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자 인터뷰] 쉽게 빵 만드는 길을 택하지 않은 비건 베이커리 대표의 이야기

2019-11-30T18:17:53+00:002019. 11. 30.|

나를 위한 더 좋은 선택 ‘베러초이스’ 이승훈 대표를 만나다.

취재·글/ 라예지(5448625@naver.com)
취재·사진/ 정유리(yuri0805@naver.com)
김나음(unifykim@naver.com)

몸에 좋은 음식은 모두 맛이 없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글을 읽어보길 바란다. 우유, 달걀, 버터를 사용하지 않고 최소한의 당분과 오일만으로 충분히 맛있는 빵을 만드는 마법이 일어나고 있는 곳이 여기 있다. 건강한 재료를 사용하는 투명한 비건 베이커리 ‘베러초이스’를 운영하는 이승훈 대표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베러초이스 카페에서 이승훈 대표님과 함께 인터뷰를 나누는 모습>

[대표 및 회사 소개]

Q. 대표님에 대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건강한 빵을 만드는 비건 베이커리카페 베러초이스를 운영하는 이승훈입니다.

Q. 현재 운영 중인 ‘베러초이스(BetterChoice)’에 대해 알려주세요.

A.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베스트초이스(Best Choice)는 아닙니다. 내가 직접 길러 먹진 못하지만 나를 위한 더 나은 선택이라는 뜻으로 사람들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브랜드입니다. 저희는 비건만 고집하진 않고 단백질 보충이 가능한 논비건 제품도 함께 판매하고 있습니다. *GI 지수가 낮고 균형 있는 영양성분을 가진 빵을 제공하는 게 목적이에요.
*GI 지수(혈당지수): 음식을 섭취한 뒤 혈당이 상승하는 속도를 0~100으로 나타낸 수치로 혈당지수가 높은 식품은 체지방 축적이 일어나 비만이 촉진될 수 있다.

<베러초이스에서 판매중인 고단백 머핀>

<큐브모양이 특징인 베러초이스의 비건 파운드>

Q. 베이커리 산업에서 베러초이스만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A. 베러초이스는 건강한 재료를 고집해요. 그래서 저희는 영양 균형을 우선 목표로 어떤 재료를 쓸지 먼저 정하고 맛이 안 나오면 비율을 바꾸거나 조건을 바꾸는 식으로 레시피를 조정합니다. 많은 분이 다이어트를 위해 비건 빵을 드시는데 지방이나 당 성분이 많으면 비건 빵이라고 해도 도움이 되지 않아요. 비건 베이커리에서 설탕 대신 비정제원당, 유기농당, 코코넛 슈가를 써도 결국 당류이기 때문에 설탕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래서 저희는 차별성을 갖기 위해 비싸더라도 100% 대체당인 *알룰로스를 쓰고 있어요. 베러초이스는 고객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공인된 기관에서 영양성분 검사를 해서 수치로 보여주고 있어요.
*알룰로스: 자연에서 존재하는 천연 감미료로 체네 흡수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Q. 베러초이스를 시작한 지 이제 1년이 되어가는데 회사를 알리기 위한 마케팅은 어떻게 하시나요?

A. 젊은 층이 ‘비건’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SNS를 주로 사용해요. 예를 들면 인스타그램에서 *인플루언서와 함께 다이어트 챌린지하는 모습을 보고 헬시챌린지를 하고 있어요. 헬시챌린지를 통해 한 주간 베러초이스와 건강한 생활을 함께해준 베러 건강러를 선정해 베러초이스 제품을 제공해드리고 있습니다. 또 식품은 *경험재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한번 먹어봐야 살지 말지를 결정해요. 저희 제품을 안 드셔본 분들도 먹어볼 수 있게 샘플링의 기회로도 이용하고 있어요.
*인플루언서: SNS에서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해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큰 사람.
*경험재: 직접 사용해 보아야만 품질이나 특징 따위를 알 수 있는 상품.

