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자 인터뷰] 기획자의 삶이란? 끊임없이 고민하는 교육 콘텐츠 업계 3년 차 기획자

2017-07-08T11:46:21+00:002017. 07. 6.|

기획자의 삶이란?
끊임없이 고민하는 교육 콘텐츠 업계 3년 차 기획자 

 : 이아령 (lcjsgk@naver.com)

기획. 일을 꾀하여 계획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기획자는? 게임 기획자, 공연 기획자, 공간 기획자, 문화 기획자. 어떤 것을 만들어내는데 중점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은 잘 알겠는데, 그 역할이 대체 무엇일까 궁금하다. 기획자들은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사람들이 기획자가 되는 것일까? 일을 시작한 지 3년 차가 되어가는 교육 콘텐츠 기획자를 만나서 그들의 삶에 대해 들어보았다.


Q. 안녕하세요. 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교육 콘텐츠 기획자입니다. 일을 시작한 지는 2년 반 정도 됐어요.

인터뷰이의 사무실 책상(사진 제공: 인터뷰이)

인터뷰이의 사무실 책상(사진 제공: 인터뷰이)

저희 회사는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어요. 먼저, 어떤 분야에 대해 어떤 커리큘럼으로 콘텐츠를 만들 것인지 큰 방향성을 잡아요. 그러면 기획자들이 구체적인 커리큘럼을 짜고 콘텐츠를 구성하기 시작하죠. 예를 들어 도입부에 영상을 넣을 거라면, 어떤 영상을 가져다 쓰고, 어떻게 편집할 것이며, 더빙은 어떻게 할 것인지 큐시트를 작성해요. 콘텐츠 전체의 기획이 끝나면, 디자이너들(영상, 삽화, 플래시)에게 기획서를 넘겨요. 제작 후 검수를 통해 계속해서 수정하며 콘텐츠를 완성시켜 나가죠. 이렇게 기획자와 제작자들이 한 팀을 이뤄서 협업을 통해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Q. 평소 일과가 궁금해요.

 8시 30분까지 출근해서 교육이나 it 쪽 뉴스를 모니터링하며 하루를 시작해요. 모니터링이 끝나면 업무를 시작하는데, 업무 내용은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달라요. 자료 리서치, 회의, 보드 작성, 영상 큐시트 작성, 검수 등등 여러 가지가 있어요. 점심시간은 11시 30분부터 1시까지로 좀 긴 편이에요. 그래서 운동을 하거나, 외국어 공부를 하거나, 낮잠을 자거나 하면서 깨알같이 활용하고 있어요. 또 바쁜 시기에는 야근을 하는 경우도 있긴 한데, 거의 6시 30분 전후로 퇴근해요. 퇴근하고 나서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운동을 다니고 있고요.

 

Q. 교육 콘텐츠라는 분야를 선택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대학교 때 국문학을 전공했어요. 영상 콘텐츠 기획, 디지털 스토리텔링에 대해서 다루는 전공 수업이 있었는데, 그때 프로젝트로 교육용 게임을 기획해보면서 진로를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국문과에서는 거의 출판 쪽으로 진로를 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쪽도 하나의 길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학부를 졸업한 이후에는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공부하는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아무래도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가장 잘 풀 수 있는 분야가 게임이다 보니, 선배들 중에는 게임기획자로 일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저도 게임 기획자가 되는 것에 대해 고민했고, 게임회사에서 인턴 생활을 했어요. 그런데 저는 게임성 자체는 좋아했지만,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인턴 생활을 하는 내내 ‘어렸을 때 왜 스타를 하지 않았지?’, ‘내가 왜 리니지를 하지 않았지?’라고 생각하며 게임을 못하는 것에 대해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남들은 중독되기도 하는 게 게임인데. (웃음)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교육 쪽으로 생각을 굳히게 됐어요. 논문도 교육과 관련된 논문을 썼고. 교육이라는 건 사회에 반드시 필요하고, 계속 발전되어야 하는 분야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교육을 하는 게 아니라, 재미있는 요소를 넣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이상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게 교육용 콘텐츠였던 거죠.

 

Q. 기대했던 것과 실제 업무가 비슷했나요?

원래는 기능성 게임과 같이, 놀이성과 디지털 매체의 영향이 큰 교육용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기대했어요. 대학원에서 경험했던 것들도 대부분 그런 쪽이었고. 또 기획자가 되면 내 마음대로 자유롭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의 회사는 기본적으로 교육 회사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공교육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교과과정과 교육부 지침에 맞춰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해요.

 

Q. 일하면서 배울 수 있었던 것이 있다면?

일단 내가 원하는 것을 다 만들 수가 없다는 것을 배웠어요. 왜냐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자원이나 기간은 한정적이잖아요. 처음에는 욕심을 많이 부렸었거든요. 이것도 넣고 싶고, 저것도 넣고 싶고. 그런데 위에서 다 안 된다고 하니까. (웃음) 다 콘텐츠가 잘되라고 넣은 건데 왜 안 되지? 라고 생각했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느낀 건 그중에서 포인트를 뽑아내는 것도 능력이라는 것. 그리고 사실 콘텐츠는 너무 화려해도 효과가 없고, 번잡스러워지기만 해요.

