에 따라서 단계를 잘 밟아왔던 사람이라고 평가했던 것 같아요.

 

[문화 관련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Q. 일을 하면서 어려웠던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A. 제가 뭔가를 하고 세상이 변화하는 기간과 제가 나이 드는 기간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제가 했던 일에 의해서 어떤 좋은 변화가 일어나면 보람을 느끼는데, 변화가 너무 늦게 찾아오는 거죠. 아마 제가 했던 일들이 제가 40살이 되면 변화가 보일 거예요.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계속 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이 직업군의 선배들은 작은 것에 성취감을 느끼고 행복을 느껴야 덜 지치고 나아갈 수 있다고 해요. 하지만 저는 성격과 성향이 달라서 그런지 이를 꽉 깨물고 버티거나 아니면 갈대처럼 현실에서 마구잡이로 흔들렸던 것 같아요. 무엇에 기대고 일해야 하는지는 아직까지도 제가 찾아야 할 숙제인 것 같아요. 문화 분야에서 일을 할 때 자부심이나 원동력도 고민해 봐야겠지만 이 일은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고, 누가 하느냐에 따라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생각보다 강력해요. 그래서 저처럼 원칙과 가치에 집착하는 사람이 한 명쯤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Q. 구직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이 있을까요?

A. 입사하고 싶은 재단과 해당 지역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것이 중요해요. 면접이나 시험이 있다면 공부한 것에 대한 이야기하는 거예요. 결국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기관이나 주변 지역에 대해서 아는 것이 중요한 거죠. 혹은 계약직, 단기 경험을 쌓아두는 게 중요해요. 직무 관련된 경험을 해보고 그에 따라서 전문지식이 필요한 걸 공부해보고 다시 현장에 나가면 좋을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문화 계통에 꿈이 있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A. 어설프게 할 거면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특히 문화 일은 사람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사람을 들여다 볼 줄 알고 따뜻하게 바라봐야 해요. 우리는 수많은 인간 군상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어요. 그들 속에서 어떻게 잘 살 수 있을 지를 고민하는 것이 문화 일이예요. 우리는 그냥 주어지는 삶이 아닌 각자 자기만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는 걸 기억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