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자 인터뷰] 저자와 독자 간에 다리를 놓는 박소현 편집자 님을 만나다

2019-11-14T14:21:40+00:002019. 11. 14.|

“출판은 메시지를 퍼뜨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글/ 심윤정 (yoonjshim@naver.com)
사진/ 정다예 (t15zzang@naver.com)
사진/ 배은진 (0417dmswls@naver.com)
*본 인터뷰는 현직자의 요청으로 회사 명은 생략했음을 알려드립니다.

많은 사람이 출판 업계에 선망을 가지고 있다. 원고를 다듬어 출판한다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저자의 글에 삶을 불어넣고 독자들을 연결하는 일을 하는 편집자의 일이 추상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출판사 편집자는 과연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관점에서 출판업계를 바라보고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현직 5년 차인 박소현 편집자 님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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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단행본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 박소현이라고 합니다. 2015년 7월에 출판계에 들어왔어요. 그 이후로 이직을 많이 해서, 5년차인데 지금 직장이 네 번째 직장이에요. 저는 주로 인문 교양서를 편집해왔는데, 에세이도 두 권 정도 작업했고 경제 경영서도 하는 등 일반 교양서를 만들고 있어요. 학술서가 아닌, 상업 출판을 목적으로 단기간에 판매량을 올리는 단행본 회사에 다니고 있기 때문이에요.

 

[출판사 편집자가 하는 일]

Q. 출판 편집자로서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뭔가요?

A. 우연히 하게 됐어요. 원래 NGO에 가고 싶었는데 떨어졌고, 청년 지역단체에서 1년 동안 일도 했었고,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으로도 일을 했었어요. 저는 대학생 때 학생회도 했었고 해외 NGO 활동도 했기에 스스로 활발한 줄 알았어요. 하지만 생각해보니 좀 느리고, 곱씹는 걸 좋아하고, 글 쓰는 걸 좋아해서 아는 선생님께서 출판 쪽이 맞는 것 같다고 조언을 해 주셨어요. 아는 선배 언니도 출판 일을 오래 하고 있었고, 또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출판업계에서 일하게 됐어요.

Q. 편집자는 주로 어떤 일을 하나요?

A. 회사마다 다른데, 정치·경제를 전공하고 사회 분야의 책을 다루는 제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책을 기획하기 위해 신문이나 주간지에 실린 연재 글을 많이 보는 편이에요. *에이전시 레터나, <퍼블리셔스 위클리>, <리뷰 오브 북스 시리즈> 같은 해외 북리뷰 매거진도 검토를 해요. 최근에는 <월간객석>이라는 문화 잡지에 실린 저자 선생님 글이 좋아서 직접 연결해서 일하기도 했어요. 국내 책의 경우에는 미팅이 성사되면 직접 만나 뵙기도 합니다. 만나서 어떤 책을 만들지 논의하고 계약을 진행도 해요. 이후 원고를 받아서 외서는 번역자한테 연결하고, 원고가 나오면 교정∙교열자한테도 연결해요. 편집자가 직접 교정∙교열을 볼 때도 있는데, 지금 있는 회사에서는 교정∙교열은 외주를 맡기거든요. 저희 회사는 외서를 많이 보기 때문에 외국어를 잘하면 장점이 있을 것 같아요. 표지를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에게 컨셉을 발주해서 원하는 모양을 얻어내는 것까지 편집자의 일이에요. 또 가장 중요한 제목이나 목차도 거의 다 뒤집어엎고 새로 만들 때가 많아요. 저자 선생님이 하실 때보다 저희가 제목과 목차를 만들어낼 때가 많아서 이것도 핵심 업무 중 하나예요.
*에이전시 레터 : 해외 작품과 출판사를 연결해주는 곳에서 보낸 뉴스레터.

Q.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시나요?

A. 아침에 회사에 가면 저희는 SCM이라는 걸 봐요. 이걸 보는 회사도 있고 보지 않는 회사도 있는데, 저희 회사에서는 편집자들도 봐요. 유명한 인터넷 서점에서 저희 책이 얼마나 나가는지 체크하는 거예요. 그날 봐야 할 원고를 체크하고, 만약에 그날 디자이너 님이 시안 같은 걸 주기로 했으면 받고, 컨셉회의 하는 날에는 회의를 하는 등 보통 그런 루틴으로 돌아가요.

