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자 인터뷰] 엄마품속어린이집 보육교사_고선희

2017-01-06T22:07:58+00:002015. 10. 20.|

“아이들의 환한 미소가 우리의 월급입니다.”

글. 사진. 배공민(rhdals234@naver.com)


햇살이 비치는 창가. 노란 앞치마를 매고 따뜻한 미소로 아이들을 반기는 예쁜 선생님. 각종 미디어에서 묘사돼 온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모습이다. 그런데 최근 낮은 임금 문제와 강한 업무 강도 등으로 보육교사의 처우개선을 바라는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실제 보육교사의 현실은 어떤지 직접 들어보자.


 

 

1. 직무소개 – 보육교사

 

▲ 인터뷰 내내 상냥한 목소리가 돋보였던  보육교사 고선희씨(49)

▲ 인터뷰 내내 상냥한 목소리가 돋보였던 보육교사 고선희씨(49)

Q.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상세하고 생생하게 알려주세요.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쉽게는 0세부터 취학 전 아동을 연령별로 돌보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집은 0세부터 3세까지의 어린아이들도 포함하고 있어서 무엇보다 엄마를 대신해 보육적인 면에서 섬세하게 ‘돌봄’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기관입니다. 보육교사의 업무는 어린이집에서 어린이를 보육하고 교육하는 것이 주요업무입니다.

 

Q. 상세한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아침에 출근해 그 전날 학부모가 써준 원아 수첩을 확인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합니다. 수첩에는 아이에게 특이 사항이 있는지 적혀있습니다. 예를 들어 감기에 걸렸다면 복약 시간을 확인해야합니다. 이후 영아들에게 분유를 먹이거나 이유식을 먹이거나 점심을 먹입니다. 중간중간에는 연령대에 맞는 보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수업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적절한 수업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오전에는 신체활동을 하는데 강당에 가서 동요를 틀어놓고 춤을 추거나 공놀이 등을 합니다. 특별활동으로 체육, 무용, 영어 등 특기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오후에는 아이들 낮잠 시간이 있습니다. 낮잠 시간에 교사들은 일일 보육일지, 일일 관찰일지를 쓰거나 다음날 수업 준비 혹은 교사들과 회의를 진행합니다. 부모님에게 보내는 원아 수첩에 해당 아동의 일지를 기록하기도 합니다. 두 시간의 낮잠 시간 동안 네 가지를 다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시간을 쪼개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만약 근무시간에 일일 보육일지와 일일 관찰일지를 완성하지 못했다면 퇴근 후라도 일지를 완성해 다음날 제출해야 합니다.

이외에도 수업 기획과 더불어 분기별 행사들도 기획해야 합니다. 봄 소풍이나 재롱잔치 등의 프로그램들을 교사들이 직접 기획하고 아이들을 연습시켜 무대에 올리거나 행사를 진행합니다.

 

Q. 업무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출근시간은 아침 당직일 경우에는 7시40분이고 평소에는 8시 30분까지 출근합니다. 기본 퇴근 시간은 6시이고 당직근무는 보통 일주일에 한 번씩 하게 됩니다. 당직근무를 하는 날은 7시에 퇴근합니다. 퇴근 시간이 늦은 학부모가 많아서 오후 1시에 출근해 마지막 아이가 집에 갈 때까지 근무하는 교사도 있습니다.

 


 

2. 보육교사의 삶 – 8년차 보육교사 고선희 씨

 

Q. 이 일을 선택할 때 어떤 매력을 느꼈고,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게 됐나요?

내가 어린아이를 직접 보육하고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내가 키운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일을 시작한 이후에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밝은 모습에 매력을 많이 느낍니다. 일과가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들이 웃는 모습이나 나를 잘 따르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피로가 눈 녹듯이 녹아서 다음날 또 출근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Q. 취업하기까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과정을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한국 어린이교육 보육교사교육원에서 1년 동안 이론공부와 한 달간의 실습 교육 등을 수료했습니다. 보육교사 2급 자격증을 발급받았고 이후 3년간 어린이집에서 경력을 쌓았습니다. 이후 10일간의 승급교육 후 1급 보육교사가 되었습니다.

 

Q. 보육교사로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기본적으로 아이가 아무 사고 없이 일과를 마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또 너무 어려서 어린이집에 적응을 잘 못 했던 아이들이 차츰차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린이집에 적응을 잘하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사회성이 잘 발달한 모습을 볼 때 즐겁습니다. 원에 처음 온 아이가 엄마가 돌아간 이후에 교실에 들어오지 못하고 엄마가 돌아간 현관 쪽을 바라보며 매일 울었던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의 도움으로 놀이와 수업에 점점 참여하면서 우는 횟수가 줄어들고 2주 후에는 조금씩 교실에서의 활동도 잘 어울리게 되고 강당에서의 신체활동도 참여하면서 원에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보람을 많이 느꼈습니다.

 

Q. 또 한편으로는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어려운 점은 방금 말했던 것처럼 심하게 낯가림하는 아이들은 종일 우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는 아이들을 돌보는데 어려운 점이 있지요. 편식이 심한 아이들도 약간의 어려움이 있어요. 아이들이 심하게 열이 나거나 해열제를 먹여도 열이 내리지 않는 상황에서 엄마들과 연락이 닿지 않을 때도 어려움을 느낍니다.

기타 업무에서 오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일일 보육일지와 일일 관찰일지는 매일매일 작성해야 아이들의 보육 상황을 파악할 수 있으므로 하루라도 빼먹을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퇴근 후 녹초가 된 몸으로 집에서 업무를 연속적으로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피로도가 많이 쌓이게 됩니다.