Q.  3개월 전 ‘건빵쌤’이라는 건강 관련 콘텐츠의 유튜브 채널을 만드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채널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해요.

A. 건강한 다이어트에 대해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재생항목에 What a diet가 있는데 다이어트, 영양, 운동이 주된 내용이에요. 앞으로는 베이킹에 대한 영상도 찍고 싶어요. 실제 베이킹을 통해 설탕이 이만큼 들어간다는 걸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설탕을 대체할 방법을 소개해주고 싶어요.

 

[비건 베이커리 대표로서의 삶]

Q. 비건 빵집을 처음 시작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과체중이어서 살을 빼본 경험도 있고 예전부터 건강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을 취득해 트레이닝을 지도하다가 여자분들이 빵을 특히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식품 사업에 관심이 생겨 제과제빵 학원에 다니며 실기 시험을 준비했는데 그때 설탕을 많이 쓴다는 것을 알았고 당이 적은 건강한 빵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Q. 창업은 어떻게 준비하셨어요?

A. 처음에는 소소하게 시작했어요. 가정용 오븐으로 비건 빵을 만들어서 플리마켓을 했고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어요. 사람들의 관심이 많은 것을 확인하고 빵을 건강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사업화하기로 했어요. 그렇게 플리마켓을 하며 모은 돈으로 컨벡션 오븐을 중고로 살 수 있었고 생산량이 늘어 자금을 모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청년창업으로 3000만 원을 대출받아 초반 자금을 마련했어요.

Q. 창업하려면 이 정도의 각오는 해야 한다고 조언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A. 직장에 다녀보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어요. 큰 규모의 회사로 키울 생각이 있다면 함께 일하는 경험이 필요한 것 같아요. 혼자 계속 일을 하다 보면 체계화를 못 시켜요. 막연하게 머리로만 생각하게 되고 결과물을 못 내죠. 누군가와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도 놓쳐요. 회사에 다니면 보고서와 기획안도 쓰고 발표도 하고 엑셀도 다루기 때문에 정리하기 좋은 툴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어요.

Q. 전공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전공이 창업을 할 때 도움이 되었는지 궁금해요.

A. 저는 경희대학교 생명과학부를 졸업했어요. 당시 의사가 되고 싶어 의학전문대학원을 다닌 덕분에 영양학적으로 건강한 빵을 만들 때 도움이 돼요. 그렇다고 학문과 학위가 모든 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가 대학에서 배운 것들이 가이드가 되어 도움을 받았지만 다른 걸 통해서도 충분히 얻을 수 있거든요.

Q.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어려웠던 점은 없으셨나요?

A. 내가 이 시장에서 언젠가 인정받을 수 있을 까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컸어요. 포장 같은 단순한 일도 여러 번의 시행착오가 필요한데 이런 게 제일 어려웠던 것 같아요. 매출이 나올 때까지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죠. 그래도 창업에서 이런 과정을 통해 데이터가 쌓이면서 안정화되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Q.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시나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고객이 다이어트할 때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고 말해주셨을 때 가장 보람 있었어요. 한 고객께서 일상이 힘들어 다이어트도 다 포기하고 싶었는데 제가 만든 빵을 먹고 다이어트를 다시 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말해주신 적이 있어요. 내가 만든 것이 단순히 빵이 아니라 어떤 사람에게는 행복감이고 에너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업 초반에 금전적, 체력적으로 힘들었는데 그만두면 안 되겠더라고요.

Q. 베러초이스 대표로 일과가 궁금해요.

A. 출근해서 전날 받은 주문의 양을 파악하고 정리해서 직원들에게 얼마나 생산해야 하는지 데이터를 넘겨줍니다. 빵은 직원들이 생산하지만, 신제품 컨셉은 제가 다 구상해서 물품구비나 재료 준비도 전부 제가 맡아서 해요. 또 직접 SNS 마케팅을 구상하거나 필요한 제품 사진을 촬영합니다. 최근에는 카페를 오픈했어요. 그래서 집에 빨리 가면 8시, 늦으면 10시까지 있고 퇴근 후에는 운동합니다. 솔직히 워라벨은 좋지 않아요. 그래도 직원이 생기니까 ‘직원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게 해야겠다.’는 의무감으로 지내고 있어요.