출간 일정이 중요해서, 저희는 각자 마감일을 지킬 수 있는지 매일 아침 회의를 해요. 디자이너가 잠수를 타도 마감 일정을 엄수하는 건 편집자 책임이거든요. 저희가 회의를 좀 많이 하는 편인데 장단점이 있더라고요. 장점은, 사람이 단순한 게 주문처럼 ‘이 일을 끝낼 것’이라고 암시하게 돼요. 단점은 피곤해요. 아침에 좀 천천히 시작하고 싶은데(웃음). 대표님 입장에서는 출간 일정이 밀리면 안 되니까, 어디까지 책이 진행됐는지 계속 상황을 체크해야 해요. 하루만 지나도 진행 상황이 달라지니까. 단행본만 출판하는 회사는 그런 것 같아요. 또 책이 나오면 기사를 모으고, 무슨 내용이 나왔는지 체크해요. 댓글도 보고, 기자에게 책을 소개할 보도자료 쓰는 게 중요해요.

Q. 책 한 권을 만드실 때 독자를 정해 두시는 편인가요? 책마다 다른가요?

A. 정하는 편이고, 그게 핵심 업무인 것 같아요. ‘타깃 독자’라고 하거든요. 요새 거의 모든 콘텐츠가 이런 걸 염두에 두는 것 같은데, 책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경제∙경영서를 만들 때는 투자자나 기업가들의 손에 이 책이 들려 있을 때 자연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식이에요.

Q. 디자인도 타깃 독자마다 신경 써서 모두 컨셉을 다르게 하시겠네요.

A. 네. 저자 선생님들의 원고 주제가 트렌디하고 시장성이 있으면 어느 정도 먹고 들어가는 게 있어요. 하지만 시장성이 부족하다 싶으면 최대한 재미있어 보이게 포장해야 해요. 그래도 거짓말을 하면 안 되니까 항상 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 같아요. 보통 뉴스 콘텐츠의 경우에는 최대한 자극적으로 헤드라인을 뽑잖아요. 책은 그래도 좀 오래 가는 매체라는 생각에 최대한 이를 지양하자는 분위기가 있거든요. 그런 분위기는 이 일을 하면서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이기도 해요. 단행본 출판계는 정직하게 중계자로서 메시지를 전달하자는 균형이 있는 것 같아요.

 

[책에 대한 이야기]

Q. 책은 어떤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지고, 어떤 역할을 담당하시나요?

A. 먼저 원고를 발굴하고 제작하는데, 제작에는 편집과 디자인이 있어요. 홍보도 마케터 팀들이 해 주지만 네이버 포스트까지는 편집자가 많이 써서, 그런 것까지 총체적으로 할 때가 많아요. 원고를 발굴하고 제작해서 책이라는 종이 뭉치에 담는 과정까지 편집자의 역할이 쭉 있는 것 같아요. 보통 판권에 그걸 만든 사람들이랑 저작자가 들어가잖아요. 그 사람들을 모아 내는 일련의 과정을 다 하죠. 편집자는 저자랑 독자를 잇는 중계자이자 그림자 같은 존재예요.

또 제가 다녔던 회사들이 다 10인 남짓의 회사, 즉 영세 사업장이거든요. 문학동네 같은 소수의 대형 출판사를 제외하고는 80% 이상이 영세 사업장이라고 알고 있어요. 요새 1인 출판도 너무 많아졌기 때문에. 3인까지도 1인 출판사라고 하거든요. 소규모 출판사가 더욱 많아져서 그런 것 같아요. 큰 회사는 계약팀 따로, 디자인팀 따로 있지만, 보통 저같이 멀티로 일하는 편집자들이 업계에 더 많은 것 같아요. 다들 큰 회사만 다니는 건 아니니까요.

Q. 한 권을 출판하는 데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나요?

A. 원고가 있다고 가정하면 그래도 3개월은 잡는 것 같아요. 빨리해서 2개월 만에 하는 경우도 있지만, 변수가 많거든요. 원하는 디자인이 안 나오면 다시 해달라고 하기도 하고, 저자 선생님도 갑자기 일정을 늦춰서 내길 원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평균 3개월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Q. 작업하셨던 책 중에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이나 기억에 남는 책이 있나요?