반대로 기획자는 디테일에 강해져야 한다는 것도 계속 느끼고 있어요. 제 성격이 원래 단순하기도 하고, 좋은 게 좋은 거인 성향이 강해요. 그래서 오·탈자, 띄어쓰기, 간격 같은 거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었어요. 엄청 혼났죠. 그런데 사실 그런 디테일이 콘텐츠의 인상을 결정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점점 처음에는 그냥 넘겼던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내가 사용자라면 이걸 불편해하지 않을까?’ 아까 말한 부분이랑은 좀 반대되는 면이 있는데, 결국 이거 같아요. 기획 자체는 깔끔하고, 쓸데없는 것을 줄여가야 하지만, 콘텐츠의 완성도를 위해서는 디테일에 집착해야 한다는 것.

 

Q. 일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회사에 들어와서 콘텐츠를 처음 만들었던 때가 생각나요. 안전교육에 대한 콘텐츠였는데, 정말 열심히 만들었어요. 물론 팀장님이 검수를 많이 해주시고, 엄청 뜯어고치긴 했지만. 기획 사항을 피피티에 작성하거든요. ‘이 버튼을 누르면 이게 나오도록 해주세요.’ 그러면서도 의심이 돼요. 어떻게 콘텐츠가 만들어질까? 그런데 디자이너들이 제작한 삽화, 영상 등이 추가되고, 내가 생각으로만 했던 게 실제 콘텐츠로 오픈 돼서 사이트에 올라가니까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하다 보면, 그들의 관점이 담긴 조언을 많이 해주세요. 또 같은 팀원들이나, 팀장님의 피드백도 계속해서 받죠. 그러다 보면 내가 처음에 기획했던 것이 점점 좋아지는 게 눈에 보여요. 그게 사이트에 올라가는 순간이 가장 보람차죠.

 

Q. 일하면서 하게 되는 고민이 있다면?

전문성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커요. 이건 저뿐만 아니라 모든 기획자들의 고민일 거라고 생각해요. 기획자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성이 없다고 느껴질 수 있거든요. 사실 1년 차는 아무 생각 없이 시키는 것을 잘 배워가자는 마음으로 지냈고, 2년 차는 슬슬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파악하는 기간이었어요. 이제는 업무에 적응이 되고 나니까, 이런 상태로 계속 간다면 나중에 경쟁력이 없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래서 요즘은 내가 무엇을 해야 할까?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나만의 전문성을 키워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Q. 개인적으로 직업을 위해서 투자하는 노력이 있다면?

게임이나 영상 쪽 기획을 하는 친구들과 스터디를 하고 있어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 일을 오래오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죠. 스터디에서는 업계 동향, 시사, 좋은 기획서 등을 함께 공유해요. 또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같이 배우기도 하고. 저번에는 기본적인 코딩을 함께 배웠어요. 협업을 하다 보면 그들의 용어를 알아야 소통을 더 잘할 수 있거든요. 특히 IT 쪽은 트렌드가 금방금방 바뀌기 때문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계속 자기 계발을 해야 해요.

 

Q. 직업 및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이 있다면?

이 기준은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보수가 중요할 수도 있고, 일과 생활의 균형이 중요할 수도 있고. 회사의 규모를 중요시 하는 사람도 있죠. 모든 부분을 충족해주는 회사가 있으면 소개 좀 해주세요. (웃음) 물론 있긴 있겠지만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회사에 들어가면 자신이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너무 많아요. 그래서 남들 말을 듣고 기준을 설정하면 회사에 들어가서 힘든 순간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연봉, 시간, 환경 등 모두 중요하지만, 저한테 가장 중요한 것은 배워가는 느낌이에요. 회사 구성원들도 저를 자극해주는 사람이 많은 곳이 좋고, 여기서 제가 성장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들어야 해요.

 

Q. 콘텐츠 기획자가 되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먼저, 비판적인 시각. 한 번 더 꼬아서 보는 시선이 필요해요. ‘이것보다 편하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작은 생각이 기획의 시작점이거든요. 면접 때도 많이 물어봐요. ‘우리 콘텐츠를 봤을 때 부족한 점이 있었나요?’ 이때 ‘너무 좋습니다.’ 하면 탈락이죠. 이 부분은 충분히 훈련할 수 있어요. 평소에 문제의식을 갖고 계속해서 왜라는 의문을 가지다 보면 점점 사람이 디테일해 질 수 있거든요.

또 하나는 관심사가 많아야 하는 것 같아요. 사실 콘텐츠 기획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는 게 좋아요. 그쪽에서 파고들어야 하니까. 예를 들어 제가 처음에 게임 기획을 했잖아요. 그러면 하루 종일 게임 이야기밖에 안 하거든요. 저는 게임을 안 좋아하다 보니 그게 너무 일 같은데, 다른 사람들은 재밌어하더라고요. 그런 사람이 잘 되는 거죠.


고민의 연속. 취직을 하더라도 고민은 계속된다. 입사하면 다 끝나는 줄 알았는데, 어떻게 하면 일을 오래 할 수 있을지를 또 고민해야 한다고 한다. 인생의 고민들은 언제쯤 우리 곁을 떠나는 걸까? 아니, 떠나긴 하는 걸까? 콘텐츠에서부터 자기 자신의 인생까지 치밀하게 기획하며 살아가고 있는 기획자들에게, 그리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기획하는 이들 모두에게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