 

Q. 교사로서 지향하는 바와 어린이집 전체나 원장님의 가치가 충돌할 때가 있다면?

사실 교사로서는 보육이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어린이집 전체의 입장에서는 행정적인 업무도 중요도가 높습니다. 그러다 보니 보육이 제일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서류라든가 잡일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서류작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교사들도 이해하긴 하지만, 일이 한꺼번에 밀려올 때는 밤 12시까지도 모든 선생님이 퇴근하지 못하고 서류작업이나 환경정리를 하는 경우도 있지요. 이렇게 업무가 과중한 경우가 많고 또한 평소에도 선생님들의 공식적인 휴식 시간이 없어서 업무 피로도가 높습니다. 그래서 보육교사는 만성적으로 스트레스와 육체적 피로가 많이 쌓이는데, 그 결과 가장 중요한 보육의 효율과 질이 떨어지게 됩니다. 정리하자면 어린이집이 필요로 하는 다른 업무들과 가장 중요한 보육이라는 업무가 충돌하는 상황이죠.

 

Q. 그 외에도 기대와 현실 사이에 괴리가 느껴지는 부분이 있나요?

업무강도가 강하다는 것과 관련해서, 이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해주면 괜찮겠지만 업무 강도에 비해 임금수준은 굉장히 낮은 편입니다. 또 학부모와의 마찰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습니다. 대부분은 그렇지 않지만, 가끔 굉장히 까다롭거나 예민한 학부모와는 의사소통 과정에서 쉽지 않은 상황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Q. 방금도 언급한 것처럼 어린이집의 임금 수준에 대해 말이 많은데요. 실제 임금수준이 어떠한가요?

8시간 이상을 일하는 대부분의 종일반 교사들이 200만 원 이내의 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5년의 경력으로 이직했을 때에도 그 정도의 임금으로 협의했습니다. 업무 강도는 꾸준히 말했던 것처럼 육체적 스트레스가 굉장히 강한 편이고, 실제로 경력이 쌓일수록 업무 때문에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임금수준이 굉장히 열악한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현재 종일반 교사로 재직 중이신데 어린이집을 운영할 생각도 갖고 계신가요?

최근 아이들이 줄어드는 추세라 어린이집운영은 전망이 밝은 사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경력을 많이 쌓은 교사들은 직접 어린이집을 개원하거나 처우가 나은 어린이집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개인 시간을 많이 활용할 수 있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체력이 저하되기 때문에 시간제 보육교사로 전환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Q. 이 일은 어떤 가치나 성향, 성격을 가진 사람이 잘 맞을지?

먼저 투철한 직업의식을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이의 성격이 본인과 맞지 않아도 잘 지도할 수 있어야 하고 아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절대 폭력을 쓰거나 아이에게 화풀이해서는 안 되는 직무입니다. 따라서 일단 아이를 싫어한다면 보육교사라는 직업은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남들보다 더욱 특별한 애정을 품고 있는 분이 잘 맞습니다.

건강한 육체를 가지는 것도 정말 중요합니다. 아이를 돌보는 것은 체력적으로 큰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입니다. 일을 하다 보면 살도 많이 빠지고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이 생기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직업의식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손재주. 수업준비부터 교실 꾸미기까지 모두 교사가 해야 하는 일인데 모두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일입니다. 따라서 실무에서 꼼꼼하고 세심한 손재주는 아주 중요한 역량입니다.

시대에 흐름에 따라 최근에 정말 중요해진 역량은 컴퓨터 활용 능력입니다. 최근에는 인터넷에 있는 정보를 활용해 보육 프로그램을 짜고 일지 작성 시 워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컴퓨터 활용 능력이 있다면 남들보다 질 높은 정보 활용능력과 빠른 일 처리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성격은 아이들과 잘 융합할 수 있는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 좋습니다.

 

Q. 8년째 보육교사로 일하면서 업무로 인해 본인의 삶이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조언을 많이 해줄 수 있어서 좋아요. 저는 특히 기혼에 어린이집 교사를 시작했기 때문에 저보다 어린 신혼부부나 주부들에게 아이의 교육이나 양육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해줄 수 있답니다. 언제쯤 어린이집을 보내면 좋은지, 언제쯤 한글 공부를 시작하면 좋은지 가족들부터 지인들까지 다양한 조언을 해주고 있습니다.

 

Q. 보육교사라는 직업이 타 업종과 다르게 특별히 가지고 있는 장점이 있나요?

대부분의 직업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인 경력 단절이 적은 편입니다. 본인의 체력과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지 가정에서 일터로 다시 돌아갈 수 있어요. 저도 보육교사 일을 시작하고부터는 휴식기를 제때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이 좋습니다. 개인 시간을 더 가지고 싶다면 종일반인 아닌 시간제 교사로 재취업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Q. 사람들이 이 직업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는 점이 있다면?

보통 어린이집 교사라고 생각하면 아이들과 즐겁게 놀아주고 밥을 먹이는 것만 상상하는데 실제로는 부가적인 업무가 아주 많습니다. 체력소모가 많은 직업인데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더 나아가서 업무 강도와 임금 격차가 아주 크다는 것도 실제로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 같습니다.

 

Q. 보육교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업무상 고충이 많고 체력적으로도 녹록치 않은 직업이기 때문에, 아이들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가진 후배들이 보육교사에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노동력 대비 저임금을 감수하고서라도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보육교사에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