A. 모든 책 한 권 한 권이 다 좋은데, 지금 생각나는 건 <1995년 서울, 삼풍>이라는 삼풍백화점 생존자 분들의 인터뷰집이에요. 서울문화재단에서 기획을 한 책이었는데 기억에 많이 남아요. 상업 출판을 하면 ‘잘 팔리는 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한 가지 목표로 단축되는데, 이 책은 ‘기록’이라는 면에서 추천하고 싶어요. 책은 종이 뭉치잖아요. 굳이 종이 뭉치에 메시지를 담는다는 게 사치라고 느껴질 때가 있는데, 이런 책은 종이로 남을 때 기록으로서의 책의 본령을 다하는 것 같아요. 생존자 분들, 유가족 분들의 관계성도 잘 드러난 책인 것 같고요. 사회적 참사에 대해 기억을 할 때 책이라는 물성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웹 페이지에 추모하는 것도 좋고, 다양한 루트가 필요하지만, 책이란 매체도 꼭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이 책을 보고 들었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회사 그만두는 법>이라는 책을 작업했는데, 제가 잦은 이직을 한 터라 친구들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나를 지키는 노동법에 대한 내용도 있고요. 요즘처럼 인생 10모작 짓는 ‘백세 시대’엔 죽을 때까지 직업을 열 가지는 갖는 게 보통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쨌든 저도 지금 편집자이지만 편집자 출신의 다른 무언가가 될 수 있으니까요. 요즘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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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메모리[人]서울프로젝트 기억수집가, 『1995년 서울, 삼풍』, 동아시아, 2016. / 양지훈, 『회사 그만두는 법』, 에이도스, 2019.

뉴필로소퍼-1호-입체표지

『뉴 필로소퍼』, 바다출판사, 2018.

[편집자 님의 이야기]

Q. 일하시면서 행복하시거나, 보람차시거나, 가치를 발견할 때가 있나요?

A. 저는 기본적으로 편집자는 뒤에 숨는 직업이고, 숨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자와 독자를 띄워야 하니까요. 그래서 약간 ‘수행’하기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같은 자기 과잉 시대에 나를 죽이는 일을 하는 거니까. 소위 말하는 ‘인싸’스럽지 않은 것 같아요. ‘인싸’는 저자가 되어야 하고, 나는 뒤에서 변호하고 싶은 화자를 띄워 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저자 프로필 소개도 저희가 쓰거든요. 가끔 선생님들이 ‘편집자 OOO님 감사합니다’라고 써 주실 때가 있거든요. 제가 만든 제목을 정말 좋아하시면서 프로필 사진에 걸어둔다던가, 기사에서 언급이 된다던가, 그럴 때 감사하고 좋아요.

Q. 책 한 권이 출판되었을 때 보람차신가요?

A. 그렇죠. 그리고 독자들의 반응을 봤을 때? 요새는 짧은 서평이 너무 많아서 긴 서평을 보기 어려운 시대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이미 짧아진 시대에 와서 잘 모르는데요(웃음). 인스타그램에 서평이 많은데, 그런 걸 볼 때 기분이 좋아요.

Q. 인스타그램 서평은 직접 찾아보시나요?

A. 네! 그리고 텍스트는 독자에게 갔을 때 완성되는 것 같아요. 저자 선생님 의도와도 그 해석이 달라지는 것 같고요. 그것까지 확인하는 게 정말 좋아요.

Q. 편집 일하면서 힘들었던 적이 있나요? 있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A. 초기에 좀 힘들었던 것 같아요. 다녔던 회사에서 저자 선생님들을 만날 때가 많았어요. 대낮에 술을 마시러 오시거나 하는 일이 많아서 힘들었어요. 사람 만나는 것 자체는 활기차고 좋은데 체력적으로 힘들었고… 저랑 맞는 저자 선생님을 만나면 편하게 미팅이 진행되는데 안 맞는 사람을 만나면 힘들죠. 손님이 잦은 출판사였고, 그래서 좀 힘들었어요.

또 제가 원래 에세이를 많이 읽지 않았고, 사회과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카피를 써도 자꾸 딱딱한 말만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나는 진짜 카피를 못 쓰는 사람인가 싶었는데, 될 때까지 자주 서점에 가고 안 읽던 책도 많이 봤어요. 그리고 작년까지 친구들이랑 취미로 팟캐스트를 했었거든요. 내 취향이 아닌 책을 같이 읽는 모임을 하니까 어느 순간 카피 쓰는 게 쉬워지더라고요. 그래서 그건 좀 자연스럽게 독파가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초반에 제목 같은 게 잘 안 나왔을 때 힘들었어요. 이전 회사에서는 제목이 나올 때까지 써서 붙이게 했거든요. 그게 정말 공개처형 당하는 느낌이었어요. 근데 그 디벨롭 과정이 나중에 저에게 남아요. 어떻게 이 제목이 이렇게 변했지? 할 정도로요. 물론 저자 선생님은 결과만 보니까 ‘알아서 잘 만들었겠지’ 하지만요. 백 개 가까이 제목을 내서 벽에 붙였었는데 그 트레이닝 과정이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그렇게 한 번 겪고 나니까 제목 뽑는 게 조금 쉬워지기도 했고요. 지금 회사에서는 쉽게 쉽게 제목을 정해서 그런 일은 없지만, 그렇게까지 해보고 나니까 재미있더라고요, 이제는. 처음에는 무섭고 못 했는데 이젠 잘 나오기도 하고.