Q. 이번 주에도 출장을 가셔서 자리를 비우신 거로 알고 있는데 출장이 자주 있는 편인가요?

A. 가끔 있어요. 주로 제조사 분들과 미팅을 하고 우리가 이런 제품을 만들고 싶은데 가능한지 물어보고 가능하다면 시설을 직접 살펴보죠. 이미 만들고 있는 제품은 잘 만들고 있나 확인해요. 이런 미팅 때 제가 신경 쓰는 부분은 ‘내가 원하는 대로 제대로 만들어 줄 수 있는가’예요. 그리고 기존에 어떤 제품을 만들어 왔는지 확인합니다. 상대 회사의 업력이 오래되면 믿고 맡길 수 있음을 보여 주는 방증이 되기 때문이죠.

 

[회사의 체계와 메뉴 개발]

Q. 회사 분위기는 어떤가요?

A. 제 입으로 말하기보다 직원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할 것 같은데 (웃음) 저는 빵을 다 만들면 집에 가라고 해요. 대기업만큼 챙겨주진 못해도 삶의 질을 보장해주기 위해 지킬 수 있는 건 지켜 주려고 해요. 퇴근 시간 되면 마우스에서 손 떼라고 하죠. 출퇴근 시간도 본인들이 편한 시간에 맞춰줘요. 직원들이 즐겁게 일하면 좋겠고 직원들에게 보람을 주고 싶어요.

Q. 대표로 직원을 뽑을 때는 어떤 것을 주로 보나요?

A. 기존 직원과 융화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능력이 뛰어난 직원이 들어와 인원수가 늘어난다고 효율성이 정비례로 늘어나진 않아요. 중요한 건 일 하다가 불화가 생기면 효율성 면에서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에 사람들 간의 융화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카페를 운영했다가 잠시 중단하고 최근 다시 오픈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베이커리 판매와 카페를 함께 운영하기 어려운 점이 있으셨나요?

A. 카페를 운영하는 인건비 때문이었어요. 더 많은 사람이 제품을 전국에서 받아보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카페 직원 인건비를 줄여 파티시에를 고용했어요. 그러다 카페 근처에 계신 분들이 직접 보고 사 먹고 싶다는 의견이 있어 최근 시험적으로 토요일에만 열고 있어요. 고객들에게 항상 열려있다는 믿음을 주고 싶어 판매량이 목표 수준으로 올라가면 오픈하는 날을 하루씩 늘려가려고 해요.

<최근 다시 오픈한 아늑한 베러초이스 카페>

Q. 비건 빵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재료와 성분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좋은 재료를 수급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A. 글루텐프리 빵을 만들기 위해 저희 아버지가 농촌진흥청에서 쌀 빵으로 적합하다고 추천받은 신품종으로 직접 농사지은 무농약 현미로 만든 쌀가루를 사용하고 있어요. 또 제가 원하는 재료를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경우가 많아요. 초콜릿도 제 마음에 완벽히 드는 제품이 없어서 *코셔인증을 받은 초콜릿을 수입했어요. 최근에는 땅콩버터를 쓰고 싶은데 국내제품은 다 설탕이 들어가 있어서 설탕 없이 식물성 기름과 땅콩만 쓰는 제품을 외국에서 구매했어요.
*코셔인증: 유대교 율법에 의해 식자재를 선정하고 조리 등의 과정에서 엄격한 절차를 거친 음식에 주어지는 인증

Q.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과정들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A. 제가 먼저 큰 가이드로 컨셉을 잡아서 재료를 정해요. 그러면 파티시에 분들이 다른 맛도 제안해요. 파운드 케이크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4종이었는데 파티시에 분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4종을 더 추가했어요. 지금 만들고 있는 신제품은 굳이 글루텐프리를 하지 않아도 되거나 비건을 안 하는 분들을 위해 국내산 통밀가루를 사용한 케이크에요. 이렇게 다양한 시도를 하는 건 소비자를 위한 것도 있지만 파티시에 분들이 재미있게 빵을 만들기 바라는 마음도 있어요.

