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자 인터뷰]가슴이 뜨거운 배우, 현지수 님을 만나다

2019-11-19T16:21:39+00:002019. 11. 19.|

‘저스트 두 잇(JUST DO IT). 그냥 하는 것의 매력, 그게 바로 연기죠’

 취재, 글) 박민규(meengyu7296@gmail.com)
취재, 사진) 오진욱(wooksinger@naver.com)
취재) 심윤정(yoonjshim@naver.com)

억대 연봉을 받는 그런 스타 배우는 아니지만, 묵묵히 자신의 연기를 하며 목소리를 내는 가슴이 뜨거운 배우가 여기 있습니다. 뜨거운 열정과 환한 미소로 연기하는 배우 ‘현지수’ 님을 소개합니다

사진)현지수 님의 프로필

사진)현지수 님의 프로필

자기소개 & 배우 시작의 계기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배우 현지수입니다. 요즘은 경복궁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안내해주는 일, 복식체험, 및 영상 번역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업은 배우입니다(웃음). 아마 많은 배우가 이렇게 살고 있을 것 같아요.

 

Q 외국인 안내 및 영상 번역 일을 하시면 영어를 잘하시나 봐요?

미국에서 대학교를 나와서 영어를 주로 썼어요. 그게 제 밥줄이에요. 극단생활을 3년 정도 했는데 아무래도 무급이다 보니 영어로 돈벌이를 해야 연기를 계속할 수 있었죠. 영어 과외, 학원 강사, 번역 위주로 계속 일을 하고 있었어요. 관련 회사에도 다니다가, 극단에 들어갔죠. 재택근무를 하면서 극단생활을 이어나갔어요.

 

Q 연기 관련 전공을 하셨나요?

제 전공은 언어치료입니다. 소리를 만드는 신체구조부터 의사소통까지 전반적인 것을 아우르는 전공이에요. 이것도 연기랑 관련된 전공이었어요.  공부할 때 사투리, 말투 이런 자료들을 영상으로 공부를 하거든요. 언어에 대한 호기심이 연기로 이어졌어요. 대사를 외울 때 단어에도 음가가 있잖아요, 아무래도 대사를 접했을 때 음가적인 부분에도 관심이 많다 보니 대사의 이해가 빠르고 맛을 아무래도 잘 살리는 것 같아요.

 

Q 전공이 연기가 아닌데, 배우를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10년 동안 유학 생활을 하다 대학원에 가려다 보니 답답하더라고요. 대학원까지 가면 인생 끝이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한국에 들어갔어요. 그러면서 일사천리로 일이 풀렸던 것 같아요. 무슨 일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연기학원에 등록해서 다녔어요(웃음). 처음에는 호기심이었지만 연기를 하다 보니 궁금증도 생기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계속하게 되었어요. 원래 영화도 좋아하고 배우들도 동경하고 했었거든요.

 

극단에서의 생활

Q 극단에서 3년 정도 있었다고 하셨는데, 그럼 연기학원에서 추천받아서 극단에 들어가셨나요?

A아니요. 학원은 그냥 연기를 탐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간 거였어요. 연기를 전공한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보고 싶기도 했고, 그 세계에 노크하는 느낌으로 부딪혀 본 거였어요. 막상 노크해보니 맘에 들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더 배워보고 싶어서 학교를 알아봤어요. 그래서 뉴욕 필름 아카데미에 등록을 했어요. 학교에서 2년 정도 있으니 학교 선생님께서 연극에 도전해보라고 권유하셨어요. 한국에 다시 들어와 있는 중에 연극을 할 기회가 찾아왔어요. 돈을 벌기 위해 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친구가 지나가다가 연기 워크숍을 봤다고 했어요. 그래서 그 극단에 들어가서 워크숍 체험도 하고, 결국에는 극단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Q 극단에서의 생활은 어땠나요?

힘들었죠.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잃은 것보단 얻은 게 더 많았어요. 처음에는 체력적으로 힘들었는데 어차피 적응하게 되어 있더라고요. 극단도 회사랑 똑같아요. ‘연출’이라는 상사와 같이하는 ‘동료’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그렇죠. 하지만 회사와 다른 것은 무급에 중노동을 요구하는 일이 많았다는 것이었죠. 몸을 써야 하는 활동들이 많았어요.

 

Q 극단 내에서의 배역은 어떻게 얻나요?