Q. 앞으로 개인적으로 만들고 싶은 책이 있나요?

A. 저는 제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에세이도 많이 생각하기도 하고요. 소수자의 대중적인 일상 에세이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발언권이 없던 저자들 말이에요. 다행히 요새는 독립 출판의 시대가 도래해서 그런지 독립출판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분들도 조금씩 생기고 있는 것 같아요. 청소 일을 하는 일러스트레이터라던가, 암 환자인데 자신의 투병기를 내는 사람도 있고. 근데 저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한국 사회의 출판은 너무 엄숙주의 속에 있었고, 기성 작가 분들에게 과도하게 권위가 있었어요. 새로운 목소리들을 일상적이고 대중적으로 내가 잘 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재미있게.

Q. 인생에서, 또는 커리어에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나요?

A. 저는 어쨌든 메시지를 퍼뜨리는 일 자체를 계속 하고 싶어요. 또 발언권이 없는 사람들을 계속 찾고 싶어요. 왜냐면 잘 쓸 수 있는데 안 쓰고 계신 분들도 있거든요. 요새는 ‘*관종’의 시대라, 관종들만 글을 써요. 숙고하는 사람들은 입을 닫는 시대인 것 같거든요. 글을 정말 잘 쓰는 저자 선생님들도 힘이 빠져서 글을 안 쓰시는 것 같아요. 관심 경제라고 하잖아요. 관심이 돈이 되니까 어뷰징성 메시지를 퍼뜨린다거나 그런 게 너무 많은 시대인 것 같아요. 저는 좀 더 숙고한 사람의 메시지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중에도 단행본 편집이 아니더라도 다른 형태로 이런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해요.
*관종 :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 그런 부류를 뜻하는 ‘관심종자’의 준말.

 

[예비 편집자들에게 전하는 조언]

Q. 출판사 편집자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요?

A. 출판사가 신입 공고가 많이 나지 않아요. 요새는 SBI 서울출판예비학교에 들어가서 신입으로 많이 들어오는 것 같아요.

Q. SBI 서울출판예비학교를 수료하면 자동으로 등록되나요?

A. 자동으로 등록되는 건 아니고, 그곳을 통해서 네트워크가 생기게 되죠. 출판사 사장님들도 많이 아시는 곳이니까요.

Q. 편집자로서 어떤 역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A. 저의 주관적인 생각인데, 엄청 정적인 성향과 매우 동적인 성향을 동시에 갖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정적인 건, 어쨌든 원고를 끝까지 읽으려면 정적인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근데 또 저자를 만나거나 소통할 때는 텐션을 올려야 하거든요. 텐션을 낮췄다가 높이는 게 일하면서 가장 힘들기도 했고, 재미있기도 했어요. 그리고 어쨌든 저자의 메시지를 좋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게 핵심인 것 같아요. 어쨌든 사회에 메시지를 퍼뜨리는 것엔 윤리적 책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내가 어떤 화자를 변호하고 싶은가, 그런 태도가 저한테는 가장 큰 동력이 돼요.

Q. 출판 편집자는 전공과는 무관한 직무인가요?

A. 국문학과나 영문학과 분들도 많이 하시고 문예창작과도 많아요. 하지만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다양한 게 좋아요. 다양한 저자와 독자를 이어내려면 좀 더 다양한 감수성이 필요한 것 같아요. 자기만의 독서 이력과 관점이 있으면 누구나 문을 두드려볼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요새는 면접 볼 때 독서 이력 등을 많이 물어봐요. 최근에 읽은 신간 중에 좋아하는 표지나 제목 같은 것도 많이 물어보고. ‘마케팅 인사이트’ 같은 상업적인 감각을 보죠.