<베러초이스에 새롭게 추가된 케이크류>

Q. 배송체계는 어떻게 되어 있나요?

A. 전날 주문한 양을 출근해서 12시까지 정리하면 4시까지 제품이 나와요. 그리고 1~2시간 정도 포장을 해요. 보통 택배 집하가 오후 2~3시에 이루어져서 택배회사를 섭외하기 어려웠어요. 어렵게 섭외를 해서 택배회사에서 6시에 제품들을 가져가요. 픽업은 원래 안 하다가 카페를 운영하면서 토요일에만 하고 있어요.

Q. 배송 시 포장은 어떻게 하시나요?

A. 배송 중 빵이 손상되는 걸 막기 위해 전용 케이스를 만들었어요. 종이박스 하나당 200원으로 단가가 높은 편이에요. 비건 베이커리에서 단독으로 상자를 만든 업체는 없다고 알고 있어요. 금전적으로 부담이 되지만 일부러 남들이 안 하는 걸 해야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업체가 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방향과 구직자들을 위한 조언]

Q. 이제 2019년이 끝나 가는데 2020년의 목표가 무엇인가요?

A. 베러초이스를 더 안정화해 카페를 일주일 운영하는 게 목표예요. 그 정도로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매출액을 높여야 해요. 베러초이스를 성장시키고 싶은데 사회에 기여한다는 거창한 생각은 아직 못하지만 함께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은 해요. 출근해서 만난 직원이 행복하고, 내가 만든 제품을 사람들이 먹었을 때 만족할 수 있게 만드는 성취를 이루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내가 직원들에게 맞춰줄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Q. 비건의 인기가 많아지고 있는데 비건 식품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A.  비건 인구보다 비건 산업이 급성장하는 이유는 다이어트 시장과 궤를 같이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엄격하게 동물성을 피하려는 신념을 갖는 분들은 인구 비율로 치면 매우 적은 데 그 사람들이 타깃인 시장이라고 본다면 비건 시장이 성장하는 걸 설명하긴 어려워요. 그렇게 보면 일정 부분은 거품인 것 같아요. 본인이 비건이라서 시장에 관심 있는 것이 아니라 건강식과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아서 인기 있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쪽에 관심을 두거나 일할 분들도 시장성을 판단하려면 비건이어서 관심을 두기보다 건강식과 다이어트식으로 방향성을 잡고 공부를 하는 게 더 합당하다고 생각해요.

Q.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A. 사회가 점점 완성형 단계로 가면서 성공하기까지 오래 걸릴 거예요. 그 오래 걸리는 기간에 지치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면 좋겠어요. 요즘 대학생들은 지금까지 한 게 아깝고 부모님께 다른 거 해본다고 말하기도 어려워서 취업에 급급한 채 전공에 맞춰 취업하는 것 같아요. 대학진학을 우선시하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걸 찾는 과정이 없어요. 그래서 직장을 찾는 분들 그리고 특히 창업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냥 다양한 경험을 하면 좋겠다는 거예요. 그 경험이 당장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도 그 과정에서 다른 가능성을 찾는 밑바탕이 될 수 있어요. 경험을 통해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죠. 또 경험은 오류를 줄여줄 수 있는 지식으로 남아 다른 사람들에게 일을 시킬 때 이해도가 높아질 수 있어요. 그래서 너무 겁먹지 말고 해보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