배역 배정은 극단마다 천차만별이에요. 우리 극단은 신생극단에 가까웠고, 선배도 있긴 했지만, 저랑 비슷한 새싹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배역은 주는 대로 했어요. 연출하는 분이 작가도 겸하고 있었는데 맞춤형으로 대본을 써줬어요. 저는 주는 대로 했죠. 우리 극단은 경험치를 쌓아야 하는 데라서 다작을 하는 극단이었어요. 전부 다 출연시켜주는 방향으로 극을 만들어서 무대에 많이 오를 기회가 많았던 게 최고의 득이었던 것 같아요.

 

Q 극단에서 있었던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소개해주세요.

극단에서도 ‘쪽대본’이 나오는데, 하루에 한 장씩 대본이 나와서 급하게 찍는데도 작품이 완성되는 것을 보면 경이롭고 뿌듯해요. 연습도 한 달 동안 빠듯하게 하는데도 작품이 완성되는 것을 보면 신기해요. 아마 동료들의 빛나는 팀워크 덕분이지 않았나 싶어요. 주변 동료들은 제가 극단에서 3년 동안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입니다.

 

Q 극단에서 생활하실 때 배우 일과 영어 관련 업무를 어떻게 병행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영어는 프리랜서로 일을 했기 때문에 일을 거절하면 잘 안 들어와서 들어오는 대로 거의 다 했어요. 그래서 일과라고 하면, 아침 7시에 ‘라이브 번역’이라는 것이 있어요. 이것은 말 그대로 번역을 라이브로 하는 거예요. 아침 7시부터 11시까지 번역 일을 하고, 오후에 공연했어요. 그래서 멘탈 관리를 많이 해야 했죠.

 

사진) 극단에서 연기하고 있는 현지수 님의 모습

사진) 극단에서 연기하고 있는 현지수 님의 모습

퇴단, 그 이후의 연기 생활

Q  퇴단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제 시간을 갖고 자기계발도 하고 싶고, 다른 스타일의 연기에 도전하고 싶어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극단에서 1년에 9개의 프로젝트를 하면서 워크숍도 같이 진행했거든요. 포스터를 직접 붙이고 다니면서 홍보도 했고요. 이러다 보니 체력적으로 한계가 왔어요. 결정적으로 우리 극단에서는 부조리극을 많이 했는데 저는 다른 연기도 하고 싶었거든요. 막상 퇴단할 때까지 1년의 시간이 걸렸어요. 미래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죠. 하지만 나오고 보니까 고민 했던 게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선택하고 실행을 하니 뭐든 되더라고요. 결국 겁먹을 일이 아니었어요.

 

Q  퇴단하고 나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웹드라마 촬영을 하면서 휴식 시간을 가졌죠. 지인분들이 제작하는 퀴어 웹드라마에 참여했어요. 당시 웹드라마 촬영은 처음이었는데 딱히 다른 건 없었어요. 또 주위에 창작자 친구들이 많아서 저희끼리 극을 쓰고, 찍고 그런 연습을 많이 하고 있어요. 당장 다음 주에 친구랑 준비하는 작품이 있어서 그 작업을 할 예정이에요. 쉬는 기간 동안 신체훈련을 많이 했어요. 배우란 직업이 몸을 쓰는 게 중요해서, 현대무용, 발레 등을 배우고 축구도 했어요. 체력이 좋아지고 몸이 편안해져야 자신감이 올라가서, 신체훈련에 투자를 많이 했어요.

 

Q  동료들을 통해 작품에 참여를 많이 했다고 하셨는데, 동료들은 주로 어떻게 만드셨나요?

A  동료들은 워크숍을 통해서 많이 만났어요. 수학 선생님부터 공대생, 댄서, 등 정말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어요.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같아요. 워크숍을 통해서 만났던 사람들을 통해서 의외의 기회를 많이 얻었죠. 좋은 동료를 두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Q  오디션을 보거나 소속사를 알아보시진 않았나요?

A  오디션은 가끔 보러 다녔어요. 프로필을 많이 돌리고 오디션도 많이 봤지만, 오디션을 통해서 얻은 것보다는 친구의 권유로 작품을 만났던 게 더 많았어요. 소속사는 따로 알아보진 않았어요.

 

슬럼프 극복과 연기

Q  배우를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저는 마음이 안 생기면 그냥 놔둬요. 포기라기보단, 힘이 안 날 때 딴 거에 집중해요. 연기에 대한 열정이 시들면, 전 인간적인 힘이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한테 힘이 되는 것들을 찾으려고 했어요. 자신감도 생기고 힘이 나니까 축구도 그 일환으로 한 거예요. 이렇게 선순환을 만드는 거죠. 포기하고 싶을 땐 쉬고 다시 하는 거예요. 동료를 잘 사귀어놓고 동료들이 하는 걸 봐주면서 피드백을 해주고 기회 되면 출연하고 그렇게 하는 거죠. 제가 스타가 되고 싶은 건 아니니까 마음을 조급하게 먹지 않고 있어요.