Q. 출판 편집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일단 다른 현직자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인데, 책을 좋아하는 것과 잘 만드는 것은 다른 것 같아요. 항상 이 부분에서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왜냐하면, 보통 사람들이 드라마나 미디어에 나오는 출판 업계를 보고 낭만적이고, 책 읽는 조용한 분위기라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동적이고 적극적이어야 하거든요. 좋은 글을 발견하면 먼저 연락해야 하는 등 생각보다 동적이에요. 기본적으로 책을 좋아해야 하지만, 그 두 가지가 다르다는 걸 입사 초기에 많이 들었어요. 이걸 인지하면 좋을 것 같아요.

요새는 웹 콘텐츠의 시대잖아요. 웹 콘텐츠 시대에 책을 만든다는 것에 대한 자기만의 답을 가지고 오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요새는 ‘짱절미’나 ‘박막례 할머니’ 등 웹 콘텐츠로 책을 많이 만들잖아요. 그런 기획도 있을 수 있지만, 거기에만 치우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많이 해요. 또 흔히 갖는 편견 중 하나가 ‘문학을 많이 읽어야만 편집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미술 책은 미술 전공자가 더 잘 만들 수 있고, 요새는 과학 전공자들도 과학 책을 많이 만들거든요. 자기만의 관심 분야가 있으면 도전해볼 만하지 않나 싶어요. 문학 출판사도 일부거든요.

또 무조건 상업 출판이라는 어조에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메시지를 퍼뜨리는 것’이 출판이라는 것이잖아요. 단행본 출판은 굳이 종이 뭉치에 메시지를 담는 거거든요. 왜 굳이 종이 뭉치에 담아야 하는가, 책을 내면 ‘내가 작가다’라는 명예 때문인가, 이런 것도 있잖아요. 사실은 이제 독립 출판도 많아지고, 그런 권위는 이제 깨지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출판을 생각할 수 있는 젊은 출판 스타트업도 생각해보았으면 좋겠어요.

어느 업계나 마찬가지지만 보통 40대가 되면 독립해요. 1인 출판으로 독립한 사람들에게서도 좋은 책이 많이 나와요. 반드시 영향력 있는 큰 회사를 가야 한다는 게 출판에서는 굳이 중요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질문도 같이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어쨌든 어떤 독자랑 어떤 저자를 이어내고 싶은지에 따라 무궁무진한 것 같아요. 다른 곳은 사업 망하면 힘들잖아요. 출판은 어쨌든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산업이라서 그런 도전을 해 보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Q. 어떤 자본이 필요한가요?

A. 인쇄비, 제작비가 일단 들어가겠죠. 책 제본하고 그런 것. 또 내가 쓸 게 아니라면 작가에게 인세를 줘야 하니까 인세비. 창고비는 내 집에다 놓을 거면 안 써도 되지만, 또 번역비 등이 들어가겠죠. 생각보다 이런 시도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발행인과 편집자의 마음은 매우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 항상 힘들긴 해요. 지금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발행인의 의도에 맞는 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다행히 발행인의 의도와 잘 맞는 편이에요. 발행인은 자기 자본을 가지고 어떤 메시지에 투자하는 사람이고, 저는 그에 일조하는 사람이죠. 그런 것에 예민하지 않게, 사장이 좋아하는 대로 책을 만드는 편집자도 많아요. 근데 그렇지 않은 편집자도 많잖아요. 퍼뜨리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 편집자라면 독립출판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기성출판이 참신하지 못한 부분이 있고, 약간 보수적인 분위기가 있어서요. 나중에 이걸 이력서에 쓸 수도 있으니까. 요즘은 지역 콘텐츠라고 지역 인터뷰해서 내기도 하잖아요.

Q.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A. ‘지르세요’. 제가 과감하게 지르지 못하지 못하는 성향이어서 그런지. 요새 <90년생이 온다> 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는데, 그것도 너무 발행인의 입장에서 ‘이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하는 관점에서 보잖아요. 그런 언어에 갇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저보다 네다섯 살 어린 동료들과 협업하는데 거기서 많은 에너지를 얻거든요. 앞으로 그 친구들보다 더 어린 분들도 이 업계에 들어올 거고 새롭게 자기만의 판을 차릴 건데, 저런 언어에 갇히지 않고 과감해졌으면 좋겠어요. 꼭 큰 출판사를 가야 한다는 생각에서도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여기까지 이야기를 나눠보니 출판사 편집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조금은 감이 잡힌 것 같다. 출판 편집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이라면 이 인터뷰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숨김없이 전해주신 박소현 편집자 님께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