 

Q 경험해보지 못한 역할을 맡았을 때는 어떻게 준비를 하시나요?

연출님이 감정을 정서라고 하시거든요. 예를 들어 ‘지수가 카페에 들어와서 커피를 주문했다’는 상황이 있을 때, 그 캐릭터의 감정이 아닌 이 캐릭터가 ‘주문을 한다.’ 에 초점을 맞추어서 캐릭터를 분석하는 거죠. 동사 위주로 그 상황을 파악하면서 생각을 하다 보면 파악이 가능해요. 이게 감정과 이성의 그 균형을 잘 맞추면서 연기하는 데 그 점이 참 재밌어요.

 

Q 감정이입을 하는 비법이 있나요?

저도 아직은 배우는 단계에 있지만, 많은 경험을 통해 익숙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 작품에서 연차 많은 선생님과 작업을 하다가 엄청나게 혼난 적이 있는데, 그 계기로 많이 성장했어요. 그때 선생님과 파트너로 감정 신을 연기했는데 긴장을 해서 못하겠더라고요. 무조건 잘해야한다는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연습을 하다 연기를 놔버렸어요.저도 모르게 씬 중간에 포기를 한거죠.  그때 당시 연출님이 대본을 집어 던졌어요. 선배님들에게 엄청나게 깨지고 나니까, 긴장이 안 되더라고요. 그냥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이게 감정이입의 비법인 거 같아요. 그냥 하는 거. 그러면 어느 지점에는 가 있더라고요.

 

Q 연기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연기의 매력은 저스트 두 잇(JUST DO IT)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하는 매력. 제가 생각이 많고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걸 싫어하는데 연기가 그걸 할 수 있게 해주니까 좋은 것 같아요. 무조건 선택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죠. 예를 들어, 감정이 있으면 ‘이 캐릭터의 감정이 뭘까?’라고 계속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희로애락 중에 선택을 먼저 하는 거예요. 많은 사람은 ‘이 캐릭터는 희도 있지만, 내면에 분노도 있어 이러면서’ 이렇게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데 그렇게 접근을 하다 보면 죽도 밥도 안 되는 거예요. 여러 감정 중에서 하나를 정하고 선택해서 밀고 나가는 거예요.

 

Q  지수 님 인생에서의 황금기는 언제였나요?

A  아직 안 오지 않았을까요(웃음). 안 와도 전 괜찮아요,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솔직히 회사 다녔을 때는 월급도 있고, 갖고 싶은 옷도 사고했는데, 지금은 수입도 적지만 더 행복해요. 스스로 하는 선택이 중요한 것 같아요. 돈에 뜻이 있는 게 아니라면, 돈 때문에 한 선택들은 다 후회되었어요. 회사에 취직해서 안전지대에 있는 친구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직업이 매번 바뀌었지만, 남들한테 설명할 수 없는 확신이 제 안에 있기 때문에 이렇게 사는 거예요. 직업도 꼭 하나만 골라야 한다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이 들어요. 저는 그래서 배우도 하고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하는 거죠. 어른들은 저를 보고 직업이 없다고 판단을 하세요. 하지만 저 같은 사람들이 사실 프리랜서예요. 외롭겠지만 이렇게 사는 것이 전 당연하다 생각해요. 어떻게 인간이 한 직업만 갖고 살겠어요?

 

Q  마지막으로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A  ‘저스트 두 잇(JUST DO IT). 뭐든 해라. 꿈이 없는 청년들에게도 저스트 두 잇(JUST DO IT)’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꿈은 없을 수도 있다 생각해요. 오늘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걸 하는 게 중요해요. 제가 고민인 게 배우도 하고 싶은데 운동도 하다 보니 운동도 너무 좋은 거예요. 어릴 적 꿈을 보면 운동선수, 배우가 꿈이더라고요. 결국 선택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한 가지를 택한 거죠. 하지만 지금은 둘 다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문을 열어놨죠. 굳이 직업이 하나만 있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옛날에 제가 위로받았던 말을 해주고 싶어요. ‘과거를 돌아보되, 응시하지 마라.’ 이 말이 정말 좋더라고요.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 건 불가능하죠. 길 걸을 때마다 생각하는 게 과거인데. 하지만 그걸 돌아보되 깊게 응시하지 말라고. 그 말을 해주고 싶어요. 일단 오늘은 살고 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